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바꾸고 싶었던 두 명의 애기아빠, 커피 한 잔으로 인생이 바뀌다
2012년 08월 13일

커피 한잔으로 인생이 바뀔 수 있을까? 커피가 인생을 바꾸진 못해도 나에게 조언을 해 줄 멘토는 분명 내 인생에 크게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 같다. 올해 5월부터 인생 1막 2장을 준비하고 있는 두 명의 애기 아빠를 소개하고자 한다. 노크온피플의 이승헌 대표와 이창훈 기획팀장은 ‘멘플’이라는 서비스를 지난 24일 베타로 시작했다. 서비스 소개에 앞서 공동창업자 두 명이 사업을 시작하게 된 개인적인 이야기가 너무 솔직하고 진솔하게 들렸다.

- 청년 이창훈에서 창업자로.

4년 전, 청년 이창훈은 대학을 졸업했고 주변 친구들이 그러하듯 대기업에 지원했다. 남부럽지 않은 S대기업을 다니면서 현재 와이프와 결혼에도 골인했다. 경력도 쌓고 인정도 받게 되면서 일본으로 파견근무를 나갔다. 일본 요코하마에서의 생활은 신혼부부에겐 긴 신혼여행과도 같았다. 행복한 나날은 그치지 않았고 2010년 4월 첫째가 태어났다. 첫째를 가지게 된 기쁨도 잠시,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일본 열도가 흔들렸다. 대지진이었다.

"그 때 일어났던 대지진이 정말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어요.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더라고요. 가장 소중한 가족이 이제 생겼는데…"

이창훈 씨는 대지진이 있고 난 후 인생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보게 된다. 대기업에 들어가서 일본에서 일하고 있는 지금, 자신의 의지로 결정한 일은 없어 보였다. 졸업하기 전에 직장에 대한 고민을 더 해야 했다는 후회가 들었지만 지금 당장 자신의 인생의 진로를 바꿀 용기는 나지 않았다. 다니던 회사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공부를 더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국내외 대학 MBA 여섯 군데에 지원했다. 한둘씩 탈락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창훈 팀장은 학업을 계속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것이 현실에서 도피하려고 했던 한 대안이었다며 자신의 심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진로에 대한 도피적인 태도를 보였던 것에 대해서 반성하면서 자신의 인생이 바뀔 수 있으려면 우선 더 열정적인 사람들을 만나봐야 하겠다는 생각에 3개월 전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스타트업 위켄드에 참여하게 되었다.

- 청년 이승헌에서 창업자로.

청년 이승헌은 어렸을 때부터 창업에 대한 욕심이 있던 도전적인 젊은이였다. 하지만 그런 그도 주변에 만연한 취업에 대한 이념으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했다. 주변 사람들이 얘기하는 성공한 직장인의 모습은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는 것이었고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따라 졸업 후 공기관에서 일하게 되었다. 하지만 타인의 기준으로 선택한 그 직업에 본인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무엇보다 자신의 적성과 맞지 않았다.
이승헌 대표는 어느덧 결혼하고 아기도 가졌다. 창업에 대한 욕심은 여전히 많이 남아있어서 2년 전부터는 창업을 하겠다는 생각에 홀로 퇴근 후 매일같이 커피숍을 찾았다고 한다. 늦은 저녁 시간 커피숍에 홀로 앉아서 어떤 창업을 할 수 있을지 하나둘씩 써내려 갔다. 그 생활은 4개월 동안 이어졌다. 할 수 있을 법한 창업아이템은 여러 개 찾았고, 본격적으로 시작을 해보겠다는 생각에 직장을 다니면서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에게 연락해서 만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경험해보지 못한 분야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그 분야의 사람을 만나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을 처음 만나는 건 참 힘든 일이에요. 하지만 일단 한 번 만나기 시작하면 대부분의 사람이 도움을 구하러 온 사람들에게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누려고 하더라고요.”

창업을 하겠다는 일념으로 사람들을 찾아 만나던 오랜 기간 끝에, 자신이 사람을 만나는 데에 더 효율적인 플랫폼이 있겠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스스로 절실하게 필요함을 느꼈던 탓인지 아이템에 대한 확신을 하고 서비스를 기획했다. 그때, 둘째가 태어났다. 더는 늦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니고 있던 직장을 그만두었다. 그는 아이템을 꼭 숨겨둔 채로 함께 창업할 사람을 찾기 위해서 스타트업 위켄드에 나가게 되었다.

- 두 애기 아빠의 만남 - 스타트업 위켄드

Startup Weekend는 기획, 개발, 디자인, 영업, 마케팅 등 각 분야의 열정적인 전문가들이 모여 약 54시간 동안 새로운 창업 아이디어를 발굴해 실제로 개발하는 행사이다. 이런 형식의 대회를 해카톤(Hackaton : Hacking + Marathon)이라 부른다. 제7회 Startup Weekend는 서울대학교에서 진행되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두 젊은 애기 아빠는 그렇게 스타트업 위켄드에서 만나게 되었다. 2세를 가지면서 진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시작했다는 점, 창업하기 위해서 다니고 있던 직장을 그만둔 상태라는 게 통했는지 둘은 2박 3일간 스타트업 위켄드에서 한 팀으로 서로에 대해서 알아갈 수 있었다. 스타트업 위켄드가 끝난 뒤, 이승헌 씨는 이창훈 씨를 커피숍으로 불렀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면서 살아갈지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가 오갔다. 이승헌 대표는 그제야 자신이 오랜 시간을 준비해온 아이템을 꺼내 상대방의 의견을 물었다. 이창훈 팀장은 '이 서비스야말로 자신의 인생에서 평생 필요로 했던 서비스'라며 반겼다. 둘은 다음날부터 바로 서비스를 함께 준비하게 되었다. (창업을 시작하자마자 이창훈 팀장은 서울대학교 MBA코스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정말 좋은 기회였지만 가지 않았다.)

