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리스 스타트업, 캐스퍼 이야기
2015년 07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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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리스 구매 과정에서의 사용자 경험은 여전히 개선해야 할 여지가 많다.”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매트리스’를 직접 디자인하여 판매하는 온라인 상거래 스타트업, 캐스퍼(Casper)의 대표 필립 크림(Philip Krim)의 말이다. 우리 인생의 3분의 1은 매트리스 위에서 보내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매트리스 구매의 과정은 백화점 혹은 가구 전문점에 속해 있는 영업 사원의 추천과 정보에 의존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캐스퍼의 필립 크림은 이와 같은 사용자 경험과 유통 구조를 혁신해 서비스 런칭 28일 만에 10억 원의 수익을 올리며 마침내 5천억 원대의 회사 가치를 창출해냈다.

'현대인의 불면증과 숙면에 대한 니즈'를 해결하겠다고 나서는 스타트업이라면 생체 리듬을 체크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라든지, 조명 및 침대 상태를 원격으로 조종할 수 있는 IoT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하지만 필립은 그런 아이디어와 비교할 때 멋져 보이지는 않더라도, 본질적이고 구체적인 질문인 '매트리스를 사는 사용자 경험을 어떻게 혁신할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췄다. 캐스퍼는 이제 뉴욕을 대표하는 스타트업으로 성장했다. 오늘은 필립 크림의 창업과정을 살펴보며, 캐스퍼가 혁신해낸 사용자 경험을 제품 중심(product centric)의 프레임으로 분석해보도록 하자.

왜 '매트리스' 인가? 

캐스퍼의 공동 창업자 이자, CEO인 필립 크림은 텍사스의 오스틴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던 시절, ‘메릭 그룹(Merrick Group)’이라는 이커머스 사이트를 창업한 바 있다. 메릭 그룹은 생산업체에서 직접 배송이 되는 곳을 찾아 웹사이트를 만들고 제품을 판매하는 아이템으로서, 필립은 이 사업체를 10년간 운영하며 생산업체로부터 직배송된 제품을 온라인에서 판매해 내는 노하우를 축적하게 된다.

2006년과 2007년에는 INC지가 뽑은 미국 내에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개인 사업 500위에도 이름을 올린 바가 있다. 당시 필립은 메릭 그룹을 통해, 창문 블라인드에서부터 스포츠 경기 티켓, 가구, 매트리스까지 다양한 아이템들을 다룬 바 있는 데, 매트리스가 가장 인기 있었던 제품 카테고리였다고 한다.

캐스퍼의 공동 창업자들은 뉴욕의 맨하탄에 위치한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만나 친해진 친구들이라고 하는 데, 이들은 매일 잠이 부족해 피곤하다는 이야기를 입버릇처럼 하곤 했다고 한다. 이들 모두 일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하여 친환경 재료로 만든 주스나 비타민 등을 챙겨 먹곤 했는데, 우연히 숙면의 중요성과 매트리스 구매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이들은 여전히 매트리스 산업이 옛날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음에 주목하고, 캐스퍼 설립을 결심하게 된다. 때마침, 필립은 세계적인 디자인 이노베이션 그룹 아이데오(IDEO)에서 10년간 매트리스 제조업체 연구 개발을 한 제프를 만나며, 캐스퍼를 시작했다.

최상의 제품을 절반의 가격으로 제시하며 사용자 경험을 디자인한다

캐스퍼의 필립은 매트리스의 가격이 비싼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매트리스가 기본적으로 비싼 이유는 복잡한 유통 구조 때문이다. 제조업체에서 제품을 만들어 매장까지 가는 과정에서 점점 가격이 올라가는 데, 매트리스는 부피가 큰 품목이고 종류별로 디스플레이를 하기 위해서는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 이뿐 아니라 침대와 인테리어 등 판매를 위한 부가 비용과 임대료가 더해져, 매트리스는 구매하기 부담스러운 품목이 되어 버린다.

캐스퍼는 한 종류만의 매트리스를 직접 제작하여, 온라인으로 판매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가장 작은 트윈 사이즈가 500달러(한화 약 55만 원)에서 부터 시작해 가장 큰 사이즈인 킹 사이즈가 950달러(한화 약 100만 원)다.

그뿐만 아니라 필립은 사용자의 구매 경험을 극대화하는 데에도 초점을 맞추었다. 필립은 “매트리스는 한번 구매하면 적어도 10년 이상을 사용하는 제품군이다. 고객들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3~5분 정도 누워보고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 캐스퍼에서는 자신의 몸에 맞는 제품인지 아닌지를 확인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100일 시험 서비스(100 Night Trial)를 운영 중이다. 고객들은 100일간 매트리스를 사용해 볼 수 있으며, 불편하면 환불이 보장된다. 배송은 모두 무료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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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퍼 매트리스의 특별함

캐스퍼 매트리스는 제품 개발에만 9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제품 가격도 회사 비지니스 모델도 아닌 '매트리스의 편안함'이었다. 이들은 매트리스 제작을 위한 자재 선정에 대한 기본적인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다양한 시도를 했다. 계속해서 피드백을 받으며 수백 번의 실험을 거쳐 최종의 제품을 완성했다.

필립은 “캐스퍼 매트리스의 특별함은 기존의 메모리폼 위에 라텍스폼을 우리만의 방식으로 합친 것으로 볼 수 있다. 라텍스는 탄력 있는 자재인 반면 메모리폼은 흡수력이 좋아 매트리스의 중간층이 튼튼한 장점이 있다”고 말한다. 이와 같은 폼 매트리스의 장점 중 하나는 배송 시 작은 박스에 압축해서 넣을 수 있다는 점이다.

캐스퍼의 필립은 향후 매트리스 판매뿐 아니라, 침대와 시트, 베게, 이불 등 '수면'에 관련된 모든 것을 판매하는 브랜드로 성장하고자 한다. 필립은 지난 5월 뉴욕에서 열린 테크크런치 뉴욕 디스럽티브 컨퍼런스를 통해, 미국의 샌프란시스코를 시작으로 워싱턴, 오스틴 등지로 캐스퍼 매트리스 판매를 위한 팝업 스토어를 열며 다양한 실험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필자는 캐스퍼의 공동 창업자들이 "매트리스를 사는 사용자 경험을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라는 프레임으로 현대인의 불면증과 숙면의 문제를 풀어나아갈 때, 무엇보다 '매트리스의 편안함'이라는 제품 중심(Product-centric)의 전략으로 제품 가격 및 유통구조를 혁신해 나아가며 통합적인 사용자 경험을 설계해 나아갔던 점은 한국의 스타트업들에게도 유의미한 교훈을 던져준다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에게 중요한 것은 최상의 제품, 그 자체다. 그리고 고객과의 관계를 맺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스티브잡스가 ‘브랜드’라는 단어를 더럽다고 표현하기도 했듯, '마케팅’이란 용어 역시, 누군가에게 제품을 파는 것을 전제로 성립된다. 브랜딩과 마케팅, 그 이전에 항상 제품이 먼저다.

[참조]
더버지
테크크런치
INC
네이버 블로그 (HJ Valerie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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