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과 핀테크 스타트업,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습니다” – 한국NFC 황승익 대표
1월 21, 2015

드디어 핀테크 산업의 빗장이 풀렸다. 지난 15일 금융위원회가 보안성심의제도를 폐지하면서부터다. 이로써 올해 국내에서는 더 많은 핀테크 스타트업의 시도와 도전을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한국NFC의 황승익 대표를 만나 규제 문제와 2015년 국내 핀테크 산업 방향성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국NFC

보안성심의제도 폐지, 무엇이 달라질까 

'검열' 논란이 잦았던 2014년이었다. 언론 검열로 인한 각종 송사부터, 사이버 망명을 낳았던 카톡 검열까지. 보안성심의제도 역시 핀테크 사업에 대해 금융위원회가 그 합법 여부를 심사하는 일종의 사전 검열이다. 잣대로 들이댄 규제 내용 자체가 시대착오적이기도 했지만, 더 큰 문제는 스타트업의 경우 심의를 신청할 수 조차 없었다는 점에 있었다. 심의 신청자격자가 기존 금융사 및 전자금융업자로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오디션으로 치면 선발되기는커녕, 무대에 서볼 기회조차 없었던 셈이다. 간편 결제 서비스인 한국NFC 역시 이미 작년 4월 기술 개발을 모두 마쳤지만, 규제 문제로 정식 서비스 출시를 올해로 미뤘다.

이런 가운데 금융위원회는 15일 핀테크 사업 지원을 위해 사전규제에서 사후관리로 그 패러다임을 바꾼다고 발표했다. 불필요한 심의로 자라나는 스타트업의 싹을 잘라내버리는 일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제 은행, 카드사와 같은 기존 금융기관의 보안성 테스트를 통과하면, 기본적으로 다양한 분야의 핀테크 사업을 시도해볼 수 있다.  이른바 '보안 4종 세트'를 필수적으로 탑재해야 된다는 압박에서도 벗어났다. 법률적 요건을 완벽하게 갖춰야만 시작할 수 있었던 핀테크 비즈니스를, 이제서야 스타트업답게 린(lean)한 방식으로 시도해볼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이다.

또 하나의 큰 변화는 온라인 금융 거래의 중심축이 사업자에서 이용자로 옮겨간다는 것에 있다. 사용자의 경험을 최우선 순위에 두는 것이 당연해진 시대에, 유독 국내 금융 거래만큼은 보안 책임과 불편을 사용자에게 떠넘기고 있었다. 쏟아져 나온 수많은 간편결제들을 이용하기 위해 사용자는 평균 13가지 단계를 거쳐야 한다. 하나도 간편하지가 않다. 신용카드 거래 때마다 공인인증서나 휴대폰 본인 인증을 통해 반드시 본인 인증을 해야 한다는 여신전문금융업 19조 2항 때문이다. 기존 보안성심의제도는 금융사에 의해 악용되기도 했다.

"막으려고 애를 써도 금융 사고는 반드시 일어나요. 다만 해외는 사고율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제재합니다. 온라인 쇼핑몰은 사고율이 1% 이하여야 한다. 초과할 경우 면허 취소할게, 하는 식으로요. 피해자 보상제도와 같은 사후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죠. 반면 국내에서는 사고의 위험을 어떻게 해서든 사전에 원천 차단하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고가 터질 때마다 보안 시스템들이 하나 둘 덧붙여지고 이용자만 불편해지죠. 금융사 입장에서도 정부가 제시한 보안 심의를 다 통과했기 때문에 사고의 책임이 없다고 발 빼기가 쉽습니다. 그럼 결국 책임은 모두 이용자 개인에게 돌아가는 거죠. 정부가 기존 금융사에게 일종의 면죄부를 부여한 셈입니다."

황승익 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금융 거래 피해자의 승소율이 0%다. 대부분이 적당한 합의금을 주고 사건을 무마시킨다. 지난해 11월, 농협 1억 2천 무단 인출 사건에서도 농협은 '피해자 지원방안 찾는 중'이라는 미진한 태도를 보였다. 심의제도가 폐지되면 금융사는 이를 방패 삼아 피해자에게 책임을 떠넘길 수가 없게 된다. 결국 각 전자금융사업자가 더 높은 보안기술과 소비자보호 대책을 마련하게 되리라는 것이 황승익 대표의 설명이다. 반면 사용자는 훨씬 간단하게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다.

한국NFC 혁신성, 애플페이에 뒤지지 않는다

보안성심의제도 폐지로 이제 한국NFC는 카드사와 협의만 거치면 바로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1년간의 기다림 끝에 얻어낸 결실이다.

해외에서도 애플페이, 구글페이 등 NFC를 활용하는 결제 서비스들이 앞다투어 등장하고 있다. 황승익 대표에 따르면 애플페이와 유사한 서비스는 사실 국내서 3년 전 시도됐다가 실패했다.

"3년 전 NFC 결제가 실패한 이유는 복잡하고 어려웠기 때문이죠. 카드 정보를 핸드폰에 담아, 신용카드 대용으로 쓴다는 것이 주요 골자인데 본인 증명을 위해 패턴을 입력하고 비밀번호를 넣어야 했기 때문에 단순하지가 않았습니다. 애플페이는 그 본인 인증 과정을 지문 인식으로 간소화시킨 것입니다. 그 차이로 실용성이 높아졌죠."

인프라도 문제였다. 전국 상점에 NFC를 인식하는 단말기를 설치해야 하는데, 거기에 드는 돈만 몇천 억에 달했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었지만, 리더기를 보급하는 VAN 사업자들이 협조하지 않았다. VAN 사업은 전통적으로, 통신사와 라이벌 관계에 있는 카드사에 더부살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카드사와 통신사가 단말기를 공동으로 설치하고 수익을 나누는 방식으로 협상하자는 안이 나왔지만, 3년째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아마 애플페이가 국내에 들어와도 인프라가 갖추어져야만 확산될 수 있으리라고 보는 것이 황승익 대표의 의견이다.

