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론치 부스 미리보기⑥] 스팸전화 차단 서비스 ‘뭐야이번호’ – 에바인 윤영중 대표 인터뷰
2014년 05월 12일

전화가 기다림이었던 적이 있었다. 행여나 기다리던 전화를 놓칠까 수시로 핸드폰을 바라보고 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전화를 기다리는 것보다 출처를 알 수 없는 번호로부터 걸려온 전화 때문에 성가실 때가 더 많아졌다. 심지어 그 횟수가 과도하게 잦아져 짜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스팸전화 때문이다.

혹자는 '뭐야이번호'를 보고 "별의별 앱이 다 나오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 말도 맞다. 이제는 스마트폰 앱이 별의별 문제를 해결해주기까지 한다. 더욱이 이 앱은 수많은 사람들의 가려운 곳을 아주 시원하게 긁어줬다는 평을 받고 있다. '뭐야이번호'라는 앱은 이름 그대로 출처를 알 수 없는 번호의 정보를 알려주는 앱이다. 전화가 걸려오면 그 번호의 정보와 사용자들이 등록한 정보가 표시된다. 해당 수신번호에 대한 스팸신고 건수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즉각적으로 스팸전화를 구분할 수 있다.

'뭐야이번호'를 서비스하는 에바인(Evain)은 IT 기술을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활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인 스타트업이다. 2012년 청년 등 사회적기업 육성사업에 선정되어 '뭐야이번호'를 출시한 지 3개월 만에 1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고 현재 500만 이상이 사용하고 있다. '효자손 같은 회사' 에바인의 윤영중 대표, 그리고 한선우 마케팅 팀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IMG_6396▲에바인의 윤영중 대표(우), 한선우 마케팅 팀장(좌)

'뭐야이번호'는 어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나요?

윤 : 간단히 말하면 스팸 전화 문제입니다. 그러나 저희는 서비스를 만들 때 현상이 아닌 원인에 집중했어요. 스팸 전화 문제의 기저에 깔린 것은 '소통의 부재'입니다. 소통이란 나의 이야기를 하고,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인데 스팸전화는 내가 누군지조차 밝히지 않고 일방적인 통화를 하기 때문에 피해가 발생하죠. '소통의 부재'라는 원인 자체를 IT 기술로 해결하고자 만들어낸 것이 '뭐야이번호'입니다. 발신자의 이름과 통화 목적을 알려줌으로써 수신자와의 소통을 돕죠.

주에바인_회사소개서2013-2-1-4

단순히 스팸 전화를 구분할 수 있게 하는 것만으로 '소통'을 이끌어낸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윤 : 현재의 '뭐야이번호'가 통화 수신자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향후에는 발신자가 가지고 있는 니즈까지 충족시켜 줄 계획입니다. 이를테면, 기업 입장에서 정말 고객에게 필요한 정보를 주기위해 전화를 거는 경우가 있는데 이조차 스팸 전화로 오해받을 때가 있죠. 발신자 입장에서도 불편함이 있어요. 이 때 발신자가 자신의 이름과 용무를 직접 밝힐 수 있게 해주면 전화벨이 울리는 그 짧은 시간에 수신자와 발신자 간에 일종의 대화와 이해의 과정, 즉 소통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아무리 용무를 밝힌다고 해도 발신자가 특정 기업이라면 스팸전화로 오인하기 쉬울 것 같아요.

한 : 관여도의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얼마 전 자신이 가전제품을 구매했는데, 그 기업에서 '구매만족도 조사'라는 용무를 밝히고 전화를 걸어온다면 거부감없이 통화할 수 있겠죠. 기업과 소비자 간의 일정한 관여도가 형성된 상태에서는 수신자를 불편하게 만들지 않으면서도, 기업이 통화를 고객 서비스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관계가 서비스의 핵심이군요.

윤 : 에바인이라는 회사 자체가 목적으로 하는 것이 어떤 식으로든 정보를 필요로하는 사람과, 제공하고자 하는 사람을 연결해주는 것입니다. 그 첫 단계가 '뭐야이번호'이고, 이 핵심 주제를 중심으로 다양하게 변주된 서비스들이 나올 수 있죠. 이번 '비론치 2014(beLAUNCH 2014)'에  '네트워킹 엠플리파이어(Networking amplifier) 앱'을 개발해 제공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예요. VC와 스타트업, 구직자와 구인자 등 서로 니즈가 맞는 사람들을 비론치 행사 이전, 이후에 만날 수 있게 해주는 앱입니다.

matching-service-pic▲'비론치 2014' 네트워크 매칭 서비스 화면

에바인에게 있어서 '비론치 2014(beLAUNCH 2014)'와 함께하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한 : 일단 비론치 콘퍼런스는 참석자가 3천 명 이상인 메가 이벤트인데다가, 아시아 최대 규모 스타트업 콘퍼런스이기 때문에 업계에 에바인을 알릴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신규 서비스에 대한 유저들의 반응을 살펴볼 수도 있는 아주 좋은 기회죠. 에바인에게 있어서 일종의 레퍼런스 케이스를 만드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팀의 본거지가 광주라 놀랐습니다. 그런데 또 개발인력들은 일본 출신이 많다고요.

