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위의 한지붕 아래 두 정책에 ‘8퍼센트’ 등터진다
2015년 02월 06일

8percent

P2P 대출 서비스 8퍼센트(8percent)가 유해정보사이트로 분류돼 페이지가 폐쇄됐다. 보안성 심의 폐지 등의 움직임을 보이며 (관련 기사 : 보안성심의 폐지, 국내 핀테크산업 날개를 달다) 핀테크 육성을 외치던 당국의 이런 조치에 업계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순탄치 않은 P2P 대출의 한국 진출기

사건의 경위를 정리해보면 이렇다.

12월 17일, 8퍼센트 베타서비스 시작

8퍼센트는 지난 12월 17일 베타서비스, ‘제 1호 채권’을 오픈했다. 제 1호 채권은 각각 20만원씩 25명의 투자자를 모았다. 이날 처음 시작한 베타 서비스는 오픈한 지 4시간 20분 만에 목표했던 투자를 모두 유치하며 성황리에 마감했다. 이렇게 화려하게 데뷔한 8퍼센트는 총 7차에 걸쳐 1차 베타서비스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업계에서는 재테크의 수단으로써 보다는 해외에서도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P2P 대출이 한국에 들어오게 된 것을 응원하며 첫 금융권 출신의 핀테크 스타트업이 생겼다고 반기는 분위기였다. 이에 8퍼센트의 이효진 대표도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가 정말 필요한 서비스를 만들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어깨가 무겁다”는 소감을 밝혔다. 또한 8퍼센트는 2월 18일 2차 베타 테스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8퍼센트는 베타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운영되자 정식 서비스를 론칭하기 위해 준비 중이었다. 사업 모델이나 법적 문제들도 어떻게 풀어갈지 고민이 많았다.

1월 27일, 8퍼센트 정식 서비스 론칭 위해 금융위 핀테크 상담지원센터에 문의

이를 위해 8퍼센트는 1월 27일, 금융감독위원회의 핀테크 상담지원센터에 제도관련 문의를 드리고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지난 11월 금융감독원이 핀테크의 활성화를 위해 개설한 지원센터다.

2월 2일, 방통위의 급작스런 사이트 폐쇄, 8퍼센트 대부업 등록 접수

그러던 중 2월 2일 오전, 금융감독위원회의 서민금융지원팀의 요청에 의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사이트를 폐쇄했다. 폐쇄 사유는 ‘미등록 대부업’이다. 대부업 등록을 준비중이던 8퍼센트는 이 소식을 구청에 대부업 등록 서류를 접수하며 들었다. 8퍼센트는 담당자에게 연락해 대부업 등록이 진행 중이니 등록 후 차단을 해제해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8퍼센트의 이효진 대표는 “어차피 사이트 리뉴얼이 예정돼 있어서 1차 베타서비스를 마치고 대부업 등록과 사이트 리뉴얼을 완료한 후 2차 베타서비스를 오픈해야겠다고 당시엔 생각했다”고 밝혔다.

2월 4일, 조선비즈 보도, 금감위 왈 “대부업 등록해도 폐쇄 조치 변화 없다”

하지만 2월 4일, 조선비즈가 보도한 기사의 내용은 달랐다. 보도를 통해 금융감독위원회는 “대부업 등록을 해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과 관련해 개선해야만 한다”고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대부업 등록과 별도로 자본시장법, 유사수신금지법 등의 관련 법안이 개정되기 전에는 차단을 해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이트 폐쇄, 과연 적절한 대처인가?

이와 같은 보도에 8퍼센트는 적잖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보도내용에 따르면 금감원은 머니옥션과 팝펀딩을 현행법을 어기지 않으며 사업모델을 잘 갖춘 서비스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8퍼센트 측은 “차후 머니옥션과 같은 구조로 방향을 잡고 준비 중이었다”며 “몇 일 내로 대부업 등록이 완료되면 비즈니스 구조는 머니옥션과 같아진다”고 답변했다. 머니옥션은 인터넷에서 대출신청을 하는 플랫폼 회사와 자회사인 대부업체가 나뉘어 있는 구조다.

베타 서비스, 대부업 등록 근거로 제재할 수 있나?