하지만 3년 전의 실패는 NFC 사업을 다시 시도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자양분이 됐다. 통신사가 주도적으로 NFC 사업을 진행했던 덕에, 현재 거의 모든 스마트폰에는 NFC 안테나가 들어가 있다. 애플페이 등 타 결제 시스템과 비교해 한국NFC가 갖고 있는 강점은 바로 이 범용성이다.

"한국NFC의 경우 별도의 인프라 투자 없이도 교통카드 기능이 되는 신용, 체크 카드만 있으면 결제할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 신용카드 발행량은 약 5,700만 장, 그중 자주 쓰이는 것이 2천만 장입니다. 성인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고, 하루에 두 번씩 출퇴근 시간에 버스카드를 사용하죠. 아무리 간단한 결제라도 보급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한국NFC는 사용자에게 추가적인 행위를 학습시키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혁신적입니다.


[한국NFC 실제 결제 데모 영상]
범용성 이외에도 한국NFC는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도 강점을 갖는다. 개인 정보를 미느냐, 당기느냐 하는 문제다. 기존 결제 시스템들은 사용자의 카드번호 등 개인 정보를 판매사의 서버로 당겨와서 결제를 처리하는 '풀 페이먼트(Pull payment)' 방식을 사용하고 있었다. 반면 한국NFC는 사용자의 개인정보가 판매사로 넘어가지 않고도 결제처리가 되는 '푸시 페이먼트(Push payment)' 방식이다. 판매사가 송장을 생성하고 사용자에게 전달하면(push) 사용자가 알아서 결제처리를 한 후 디지털 영수증을 판매사에게 돌려주는 개념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온라인 결제의 표준이 풀 페이먼트에서 푸시 페이먼트 쪽으로 전환되고 있어요. 구글, 애플, 페이팔 등이 속해있는 웹결제 관련 협의 단체에서도 사용자가 웹결제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철학을 공유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한국NFC도 새로운 결제 패러다임에 속한 사용자 중심 서비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은행과 핀테크 스타트업, 뭉쳐야 산다 

스마트 금융 확산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 금융 거래 트렌드를 반영한 옴니 채널과 디지털 기반의 미래형 점포 모델도 계속 모색해 가야 합니다. 최적의 채널을 통해서 최고의 금융 솔루션을 적시에 제공하는 채널 혁신에 은행의 역량을 집중해 가야 하겠습니다.
- 신한은행 서진원 은행장 신년사

핀테크 열풍은 은행의 경쟁자가 누군지도 모를 만큼 거센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내년에 계좌이동제와 개인종합자산관리제도가 시행되고 인터넷 전문은행마저 들어서면 그 동안의 경계와 칸막이는 사라지고 고객은 더 좋은 상품을 찾아, 더 믿을만한 은행을 찾아 끊임없이 옮겨 다닐 것입니다.
- IBK 기업은행 권선주 은행장 신년사

금융환경의 빠른 변화에 대응하여 시스템적 리스크 점검주기를 단축하고 지급결제제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핀테크에 대한 감시체계를 마련하는 등 금융시스템 안정성 강화를 위해서도 더욱 힘써야 하겠습니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신년사

2015년 국내 은행장들의 신년사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핀테크다. 대부분의 은행에 해를 넘기며 전부 핀테크 전담 사업부가 들어섰다. 부서장으로는 부장이나 임원급 인물들이 선임됐다.

"부서까지 만들 정도면 상당히 큰 조직이 세팅된 것이거든요. 문제는 수장들이 핀테크를 육성하겠다고 발표했고, 부서는 꾸려졌는데 아직 구체적인 계획안을 내놓은 곳은 하나도 없습니다. 부서장으로 계신 분들도 아직 아이디어가 없는거죠. 위에서 만들라고 해서 만들었는데, 뭘 어떻게 해야하는 지 감이 안 오는 상황인 거죠."

황승익 대표는 이 난제를 풀기 위해서 핀테크 스타트업과 은행의 협업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은행들이 올해 안에 결과를 보려면, 반드시 핀테크 스타트업들의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수혈해야 합니다. 기존 금융사들은 2009년 금융 위기 이후, 비용 절감에만 초점을 맞춰 업무를 진행했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에 대해 보수적이예요. 지금은 저희같은 스타트업과 협업하거나, 아이디어를 사서 서비스 개선이나 신사업 개발에 적용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핀테크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기존 금융사와 손을 잡지 못하면 사업을 시작조차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핀테크 스타트업과 금융사, 정부 관계자 가 한 데 모인 '핀테크포럼'이 지난해 11월에 발족했다. 비바리퍼블리카, 코빗, 한국NFC와 같은 국내 대표 핀테크 스타트업은 물론 하나은행, 우리금융경연연구소 등의 수장들도 발기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정부 역시 15일 보안성심의제도 폐지와 동시에, 올 한 해 핀테크 기업에 최대 2천 억 원을 지원할 계획임을 밝혔다. 금융권, 정부의 움직임이 달라지면서 꽉 막혀있던 핀테크 스타트업의 숨통이 트이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알리페이를 내놓은 중국과 비교했을 때, 국내 핀테크 스타트업이 기술적으로 뒤쳐지는 것은 없어요. 다만 오랫동안 진도가 못나간 탓에 서비스 측면에서는 2년 정도 뒤지고 있죠. 2015년은 그  격차를 메우고 국내 핀테크 스타트업이 한 발자국 도약할 수 있는 원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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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새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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