윤 : 팀의 개발자 6명 중 4명이 일본에서 오랫동안 개발 경력을 쌓았습니다. 저는 일본에서 가장 큰 기업 DB서비스 전문기업인 'TDB 제국 데이터 뱅크'에서 회사 분석, 재무 비율 분석하는 일을 했었고요. 다른 분들 역시 개발 실력에 있어서는 전혀 뒤지지 않지만 각자의 사정으로 인해 광주로 모인 분들이죠. 실력이 있기 때문에 광주에 있지만 서울의 굵직한 프로젝트들도 많이 맡아왔습니다.

저는 2001년에 산업인력관리공단에서 해외로 IT인력을 수출하는 사업에 참가하여 일본에서 일한 케이스 입니다. 시간이 지나 고향으로 오고 싶었지만 일자리가 없어 서울로 취직하게 되었습니다. 광주가 고향인 IT개발자들이 돌아올 수 있는 좋은 회사를 광주에 만들고 싶습니다.

일본과 국내 개발 환경의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윤 : 일단 일본과 한국은 개발 환경이 확연히 달라요. 둘 다 장단이 있겠지만, 일본은 좀 더 사용자 입장에서 쓰기 좋은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소비자의 요구 분석과 설계에 보다 더 집중하는 편이죠. 흔히들 일본은 한국보다 인터넷 속도가 느리다, 서류 절차가 너무 복잡하다고들 해요. 일본에서는 어떤 물건을 만들기 위해선 향후에 그걸 사용할 사람을 미리 찾아가서 수 많은 조사와 테스트를 거칩니다. 그걸 다 철저히 문서화 시키죠. 개발자, 기획자가 임의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문서와 자료에 기반한 선택과 설계를 하는 것이 일본 개발환경의 특징입니다.

일본 개발 환경의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다는 건, 팀의 강점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윤 : 저희 팀 내에 CS를 담당하는 직원이 있는데, 그 친구의 또 하나의 업무가 개발팀에서 만들어놓은 제품을 테스트하는 것입니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철저히 비밀로 부쳐서 일반 소비자의 입장으로 제품을 사용해보게 했죠. 그러면 우리는 소비자가 A라는 방식으로 사용할 줄 알고 설계를 했는데, 실제로는 B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용한다는 것을 알게돼요. 그것이 그 분의 주요 업무 중 하나일 정도로, 사용자 관점에서 프로덕트를 바라보려고 노력을 많이 합니다. 그런 면에서 사용자들의 피드백도 매우 중요하게 서비스에 반영하고 있어요.

한 : 또 '스팸 전화'라는 아주 일상적인 사회 문제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전문가가 아니예요. 모두가 잘 알고 있고, 의견을 낼 수 있는 분야죠. 그렇기 때문에 팀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의견이 중요합니다. 저희는 'One of them'중, 'One'이 아니라 'Them'이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야 하거든요.  팀원 한 사람이라도 반대를 하는 의견에 대해서는 꼭 더 깊이 이야기하고, 해결하고 지나가려고 해요.

많은 사회적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사라지는 수도 적지 않습니다. 조언을 해준다면요.

윤 : 저희가 아직 조언을 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웃음), 첫째로 사회적 문제의 현상이 아닌 원인을 고민하라는 것입니다. '뭐야이번호' 같은 경우도 스팸전화라는 현상에 몰입했다면, 스팸 전화 신고를 대신해주는 서비스가 되었을지도 몰라요. '소통의 단절'이라는 핵심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에 '발신 정보의 표현'이라는 솔루션을 내놓을 수가 있었어요.

둘째로 경영자는 기업이 유지될 수 있는 환경을 계속해서 만들어줘야 한다는 점입니다. 기업은 계속해서 성장하지 않으면 쇠퇴하게 되어있습니다. 사회적 기업일지라도 수익과 지속성, 이 가장 기본적인 부분을 지켜나가야 합니다.

해외 진출 계획이 궁금합니다. 

윤 : 스팸 전화 문제는 국내 뿐만 아니라 어디에나 존재하기 때문에 '뭐야이번호'는 전 세계적으로 얼마든지 확장이 가능한 비즈니스입니다.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유럽과 미국까지 진출할 계획을 가지고 있어요. 개발팀은 현재 인원만으로도 동남아시아권을 다 커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승패는 각 국가 문화와 실정에 맞는 현지화(localization)를 잘해내는 것에 달렸죠. 실질적으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서비스가 경쟁력이 있다면, 투자 등을 통해 해결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광주 출신 개발자들에게 구애의 한마디를 던진다면.

윤 : 단언컨대 광주 시내에 있는 어떤 회사와 비교해봐도 에바인이 대우가 나쁘진 않습니다. (웃음) 고향인 광주에서 일하고 싶은데 일자리가 없어서 고민인 개발자들이 있으시다면 문을 두드리세요. 광주 출신으로서, 좋은 회사가 다 서울에만 있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에바인을 만든 것이기도 하니까요. 물론 서울 출신 개발자들도 오신다면 말리지는 않습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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