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스크립션 헬(Subscription Hell)
5월 23, 2018

*이 글의 원문은 Subscription Hell로 TechCrunch의 Danny Crichton이 5월 7일에 쓴 글이다.

블룸버그는 5월 초 자사의 뉴스와 텔레비전 채널을 유료 구독제로 전환한다고 발표하였다(다만 트위터와 파트너십을 맺고 실시간 뉴스를 전하는 틱톡(TicToc)은 계속해서 무료로 제공될 예정이다). 유료화 소식은 놀랍지 않지만, 진정 놀라운 것은 가격이다. 기본 요금제는 한 달에 35달러이며, 블룸버그가 발간하는 경제전문지인 비즈니스위크(Business Week) 구독(온/오프라인 판 모두 포함)까지 포함하면 40달러에 이른다.

블룸버그와 같이 기존에 무료로 제공되던 서비스를 유료로 전환한다는 소식은 심심찮게 들려온다. 페이스북 또한 일정액을 내면 광고를 제거할 수 있는 유료 구독제를 더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이 최근에 다시 흘러나왔다. 페이스북의 유료화는 과거에도 루머가 흘러나온 적이 있었지만, 페이스북은 아직 광고에 의존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하고 있다. 캠브리지 애널리티카(Cambridge Analytica) 스캔들과 유럽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의 발효를 앞두고 어려운 시간을 보내온 페이스북은 유료화 옵션을 더 융통성 있게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테크크런치 기자 조쉬 콘스틴(Josh Constine)은 페이스북의 유저당 매출을 고려했을 때 월 11달러의 요금이 적당하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유료 구독 모델(subscription models)에는 여러 장점이 있다. 이번 페이스북 사건이 보여주었듯이, 구독제는 광고에 초점을 맞춘 비즈니스 모델이 자주 직면하는 프라이버시 및 윤리 문제를 피할 수 있다. 구독제로부터 나오는 수익은 광고 수익보다 더 안정적이기 때문에 기업 차원에서 예산 책정을 쉽게 할 수 있으며, 조직 운영의 측면에서도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돈을 내야 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구독제는 달가울 리 없다. 특히나 유료 구독제를 택하는 서비스가 늘면서 소비자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필자를 예로 들자면, TV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유료 미디어 구독료만 월 80달러에 이른다. 구글, 애플, 드롭박스 등의 온라인 스토리지 비용으로는 매달 13달러가 나가며, 인터넷과 휴대폰 서비스 비용으로 200달러가 든다. 여기에 각종 소프트웨어 구독료로 대략 20달러, 아마존 프라임을 비롯해 다른 몇 가지 구독 서비스 비용을 합치면 한 달에 25달러가량이다. 많은 구독제는 연 단위로 계산하고 결제되기 때문에 월별 비용을 계산하기도 쉽지 않다.

설상가상으로 요금제는 더 비싸지고 있다. 얼마 전 아마존은 아마존 프라임의 연간 구독료를 99달러에서 119달러로 인상한다고 발표하였고, 넷플릭스는 구독자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요금제를 작년 말 10달러에서 11달러로 인상하였다. 또한, 유투브는 생중계 TV 서비스인 유투브 TV의 월간 구독료를 35달러에서 40달러로 5달러 인상하였다. 소비자의 소득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구독료가 쌓이는 속도가 월등히 빠른 셈이다.

