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원활한 글로벌 진출을 위해 준비해야 할 3가지 : 이연수 변호사의 로스쿨 인 실리콘밸리
2017년 01월 12일

한국 스타트업 업계의 지난 2016년은 정말 다사다난했던 것 같다. 정부, 액셀러레이터, 인큐베이터의 지원이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많았고,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도 창업에 대해 우호적으로 변화한 시간이었다. 크고 작은 투자 소식도 많았다. 미국도 외국의 창업자들에게 비자 없이 거주할 수 있는 정책을 파격적으로 발표했었고, 전보다 더 많은 지원이 계획되던 시기였다. 

하지만, 현 정부의 문제점이 드러나게 되었고, 그간 추진해오던 창조경제 사업의 하나인 창업 지원 정책도 도마 위에 함께 올라 비난을 받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외국인의 입국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은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선출되면서 외국 창업자가 미국에 비자 없이 거주할 수 있는 정책은 시행되지 못했고, 오히려 비자 발급이 더 어려워지는 상황이 되었다. 2016년 하반기에는 실리콘밸리의 큰 스타트업들뿐만 아니라 유니콘들도 인사 정리와 해고 등을 하면서 몸집 줄이기가 흔해져 스타트업의 갑작스러운 성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이처럼 2016년은 우리가 '업앤다운(Up & Down)'을 모두 경험한 해가 아닐까 싶다.

한국 스타트업들의 미국 진출을 법률적인 면으로 함께 도와오면서 한국과 미국의 제도로 인해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어렵게 하는 경우들을 많이 보았다. 이번 칼럼에서는 2017년에는 개선이 되었으면 하는 사항들과 스타트업이 미리 준비해두면 좋을 사항들을 살펴보기로 하자. 

한국 스타트업이 글로벌 진출을 하게 되면 대부분 아래의 상황들을 만나게 된다. 

  1. 플립과 세금

한국에서 설립한 회사가 성장해서 미국의 VC에게 투자를 받는 기분 좋은 일이 생길 때, 미국 VC들 대부분은 미국에 회사를 세워 그 회사를 본사로 바꾸는 '플립(Flip)'을 요구한다. 하지만 플립은 한국 국세청에 어마어마한 액수의 세금을 내야 하는 결과를 초래해 투자에 제동을 걸 때가 많다. 

대부분의 한국 창업자들은 국내에서 아이템의 시장성을 시험해보고 회사가 성장해 확장할 여건이 갖춰지면, 미국 등으로 글로벌 진출을 생각한다. 지극히 당연하고 안전한 계획이다. 하지만 정작 미국에 회사를 세우고 플립을 하려고 하면, 한국 회사 주식을 살 때의 가격과 플립을 할 당시의 주식 가격의 차액이 수입으로 잡혀서 이에 따른 세금을 한국 국세청에 내야 한다.

플립은 한국 회사 주주들이 주식을 회사로 되돌려주고 미국 회사의 주식을 받는 방식이다. 실제로 주주 입장에서는 주식 증서만 바꾸는 것이지만 한국의 세금법에 따르면 한국 주식을 한국 회사에 팔고 미국 회사 주식을 사는 것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이에 세금을 내야 하는데, 창업자에게 몇천만 원에서 수십억 원의 세금이 부과되는 경우가 있었다. 주주 입장에서 이렇게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면 플립에 동의를 할 수 없을 것이고, 더 나아가 해외로의 진출도 발목을 잡히게 되는 것이다. 

회사 직원도 늘고 회사 가치가 상승하는 행복을 맛보다가, 다음 단계의 성장을 위해서 플립을 하려고 하면 오히려 고액의 세금 때문에 발목이 잡히는 상황은 너무 아이러니하다. 플립이 여의치 않을 때는 차선책을 사용하지만, 그에 따른 문제들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애초에 플립을 할 필요가 없도록 미국에 본사를 세우고 한국에 지사를 세워서 그 구조로 성장하게 되면 여러 가지가 해결된다. 연간 약 백만 원 이하의 비용으로, 미국에 회사만 세워 운영하는 것이 가능하다. 한국에서는 그대로 직원을 고용해서 사업을 하면 되고, 추후 글로벌 진출을 하거나 외국에서 투자를 받더라도 그 구조로 진행할 수 있어 가장 권하고 싶은 방법이다. 하지만, 이 경우 한국 정부 지원에 관한 제재 문제가 있다.

