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넬대와 뉴욕시의 거대한 실험
2013년 04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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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 김창원은 현재 실리콘밸리 벤처기업인 타파스미디어의 대표이다. 개인적으로 한국과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연계하는 일에 강한 열정을 가지고 있다. 그는 실리콘밸리의 유명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인 500 Startups에서 유일한 한국인 어드바이저 및 엔젤투자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하내용 원문보기)

작년에 발표되어 화제가 됐던 코넬-테크니온 뉴욕 캠퍼스가, 퀄컴 창업자로부터 1,400억 원 규모의 기부를 추가로 받았다고 한다. 코넬-테크니온 뉴욕 캠퍼스는 뉴욕의 하이테크 창업 생태계를 실리콘밸리 못지않게 키우려는 야심찬 계획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다.

잘 알려진 대로 실리콘밸리의 태동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곳이 바로 스탠포드 대학이고, 그의 대척점에 서는 미국 동부의 뉴욕 지역에서 창업의 중심지 역할을 할 학교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자는게 이 프로젝트의 목적이다. 궁극적으로 스탠포드와 코넬이 치열한 경쟁을 했고,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코넬 (및 코넬과 협력관계를 맺은 이스라엘의 테크니온 공대) 이 최종 사업자로 선정되었다. 아마 모르긴 해도 서부의 스탠포드 대학의 영향력이 동부 뉴욕까지 미치는 걸 경계하고, 이왕이면 같은 지역, 뉴욕주 안에있는 학교를 키우자는 입김도 작용했을 지도 모르겠다.

학교가 들어설 곳은 맨하탄 옆에 있는 루즈벨트 아일랜드로 뉴욕에 자주 가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센트럴파크 옆의 어퍼 이스트 사이드에서 브루클린/퀸즈쪽으로 넘어가는 쪽에 걸쳐져 있는 우리나라 여의도와 같은 섬이다. 뉴욕시는 상당한 규모의 땅과 기타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메인 캠퍼스는 2037년까지 계속해서 설립해 나갈 계획이라고 하는데, 완공이 되면 뉴욕의 새로운 명물중 하나가 될 지도 모를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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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학교가 발표한 향후 전략은 하이테크, 산학협력, 스타트업 창업 이런 키워드들로 점철되어 있다. 한마디로 동부의 스탠포드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그리고 이걸 통해서 동부의 실리콘밸리를 만들자, 이런 생각인 듯하다. 임시 캠퍼스가 구글 뉴욕 오피스 내에 있다는 것 자체가 벌써부터 심상치 않은 조짐(?)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이스라엘 테크니온 대학이 파트너로 컨소시엄에 참여했다는 것은 곧 이스라엘 인재들이 이 프로그램을 직간접적으로 통해서 미국으로 진출할 가능성을 의미한다. (하여간 이 유태인들 참 못 말린다. 블룸버그 시장도 이름을 보면 유태인이고, 구글 창업자들도 유태인이고, 이스라엘 테크니온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이 프로젝트를 추진한 장본인은 바로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이다. 요새 미국에서는 이렇게 시장들이 나서서 소매를 걷어붙이고 창업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Ed Lee 샌프란시스코 시장은 요새 들어서 전설적인 VC인 론 콘웨이와 너무 친하게 붙어다닌다는 소문까지 자아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건 뭔가 밀실 거래가 있는게 아니라, 바라보고 있는 비전이 같아서 너무 잘 통하는 것이다.) 문서와 말뿐 아니라 정말 시장이 발로 뛰면서 창업 생태계 조성에 뛰어다니는 것이 눈으로 보일 정도다. 물론 블룸버그 시장의 경우 그 자신이 성공한 기업가이기에 아마 남다를 수도 있다. (참고로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고 지나간 뉴스였지만, 블룸버그 시장은 올해 초에 모교 존스홉킨스에 3500억 규모의 기부를 해서, 지금까지 한 대학에 개인 자격으로 1조원이 넘는 기부를 한 최초의 인물이 되었다. 즉 지금까지 미국 역사상 대학교 한곳에 기부 제일 많이 한 사람인 것이다. 정말 여러모로 "난 사람" 임에 분명하다.)

이런 거대한 학교 프로젝트를 하는 이유는 전시 행정이 아니라, 결국 실리콘밸리같은 이노베이션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핵심 요인 중 하나가 바로 하이테크 중심의 강력한 리서치 대학, 그리고 그 대학과 주변 산업간의 유기적인 교류라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산학 협력은 오픈된 생태계 창출보다는 특정 기업의 고정적인 채용 루트로 사용되는 사례가 자주 보이는 것 같다.

최근 들어서 우리나라 정부 창업 지원금이 늘어날 것 같다는 이야기가 들리는데, 무조건 단기적인 창업 증가와 성장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좀더 장기적인 "생태계 조성"에 집중해야 할 것 같다. 단순히 보고서 상에 "OO조원 기금 조성, OO% 사용" 이런 것만을 염두에 두는건 아닌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숲을 가꾸려면 종자만 수백만게 뿌린다고 되는게 아니라 밭을 갈고 물을 대주는 등, 종자가 싹을 틔우고 싹이 묘목이 되서 언젠가 뿌리를 내리고 큰 나무가 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 "창업지원금 OO조원 통한 1인기업 OO만개 창출" 이런 것들이 거기서 그친다면, 마치 황량한 벌판에 "씨앗 OO만개 뿌림" 이것과 비슷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전반적인 생태계 조성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스탠포드+실리콘밸리식" 산학 협력이라는 것을, 코넬 테크니온 뉴욕 캠퍼스 프로젝트가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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