이런 구독제의 덫은 필자뿐만 아니라 많은 일반 이용자들에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정보의 바다로 불리며 누구에게나 무료 정보를 즉시 전해주는 인터넷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구독제라는 이름으로 기존에 무료로 제공되었던 정보가 유료로 제공되고 있으며, 광고 수익을 대체하기 위해 받는 구독료는 지나치게 책정되고 있다. 또 구독제를 택하는 많은 기업들은 이용자가 이미 다른 회사의 유사한 유료 서비스에 가입이 되어있더라도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구독제는 훌륭한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지만 잘못된 방향으로 발전해가고 있다. 광고에 의존하는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만 한 가지 명확히 해야 할 부분은 인터넷은 비즈니스 모델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과거 인터넷에 유료 구독제가 필요하지 않았던 이유는 인터넷에서 공유되는 콘텐츠가 인터넷 이용자들이 생산하여 서로 공유하는 일반 텍스트 위주였기 때문이다. 일반 텍스트는 생산하기 비교적 쉽고, 많은 사람이 쉽게 참여할 수 있으며, 저장하고 전송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

반면에 오늘날의 소비자가 기대하는 인터넷 정보의 수준은 매우 높아졌다. 소비자는 몰입할 수 있는 경험을 원하며, 폰트, 그래픽, 사진, 비디오 등이 잘 버무려진 포맷의 웹 페이지를 원한다. 이런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엔지니어링, 디자인뿐만 아니라 적절한 대역폭과 스토리지 시스템을 갖추는 데 상당한 비용이 든다.

실례로, 테크크런치 기자 코니 로이조스(Connie Loizos)가 5월 5일 낸 기사 “A life sciences firm run by a top VC and a cofounder of Alphabet’s life sciences arm, just raised its biggest fund yet”를 보면, 텍스트 자체는 압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3.5KB밖에 차지를 안 하지만, 이미지를 포함한 기사 전체를 여는 데 사용되는 용량은 10MB가 넘는다. 이는 텍스트 용량의 3천 배가 넘는 양이다. 이렇게 웹사이트 로딩에 드는 용량이 급증하면서 이런 트렌드를 일컫는 ‘웹사이트 비만 위기(website obesity crisis)’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미디어 소비자들이 원하는 고해상도의 이미지, 빠른 웹페이지 로딩과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기능까지 모두 구현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며 이를 충당하기 위해 기업은 광고와 구독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콘텐츠 생산 자체에도 비용이 든다. 자원봉사자들은 이용자들이 원하는 모든 정보를 생산해주지 않는다. 온라인 백과사전으로 불리는 '위키피디아(Wikipedia)'에는 분명 유용한 정보가 많지만, 지역에 대한 정보나 뉴스, 유명하지 않은 인물들에 대한 깊이 있는 정보는 찾기 어렵다. 쓸모있는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며 이런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수는 당연한 것이다. 필자나 필자의 동료들은 모두 스타트업과 기술에 열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에 관한 글을 쓰지만, 열정만 가지고 무보수로 일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개방적이고, 무료이면서 민주적인 인터넷은 이상적이지만 위에서 설명한 도전과제들은 비즈니스 모델이 꼭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광고 판매는 이런 비즈니스 모델 중 하나이지만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또 다른 비즈니스 모델로는 정보 접근권에 가격을 매기는 구독제가 있다.

불행히도 구독제로 전환하는 현재 트렌드는 꽉 막힌 경영진들이 주도하고 있는 듯하다. 블룸버그를 비롯해 많은 언론사가 기존에 무료로 제공하였던 동일한 콘텐츠를 유료화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그 어떤 소비자도 기존에 무료로 제공되던 동일한 정보를 위해 돈을 내고 싶어 하지는 않지만 최근 들어 블룸버그와 같은 유료화 전략을 택하는 기업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구독제는 세금이 아니라 업그레이드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구독제는 소비자들이 이전에 계속해서 이용해왔던 기존 제품을 유지하면서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기능이나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구독제의 좋은 예로 미국의 영화 티켓팅 서비스 '무비패스(MoviePass)'를 들 수 있다. 무비패스 이용자는 원래 한 달에 일정 금액을 내면 매달 2~3편의 영화를 영화관에서 볼 수 있었는데, 작년 8월 무비패스는 더 비싸지만 무제한으로 영화를 볼 수 있는 요금제(하루에 한편으로 제한)를 내놓았다. 무비패스는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으면서 기존 요금제를 없애지 않고 유지하여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였다.

