애니팡이 운만 갖고 성공했을까? : 원 히트 원더
2012년 10월 16일

국민 게임, 사회적 현상, 애니팡 for 카카오

! 다운로드 2000만건

!! 일일 사용자 1000만명

!!! 동시 접속자 300만명

2012년 9월 기준으로 월 매출은 100억원에 근접했다고 한다. 이는 국내 모바일 게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성과이기도 하다.

한국 내수 시장에서 서비스되는 단일 게임으로는 정말 놀라운 숫자다. 물론 게임의 특성상 객단가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은 고려해야 할 것이다.실제로 아이러브커피 등 카카오에서 서비스되는 다른 히트 게임들은 다운로드나 일일 사용자 숫자는 밀리지만, 애니팡에 근접하는 매출을 내고 있다고 한다. (징가가 시티빌로 한참 잘 나갈 때 동시 접속자 수가 300만, DAU 800만, MAU 3억 수준이었다. 여담이지만 2012년 8월 현재, 일본에서 MOBAGE 플랫폼의 MAU가 383만명 수준, GREE 플랫폼의 MAU가 270만명 수준이라고 한다. 단순히 액티브 유저라는 지표만으로 볼 때, 카카오 게임하기가 다른 나라를 대표하는 게임 플랫폼과 비교할 수 있는 시점이 왔다는 것이다. 물론 게임에 특화된 전용 플랫폼과 카카오톡을 1:1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MMORPG의 동접과 모바일 / 소셜 게임에서의 동접을 동일한 지표로 보기 어려운 것처럼. 출처 : http://www.gamebusiness.jp/article.php?id=6950 )

애니팡의 히트는 한국의 게임 스타트업들에게도 의미가 있는 일이다. 애니팡(for 카카오) 이전에도 룰더스카이, 타이니팜처럼 성공한 모바일 소셜 게임은 있었지만, 이 게임들의 개발사는 대부분 컴투스, 게임빌, JCE와 같은 중대형 퍼블리셔와 상장사였다. 해외에서는 소셜 게임과 스마트폰 게임이라는 새로운 분야에서 시작한 스타트업들이 급성장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쉬운 일이기도 했다. 프로젝트와 서비스의 규모가 커지면서, 게임 스타트업의 시장 진입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애니팡 (선데이토즈)의 성공 사례가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2012년 상반기, 한국의 벤처캐피탈과 인큐베이터 등 금융 투자 업계에서는 모바일 / 소셜 게임 스타트업에 대한 시각이 의외로 냉정해지고 있던 참이었다. 성공적인 EXIT를 해도 100억에서 220억 사이, 해외 진출은 쉽지 않고, 매출도 늘지 않았다. 퍼블리싱과 서비스 노하우가 남아야 회사가 성장하는데, 스타트업이 직접 서비스를 하는 것은 쉽지 않고, 결과적으로 국내외의 퍼블리셔만 바라보게 되었던 것이다. 애니팡이 출시 되고 2주만에 이러한 상황은 드라마틱하게 변화했다.

그런 반면, 업계 내부에서는 부정적이거나 비판적인 의견도 적지 않았다. 아마 이런 느낌이 아닐까.
1. (프로젝트가 우수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시기와 운이 따른 것 아닌가.
2. 퍼즐 게임 플레이가 기존의 유명 퍼즐 게임과 동일하다.
3. 플랫폼을 활용해 스팸 메세지를 남발했다.

<2011년 NDC에서 필자가 발표한 슬라이드>

(사실 이 것은 소셜 게임이 성립하기 위한 근간이기도 하다. 소셜 플랫폼 위에서 바이럴 루프를 활용, 유저를 확보하고 “아는 사람”이라는 소셜 그래프를 활용해 재방문을 유도한다. 빠른 시간 안에 폭넓은 유저를 얻을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게임은 캐쥬얼, 미니멀해지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굳이 반론을 하기보다는, 선데이토즈가 왜 지금과 같은 성공을 할 수 있었는지를 멀리서 지켜본 입장에서 복기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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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창업자, 이정웅 대표.

