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개발자의 실패담] 로컬 커머셜 비즈니스가 안되는 이유
1월 9, 2014

[ Sorry, we are closed for 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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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늦봄, 필자는 다이어트 앱으로 충분히 돈을 뽑을 만큼 뽑았다고 판단하고 새로운 사업기회를 모색하였다. 정확하진 않지만, 아이폰 80만 대가 판매된 시점에 필자가 개발한 앱이 20만 대 정도 깔렸다고 추산했고, 더 이상은 무의미했다. 이런저런 비즈니스를 시도하였고, 그중에는 지역상인과 모바일을 연계하겠다는 프로젝트도 있었다.

물론, 그 프로젝트는 1달 반 만에 '안 되겠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것을 실패라고 보든 좋은 경험이라고 보든 그것은 보는 사람이 판단하기 나름이지만,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이러한 실패담이 널리 공유되지 않아 아직도 많은 사람이 유사 비즈니스에 도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가 어찌하여 실패했는지 알려지면 좀 더 많은 사람이 이런 아이템을 건드리지 않지 않을까.

주변에 이러한 비즈니스를 시도하는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이 글을 공유해주길 바란다.

당시 로컬 커머스와 관련된 몇 가지 아이템을 검토하였는데

동네 음식점을 모바일로 예약하는 서비스나, 동네 마트의 물건 정보를 수집하여 배달하는 서비스, 모바일 쿠폰 발행 등 다양한 아이템을 생각했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본인이 겉치레로나마 음식점 개점과 경영에 개입해 본 적이 있고, 바(Bar)에서도 일해 보고, 음식점에서 설거지해 본 경험이 있다. 더불어 상당히 많은 기간 동안 IT 프라이싱에 관한 논문을 읽었기 때문에 상당히 빠르게 ‘이 비즈니스는 안 되겠다’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었다. 만약 그러한 밑바닥(?) 경험과 경영학계에서의 이력이 없었다면 반년 이상의 시간과 상당한 규모의 자금을 소진했을지도 모른다.

 

아이디어 아이템은

1) 모바일 음식점 예약/결제 서비스

길거리에서도 음식점을 모바일(또는 웹)로 예약하여, 결제하면 음식점에 바로 앉자마자 식사가 나올 것이다. 음식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회전율인데, 이는 음식점의 회전율을 최대한 높여줄 것이다. 또한, 빈 테이블 검색 등을 POS와 연동하면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다.

2) 오프라인 매장 제품을 모바일로 끌어와 판매하기

간단하다. 매장마다 재고가 전부 다르다. 같은 물건이라도 편의점에 따라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이를 통합하여 관리하고, 검색하여 최저가를 찾아낸다.

3) 쿠폰 관련 비즈니스

역시 간단하다. 쿠폰을 모바일화한다.

 

그럼 위 아이템들은 각각 어떤 문제를 겪고 있었을까

쿠폰이 페인 킬러?

쉬운 문제부터 보자. 쿠폰은 얼핏 생각하면 괜찮을 것 같지만, 페인 킬러라고 보기 상당히 힘들다. 그리고 경제적으로도 맞지 않다. 이전에 여러 글을 통하여, 클릭 한 번의 비용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상당히 비싸다는 말을 여러 번 언급하였다. 모바일은 더더욱 비싸다. 개인적으로는 성인 기준으로 클릭당 500원 ~ 1,000원 정도로 잡는데, 이는 모바일 쿠폰을 성공시키려면 1회당 고객에게 들어가는 비용이 생각보다는 더 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실제로 쿠폰 때문에 소비자가 고생을 겪느냐, 그것은 아니다. 수없이 많은 쿠폰이 세상에 돌아다니는 것 같지만, 집 근처의 음식점 10곳 중 과연 얼마나 많은 음식점이 쿠폰제를 운용하고 있을까? 일반 식당 중 중국집 배달업이나마 쿠폰이 있을 뿐 설렁탕집, 냉면집, 고깃집 중에 쿠폰제를 운용하는 곳이 있는가? 기껏해야 커피 전문점이다.

애당초 쿠폰제는 음식점의 핵심 비즈니스와는 거리가 멀다. 잘 오는 사람은 어차피 쿠폰제를 하지 않아도 알아서 찾아온다. 또한, 음식점의 마진은 생각보다 박하고 섣불리 쿠폰제를 도입했다가는 적자보기 일쑤이다. 때문에 쿠폰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자주 가는 커피 전문점이 기껏해야 2~3곳이고, 이 쿠폰은 그냥 종이로 보관하는 편이 더 편리해 보인다.

만약 쿠폰이 페인 킬러라면 – 사용자는 지갑이 불룩하더라도 이런저런 쿠폰들을 잔뜩 넣고 다녀야 한다.

만약 쿠폰이 비타민이라면 – 사용자의 지갑엔 자주 쓰는 쿠폰들만 있어야 한다. (2~3가지 쿠폰은 지갑에 충분히 들어가니 모바일화시키면 적자만 날 것이다.)

 

그럼 커피 전문점은 왜 쿠폰이 있을까.

그동안 글에서 다수 언급했던 *한계 비용(Marginal Cost)의 문제가 또다시 등장한다. 커피 전문점은 한계 비용이 낮다. 커피 한 잔 뽑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설거지는 필요 없고, 때문에 많이 팔면 많이 팔수록 이득이다.

그러나 음식점은 다르다. 회전율이 높은 음식점의 경우, 피크 타임시의 그 고통은 그것을 겪어본 사람만 안다. 설거지는 70초 안에 끝나고, 접시들은 춤을 추고, 고객의 요청은 끝이 없다. 이것은 모두 코스트이다. 잘되는 음식점의 경우도 회전율은 한계가 있으며, 한 종업원이 커버할 수 있는 면적도 한계가 있다. (이 정도면 짐작하겠지만, 로컬 상점에는 IT Guy들이 생각하기 힘든 수많은 상황이 존재한다.)

