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고차 거래 플랫폼 ‘비피(Beepi)’, 매각 실패하고 사업 접어
2017년 03월 14일

쉬운 중고차 거래를 목표로 2014년 서비스를 시작한 '비피(Beepi)'가 3년 만에 폐업했다. 비피는 설립 이후 모두 1억 5,000만 달러(한화 약 1,7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실리콘밸리에서 주목을 받았지만, 영업을 완전히 중단하고 직능별로 분리되어 매각 수순에 들어간 것.

폐업 전, 비피는 유사한 서비스를 준비 중인 스타트업 '페어닷컴(Fair.com)'에 회사의 매각을 추진했지만 취소됐고, 뒤이어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중고차 딜러 '디지디지(DGDG)'로도 매각을 타진했지만 테크크런치의 확인에 따르면 이마저도 불발에 그쳤다. 결국, 자금이 끊긴 비피는 '셔우드 파트너스(Sherwood Partners)'를 파산관재인으로 선임하고 재산청산신탁(Assignment for the Benefit of Creditors) 등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비피의 사정이 좋지 않다는 사실은 작년 말부터 외부에 알려졌다. 테크크런치는 지난 12월자 기사에서, 비피가 현금이 고갈되어 페어닷컴에 매각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올해 1월 기업 정보 데이터베이스인 '크런치베이스(Crunchbase)'에 해당 매각 건이 '취소'됐다는 표시가 뜨면서 불발된 사실이 알려졌다(지금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유보'로 바뀐 상태). 곧이어 비피 웹사이트가 없어졌고 거래나 환불 조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소식이 이메일을 통해 전해졌다.

테크크런치는 비피와 페어닷컴을 비롯해 비피의 투자자들에게 관련된 내용을 질문했지만 비피의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인 오언 사비르(Owen Savir)만 답변에 응했다. 그는 1월 19일 테크크런치에 보낸 이메일에서, 비피가 "이제 막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1월 19일은 비피의 트위터 계정에서 단순 고객 응대를 제외한 활동이 있었던 마지막 날인 것 같다. 지금 비피의 웹사이트는 오언 사비르의 답변과 비슷하게 "비피는 튠업 중"이라는 문구를 띄워놓고 있다.)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페어닷컴이 비피를 인수하는 거래는 계약 조건에 관한 의견 차이로 비피가 취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비피는 디지디지로부터 인수 제안을 받았지만 협상 과정에서 현금이 다 떨어져 문을 닫게 되었고 디지디지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또한, 미국 최대의 중고차 거래 사이트 중 하나인 '카맥스(Carmax)'와도 비공식 대화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페어닷컴과 디지디지가 제시했던 인수 조건은 비슷했다. 35%의 회사 지분을 가져가는 대신 사업 재조정을 위해 2,000만 달러(한화 약 220억 원)를 투자한다는 내용이었다.

비피

좋은 아이디어, 나쁜 경영

비피는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의 교과서적인 사례다. 중고차를 사고팔 수 있는 마켓플레이스이면서도 차량 검사와 조정, 차량 인도를 비피가 직접 담당하는 구조로, 전통적인 자동차 중고 거래에서의 제경비와 수수료 구조에서 탈피한 점이 혁신적이었다. 또한, 비피의 고객 서비스는 매우 큰 강점으로 꼽혔다.

과거의 투자 라운드에서 비피의 기업 가치는 5억 6,000만 달러(한화 약 6,400억 원)로 평가됐다. 비피에 투자한 투자자는 35명에 이르는데, 이 중에는 유리 밀너(Yuri Milner), 코메리카(Comerica), 레드포인트(Redpoint), 파운데이션 캐피탈(Foundation Capital), 셰르파 캐피탈(Sherpa Capital)과 패브리스 그린다(Fabrice Grinda) 등이 있다.

소식통에 의하면 비피의 경영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었다. 비피에서 퇴사한 어느 임직원은 비피의 직원 규모가 300명 정도가 됐을 때 한 달에 약 700만 달러(한화 약 80억 원)를 지출했다고 전했다.

이런 대규모 지출의 상당 부분은 "지나치게 높은 급여"와 시간외근무수당으로 쓰였다. 또한, 임원들의 개인 회의실에 비치할 만 달러짜리 소파나, 창업자 부인들의 휴대폰, 자동차 비용과 같은 적절치 않은 곳에 회사의 자금이 사용됐다는 지적도 있다. 비피의 전 임직원은 "회사 자금의 남용이 분명히 있었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또한 두 공동창업자 오언 사비르와 알레한드로 레스닉(Alejandro Resnik)이 지나칠 정도로 세세한 부분까지 관여하고 "매우 변덕스러우며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비피는 행정적 문제도 갖고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자동차 번호판과 등록증을 새로운 고객에게 제때 보내야만 하는 일이었다. 비피에서 자동차를 구매한 고객들은 차량을 인도받고 한동안은 임시 등록증을 가지고 운행하게 되는데, 정식 등록증을 받지 못할 경우 벌금을 물 수 있었다.

교통 관련 스타트업과 마켓플레이스가 큰 인기를 얻는 가운데, 비피가 지나치게 큰 투자를 너무 급하게 유치한 것이 화근이었을 수도 있다. 비피의 한 투자자는 창업자들이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데 지나치게 공격적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인 레스닉은 지난 2015년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비피를 미국 전역으로 확장하기 위해 20억 달러(한화 약 2조 원)의 기업 가치로 투자액 3억 달러(한화 약 3,400억 원) 유치를 목표로 삼은 "몬스터 라운드"를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투자자는 "기업 가치를 지나치게 높이는 것은 실패를 조장한다. 기업가들은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2016년 가을, 시장 상황이 불리해지자 비피는 멈춰섰다. 이미 기업 가치는 2015년의 120억 달러(한화 약 14조 원)에서 60억 달러(한화 약 7조 원)로 절반이 된 후였다. 2016년 말에는 어느 중국 투자자로부터의 9,000만 달러(한화 약 1,000억 원) 투자 유치 건이 불발됐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거래 조건을 담은 서류조차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비피가 회생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페어닷컴과 디지디지로의 매각이 잇달아 실패한 후 페어닷컴이 다시금 비피의 인수 가능성을 타진 중이다. 페어닷컴은 비피의 소스코드, 가격 알고리즘과 브랜드를 인수하고 비피의 직원 23명을 고용하는 방안을 알아보고 있다고 한다.

비피의 브랜드를 포함한 모든 자산은 이미 분해되어 매각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명확하지는 않다. 비피는 지난 1월 말까지 600만 달러(한화 약 70억 원)의 채무를 갖고 있었는데, 자산 매각으로 이를 모두 청산했는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Source: TechCru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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