선데이토즈 이정웅 대표는 NHN에서 근무할 당시, 플래시 게임을 1년에 50개씩 만든 적이 있다고 회고한다. 작고 가벼운 게임을 빨리 마무리하는 것에 자신이 생겼다고 한다. 또 게임과 유저를 엮어주는 플랫폼이 없이 게임을 만들고, 그 게임이 유저의 관심사에서 사라져가는 것의 한계에 대해서도 느끼지 않았을까.

이정웅 대표는 개인 블로그에서 2009년부터 소셜 게임과 관련된 포스팅을 하기 시작한다. NHN에서의 경험들은 선데이토즈의 이후 행보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카카오가 NHN 창업자 김범수 의장이 주도해서 만든 회사라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 현재 애니팡의 운영을 맡고 있는 와이디온라인의 신상철 대표 역시 NHN에서의 인연이다. (신상철 대표는 이정웅 대표를 비롯한 선데이토즈 창업자들과 명지대 동문이기도 하다.) 엔지니어 출신 창업자가 소흘히 하기 쉬운 사업 개발 (BD)이 자연스럽게 보완된 것이다.

<2011년 당시 이정웅 대표의 발표 슬라이드에서 발췌. >

선데이토즈를 창업하고, 본격적으로 소셜 게임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이정웅 대표는 소셜 게임 이반젤리스트 (전도사) 를 자칭하기 시작한다. 국내에서는 소셜 게임이라는 단어도, 이반젤리스트라는 개념도 약간은 생소했다. 싸이월드 등에서 한국 소셜 게임 업계가 태동하기 시작하던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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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선데이토즈의 플랫폼 전략을 생각한다.

황당하게 들리는 분도 있겠지만, 사실 애니팡은 이미 몇년전에 히트한 구작이다. SK컴즈는 네이트 앱스토어를 2009년 10월 런칭한다. 같은 해 11월, 네이트 앱스토어에서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게임은 애니팡과 야옹야옹이었다.  (관련 기사 : SK컴즈, 앱스토어 누적매출 1억원 돌파 - 아시아경제)

2010년 2월 기사. 5개 개발사의 11종 게임만 유료로 서비스되고 있는 시점에서 선데이토즈는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5개 개발사의 11개 게임의 매출을 모두 합쳐야 1억이 되던 시기다. SK 컴즈는 늦어지기는 했지만, 모바일에서도 소셜 게임 제공을 시작했고 거기에서도 애니팡은 첫번째 출시 타이틀이 된다. (관련 기사 : SK컴즈, 모바일에서도 소셜 게임 제공 - 한국경제)

애니팡이 네이트 앱스토어(싸이월드)에서 확보한 유저는 크로스프로모션을 통해 후속작인 아쿠아스토리에도 이어진다. 다운로드 기준으로 500만명 수준의 유저에게 게임이 전해진 것이다. (아쿠아스토리 모바일을 포함하면 600만) 아직도 싸이월드 앱스토어에서는 웹 버전의 애니팡을 플레이할 수 있다. (싸이월드 애니팡 보기)

사실 선데이토즈의 첫번째 프로젝트는 페이스북에서 서비스되는 “UCC 게임”이었다고 한다. 친구에게 게임을 만들어서 선물하는 개념인데, 지금은 어떤 서비스인지 찾아보기도 어려울 정도로 처참하게 실패했다. 마이스페이스, 페이스북이 시험적으로 게임과 앱을 하나씩 올려보던 시대였다.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인데, 이정웅 대표는 초창기 미투데이 (me2day, 트위터와 비슷한 한국의 마이크로블로그 서비스. NHN에 인수되었다.) 에 개인적으로 미투테트리스라는 게임을 만들어서 올리기도 했었다. 소셜 플랫폼, 그리고 미니멀하고 캐쥬얼한 게임. 애니팡의 DNA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미투테트리스 보기)

이정웅 대표와 사석에서 “피쳐폰 게임 시절, 컴투스와 게임빌은 각 이통사와 관계를 잘 유지했고 그게 중요한 성공 팩터 중 하나 아닐까?” 라는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트/싸이월드 앱스토어와 모바일, 네이버 소셜 게임, 그리고 결정적으로 카카오 게임하기.

