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 초대형 상장 폐지 = 망했다?
2013년 02월 12일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처럼 Dell이 $24.4B 규모의 초대형 상장폐지 절차를 진행중입니다. 그런데 이 소식이 한국에는 단순히 ‘델 망했다’로 와전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한국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소식을 종합해보면, ‘델이 사업 부진으로 회사를 Private Equity에 매각하는 신세로 전락, 돈이 부족해 해외자산 매각 중, 이번 ‘매각’에 대해 주주들이 소송하는 등 시장 반응이 부정적’ 정도로 요약할 수 있는데, 실제로 이 사건이 의미하는 바는 이와 다릅니다. 심지어 Dell이 Microsoft에 인수되었다는 오보도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마땅히 번역하기 어려운 ‘Going private’은 주식시장에 상장된 회사의 주식을 전량 인수(=Buyout)하여 비상장 회사로 만드는 것을 의미하여, 경영진이 인수의 주체인 Management Buyout과 외부자(보통 Private Equity)가 주체가 되는 경우 두 가지가 있습니다. 보통 Transaction의 사이즈가 크므로 회사의 자산을 담보로 대규모 자금을 차입하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 ‘Leveraged’ Buyout 형태로 진행됩니다. (참조: Investopedia)

이렇게 ‘Go private’하는 이유는 상장 기업의 주가, 즉 시장에서 인식하는 기업가치가 회사의 본질 대비 낮다고 판단되는 경우 경영진이나 외부 Fund가 회사 전체를 매입해 경영 개선 후 회사를 팔거나 재상장하여 차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Dell의 경우도 주력인 PC사업의 전망이 좋지 않아 주가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어 창업자 Michael Dell의 주도로 Buyout 후 신규사업 발굴 및 투자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주목해야할 것은, Dell이 절대로 매출이 줄어들거나 적자가 심해지는 경영난을 겪어서 Buyout을 하는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5년째 매출액을 $62B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영업이익은 3년째 증가 중입니다. PC 시장이 축소되면서 해당 사업부 매출은 줄고 있지만, Enterprise Service & Solutions 사업이 성장하면서 전체 매출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Dell의 주가가 하락한 것은 현재 회사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우려 때문이며, 마이클 델은 주식시장과 주주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과감한 경영개선과 투자를 통해 이를 돌파하겠다는 것입니다.

미국은 알려진대로 주주자본주의의 본산이며, 주주의 이익을 가장 우선시하는 시장입니다. 때문에 유가증권시장을 통한 자금의 흐름이 용이한 반면, 주주이익 극대화를 위한 주가 부양 및 배당을 위해 상장기업이 단기 성과에 집착하게 되는 경향이 있어 회사의 장기적인 미래를 위한 투자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Buyout은 이러한 주주들의 지나친 개입과 엔론 사태 이후 Sarbanes-Oxley법에 의해 강화된 Compliance와 Reporting에 소모되는 경영진의 시간과 비용을 절감해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회사가 성장한다고 꼭 IPO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지난 15년간 Public Market에 상장되어 주식이 거래된 회사의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해왔습니다. 마치 스타트업의 최종 Goal처럼 여겨지는 IPO의 진짜 목적은 자금 모집 뿐 아니라 창업자와 투자자의 지분 일부/전량 매각을 통한 수익 실현입니다. 하지만, 꼭 Facebook처럼 IPO를 하지 않더라도 이미 Twitter같은 회사의 주식은 상장을 하지 않았으나 Secondary market에서 VC나 PE 등 Financial Investor에게 팔아서 수익을 실현할 수도 있습니다. IPO가 필수적인 선택은 아니며, 큰 기업이라고 꼭 Publlic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Virgin Group 회장 Richard Branson은 이사회 등 주주들의 의사결정 참여가 회사에 득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였고 회사의 미래를 위해 투자되어야 할 이익잉여금을 배당하는 것에 반대하여 ’86년에 상장한 회사를 2년만에 다시 Private Company로 만든 바 있습니다.

MBO (Management Buyout)는 어쨌든 주가가 어느 정도 하락한 상태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핀치에 몰린’ 회사가 선택하는 방법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경영진이 회사의 미래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면 25조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들여 추진할 유인이 없습니다. 이미 1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마이클 델 개인의 자금만 1조 원 가까이 투자될 예정이라고 하며, 메인 파트너로 참여하는 Tech 전문 Private Equity인 Silver Lake Partners 역시 $9.6B 규모의 전체 펀드 중 상당 부분을 투자해야 하는 큰 의사결정입니다. Buyout 발표 직후 쏟아지고 있는 소송들은 정말 주주들이 화가 나서가 아니라 소송이 잘 되면 더 비싼 가격에 매도할 수 있기 때문인 자연스러운 전략적 move입니다.

Buyout을 한다고 현재 비즈니스의 Fundamental이 바뀌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유보 현금을 소모하게 되고 차입 규모가 늘어나 전반적인 Financial Position은 일시적으로 악화됩니다. 하지만, 골칫거리인 PC사업을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Turnaround하거나 아예 매각하고 Business Portfolio를 재구성하려면 상장되지 않은 상태가 더 유리합니다. 특히, PC사업을 정리하려다 내/외부적으로 엄청난 Backfire를 맞고 철회한 HP 사례를 보면 Dell의 판단이 옳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Silver Lake의 참여도 아마 PC사업 매각을 통한 빠른 Cash-out이 전제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과연 HBR (Harvard Business Review) Case로 남을만한 세기의 Transformation 사례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Image Source: arstechni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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