  1. 정부 지원 규제 

스타트업을 위한 많은 종류의 정부 지원책이 있다. 연구 지원금, 매칭 펀드, 사무실 장소 제공, 멘토링 지원 등 정부에서 많은 자금을 들여 이렇게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나라도 전 세계에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서 요구되는 조건들 가운데 공통점은 한국 법인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회사의 지사여도 안되고, 한국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에게만 대부분의 기회가 주어진다. 결국, 스타트업은 정부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한국에 본사를 내야 하고 미국 투자자에게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미국에 본사가 있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맞는다.

정부는 창업가에게 글로벌 진출을 하라는 취지로 여러 지원을 하면서도, 동시에 정부의 지원 조건이 글로벌 진출에 어려움을 주는 요소가 되는 부분은 불합리하다. 한국 정부 자금을 사용하는 것이니 한국 회사에만 그 자금이 쓰여야 한다는 조건은 충분히 이해가 가는 부분이지만, 회사의 국적에 따르지 않고 '주주의 100%가 한국인이어야 한다'는 등의 조건으로 대신할 수 없을지 고려해봐야 하는 것 아닐까. 정부 지원을 받은 스타트업이 성공적으로 글로벌 진출을 해야, 결과적으로 정부의 자금 지원도 결실을 보는 것이니 말이다. 

  1. 비자 

아무리 회사가 글로벌 진출을 계획한다고 해도 미국 회사로 파견 근무할 직원의 비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사실상 여러 가지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미국에서 직원을 고용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는 한국에서 임원이 먼저 오고 투자나 사업 파트너를 만나는 일들이 선결되어야 한다. 한국에서 미국에 진출하는 스타트업의 입장에서는 가급적 운영 비용을 줄이고 불필요한 지출을 하지 않는 것이 맞겠으나 비자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서류로 증명해야 하는 부분들이 필요 이상의 준비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시민권자 직원 고용, 넓은 사무실 공간 확보, 충분한 투자금 송금 등이 그러하다.  보다 자세히 설명하자면, 최근 비자가 까다로워지면서 고려되는 조건 중 하나는 미국 시민권자를 고용했는지다. 미국은 한국보다 인건비가 매우 비싸서 직원을 고용하면 비용 부담이 과도해지므로 갓 창업을 한 스타트업은 구태여 미국에서 직원을 고용할 필요가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므로 필요 없이 시민권자를 고용하는 것이다. 

또한, 비자를 심사하는 조건 중 하나가 충분한 사무 공간의 확보이다 보니 정식 사무실 렌트 계약서를 준비하게 된다. 사실,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의 스타트업은 컴퓨터를 놓을 자리만 있어도 업무가 충분히 가능하므로 집에서 근무를 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 그러나, 비자 신청 과정에서 재택근무는 승인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는, 사무 공간도 이민국이나 대사관의 시각으로 볼 때 회사의 비즈니스 계획을 실행하기에 충분한 정도를 요구한다. 

다른 비자들도 그렇지만 E-2 비자의 경우는 한국에서 미국 회사로 들어오는 투자금이 양이 많아야 한다. 미국에 회사를 세우고 진행 상황에 따라 미국 회사에 자금을 보내거나, 한국에서 발행하는 매출 일부를 분기별로 보내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비자 신청 전에는 미국 회사의 주거래 은행에 자금이 많이 들어온 것을 증명해야 비자 신청에 유리하므로 당장 필요가 없어도 미국 회사로 자금을 보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비자 심사가 점점 더 까다로워지는 추세였는데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된 마당이니 조건은 더 까다로워질 것이다. E-3 비자 등 정부 간 조약과 협정 등으로 비자 승인이 수월해지기를 바라지만 단기간에 그런 일이 생기지는 않을 것 같다. 한국의 스타트업이 미국에 진출하면서 비자를 준비하게 되면 사무실 공간 확보, 미국 회사의 투자금 확보, 시민권자 고용 등을 준비하는 것이 비자 승인의 확률을 높일 방법이다. 사무 공간은 꼭 유료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정부 산하 기관이 운영하는 인큐베이팅 센터를 통해 무료로 공간을 받는 스타트업도 사업을 진행하기에 충분한 상태라면 비자를 승인받고 있으니 충분히 알아보도록 하자.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에 있어서 지난 몇 년간 가장 고민스러운 문제는 플립, 정부 지원금 수혜를 위한 조건 만족, 그리고 비자였다. 현실적으로 스타트업이 위에서 언급한 조건들 자체를 바꿀 수는 없겠지만, 미리 알고 준비한다면 조금의 손실이라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흔히, 새해가 밝았다고 표현하는데 2017년 새해는 특히나 '스타트업'에게 더 밝은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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