한국에서 게임 플랫폼의 태동이 들릴 때마다 선데이토즈는 그 최전선에 있었다. 넥슨의 전략이 “우리는 플랫폼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간다”였다고 한다면, 선데이토즈의 전략은 “우리는 플랫폼의 초기에 뛰어들어서 플랫폼과 같이 큰다.” 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이 전략,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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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지표, 데이터 분석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

이정웅 대표는 싸이월드 앱스토어가 침체기를 맞이하던 당시, 게임의 로그를 뜯어보다가 유저의 관심사가 웹에서 모바일로 옮겨가는 추세라는 확신이 들었다는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선데이토즈는 엔지니어 3인방이 창업한 회사고, 그러다보니 사실 게임의 기획이나 디자인, 운영이라는 측면에서는 분명 놓치는 점이 있었을 법 하다. 그 약점을 보완해준 것이 “데이터에 대한 관심”이 아니었나 싶다. 물론 징가가 그랬다는 것처럼, 숫자만 보면서 게임을 만들고 업데이트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 사실 그럴 수 있는 전문가의 숫자는 전체 게임 업계에서도 결코 많지 않다. 그 방향이 맞는지는 제쳐두고. )

예를 들자면 Kontagent 등 전문적인 분석 툴의 도입에 굉장히 적극적이었다. Kontagent 는 소셜 게임을 중심으로 유저 로그를 분석하는 툴인데, 스타트업이 사용하기에는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한국 게임 스타트업 중 이 툴을 가장 빨리 도입한 회사중 하나가 선데이토즈였다고 기억한다. 페이스북에서 싸이월드로, 싸이월드에서 모바일로. 선데이토즈가 적절한 시점에 변화를 거듭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회사의 의사 결정에서 숫자, 지표를 중요시하는 문화가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본다. 대부분의 게임 스타트업들이 좋은 게임을 만드는 것에 전력을 다하기 때문에, 오히려 놓치기 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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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애니팡은 표절 게임인가? 누구나 만들 수 있었나?

애니팡의 경우, 게임 플레이는 비쥬얼드로 알려진 match 3 방식이고, 동물 캐릭터를 사용했다는 점에서는 주키퍼의 영향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애니팡은 표절 게임인가?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앵그리버드는 Crush the Castle의 게임 플레이를 가져왔기 때문에 가치가 없는 게임인가? 카트라이더는 마리오카트에서 모티브를 얻었으니 그저 아류에 그치고 있는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실 워낙 복잡한 이슈긴 하다. )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어떤 게임 프로젝트를 평가할 때 게임성(gameplay)의 참신함, 정교함이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 온라인 게임의 경우, 서비스와 네트워크의 안정화라는 크나큰 이슈가 있다. 선데이토즈는 많은 어려움을 겪기는 했지만, 스타트업의 엔지니어 몇 명이 수백만명이 동시에 즐기는 게임을 서비스하는 것에 성공했다.

모바일과 소셜 게임의 경우, 어떤 플랫폼과 디바이스에 어느 시점에 게임을 출시할 수 있는지도 성패를 좌우한다. 선데이토즈는 한국 소셜 게임 시장의 초창기부터 여러 플랫폼에서 의미있는 실적을 만들어왔고, 그 것을 기반으로 카카오 게임하기의 첫 라인업에 자사 게임을 포함시켰다. 룰더스카이를 비롯한 대작 소셜 게임들이 히트하고 있는 상황에서, 애니팡이라는 단순(해보이는) 게임을 회사의 대표작으로 다시 한번 출시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단이었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해서 나라면, 아쿠아스토리의 게임성을 강화해서 리메이크하는 방향을 선택했을지도 모르겠다.