무비패스의 새로운 무제한 요금제는 무비패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행동 패턴도 바꾸어놓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는 대신에, “이왕 돈을 낸 거, 한번 시도해보는 것은 어때?”라는 마음가짐으로 많은 사람들이 실험적인 예술 영화를 선택하고 있다. 무비패스의 공격적인 가격 정책은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을 낳고 있기도 하지만, 무비패스는 새로운 구독제를 내놓으면서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구독제의 덫을 더 심각한 문제로 만드는 것은 바로 가격 정책이다. 이용자들은 이전에는 없었던 유료화라는 벽을 마주하며 좌절할 뿐만 아니라, 그 높이에 한 번 더 좌절한다. 블룸버그를 비롯한 미디어뿐만이 아니라 소프트웨어도 마찬가지이다. 실례로, 필자는 애플의 운영체제 OS X와 iOS를 지원하는 마크다운 에디터인 '율리시스(Ulysses)'에서 글을 자주 썼다. 이 소프트웨어를 처음 구매하는 데 70달러가 들었는데, 율리시스가 구독제로 전환하면서 연간 40달러를 다시 지불해야 한다. 연간 40달러라는 가격은 아이클라우드 인프라에 기반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가격치고는 지나치게 비싸다는 지적이 많다.

이와 같은 구독제 전환에 숨어있는 마케팅 담당자들의 사고방식은 무료에서 유료 구독제로 전환할 1%의 사용자들로부터 최대한 많은 수익을 이끌어 내자는 것이다. 유료 구독제 전략은 항상 많지 않은 요금제 옵션을 주면서 유료 요금제로 전환을 강요하는 모 아니면 도 식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필자의 생각에 관건은 ‘어떻게 하면 1%의 유료 구독자들이 비싼 요금제를 선택하게끔 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비록 덜 비싼 요금제를 선택하더라도 어떻게 하면 20%의 유료 구독자를 확보할 수 있을까’이다. 다시 말해, 유료 구독제는 대다수의 소비자를 소외시키는 것이 아니라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어야 한다.

위에서 말한 유료 구독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여러 구독제 서비스를 묶어서 할인가에 판매하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몇몇 기업들이 이런 시도를 하기 시작했는데, 지난달 스포티파이(Spotify)와 훌루(Hulu)가 양사의 서비스를 동시에 구독할 경우 할인을 적용해 12.99달러에 이용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번들 요금제를 내놓았다. 이에 더해 스포티파이와 훌루는 e북과 오디오북 구독제 사이트인 스크립드(Scribd)도 번들로 묶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셋앱(Setapp)은 애플의 맥 버전으로 출시되는 앱 중 100개 이상의 앱을 월 10달러에 번들로 판매하고 있다.

이런 파트너십 움직임은 환영할 만하다. 소비자들에게 훨씬 더 공정할 뿐만 아니라 구글, 아마존, 애플과 같이 큰 회사들에 비해 작은 회사에도 기회를 줄 수 있다. 기업은 협동 마케팅을 통해 마케팅 비용을 낮출 수 있고, 이 비용 절감의 혜택은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가게 된다.

구독제의 덫은 매우 현실적인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지만, 구독제라는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유료 구독제를 통해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와 마케팅 방식에 대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동안 유료 구독제는 혁신을 거듭하기 보다는 베껴지기에 급급했다. 이제는 혁신적인 기업들이 나서서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 글의 원문은 Subscription Hell로 TechCrunch의 Danny Crichton이 5월 7일에 쓴 글이다.

신 계영
신계영은 정부 정책과 기업가 정신 (entrepreneurship) 간의 관계에 관심이 많으며, 이 중 특히 공유경제 스타트업의 확산과 이에 따른 규제의 발달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미국의 스타트업 동향을 한국에 알리고자 비석세스에서 글을 쓰고 있다. 현재 캘리포니아 실리콘 밸리에 거주하고 있다. kyeyoung.shin@besucc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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