- 인생을 바꾸는 커피 한 잔 - 멘플

“현재 청년들의 이직률이 높은 근본적인 문제는 직업에 대해서 잘 모르고 지원했기 때문입니다.”

멘플은 취업준비생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다. 직장을 다녀보지도 않았고, 앞으로 선택해야 할 직업에 대해서 모르고 있는 취업준비생들에게 현업에 있는 사람들과 만날 기회를 주선할 수 있다. 취업준비생뿐만 아니라 이직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7월 24일 베타서비스를 오픈한 멘플에는 현재 300여 명의 멘토가 등록되어 있다. 만나고 싶은 멘토가 있다면 멘티가 2인분의 커피 값을 선결제하면 된다. 멘토와 멘티의 만남에서, 멘티는 무엇인가를 부탁하고 받으려는 입장이고, 멘토는 멘티에게 무엇인가를 줘야 하는 입장에 놓이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이 이런 이해관계를 따지지는 않겠지만 우리가 알게 모르게 사람을 만나는 일이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이유에는 이런 주고받는 것에 대한 계산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멘플을 통해서 만남을 가지게 되면 이런 계산에 대해서 자유로울 수 있다. 부탁하는 입장인 멘티가 멘토에게 커피를 사주고, 멘토 입장에서는 30분이라는 사전에 약속된 시간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낭비할 염려도 없어진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누군가에게 부탁을 구하고 요청해야 하는 입장이라면 커피값 5,000원쯤은 멘티가 낼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는 게 노크온피플의 생각이다. 만남을 통해서 멘토도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서 설명해주면서 자부심도 느끼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뿌듯함이 있었다는 후기를 통해서 꼭 이런 만남에서 멘티만 멘토로부터 무엇인가를 얻어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진로라는 게 참 무거운 주제거든요. 내가 누군가에게 매료되거나, 놀라울 만한 사람을 만났던 경험은 모두 오프라인에서 일어났습니다. 진로에 대한 고민은 오프라인에서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온라인 플랫폼이나 버티컬 SNS를 보면 모두 오프라인에서 일어나는 활동들을 온라인으로 옮기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아이템들에 대해서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은데, 오프라인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을 굳이 왜 온라인으로 옮겨야 하는지에 대한 마땅한 이유를 모르겠다는 게 그 이유다. 그런 시각에서 봤을 때, 멘플은 온라인을 통해서 오프라인의 만남을 도모한다는 것이 긍정적으로 보인다.
두 명의 공동창업자가 퇴사를 작심하기까지 겪었던 많은 고민들, 한국의 모든 취업준비생이 하는 고민들, 이직을 고려하고 있는 사람들의 고민을 멘플을 통해서 조금은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멘플을 통해서 이뤄지는 만남은 단순히 직업에 대한 조언이 아니라 대한민국 청년들의 열정이 어디로 향해야 할지에 대한 이정표를 세워 주는 일과 같아서 더욱 값진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 노크온피플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멘플에 딸린 애기들만 벌써 다섯 명이에요.”

앞서 소개한 두 명의 애기 아빠 외에도 개발팀장까지 애기 엄마여서, 회사에서 주로 하는 이야기는 “어제 우리 애가 땀띠가 났다.”, “기저귀를 다른 걸로 바꿔야겠다.”라는 둥, 육아에 관련된 이야기라며 농담조로 얘기했다. 흔히 창업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기왕이면 결혼도 하지 않고 애도 없을 때 시작하는 게 좋다고들 충고한다. 창업이 실패했을 때에 감당해야 하는 리스크 때문이기도 하지만 육아와 가정까지 신경 쓰기에 많은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이창훈 팀장은 기존에 들어왔던 이런 얘기들과는 다른 의외의 대답을 했다.

“만약 제가 솔로인 상태로 스타트업을 하면 지금과 같진 않을 거에요. 회사에서 힘든 일이 있을 때에는 젊은 시절의 나였다면 주변 사람들과 다투거나 술을 마시는 것으로 풀었을 텐데, 지금은 가정이 있고 집에 있는 아기가 있기 때문에 밖에서 힘든 일이 있어도 집에서 자고 있는 애기 얼굴 한 번 보면 다음 날 출근할 에너지가 생겨요.”

다행히도 두 명의 공동창업자에게 가족은 짐이 아니라 에너지원이었다. 필자도 두 공동창업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직장생활을 하던 사람이 자신의 에너지를 쏟을 곳을 찾았다는 사실에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두 창업자의 빛나고 있는 눈빛을 보면서 또 한 번 ‘왜 우리는 창업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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