선데이토즈는 소셜 게임이라는 분야에서 Viral Loop에 대한 확신이 있었고, 그걸 가장 잘 살리는 게임을 적절한 시점에 최적의 파트너와 함께 런칭했다. 추측이지만, 카카오 게임하기 플랫폼의 기획과 개발에도 선데이토즈의 피드백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룰더스카이, 타이니팜, 더비데이즈 등과 같은 게임만이 요즘 SNG 장르, 소셜 네트워크 게임으로 분류되고 있으나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본다. 카카오라는 소셜 플랫폼 위에서 돌아가는 게임은 기본적으로 소셜 게임이며, 곧 소셜 네트워크 게임인 것이다.

따라서 애니팡 역시 소셜 게임이며, 처음부터 유저가 자신의 친구들과 같이 하는 것을 전제로 설계된 게임이다. 그러한 “소셜 피쳐”의 비중을 생각하면, 애니팡이 단순히 기존에 있던 게임을 따라해서 쉽게 성공했다는 관점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실제로 애니팡 이후, 여러 “팡”류 게임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그 중에서 가장 히트한 게임이 카카오의 대주주이기도 한 위메이드의 손자 회사 링크투모로우가 개발한 캔디팡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같은 팡 게임을 만들더라도, 플랫폼과의 관계가 성패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플랫폼 업체의 대주주가 기존 히트 게임과 동일 장르에 유사 타이틀을 붙여서 출시하는 것이 오히려 더 민감한 이슈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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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토즈의 미래, 원 히트 원더를 넘어서.

카카오 게임하기 플랫폼이 그런 것처럼, 선데이토즈 역시 앞으로 해야할 일들이 많다. 우선 확보한 브랜드 인지도와 유저 풀을 적극 활용, 이후 속편, 연작, 확장팩 등으로 성공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차기작은 [팡]이 아니라 [애니]멀 캐릭터를 활용한 것이라고 한다. (선데이토즈의 전작, ANI 사천성 역시 동물 캐릭터를 활용했다.) ROVIO의 경우처럼, 캐릭터 비지니스의 가능성 역시 적극 타진해볼 수 있을 것이다. 하트를 활용해서 다른 게임을 크로스프로모션할 수도 있겠다. 이 경우 퍼블리셔로 거듭나는 것도 가능하다. 징가와 페이스북이 그런 것처럼, 플랫폼측의 정책이 중요한 이슈가 되는 영역이다. 카카오 역시 자사 플랫폼 생태계의 발전을 위해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당분간은 한국 시장에 집중할 수 밖에 없겠지만, 해외 시장에서도 적극 진출하기를 바란다. 특히 카카오톡과 라인 등 한국산 플랫폼이 세계 각국에 보급되고 있는 상황에서, 모바일/소셜 게임 영역에서도 온라인 게임의 크로스파이어와 같은 해외 빅 히트의 가능성은 아직 열려있다.

최근 선데이토즈는 SK 컴즈에서 싸이월드 소셜 게임 플랫폼의 운영을 주도했던 김영을 부장을 영입했다. 김영을 부장은 한국 소셜 게임 산업의 기반을 일군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전문가. 당시 네이트 앱스토어에서는 피버스튜디오, 리니웍스, 노크노크 등 현재 주목 받고 있는 대부분의 소셜 게임 개발사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앞으로 선데이토즈가 좀 더 적극적인 사업 개발과 전략적 행보를 보이겠다는 예고라고 볼 수 있겠다.

선데이토즈 뿐만이 아니다. 역시 카카오 게임하기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아이러브커피의 파티스튜디오, 드래곤 플라이트의 넥스트플로어 역시 플랫폼 초기의 실적을 기반으로 “원 히트 원더”가 아닌 “멀티 히트 원더”를 실현해주었으면 한다.

그 과정에서 생겨나는 것이 바로 진짜 “플랫폼”이고, 게임 스타트업의 “생태계” 아닐까.

“미래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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