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년 기획시리즈 1] 2013 년을 B2B 스타트업의 원년으로 만들자
2013년 02월 15일

혁신이 역설적으로 우리 삶에서 가장 친숙한 것이 된 오늘날, 혁신적인 기업들은 전세계 경제를 이끌어가며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그에 따라 유수의 글로벌 매체들 역시 매년 가장 혁신적인 기업들을 나름의 방식으로 선정, 그 리스트를 공개하고 있다. 바로 어제 beSUCCESS에서도 소개한 Fast Company의 The World’s 50 Most Innovative Companies 2013 명단이 그런 예이다. Fast Company가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은 실리콘밸리의 청년기업가 같은 분위기라면, 그레이 정장을 입은 뉴욕의 거물기업가 냄새를 풍기는 (필자가 사랑해 마지않는) Forbes는 돈에 관해서라면 둘째가면 서러운 매체이다. 그런 Forbes는 과연 어떤 기업을 가장 혁신적인 기업(The World’s Most Innovative Companies)으로 뽑았을까?

Forbes가 뽑은 가장 혁신적인 기업은 놀랍게도 인터넷 벤처인 Salesforce.com 이었다. 여기에는 두 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있는데, 하나는 Forbes가 혁신적인 기업을 선정한 방법이다. Fast Company가 각 기업들이 자신들의 혁신을 통해 해당 산업에 미친 영향을 나름대로 해석하여 그 결과를 소개한 반면 Forbes는 Innovation Premium (이하 “IP”)이라는 정량화된 지표를 사용하고 있다. IP는 투자자들(기관투자자)이 해당 기업의 미래의 혁신 결과물(신제품/서비스, 혹은 신시장)에 대한 기대에 기초하여 계속사업(existing business)의 결과물로서의 주가(stock price)에 어느 정도의 프리미엄(=웃돈)을 부담해도 될 것인가를 조사한 것이다. 이는 직전년도의 혁신성과를 기준으로 선정한 Past-looking의 타매체들과는 달리 Forbes의 리스트는 향후 기업의 혁신성과에 대한 기대를 나타내는 Forward-looking의 성향을 가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Salesforce.com의 IP는 73%로, 이는 투자자들이 이들의 주가에 대해 현재가 대비 73% 까지의 프리미엄을 더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두 번째로 흥미로운 사실은, 많은 독자들이 “혁신”을 생각할 때 흔히 떠올릴만한 기업들(i.e., Facebook (NASDAQ: FB), Amazon, Apple, etc)이 일반 독자들이 흔히 접할 수 있는 기업들, 즉 B2C 기업인 반면 B2B 기업인 Salesforce.com이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선정되었다는 것이다. San Francisco에 위치한 Salesforce.com (NYSE: CRM)은 기업들을 위한 Cloud 기반의 고객/협업관계관리(Customer and collaboration relationship management 솔루션을 개발하여 제공하는 기업으로 모든 산업의 모든 규모의 사업체를 대상으로 그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2012 년에는 Radian6와 Buddy Media를 총 $10억에 인수하고 기업들을 위한 Facebook이라 할 수 있는 Chatter 서비스를 출시하기도 하였다. (2012 년 CRM의 당기순이익 적자는 이는 위 두 개 기업의 인수에 따른 것이었을 뿐 매출액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사실을 종합하여 얻게 되는 결론은 분명하다. 적어도 그 경제적 가치에 있어서는 “혁신”을 화두로 하는 Internet-specific 벤처에서 조차 B2B 기업에 대한 Forward-looking 기대치가 B2C 기업을 능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시장에서 유사한 Price Range에 있는 FB와 CRM을 비교하여 보면 B2B와 B2C 두 섹터에서의 시장 기대치를 단적으로 비교하여 볼 수 있다. 아래 그림 참조)

FB와 CRM 지난 1 년간 주가 변동 비교 (출처: Bloomberg)

바로 지난 주에 다루었던 Peter Thiel이 CEO였던 PayPal 등과 같이 ‘결론적으로’, 그리고 ‘실제적으로’ 성공적인 Exit를 진행한 기업들의 대부분은 모두 B2B 기업이었다는 것도 이와 같은 B2B 기업의 실적 상에서의 우세를 경험적으로 증명하여 준다. 이러한 경험의 축적과 그의 기대치에 반영은 투자자 측에서도 지속적으로 관측되고 있다. 일례로 전미벤처캐피털협회(National Venture Capital Association, 이하 “NVCA”)가 DowJones와 함께 미국 VC 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2013 년 VC 산업 예상(2013 Venture Capital Industry Prediction)에서도 이를 직접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300 명 이상의 미국 현지 VC 들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 따르면 전체 중 47%가 2013 년 미국의 VC 투자는 감소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였는데, 이는 크게 글로벌 경제가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 예상되는 것에 따라 보수적인 투자동향이 나타날 것임을 시사한다.

2013 년 미국 VC 투자동향 예상 (출처: NVCA)

그렇다면 이들은 실제로 어떤 영역의 투자를 감소시키게 될까?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B2C 부분에 해당하는 Consumer IT 부문에 대해 약 40%의 VC 들이 투자를 줄이겠다고 응답하여 이들은 B2C 부문의 성과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61%의 VC는 B2B 섹터인 Business IT 부문에 대한 투자는 증대시킬 것이라 응답하였다.

