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벤처계의 거목, 고영하회장을 만나다

 벤처계에 입문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거치는 이름이 있다. ‘고영하’가 바로 그 이름이다. 2007년부터 고영하회장이 이끌어온 고벤처포럼은 벤처계에 뛰어들어 고난을 겪을 때 의지할 수 있고, 기쁜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달려가 감사 인사를 드리며 기쁜 일을 전하는 정신적 버팀목이자 실질적인 도움과 조언을 얻을 수 있는 장으로 기능해왔다.

 고영하회장의 사무실에는 항상 그의 조언과 도움을 구하는 벤처인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 항상 벤처인들의 사정을 ‘경청’하기에 바쁜 고영하회장은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어떻게 벤처인들을 위해 고벤처포럼을 이끌고 매일 3개 이상씩 벤처팀을 만나며 돕고 있는 건지 문득 궁금해졌다. 벚꽃이 곱게 피기 시작하던 4월의 어느 날, 불쑥 고영하회장을 찾았다. 큰 키에 청바지를 차려 입은 그는 경영권분쟁으로 도움을 청하러 온 벤처인을 돕느라 정신이 없었다. 10여분을 기다린 끝에, 항상 마음 속의 신념을 쫓아 살아온 그의 귀한 인생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beSUCCESS 고영하회장님, 불쑥 찾아와서 외람된 말씀입니다만 잠깐 인터뷰를 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회장님께서 어떠한 인생을 살아 오셨는지, 또 어떻게 지금과 같은 일을 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고영하회장 인터뷰를 하고 싶다면 해야죠. 어떤 것들이 궁금한가요?(웃음)

beSUCCESS 회장님께서 원래 전공은 의학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의학도에서 어떻게 지금과 같은 벤처인의 삶을 살아오게 되신 건지 궁금합니다. 회장님의 인생에 하이라이트라고 해야 할까요,인생의 방향을 결정지은 큰 변곡점이 어떤 순간이었는지 궁금합니다.

고영하회장 인생의 큰 변곡점이라... 제 인생에도 잊지 못할 큰 변화의 계기가 몇 번 있었죠. 1974년도였습니다. 제가 23살이 되던 해, 의대 본과생이었던 해였죠. 그 전까지만 해도 저는 평범한 의학도였습니다. 그 때 유신헌법이란 게 있었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잘 모를거에요. 유신헌법이란 국민들이 직접 대통령을 뽑는 게 아니라 박정희대통령이 임명한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대통령을 뽑는거에요. 120명의 학생이 모였습니다. 유신헌법은 뭔가 문제가 있지 않은가 하는 학생들의 토론회였어요. 토론회를 하고 있던 중에 경찰이 우리를 둘러쌌습니다. 120명이 연행되어 군사법정에서 재판을 받았어요. 그때 주동자로 7명이 지목됐는데, 그 속에 제가 있었습니다. 1심에서 징역 12년이 선고되었어요. 결국 7년형이 확정되었죠. 다행히 1975년도에 석방되었습니다. 하지만 돌아갈 곳이 없었어요. 친구들은 다들 의학도의 길을 걷고 있었지만 전 학교에서 받아주질 않았어요. 그래서 독일로 유학을 가려고 했습니다. 입학 허가를 받고 출국을 하려는데 여권이 나오질 않았어요. 방황의 시절이었죠. 결국 오퍼상이 되었습니다. 무역업을 시작했는데 그때가 1977년이었습니다.

beSUCCESS 평범한 의학도에서 사업으로 전환하게 되신 계기가 있었군요. 그럼 1977년부터 계속 사업을 하신건가요?

고영하회장 (웃음)그때 사업이라고 하기도 어려워요. 장사였죠. 하지만 일 년 이 년이 지나자 조금씩 자리를 잡기 시작했어요. 돈도 조금씩 모이기 시작했죠. 그런데,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이 있었어요. 제 고향이 광주입니다(웃음).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나기 전에 이미 요시찰인물로 분류되어있던 제게 수배령이 떨어졌어요. 다행히 그걸 미리 알게 되어 또 감옥에 갈 순 없다는 생각으로 몸을 피했습니다. 1980년 내내 도망 다니며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유인물을 만들어 뿌렸죠. 사무실은 안기부에서 나와서 점령하고 있었습니다.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당시 정권의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기 위해 계엄령을 해제했고, 제 지명수배도 해제 되었어요. 하지만 회사로 돌아왔을 땐 빚만 가득하고 회사는 이미 부도가 난 상태였습니다.   

한국 벤처계의 거목, 고영하회장의 인생 이야기와 벤처계에 대한 헌신의 이야기는 2부에서 계속됩니다.

고영하회장은 beLAUNCH 2012의 '대한민국 벤처생테계의 현재와 미래' session에서 만나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