정식 서비스도 아니고 수수료도 받지 않는 베타 서비스에 이러한 제재를 가했다는 것에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지금까지의 8퍼센트의 모든 서비스는 테스트의 목적이 강했다. 테스트를 통해 시장에 정말 수요가 있는지 확인하고 실제로 했을 경우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또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 서비스를 시범운영 했다. 8퍼센트에게 법률 자문을 주는 구태언 변호사는 “수수료도 받지 않아 대부업, 또는 대부업체라고 정의할 수도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금감위, 같은 지붕 아래 서민금융지원팀와 핀테크 상담지원센터의 두 집살림?

같은 금융감독위원회 산하의 핀테크 상담지원센터에 관련 문의를 하고 해결방법을 찾기 위한 미팅을 앞두고 있어서 이런 조치는 더 당황스러웠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사업 핀테크 창업기업을 위해 관련 행정업무를 지원하는 핀테크 상담지원센터를 개설했다. ‘영국식 이노베이션 허브모델을 구축하겠다’며 ‘핀테크 상담지원센터는 ICT 기업에게 제도적 지원을 하며 규제 개혁에 이바지하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핀테크 상담지원센터는 문제가 될 여지가 있는 부분이 있다면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입장이었으며 이를 위해 8퍼센트와의 미팅도 예정돼 있는 상태였다.

금융감독위원회라는 한 지붕 아래 서민금융지원팀은 서비스 페이지를 닫아버리고, 그 옆집인 핀테크 상담지원센터는 같이 잘 육성해보자며 살길을 찾고 있었다. 과연 같은 기조 아래 일하는 집단이 다른 생각을 하는 좋은 일 예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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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장려하겠다 발표는 했는데...

핀테크를 장려하겠다고 발표는 했지만 몇십 년 동안 큰 변화를 겪지 않은 금융 업계에 몰아치고 있는 핀테크라는 완전히 새로운 기술의 도입에 적잖이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울 거라 예상이 되고 이해도 된다. 오죽하면 금융감독위원회의 관계자가 “여러 가지로 공부하면서 조사 중”이라고 언론사 기자에게 말했겠는가. 8퍼센트의 P2P 대출 모델은 다수의 사람이 돈을 모아 돈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빌려주는 형태로 우리나라의 ‘계’를 생각하면 된다. 기존의 어느 업체와도 다른 모델이기 때문에 어느 규제를 딱 따라야 한다고 정의하기도 어렵다. 구태언 변호사는 “보면 투자중개이지만 원금상환채권을 갖는다는 입장에서 투자와 정확히 일치하지도 않으며 한 사람이나 한 회사가 빌려주는 것도 아니므로 대부업체와도 조금 다르다”고 말했다.

이렇게 당황스러울 당국이 이해는 되지만 앞뒤 따져보지 않고, 관계자를 만나 자세한 설명을 듣는 절차도 없이 베타 서비스 중이던 페이지를 먼저 차단한 것은 신중하고 적절한 대처였는지에는 의구심이 든다.

8퍼센트도 베타 서비스 전 이런 핀테크에 대한 규제를 풀고 있음에도 이런 논란을 야기할 수 있을거라 예상하고 충분한 준비를 했다고 자답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원래 베타 테스트란 문제점을 찾기 위한 것이고 사업 모델을 완성해나가는 과정이지만, P2P 대출이라는 익숙하지 않은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사회적 파장을 예상할 수는 없었을까? 조금 더 고민하고 대비할 수 있었더라면 8퍼센트의 화려한 데뷔가 한층 더 깔끔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효진 대표는 “다음 주 금융감독원 담당자들과 예정돼 있는 미팅을 통해서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규제 관련 이슈와 별개로 서비스 준비는 차질 없이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일과 관련해 황승익 NFC 대표는 “4% 저금리와 20% 이상의 대부업체, 그 중간이 없는 한국에 8% 금리의 대출 서비스는 필요한 서비스”라며 “현행법상 어떻게 불법이라고 하더라도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8퍼센트가 금융감독위원회의 폐쇄 조치를 받은 같은 날,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의 알리바바는 미국 최대의 P2P 대출업체인 렌딩클럽과 파트너쉽을 맺고 중국과 미국간 거래의 활로를 찾는 파트너쉽을 맺었다. 그렇게 닫혀있다는 중국에서도 환대받는 P2P 대출, 우리나라에는 언제쯤 자리 잡을 수 있을까?

자료 출처 : 8percent facebook, 사진 출처 : 8perc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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