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회사가 당신에게 궁금한 것- 박지웅 심사역을 만나 묻다
4월 13, 2012

투자회사가 당신에게 궁금한 것- 박지웅 심사역을 만나 묻다.

박지웅 심사역은 스톤브릿지의 수석 투자 심사역으로,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팅 패스트트랙 아시아의 이사회 멤버다. 사실 벤처캐피탈에서는 대졸 신입사원을 좀처럼 채용하지 않는다. 벤처 창업 경험이 있거나, 어떤 업계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박지웅 심사역은 이런 불문율을 깨고 입사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작년에 어마어마한 인수 규모로 화제가 되었던 티켓몬스터가 그의 성과인 것은 유명하다.

박지웅 심사역은 자신이 시장의 추세를 가늠하며 투자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이야기를 나누며 과연 냉철한 통찰력을 느낄 수 있었다.

◇ 투자자 눈으로 보는 스타트업

- 투자할 때 어떤 면을 판단하십니까?

투자는 곧 창업자의 스토리에 설득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스토리를 구성하는 뼈대는 대부분 비슷합니다. ‘시장에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죠. 그런데 이야기에서 ‘왜 다른 사람이 아닌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지’를 설명해야 합니다. 그 스토리에 넘어가면 투자하는 겁니다.

- 그렇다면 매출 같은 객관적 자료가 없이도 논리적인 설득만으로 가능한건가요?

논리적 설명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것만 얘기한다면 앉아서 말장난 하는 것에 불과하죠. 본인이 세운 논리로 시장에 생긴 문제에 대해 관련된 사람들과 얼마나 소통했느냐가 관건입니다. 티켓몬스터의 신현성 대표는 사업을 실행하기에 앞서 500명을 만나는데 초점을 두었다고 합니다. 그는 그루폰 모델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데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한국의 판매자, 소비자들과 소통하고 확인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 혹시 자금이 급하지 않은데 투자받으려는 회사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아니면 필요한 것보다 많이 투자 받으려하거나 말입니다.

현실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두 가지 케이스가 있어요.

일단 좋은 회사는 돈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이 경우엔 저희도 영업사원과 비슷해집니다. 좋은 회사는 돈이 급하지 않고 이미 투자하려는 회사가 줄을 서있습니다. 이 상태에서 잉여자본을 확보하는 것에 대해선 좋다 나쁘다 말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한 상태가 아닌데 필요한 자금 이상을 얻으려한다면 그건 창업자 자신에게도 좋지 않습니다. 아무리 제어가 철저한 창업자라도 한 번에 몇 십억이 되는 돈이 들어오면 긴장이 풀립니다. 그리고 그런 태도는 바로 비즈니스에 영향을 미칩니다. 물론 약간의 버퍼정도라면 괜찮습니다.

- 투자 심사 때 조언해 주시고 싶으신 점은?

자료는 10장 이내, PT는 15분 이내가 가장 효과적입니다. 제안하신 사업계획이 중복되는 경우가 분명히 있습니다. 핵심적인 부분만 간략하게 말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조력자의 이야기는 제외하는 것이 낫습니다. 엄밀히 말해 함께 사업하는 분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동업자의 이야기만 담는 것을 추천합니다.

- 동업자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동업자끼리 지분문제가 가장 큰 문제잖아요. 이건 어떻게 해결해야할까요?

아시다시피 1/n은 최악입니다. 누군가 총대를 지고 책임지고 이끌어나갈 사람이 필요합니다. 서로 자신이 사업에 대해 가지고 있는 자신감과 확신, 사업으로 얻고자 하는 결과와 꿈의 크기를 재봐야 해요. 가능하면 숫자로 표현해 맞춰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데 이런 과정 없이 1/n로 쪼개놓으니 나중에 문제가 심각해지는 겁니다.

 

◇ 투자 생태계, 스타트업의 미래는 어느 방향?

- 요즘 스타트업 장려 사업이 많은데 어떻게 자리 잡는 게 좋을까요?

일단 많이 생긴다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이 비즈니스가 자원봉사가 아닌 만큼 언제까지나 신념의 영역으로만 남아있을 수는 없습니다. 금전적인 성공 사례를 계속 만들어 나가야선순환이 이뤄집니다.

현재 창업 아이디어는 넘쳐나는 상황이니 지원할 것은 돈과 사람뿐입니다. 사람이야 인구가 적어 문제가 아닙니다. 그러면 남는 건 돈입니다. 창업의 시작부터 엑시트 단계까지 있는데 국내 엑셀러레이션은 많은 수가 창업 초기단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창업 초기단계 지원만 많고, 다른 단계에서 지원이 없다면 창업이 지속될 수 없어요. 창업의 모든 단계에서 균등하고 비슷한 규모의 자금 지원이 있어야합니다. 결국 이 돈 문제를 명쾌하게 해결하는 것이 과제입니다.

- 벤처캐피탈의 스타트업 투자가 늘어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이 문제를 파고들면 저희에 출자하는 출자자에게 ‘만족할 만한 수익을 안겨줬느냐’로 돌아갑니다. 스타트업의 ‘가볍고 말랑말랑한’ 서비스에 투자해도 충분한 수익이 돌아간다면 투자는 자연스럽게 활성화됩니다. 결국 창업자분들이 더 분발해주셔야 합니다. 그런데 발로 뛰고 부딪히는 영역에서는 그런 노력이 있었는지 의문입니다. 운영과 실행이 중요한 부분에는 충분한 도전이 이뤄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 운영과 실행이 중요하다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많은 기술 기반의 창업자들이 검증된 모델을 실행하는 것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그루폰인데, 그루폰의 시작이 기술 기반 사업은 아니었죠. 실행이 더 중요한 사업이었습니다. 잡코리아, 옥션, 지마켓, 티켓몬스터 모두 해외의 검증된 모델을 발 빠르게 실행해 성공한 사례입니다. 직접적으로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엔써즈와 첫눈 같은 기술 기반 사업보다 앞서 말한 실행 영역의 사업이 엑시트 과정에서 더 큰 금전적 수확을 얻었습니다.

기술 기반의 창업자들이 또 하나 빠지기 쉬운 오류는 ‘재미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면 트위터 처럼 알아서 사람들이 몰려올 거라는’ 생각입니다.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사실 희박한 확률입니다. 외부환경과 운이 함께 따라줘야 하기 때문이죠. 이 때문에 가만히 앉아 창의적인 서비스만 만들면 된다고 생각해 나가서 발로 뛰는 노력을 하지 않는 면도 있습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각기 다른 모델을 다른 각도에서 동등하게 보기 위함입니다.

-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가능성을 어떻게 보십니까?

한국 기업이 세계적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두 관문이 있습니다. 선두가 되는 것과 스케일 업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이 스케일 업에서 실패합니다. 스케일을 키우려면 한국 투자자만으로 가능할까요? 아닙니다. 큰 시장에 속한 네트워크와 자본을 끌어와야 합니다. 미국이나 중국처럼 큰 시장을 가진 벤처캐피탈로부터 거대한 자금을 투자받는 것. 만약 국내의 창업자가 이를 해낸다면 박수쳐줘야 합니다. 가능한가 불가능한가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창업자들의 많은 시도가 있을 것이고, 중요한 것은 시도하면서 현실적인 방법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박지웅 심사역은 젊은 창업자들에게 희망을 본다고 말했다. 요즘 젊은 창업자들에겐 유창한 영어 실력과 열린 마음 같은 기본이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이 기본을 가지고 글로벌 시장에서 실력으로 입증하는 것은 창업자의 노력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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