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스물일곱, 해커가 차린 비트코인 스타트업 ‘디바인랩’
2015년 07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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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바인랩과 본인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현재 비트코인 거래소이자 플랫폼인 코인원과 관련 서비스를 개발 및 제공하는 디바인랩의 대표를 맡고 있다. 처음에는 호기심과 재미로 비트코인을 접하게 되었고, 후에 단순한 호기심에서 벗어나 대학 후배 두 명과 함께 디바인랩을 창업했다. 돌이켜보면, 공대생 세 명이 모여있다 보니 기술적인 부분에서 강점을 가지고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코인원은 타 비트코인 거래소와 무엇이 다른가.  

비트코인 거래소의 경우, 은행과 같기 때문에 보안이 가장 중요한 이슈다. 일반적인 화폐 시스템과 비교해 보았을 때 비트코인은 폭발적인 인기에 비해 보안적으로 취약하다. 코인원은 다른 거래소에 비해 높은 수준의 보안성을 확보하고 있다. 더 믿고 맡길 수 있는 은행 같은 것이다.

이런 기술적 우위는 디바인랩이 엔지니어를 중심으로 한 집단이어서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해커 출신인 나를 비롯해 처음부터 포스텍 출신 3명이 함께 시작했다. 이후로도 역량이 뛰어난 엔지니어들과 함께 서비스를 만들었다. 높은 보안 수준을 보여줄 수 있는 구체적인 예는 코인원이 제공하는 지갑 서비스인 멀티시그(Multisig)다.

멀티시그가 보통 비트코인 지갑보다 더 안전한 이유는 무엇인가. 

비트코인을 거래하기 위해 지갑(wallet)을 사용한다. 비트코인을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런데 타 지갑은 사용자가 본인 인증을 하는데 하나의 비밀 키만 있으면 된다. 그래서 하나의 비밀키를 잃어버리거나 해킹당하게 되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비트코인을 한 번에 잃어버릴 위험이 있다.

이걸 방지하기 위해 코인원에서는 비밀 키 3개가 필요한 멀티시그 지갑을 제공한다.  하나는 보안을 위해 거래소에서 보관하고, 나머지 두 개는 멀티시그 사용자가 갖고 있는 것이다. 사용자는 이 지갑을 이용하기 위해서 두 개의 키가 있어야 하므로 비밀키 하나를 잃어버리더라도 다른 비밀키를 분실하지 않는다면 비트코인을 잃어버릴 염려가 없다.

멀티시그는 더 많은 사람이 안전하게 비트코인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원래는 저희가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있었는데 미국에서 멀티시그의 컨셉으로 연구를 하고 있는 회사가 있어 전략적으로 제휴를 맺고 같이 개발하여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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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비트코인 거래소의 수수료가 0%인데, 앞으로 수익은 어떻게 창출해낼 계획인가.

현재 거래소 수수료가 0%인 이유는, 유저를 확보하고 거래소를 플랫폼 화 하기 위함이다. 거래소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수수료를 부과할 가능성이 있으나, 아직은 계획이 없다. 우리는 거래소를 기반한 다양한 서비스들에서 주로 수익을 창출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 결제, 송금 분야에서 수익이 날 수 있다.

'비트코인'과 '보안'하면 해킹으로 인해 파산한 마운트곡스가 생각난다. 많은 부분이 보완되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비트코인에 대한 신뢰성이 논란이 되고 있다. 

비트코인이라는 화폐 자체는 기술적으로 결함이 없다. 암호학적으로도 이건 이미 검증이 됐다. 하지만 비트코인을 가지고 무언가를 했을 때 보안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은행마저도 돈을 거래하거나 보관할 때 때때로 문제가 발생한다. 하지만 은행은 현재의 보안 수준을 갖추기 위해 수십 년간 다양한 시도와 발전을 거듭해왔다.

비트코인에게도 시간이 필요하다. 실물 화폐에 비해 비트코인은 상대적으로 초기 단계이지만, 앞으로 보안이 더욱 튼튼해지면서 시스템도 안정될 것이라고 믿는다. 다시 말해, 시간의 문제라는 것이다. 덧붙이자면 앞서 설명한 코인원이 제공하는 멀티시그가 이러한 노력의 좋은 예시가 될 수 있길 바란다.

