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참여와연결모델’로 워싱턴포스트를 삼키다
2013년 08월 13일

136년 역사의 신문사 워싱턴 포스트(WP)가 팔렸다.

야후가 텀블러를 인수할 때 지불한 금액이 11억달러,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가 워싱턴 포스트에 지불한 대금은 약 2억 5000만 달러,  형편없는 수준의 벨류에이션으로 진행된 WP의 매각. 올 해 설립 6년째인 소셜미디어 기업 가격이 136년 전통의 올드 미디어의 네 배를 넘는 이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혹자는 이를 올드 미디어의 종말이 가까워졌다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내다 보았다.

다수의 해외 언론과 미디어들은 제프 베조스가 지금까지 올드미디어가 시도해보지 않은 새로운 실험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마존을 성장시켰던 테크놀로지 소프트웨어, 데이터분석 기법 등을 WP에 그대로 적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디어전문가인 알란 머터는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베조스의 경쟁력은 청중들을 모으고, 이들에게 최적의 개인화된 제안을 제공하며, 이를 통해 돈을 버는 것”이라면서 “베조스는 콘텐츠와 광고 양쪽 모두를 개인들에게 가장 잘 제공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본 글에서는, 워싱턴 포스트마저 삼켜 버린, 아마존의 “사용자 참여 기반의 서비스 모델”의 특성에 대하여 좀 더 알아보기로 한다. 이미 단순한 온라인 상거래 서비스의 차원을 넘어, 개인과 개인을 연결하는 오픈 플랫폼으로 진화한 아마존의 소셜 미디어적인 특성을 알아보며, 왜 텀블러라는 마이크로 블로깅 서비스가 136년 역사의 워싱턴 포스트보다 4배 정도의 비싼 가치를 가지는 지 알아보도록 하자.

 

연결과 공유의 사용자 경험을 새롭게 디자인하다, "도달율"의 새로운 정의

내 페이스북 친구가 600명이면 내가 글을 하나 올리면 그 글이 600명에게 모두 보일까? 정답은 아니다. 페이스북에는 엣지랭크 (Edgerank)라는 알고리즘이 적용되어 있는데, 나 혹은 내 글에 더 많이 연결되어 있고 더 많이 참여한 사람들에 랭크를 매겨서 자동적으로 랭크가 높은 사람들에게만 포스트가 보인다. 즉 나의 엣지랭크 순위에서 나랑 가장 친한 페이스북 친구는 엣지랭크가 가장 높을테고, 나와 그냥 '페친' 인 사람은 엣지랭크가 가장 낮게 매겨져 있다. 그래서 엣지랭크가 일정 이상인 사람들에게만 나의 포스트가 보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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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의 그림은 페이스북 페이지에 좋아요를 누른 사람들을 100%로 잡고, 포스트가 보이는 비율이 얼마인지 페이지의 좋아요 갯수를 기준으로 조사한 것이라고 한다 즉 페이지좋아요가 1~999명인 페이지들을 샘플로 조사한 결과 평균적으로 포스트 도달율은 33.2%이고, 페이지 좋아요가 많은 페이지들은 더 낮은 포스트 도달율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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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역시 소비자의 구매 결정을 위한 ‘입소문’과 제품 구매를 위한 ‘리뷰’를 위한 경로를 새롭게 제공한다. 이를 아마존의 Collaborative Filtering System이라고 하는 데,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같은 SNS에서 좋은 책을 추천 받는 과정과는 그 사용자 경험이 다르게 구축되어 있다. 아마존은 데이터가 모여드는 바다와도 같다. 수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검색하고 리뷰하고 추천하고 구매를 한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어지럽게 남긴 흔적들은 나에게 적합한 정보로 가공되고 걸러져서 연결된다."

 "예스24에도 리뷰가 있지만 이것은 단순히 리뷰나 구매결정의 문제가 아니다. 사용자들이 트랜드, 다수의 취향에 이르기까지 뜻밖의 ‘정보 탐색‘ 과정까지 경험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왠만해서는 아마존에서 책 한권 구매하고, 바로 벗어나기 어렵다. 내게 유용한 정보가 계속해서 연결되고 새로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토끼굴에 빠지기를 반복한다. 수많은 종류의 사용자 행위가 혼합되고 가공되어 내가 놓인 상황에 따라 정보가 ‘끊김이 없이(seamless)’ 제공되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서비스 모델은 다름 아닌 ‘연결’ 모델이다."

