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는 어디에 있는가?
2013년 04월 08일

마이크로소프트는 세계적인 운영체제를 지니고 있으며 임베디드 시스템의 강자이자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브라우저와 워드프로세서의 개발사이며, 막강한 콘솔 게임을 보유하기도 한 거대한 테크 기업입니다. 컴퓨터를 키면 등장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로고 덕분에 마이크로소프트를 모르는 사람을 찾는 것이 힘들며, 세계적인 부호인 빌게이츠가 이 회사의 전 CEO라는 사실은 매우 유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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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는 어디에 있는가?

이런 MS의 존재감은 최근 들어 매우 약해졌습니다. 여전히 윈도우를 쓰고, 익스플로러로 웹서핑을 하며, 오피스로 문서를 작성하지만 독주하고 있던 MS의 예전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정상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MS는 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요?

 

3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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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IT 3강이라 하면 애플, 구글, 그리고 MS를 꼽았습니다. 오래 된 일도 아닙니다. 이들이 균형을 이뤄 새로운 모바일 세대와 기존 PC 세대를 아우를 것이라는 예상은 이들이 모두 자체 플랫폼과 서비스를 지니고 있다는 점과 소프트웨어 역량이 강력하다는 점 때문에 당연한 것처럼 보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에 와서 IT 3강이라 하면 애플, 구글, 그리고 삼성입니다. 애플과 구글이야 그렇다 치지만 최근 삼성은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하면서 모바일 시장의 강자가 되었습니다. 물론 이 셋은 서로 의존을 하고 있긴 합니다. 삼성은 구글에 안드로이드와 부품 수주, 애플은 구글의 서비스와 삼성의 부품을, 구글은 삼성에 하드웨어와 애플의 광고 수익을 나누고 있죠. 물론 이들은 이런 의존도를 탈피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그렇다면 MS는 어떤가요? 변방의 노키아와 서로 의존성을 논하고 있나요?

MS는 모바일 시장에서 완전히 밀려났습니다. 여전히 많은 랩탑이 판매되고 있다고 부정해보지만 태블릿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으며, 태블릿은 랩탑 판매량을 쫓고 있습니다. PC 시장은 어떤가요? 모바일 강세 때문에 죽을 쓰고 있죠. 여전히 많은 PC가 판매되고 있다고 부정해보지만 많은 제조사들이 윈도우8 때문에 제품이 안팔린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은 안드로이드와 iOS만의 것처럼 보이며 윈도우폰은 언제 돌아올지 가망 없는 전성기를 허풍을 떨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의형제를 맺은 노키아의 저주라도 걸린 것처럼 말이죠.

그래도 MS는 작년에 성장세를 기록하긴 했습니다. 윈도우8도 나름대로 팔리고 있고, 차세대 Xbox에 대한 기대도 높습니다. 하지만 기술 시장의 실세를 잡았다고 하기에는 너무 멀리 온 것 같습니다.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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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적으로 MS는 실패했습니다. 회사가 망했다는 뜻이 아니라 체계 변화에 실패했다는 뜻입니다. 새로운 모바일 시장은 완전히 애플과 구글과 삼성의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MS가 새로운 윈도폰을 내놓는 것에 흥분했으며, 기존 iOS와 안드로이드 시장을 뒤엎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애플과 구글과 삼성은 더 앞서 나갔습니다. 결코 뒤집어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자사의 첫 컴퓨터 하드웨어이자 태블릿인 서피스도 기존 태블릿 시장을 갈아치울 것 같다는 기대를 받았지만, 역시나 무미건조한 제품일 뿐입니다. 오피스가 되고 키보드 커버가 있는건 전혀 경쟁력이 되지 못했습니다. 긱들이야 죽어라 윈도우를 외쳤지만 말이죠.

그에 반해 애플, 구글, 삼성은 기존 PC 시장에서 새로운 모바일 시장으로의 체계 변화를 잘 이뤄냈습니다. 애플은 변화의 출발선에서 다른 회사들에 비해 먼저 앞서갔으며,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출시해 초기 문제점들을 해결하며 빠른 속도로 퍼뜨렸습니다. 삼성은 출중한 하드웨어 제조 능력을 바탕으로 소프트웨어 투자에 매진하며 얼추 비슷한 수준까지 끌어 올리고 이제는 타이젠이라는 자체 운영체제를 넘보고 있습니다.

