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롬캐스트와 삼성
2013년 08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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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크롬캐스트 발표를 보면서 엉뚱하게도 이런 생각을 했었다. "저런게 바로 삼성이 만들었어야 하는거 아닌가?"

삼성은 늘 걱정하는 것이 스마트폰 시장도 PC 시장처럼 표준화된 OS와 플랫폼 회사들 (즉 구글과 애플) 이 주도권을 가져가면서 단말 회사들은 단순 하드웨어 조립 업체로 전락하고 중국 업체들에 의한 가격 경쟁에 휘말리는 시나리오다. 그래서 늘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와 컨텐츠, 그리고 그것을 통한 단말 차별화 등등을 강조하지만 아직까지 그런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삼성만의 작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근데 소프트웨어나 컨텐츠가 점차 단말 중심이 아닌 각종 디바이스에서 접속할 수 있는 클라우드 중심으로 되면서, 삼성이 압도적으로 가진 비교우위 -- 컨슈머 전자제품 거의 모든 분야에서 1위를 하고 있는 지구상 유일한 회사라는 점 -- 이 엄청난 기회요소가 될수 있다고 본다.

이런 면에서 크롬캐스트 같은게 바로 삼성이 만들어서 발표했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설령 그것 자체로써 시장의 판도를 바꿀 제품이 아니더라도, 이런 재미난 발표들을 하고 전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크로스 디바이스 컨텐츠 분야에서 가장 앞서간다는 이니셔티브를 가져가야 한다는 것. 이래야 개발자들이나 스타트업들이 삼성이라는 동네에 자꾸 기웃거리면서 모여들고, 그런 과정에서 인하우스에서만은 생각할수 없었던 재미있는 아이디어들을 흡수해 나갈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이 디바이스 외의 것들에 진정으로 관심을 가진다면 가장 중점을 둬야 하는 분야는 플랫폼과 개발자 네트워크다. 컨텐츠 컨텐츠 하는데, 삼성이 컨텐츠를 직접 한다는 건 말도 안되는 거고, 오히려 그렇게 컨텐츠를 가진 쪽에서 "이쪽 생태계도 좋은 점이 있구나" 라고 느끼고 모여들 수 있도록 판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게 바로 플랫폼이고 개발자 생태계라는 것. 그런 면에서 타이젠은 장기적으로 엄청나게 중요한 전략 포인트고, 구글에 주도권을 빼앗기는게 싫어서 하나 억지로 두고있는 수비적 한수가 아니라 오히려 특정 분야에서는 안드로이드나 iOS보다 훨씬 뛰어난 장을 만들수 있도록 매우 공격적으로 나가야 한다고 본다. 한국에서 SKT가 블랙베리를 아무리 싸게 팔아도 카카오톡 안된다는 사실때문에 아무도 안샀던 것처럼, 사용자들은 특정 앱 하나로 특정 플랫폼을 선택할 수도 있는 거고, 따라서 이러한 시나리오, 즉 "이 앱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타이젠 폰을 산다"는 시나리오를 엔드픽쳐로 두고 그게 가능할 때까지 계속 플랫폼과 개발자 생태계에 공을 들여야 한다고 본다.

(사실 현재의 타이젠은 뭐가 나은지 전혀 모르겠음. HTML5를 최대한 수용해서 기존 웹 앱의 포터빌리티가 높다는걸 내세우는데.. HTML5를 기존 플랫폼이 지원 안하는 것도 아니고, 페이스북조차 퍼포먼스 이슈로 HTML5 앱에서 전용앱으로  대전환했는데 그러한 퍼포먼스 이슈에 대한 해답은 별로 없는듯..)

내가 삼성에 다닐 때만해도 노키아는 넘볼수 없는 아성이었는데 불과 몇년 사이에 헛발질 몇번 하더니 휘청하고 있는데, 이 얘기는 결국 애플이나 삼성같은 회사도 딱 몇번만 연달아 전략적 악수를 두면 충분히 그렇게 될수도 있다는 얘기. 그래서 지금 디바이스를 엄청나게 많이 판다고 해서 이게 다라고 생각하면 위험. 모바일 모바일 하지만, 사실 모바일이라고 말하면 핸드폰 정도로 개념이 국한될 수 있는데, 이보다 적합한 말은 클라우드와 연결된 "커넥티드 스마트 디바이스"다. 지금은 핸드폰이 대부분이고 거기에 태블릿 정도가 들어가지만, 앞으로 몇년안에 자동차부터 보도블럭까지 기존의 덤 오브젝트들이 다 스마트 오브젝트로 바뀔 것이고, 그중에 하나만 잘 잡아도 스퀘어 급의 회사들이 나올수 있다. 이런 큰 트렌드는 몇년전만 해도 "모든 디바이스를 다 만든다"고 놀림을 받았던 삼성에 역사상 가장 큰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크롬캐스트 얘기로 다시 마무리를 하자면, 가장 중요한 것중의 하나가 실패를 어느정도 용인하고 그걸 자산으로 계속 키워나가는 조직문화라고 본다. 사실 크롬캐스트도 아직 완벽한 것도 아니고, 그전에는 넥서스 Q라는 실패가 있었던 건데, 삼성같았으면 아마 벌써 임원 몇명 잘리고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구글에서는 초기 제품이 어설프더라도 계속 똑같은 사람들이 실패사례를 자산화하면서 프로젝트를 계속 발전시켜 나간다. 구글플러스 역시 그전의 구글 버즈, Wave 등의 실패가 자산이 되었던 셈. 근데 삼성은 아직도 한번만 실수하면 좌천되는 문화가 있어서 그런지, 특히 임원 레벨에서 실패는 애시당초 옵션이 아닌, 매우 절박한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사실 그런 문화때문에 지금까지 경쟁자를 다 물리치면서 승승장구 해왔던게 사실이지만, 단말 댓수가 아닌 플랫폼이나 소프트웨어 쪽은 초기 제품에서 실패도 해보고 전세계 언론에서 쪽팔림도 당해보고 하더라도, 계속 동일한 팀에서 실패의 자산을 쌓아 나가야 결국 어느순간 재미있는게 나올수 있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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