*한계 비용(Marginal Cost) : 재화나 서비스를 한 단위 더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추가 비용

 

재고검색 및 최저가에 대한 문제도 비슷하다.

일단 이 비즈니스가 타당한지를 결정하려면 먼저 모바일에서의 클릭당 단가를 구해야 했다. 이 기준으로 삼았던 것은 앱 한 개를 설치할 때마다 얼마의 비용을 마케팅비로 지급하느냐였다. 2011년 초반엔 오프라인에서의 한 개의 앱당 다운로드에 5,000원의 마케팅비용이 소모되던 시점이었다. 그리고 상점 주인들과의 몇 번의 인터뷰 후, 바로 아이템을 접었다.

 

음식점 주인에게 중요한 페인 포인트와 핵심성과지표

마지막으로 모바일에서 음식점을 결제하거나, 모바일에서 동네 상점과 연계하여 쌀, 물 등 생필품을 바로 집으로 보내는 배달 서비스는 정부사업으로도 수행하였던 아이템이다. 음식점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 중 하나는 예약해놓고 오지 않는 손님이고, 음식점의 핵심성과지표(KPI)는 회전율이다. 물론, 한 달여 만에 ‘프로젝트 철회’란 결론을 내렸지만 말이다.

 

문제가 무엇이었을까.
언뜻 보기엔 좋아 보이지만 이 아이템은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첫째. 음식점 주인은 IT에 친하지 않다.

둘째. 매출 증대 효과가 미미하다.

셋째. 지속적인 사용이 보장되지 않는다.

음식점 주인은 IT에 친하지 않다. 즉, 음식점 주인이 IT를 다루는 데에는 일정한 인지 비용(Cognitive Cost)을 지급해야 한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이 비용은 비싸지는데, 이 비용을 감내해서라도 제품이 잘 팔리려면 매출 증대 효과가 있어야 한다. 경험에 비추어, 그 숫자를 20%로 본다. (이 숫자는 컨설턴트나 마케터마다 다를 수는 있다.) 개인적으로 같은 요일과 날씨에 음식이 100그릇 팔리다가 120그릇 정도 팔리면 더 많이 팔렸다고 느꼈다. 그러나 5% 정도, 그러니까 100그릇과 105그릇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20% 정도의 차이를 만들어낼 방법은 몇 가지 없다. 티켓몬스터처럼 40% 정도 확 가격을 낮추어 이목을 집중시키든지 – 그렇지 않으면 음식을 맛있게 하는 것이다. IT 서비스로 전환해보자. ‘더 편리하게 음식점을 이용하도록 하겠습니다’ 라고 모바일로 예약시스템을 광고하는 말은 모바일 사업으로 치자면 ‘앱을 더 쉽게 실행시켜주겠습니다’ 랑 비슷하다.

예약도 마찬가지이다. 예약을 취소한 사람들은 음식점 주인이 말하는 주요 페인 포인트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음식점 주인이 말하는 경험담이 아니라 '수치'이다. 사람의 기억과 감성은 비틀어지기 십상이며, 때문에 통계가 중요하다. ‘예약했다 취소하는 것이 음식점 주인들이 말하는 불편한 사항입니다’ 가 아니라, ‘하루 100그릇을 파는 음식점들의 50% 이상이 하루에 5번 이상의 예약 취소로 음식을 버리고 있으며, 이 금액은 얼마입니다’라고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이 수치를 머릿속에서 꿰맞춘 순간, 이 비즈니스는 안 되겠다 싶었다.

 

지속해서 사용 가능하지 않다는 점은 매우 확연했다.

이것은 홈쇼핑 비즈니스이다. 서비스를 출시하면 사용자가 처음 두어 번은 사용하겠지만, 곧 사용자에게 잊혀질 것이었다.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1년에 음식점 예약을 하는 횟수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 정도로 붐비는 음식점이라면 이런 IT 제품을 도입할 리 만무하다.)

사실 음식점 주인의 고민은 엇비슷하다. 주방장이 지시를 잘 따르지 않는다든지, 재료비 혹은 권리금 인상 등의 이슈가 있다. 그리고 그 뒤에 마케팅의 문제가 따라온다. 설사 마케팅이 그렇게 커다란 문제라 할지라도 – 과연 예약 앱을 통하여 마케팅 효과를 볼 수 있을까.

게다가 결제 서비스를 엮는 것은 더 치명적 문제가 있다. VAN이나 POS 업체 엮어야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진입 장벽이 상당히 높다. 즉, 이전에 설명한 ‘가정의 개수’라는 개념이 도입되고, 비즈니스 성공 확률은 기존의 30% 이하로 떨어진다. 이 정도면 손을 떼는 편이 낫다.

 

그러면 그전의 다이어트 앱은 어찌하여 아이템을 발굴했을까.

어느 날 강남의 대형 서점에서 물끄러미 앉아있는데, 여자들이 다이어트 책을 참 많이 사가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다이어트 책을 사가는 사람들이 다이어트가 필요 없는 사람들이라는 것도 동시에 발견했다.

아, 사람들은 저기에 돈을 쓰는구나 싶었다. 다이어트는 환상이었고, 종교였고, 실체가 없었으며, 사람들이 돈을 쓰는 분야였다. 그래서 만들었고, 그래서 팔렸다. 사실 그게 끝이었다. 그리고 내가 다이어트 사업을 계속할 것인가를 자신에게 되물었고, 스스로 별 관심이 없다는 점을 깨달았다. 그리고 아이템을 접었다. 어찌 보면 간단한 스토리이다. -by 보통개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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