미국 내 각 IT 섹터별 2013 년 투자동향 예상 (출처: NVCA)

이와 같은 결과가 발생하는 이유는 어떤 산업에든 존재하고 있는 가치사슬(Value Chain)의 구조를 살펴보면 쉽게 이해될 수 있다. 원자재(Raw Material)을 생산하는 기업을 A라 하고, A 이후 Raw Material이 B, C, D의 세 기업을 거쳐 가공되어 E라는 최종 소비자에게 결과적으로 전달되는 단순화된 가치사슬을 가정하여 보자(물론 실제 가치사슬은 이보다 훨씬 복잡하다). 이 때 최종소비자를 위한 가치제공단계, 즉 기업 대 소비자 거래(Transaction)를 의미하는 B2C 사업은 DE의 1 회에 불과하다. 반면 기업 간 Transaction인 B2B는 A→B, B→C, C→E의 3 회에 걸쳐 발생하게 된다. 단순화된 구조 하에서이지만 세 배의 비즈니스 기회(Business Opportunity)가 B2B에 존재하는 것이다. 또 그 창출될 수 있는 가치의 총합 역시 B2B 쪽에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게 된다.

B2B 와 B2C의 거래횟수 및 가치창출량 비교 (출처: EICG)

훨씬 복잡한 실제의 산업구조 하에서라면 (B2C Transaction은 1 회로 변함없는 반면) 이 B2C Transaction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된다. 결국 그 산업에 관계없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업적 기회가 B2B 부문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B2B Business가 가진 사업적 매력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국내 벤처의 화두 중 단연 첫 번째라 할 수 있는 글로벌 측면이 그 중 하나이다. 소비자들에 대한 상당한 이해와 문화적 충돌에 대한 회피(현지화 등)가 수반되어야 하는 B2C 서비스의 글로벌화와는 달리 기술을 기반으로 기존의 특정 Process를 혁신하는 B2B 분야에서의 혁신은 상대적으로 그 글로벌화가 매우 용이하다. 일례로 Salesforce.com 등 본격적인 Process Innovation을 제공하는 기업들까지 가지 않더라도, 미국 기업인 Amazon.com의 AWS나 Google의 Google Apps 등을 우리가 얼마나 거부감 없이 사용하고 있는지를 보라(물론 Google Apps 등은 국어로 변환되는 등 일부 현지화가 이루어진 것이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그들의 고객인 사업체들은 현지화가 진행되지 않았더라도 거부감 없이 사용하고 있을 것이다). 글로벌 시장 현지에 상당한 규모의 직접투자(혹은 유치)가 이루어져야만 하는 B2C 서비스 기업의 글로벌 진출과는 달리, B2B 기업은 현지의 파트너(e.g., Vendor, etc) 확보 등을 통해 글로벌 진출이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에 항상 지적되는 문제인 내수시장의 한계를 매우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Greenfield 진출과는 달리 즉각적인 현금화(Monetization)이 가능하다는 것은 이와 같은 Entry Mode의 또 다른 장점이다)

아울러, 특정 Process의 혁신을 기반으로 하는 B2B Business는 B2C에 비해 상대적으로 명확한 Target Segment의 설정이 가능하고, 그에 따른 직접적인 Sales/Marketing Process의 설계 및 실행이 가능하다. 게다가 고객이 한 번 유입되고 나면 상당한 전환비용(Switching Cost)이 형성되기 때문에 Client Lock-in이 발생하는 B2B Business의 특성에 따라 B2B에서는 그 현금흐름의 관리(i.e., 예상가능한 현금흐름의 창출로 인한 Cash-flow/Growth/Cost Projection과 Management)가 가시적이고 용이하다는 것 역시 B2B가 매력적인 이유이다.

또한, 완고한 기존 산업의 구조를 비집고 들어가야 하는 B2B는 B2C에 비해 그 진입장벽이 높아 한 번 진입하고 나면 경쟁구도의 형성이 상대적으로 더딜 수 밖에 없는 것 역시 매력적이다(지속가능한 비즈니스의 설계가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B2C 분야에 절대적으로 편중되어 있음이 지속적으로 지적되고 있는 국내의 벤처현황은 이 모든 사업적 기회와 매력을 고스란히 놓치고 있는 것이기에 필자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다. 그러나 위에서 다루었던 것과 같이 투자자들이 B2B를 주목하고 있으며, B2B만을 겨냥한 엑셀러레이터인 Alchemist가 등장하는 등 분명 기회는, 그것도 글로벌적 차원에서의 기회는 B2B를 향해서 역시 활짝 열려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7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베이비부머(Baby-boomer)의 은퇴가 시작되었고, 산업에 대한 실질적, 전문적 지식을 가진 이들 베이비부어의 상당수가 그러한 Insider/Expert Knowledge 활용한 전문적 창업을 시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앞으로는 국내에서도 과거에 비해 B2B 분문에서의 벤처가 활기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B2B 벤처가 베이비부머의 것만은 아닐 것이다. 이들의 산업지식 위에서 혁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새로운 기술에 익숙한 젊은 기업가들의 기술적 역량과 에너지가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필자가 일전에, 그리고 계속해서 “경계를 넘어야 혁신이 나올 수 있음”을 지적해온 이유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보지 못하고 있었던 B2B라는 기회가 글로벌적 차원에서 새로이 활짝 열리고 있다. 게다가 앞으로도 상당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글로벌 경제불황의 탓으로 계속적으로 증대될 수 밖에 없는 기업들의 Process Innovation을 통한 비용절감에 대한 Needs 역시 B2B에 분명한 호재로 작용할 것이다. 이제 설도 지나 본격적으로 시작된 2013 년을 맞아 우리도 B2B를 주목하여야 한다. 그래서 실제적인 경제적 가치를 발생시키는 성공적인 스타트업이 탄생되어야 한다. 이 때에만이 우리나라에 완전한 벤처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 정부, 기존기업, 그리고 기업가(Entrepreneur)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 2013 년을 우리 B2B 스타트업의 원년으로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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