모바일 시장에서 MS를 표현하자면 '여전히 잘팔리는 MS'가 아니라 '여전히 살아있는 MS'라고 하는 편이 나은 표현일겁니다. 그게 딱 MS의 위치입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MS가 윈도우를 가지고 있고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오피스가 없으면 안된다고 얘기하지만, 그것도 옛말입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체계는 안드로이드이며 iOS조차 윈도우보다 많이 팔리고 있습니다.

'아니, 걔들은 PC가 아니잖아. 난 콜옵도 돌려야 하고, 스카이림도 굴려야 하기 때문에 윈도우PC가 필요하다고. 그리고 그걸 원하는 사람은 많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긴하나 전체로 봤을 땐 소수입니다. 밀리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바뀌지 않는 것이고, 수많은 하드웨어 업체와 소프트웨어 업체는 모바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PC와 모바일을 통합하기 위해 웹도 건들이고 있죠. PC는 계속 쓰일테지만 충분히 잡아 먹히고 있단 말입니다. PC보다 스마트폰을 켜는 횟수만 비교해봐도 간단합니다. 용도가 다르다? 용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얼마나 많이 쓰느냐가 산업의 규모를 의미하는 것이고, MS는 큰 규모의 산업에 동참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아이패드가 출시 된지 고작 3년입니다. 하지만 그 어떤 랩탑보다 많이 판매되고 있고, 윈도우가 차지하던 임베디드 시스템까지 아이패드로 교체하는 곳도 적지 않습니다. 단지 콜옵과 스카이림을 구동하기 위한 PC로만 팔린다면 윈도우의 미래가 얼마나 암담한지 답이 나오는 것이죠.

 

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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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우 스토어가 오픈한지 5개월 만에 5만개의 앱이 등록되었다고 합니다. 앞으로의 윈도우 생태계를 이끌어 가기 위해서 5만개의 앱이 등록되었다는 점은 MS에게 그나마 다행인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5만개의 앱이 과연 MS의 미래를 짊어질 수 있는 것인가 인데, 지난 주 GDC에서 많은 게임사들이 윈도우를 대했던 태도는 윈도우를 암담하게 만들기 충분했습니다. 이미 지난해 여름 인디 게임사들은 윈도우 입점을 거부하며 아예 웹게임을 만들거나 다른 플랫폼으로 넘어가겠다고 주장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GDC를 통해 완전히 윈도우를 꺼려하는 개발자들의 모습은 MS가 윈도우 스토어를 유지하는데 과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만 남겼습니다. 게임사들은 여전히 MS의 폐쇄적인 스토어 정책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으며, 그런 현상은 MS의 지원이 뒤따라도 여전히 잦아들고 있지 않습니다.

게임만이 윈도우 스토어를 지탱할 수 있는 카테고리라는 뜻은 아닙니다. 어떤 카테고리든 개발자들이 등을 돌리는 이유가 있는 스토어라면 앱의 수급과 질은 떨어질 수 밖에 없고, 그건 향후 윈도우 블루로 불리는 차세대 윈도우 업데이트가 이뤄지더라도 이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결코 MS에 있어 5만개의 앱이 안도하게 만드는 요소가 될 수 없습니다.

MS는 모바일로의 체계 변화와 생태계 구축, 모든 면에 있어 다른 회사들과 비교 될 정도로 뒤떨어져 있습니다. 그나마 살아있는게 Xbox라면 게임 사업에나 몰두하는게 나아보일지도 모릅니다. 남은 것은 MS와 윈도우라는 이름 뿐이지만 또 사람들은 윈도우 블루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윈도우 블로 또한 이름만으로 기대를 받는 것이라면 윈도우8과 같이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는 수준에 머무를 것이며, 윈도폰도 그에 따라 함께 운명을 할 것입니다.

새로운 제품들을 출시했지만 체계 변화에 실패했으며 남아 있는 이름만으로 지탱하고 있는 것이 MS입니다. 다른 이름을 만들건 기존 이름을 살리건 MS는 뭐라도 해야하며, 점점 추락하는 위치에서 발버둥 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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