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블릿, 한낱 유행이다.
2013년 01월 22일

어떤 분야가 확립되고나면 사람들은 그 분야들을 합쳐보고자 노력합니다. 예를 들어 프린터와 팩스를 합치는가 하면 복사기와 스캐너도 덧붙였죠. 그런가하면 최근에는 윈도우8을 통해 태블릿과 랩탑이 합쳐지면서 진귀한 모습들의 PC들이 등장하기도 했었는데, 2013년 합치기의 대표주자는 바로 '패블릿'이 아닌가 싶습니다.


패블릿, 한낱 유행이다

'Phone'과 'Tablet'의 합성어인 '패블릿(Phablet)'이란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한지는 꽤 시간이 지났지만, 아마 올해 초만큼 집중적이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CES 2013에서 ZET와 화웨이, 소니 등이 각각 패블릿 제품을 선보였고, 2월에 열릴 MWC 2013에서는 더 다양한 패블릿 제품이 공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많은 패블릿 제품이 등장함에 따라 새로운 시장에 대한 수요 증가도 덩달아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패블릿의 해'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습니다만, 필자는 '한낱 유행에 불과하다'고 던져봅니다.


패블릿 강세

첫째 이 글을 오해해선 안되는 것이 '패블릿이 망할 것'이라고 얘기하는건 아니라는겁니다. 분명 올해 패블릿은 강세를 보일 것이고, 그만큼의 수요도 챙겨갈 수 있을 것입니다.

iSuppli는 패블릿의 출하량이 2013년에는 6,000만대에 이를 것이며, 이는 작년보다 136% 증가한 수치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이는 전체 스마트폰의 7%를 차지하는 수치인데, 패블릿 시장이 수년 간 두 자리 수의 성장세를 기록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필자는 MWC의 라인업까지 포함한다면 연간 출하량 1억대에 근접하는 것은 그리 먼 일이 아니라고 내다봅니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은 올해를 '패블릿의 해'로 정했으며, ABI리서치는 공급기중으로 2015년까지 패블릿 판매량을 2억800만대 이상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 강세는 수요자의 증가에 따라 계속해서 이어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패블릿이 한낱 유행이라는 것일까요?


유행

정확히 얘기하자면 패블릿이 '시장을 장악할 순 없을 것'이라는게 필자의 역설입니다.

삼성전자의 이영희 부사장은 '사람들은 패블릿이 너무 크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북을 보거나 웹서핑 등을 모바일 장치에서 하고 싶어하고, 그에따라 화면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필자도 일부 동의합니다. 이북을 보거나 웹서핑을 휴대폰에서 하길 원하며, 그렇기 때문에 큰 화면을 원하는 소비자 수요에 따라 화면이 커지는 것은 있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너무 크다는 선입견'이라고 얘기한 부분입니다.

결과적으로 이영희 부사장의 이야기는 '선입견 갖지말고 큰 화면을 써보는게 어때?'입니다. 절대적으로 생산자 입장에서의 발언입니다. 소비자가 큰 화면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면 그 선입견을 무시할만한 제품을 선보일 수 있으면 상쇄할 수 있지만, 실상 큰 화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양쪽 베젤을 줄이는 등의 노력도 어느 시점에 가면 한계에 부딪히게 되죠. 사용을 함에 따라 선입견이 사라질 수도 있지만, 절대차를 벗어나지 못하면 계속해서 제자리 걸음만 하는 순간이 다가오게 될 것입니다. 패블릿 사용자가 다시 작은 화면으로 돌아갈 수 있으니까요.

패블릿이 잘못된 제품이라기 보다는, 패블릿의 수요가 일부에 국한되어 있다는 사실이 '유행에 불과할 것'이라고 역설하는 이유입니다. 단지 현재까지 그 수요 전부를 아우를 수 있는 수준의 제품 라인업이 이뤄지지 않았고, 올해 패블릿이 성장함에 따라 그 수요를 만족시키며 급속도록 성장은 하겠지만 거기까지란 얘기입니다.