(출처 : "아마존은 왜 소셜미디어인가? 윤지영 대표, 오가닉 미디어 랩 http://organicmedialab.com/2013/07/05/why-amazon-is-social-media/ )

 

쇼룸으로 전락하고 있는 올드 미디어, 출구는 없는가?

 ‘쇼루밍 (Showrooming)’ 이란 단어가 있다고 한다. 위키피디아(Wikipedia)에도 버젓이 등재 돼있는 이 단어의 뜻은 ‘ 전통 상점에서 상품을 사지는 않고 살펴 본 후, 온라인에서 가장 낮은 가격에 파는 곳을 찾아 사는 행위’이다.

 용산 전자상가 가서 사고 싶은 신제품을 둘러보고 모델 넘버 확인한 뒤 온라인 검색해서 제일 싼 제품을 주문한 경험이 우리에게도 있다. 아마존은 소비자의 쇼루밍을 돕기 위한 모바일 앱까지 개발했다. 매장의 상품 바코드를 인식해서 같은 제품에 가장 싼 가격을 제시하는 온라인 상점을 소개하는 것. 소비자는 매장에서 온라인 최저 상품을 사버린다. 백화점, 할인점은 비용 들여 제품을 보여주고 손님은 빼앗기는 한심한 신세가 돼버린 것이다.

 마찬가지로 지상파 편성도 ‘쇼룸’으로 전락해가고 있다. 인터넷, 모바일에 익숙한 젊은 시청자는 지상파 편성표를 상품 전시대처럼 훑어보고 실제 구매(시청)는 지상파 채널이 아닌 다른 플랫폼에서 하고 있다. 실시간 방송 시청률 올려주고 광고주를 만족시켜야할 손님들이 다른 곳으로 빠져버리는 것. 어떤 광고주가 여기에 돈을 쓰겠는가. 광고 효과 떨어지니 지상파 광고 매출 줄고, 대신 새나간 시청자를 받는 다른 사업자들이 수익을 얻는다.

 이런 지상파 누수를 메우기 위해서 다양한 프로그램 도달률 조사 방식이 개발되고 있다. 미국의 시청률 조사기관 AC 닐슨은 2013년 가을부터 새로운 시청률 측정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방식은 소셜 미디어인 트위터의 해당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멘션과 반응을 반영해서 실제 시청률을 산정한다. 국내 조사기관들도 추세에 따라 곧 새로운 방식을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 쇼룸을 빠져나간 장외 구매자들의 숫자를 정확히 세야, 지상파의 생존이 가능한 시대가 온 것이다.

 

 제프 베조스의 긴 호흡, 그리고 한국의 미디어 지형

 아마존과 같이 시애틀에 기반을 둔 부동산사이트 레드핀의 글렌 캘만 창업자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베조소는 당장 내일 심지어 5년 이내에 신문을 통해 돈을 벌겠다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아마존이 수익을 낼 때까지 인내하면서 투자했던 것처럼 베조스는 앞으로 수년간 WP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기간의 수익에 연연하지 않으며, 새롭게 펼쳐지는 소셜 미디어의 통로를 흡수하며, 진화해 나아가는 아마존의 행보는 국내의 미디어에게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일까?

 최근 한국의 보수 언론 매체들과 독점 포털사의 힘겨루기를 보고 있노라면, 여러 측면에서 가슴이 아프다. 한 때 사회면 기사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던 한국일보의 최근 무력사태는 어쩌면, 한국의 척박한 미디어 환경의 자화상이 아닐까 한다.

 콘텐츠를 향유하는 것이, 소비가 아닌 ‘참여’로 느껴지는 경험을 디자인하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서 구매자는 미디어에 정보를 공유하는 사용자이며 서로가 서로를 연결하는 매개자이다. 매스미디어와는 달리 사람들이 반응하고 공유하고 소비함에 따라 네트워크도 성장하고 미디어도 성장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아가는 과정에 있어, 한국의 스타트업의 역할을 고민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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