하지만 적어도 현재는 실제 비트코인을 통한 마약 밀매나 사기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어떻게 사고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보는가.

비트코인을 통한 마약 매매는 비트코인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전체 마약 거래 건수 중에 비트코인을 이용하는 비율은 매우 낮지만, 기존과 다른 방식이기 때문에 매번 주목을 받는다. 달러화로 마약을 구매한다고 달러화가 문제인 것은 아니듯이 이것은 비트코인의 문제가 아니며, 오히려 비트코인은 추적하기 쉽기 때문에 범죄에 이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부분이 많다.

비트코인의 특징 중 하나로 익명성을 꼽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모든 거래기록이 투명하게 공개된다는 비트코인의 특성상 추적이 쉽다. 기존 화폐의 모든 거래 기록을 은행에서 관리하는 것과 비교하면 비트코인이 오히려 더 투명하다. 게다가 모든 비트코인 거래소는 보인 인증을 기본적으로 철저히 하기 때문에 익명성은 완전히 사라진다.

만약 비트코인으로 마약 거래가 이루어진다면, 비트코인을 최초로 구입하거나 금화할 때 신상정보가 거래소에 남게 되고 모든 기록이 추적 가능해진다. 마약 거래를 하기 위해 거래소를 통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비트코인을 채굴할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 또한 결국에는 이를 현금화하는 과정에서 기록이 남게 된다. 또 금을 직접 채굴해서 사용하는 사람이 없듯이 이런 경우는 거의 없다.

비트코인 시장이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다고 보는가. 

내 생각의 문제가 아니라, 자연스레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이미 비트코인 관련 시장 규모가 세계적으로 6천억 원이 넘어섰다. 이는 1995년에 인터넷 업계에 투자된 금액을 훨씬 초월하는 규모다. 인터넷의 성장 과정에 비유하자면 당시 인터넷의 중요성과 가치를 인식한 선구자들은 모두가 성장할 것이라는 생각했지만 일반 사용자들은 그러질 못했다. 마찬가지다. 비트코인도 인터넷이 그랬던 것처럼 가까운 미래에 인터넷에 버금가는 하나의 축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 본다.

최근 핀테크 관련 규제가 국내서 완화되면서 비트코인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사실 우리 나라에서 비트코인과 관련하여 규제가 걸림돌이 된 부분은 애초에 없었다. 우리 나라에서 비트코인은 화폐가 아닌 디지털 자산(Digital Asset)으로 취급되기 때문에 금융법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현재는 비트코인이 규제의 회색 지대에 있기 때문에 빠르게 성장하는 동시에, 건전하게 성장해야 제도권 안으로 문제없이 들어갈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비트코인 산업의 규모가 점점 커지며 정부에서도 관심이 있으며, 업체들과 소통하며 관련 법률을 제정하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코인원이 나아가려고 하는 방향은 무엇인가?

비트코인은 국경이 없는 전자화폐다. 쉽게 말해 비트코인 시장은 국경이 없는 시장인 셈이다. 당연히 시장 규모가 큰 글로벌로 진출하는 것이 목표다.

포항공대 재학 시절, 해커로 이름을 날렸다. 수많은 입사 제안을 받았을 것 같은데 왜 돌연 창업을 선택했나. 

보안도 재밌었지만, 무조건 보안만 해야 된다는 생각은 없었다. 보안을 다루다 보니 자연스럽게 프로그래밍도 좋아하게 됐고, 무엇이 되었건 간에 재밌는 일을 하고 싶었다. 디바인랩도 무언가를 처음부터 내 손으로 만들어가는 재미로 시작했다. 사실 어렸을 때부터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있었고, 군대를 다녀오며 마음을 굳혔다. 포항공대 동문 선배의 스타트업에 참여하게 되면서 꿈이 구체화됐다.

창업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나. 

일단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걱정하지 말고 시작해야 한다. 무슨 일이든 부딪히고, 깨지고, 배우면서 하면 못할 일은 없는 것 같다. 특히 엔지니어의 경우 지금이 창업하기에 최적기라고 생각한다. 창업을 하려면 복잡한 재무회계, 경영학을 알아야 될 것 같지만 나도 거의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했다. 더 중요한 것은 자기가 어떤 제품을 만들 것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는 열정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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