레티클리서치의 애널리스트 로스 루빈는 '현재의 화면기술 측면에서 보면 기기의 크기가 줄어드는 시점이 있을 것이며, 인체공학적면에 있어서도 도전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가트너의 캐롤리나 밀라네시는 '많은 업체들이 패블릿을 만들겠지만, 이들 제품에 기회는 작을 것이다. 패블릿은 휴대폰으로는 너무 크고 태블릿으로는 너무 작다'고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태블릿의 수요가 늘어나면 자연스레 패블릿 이하 사이즈의 제품을 찾게 될 것입니다. 휴대폰까지 두손으로 써야한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는 극히 드물 것이며, 두가지를 휴대하는 이상 최대한 부피를 줄일 수 있도록 한가지 제품의 사이즈는 줄이게 될 것이라는 말입니다.

다만, 소비자들은 패블릿 뿐 아니라 태블릿에도 선입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너무 크다'거나 '태블릿을 가지고 있지만 스마트폰을 더 많이 사용한다'와 같은 소비자말이죠. 태블릿도 현재로써는 생산자 입장의 제품일 뿐인데, 태블릿에 대한 선입견과 그 절대차를 벗어나지 못하게 되면 나머지 소비자는 굳이 태블릿과 스마트폰의 병행 사용을 해야 할 이유를 못느낄 것이고, 이 두가지가 합쳐지게 된 패블릿을 선택할 것입니다. 이 소비자 형태가 최종적인 '패블릿 수요'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15년 전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10억대 수준으로 패블릿은 전체 스마트폰의 30% 정도가 될 것입니다.

물론 태블릿과 패블릿을 함께 사용하려는 소비자가 없다고 할 수는 없겠으나, 수치상으로는 아주 미미할 뿐이죠.


시장 양분

그렇다면 '패블릿 사용자'와 '한손 스마트폰 + 태블릿' 시장이 양분하게 될까요? 그렇게 생각했다면 딱히 '유행'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을 겁니다. 필자는 태블릿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고 있으며, 향후 발전부분에 있어서도 태블릿이 스마트폰의 입지를 뛰어넘을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올해 태블릿 예상 출하량은 2억 4천만대로 랩탑 출하량을 뛰어넘을 것으로 비춰지고 있습니다. 이는 기존 2014년 출하량이 2억 800만대 수준일 것이라는 예상을 훨씬 초과하는 것으로 태블릿의 성장 속도가 무시무시하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PC 출하량도 감소함에 따라 태블릿이 PC를 대체하는 수순을 잘 밟고 있다는 것입니다. 태블릿의 판매량이 높아짐에 따라 덩달아 뛴 것이 '저가 스마트폰'입니다.

패블릿이라는 일정 부분의 수요 만족을 위한 시장 효과는 기대할 수 있겠지만, 이것이 궁극적으로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모델은 끝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봅니다. 물론 패블릿의 가격이 저가 시장에서 먹힐 수 있는 $200 미만 수준이라면 얘기는 또 달라지겠지만요.

결과적으로 갤럭시S3와 같은 적당히 큰화면이지만 한손으로 조작하는 것에 큰 어려움이 없는, 때에 따라서는 두손 조작을 이용할 수 있는 수준의 스마트폰이 강세를 이룰 것이며, 그조차도 크다고 판단된다면 아이폰과 같은 크기의 스마트폰이 태블릿 판매량에 힘입어 더욱 선호 될 것입니다. 이후에는 태블릿과 연동될 수 있는 시계나 밴드 타입, 안경 타입과 같은 핸드셋 제품이 훨씬 성장하고, 기존 음성통화가 아닌 mVoip가 더 강화되어 완전히 스마트폰을 벗어나는 형태가 또다른 성장을 이뤄낼 것이라고 내다봅니다.

패블릿은 일부 수요 소비자를 만족시켜 줄 뿐인 유행이며, 결국에는 소비자 선택권을 위한 제품으로만 남겨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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