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유진의 호주 스타트업 개론 #4] 호주 스타트업의 현주소, Crossroads 보고서(2)
2014년 06월 19일

지난 3화에 이어 이번 4화에서도 지난 4월 StartupAUS가 발표한 후 호주 스타트업 업계로부터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는 보고서, ‘Crossroads’를 토대로 구체적인 이야기를 풀어 보려 한다. 호주가 스타트업 육성에 박차를 가해야만 하는 경제적 요인 및 호주의 스타트업 생태계 현황을 다룬 3화에 이어 , 이번 4화에서는 이를 토대로 제시된 구체적인 실천 계획 및 여기서 한국 스타트업 업계가 함께 생각해 볼만한 몇 가지 시사점 등이 주된 내용이다.

Ⅴ. 호주 스타트업 생태계 육성을 위한 실천 계획(Action Plan)

사실 Crossroads 보고서의 진짜 알짜배기가 바로 이 부분이다. 호주 스타트업이 빠르게 성장하며 붐을 일으키기 시작한 것은 대략 5년 전부터로, Crossroads 보고서가 이 5년을 갈무리함과 동시에 호주 스타트업의 미래를 제시하는 종합적인 보고서로 많은 미디어와 관련자들로부터 인정받는 까닭 역시 이 실천 계획 때문이다. 해당 부분의 요약은 아래와 같다.

  • Action #1 – 기업가의 양적 증가 도모
  • Action #2 – 기업가 정신의 질적인 면과 양적인 부분에서의 향상
  • Action #3 – ICT 기술 보유자 수 증대
  • Action #4 – 스타트업 전문가 우대 및 교류 증진
  • Action #5 – 스타트업에 대한 기업 초기 투자 가능성 확대
  • Action #6 – 스타트업 육성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 해결
  • Action #7 – 협력 및 국제 관계 증진

각 목차별 내용도 내용이지만 하위 실행 방안들을 다시 단기, 중기, 장기별로 나누어 표로 함께 제시한 부분이 특히 눈에 띄어 핵심을 간략하게 정리한다. 현재 한국의 상황과 견주어 각 항목별 실행 정도를 가늠해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1) 단기 효과(1-2년)

  • 창업비자 신설
  • 457비자(임시 취업 비자) 발급 조건 완화
  • LAFHA(Living Away From Home Allowance: 업무상의 이유로 근로자가 본 거주지에서 떨어진 곳에서 근무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추가적인 불편 및 지출을 일정 부분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하는 복지 제도)를 호주 소재 스타트업에 합류하거나, 호주에서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외국인에게도 적용
  • 해외 스타트업 및 관련 전문가들의 호주 방문 프로그램 시행
  • 호주 스타트업의 실리콘 밸리 정착 지원 프로그램 시행

주목할 만한 점은 단기 계획의 상당 부분을 해외의 유능한 인재들을 데려오는 것에 할애하고 있다는 것이다.

crossroads_34p.JPG▲호주의 ICT 관련 일자리 개수와 ICT 분야 고등교육 지원자 간 격차(34p)(Source: ACS Statistical Compendium 2012, DIISRTE Higher Education reports, analysis by Group-X)

이는 현재 호주에 ICT 관련 기술 보유자 및 기업가 정신 교육의 부족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한데, 향후 3년간 ICT 분야에서 추가로 필요한 인력은 약 35,000명으로 집계되는데 비해 현재 호주 국내 대학의 관련 학과 졸업자 수는 이의 1/3에 불과하다. 비자와 LAFTHA와 같은 제도적, 금전적 체계가 갖춰질 경우 호주는 특히 해외의 개발자와 디자이너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새 보금자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해외 인재 채용을 강력하게 바라는 스타트업 업계와는 달리 최근 증가하고 있는 호주의 실업률과 더불어(2014년 5월 기준 5.8퍼센트를 기록했다. 역대 최고치라며 말이 많지만, 2012년 기준 EU평균이 약 10퍼센트, 한국의 실질적인 실업률이 약 11퍼센트로 추정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꽤 양호한 수준이다) 임시 취업 비자 규제의 완화를 반대하는 목소리 역시 만만치 않기 때문에, 향후 호주 정부의 움직임을 두고 봐야 할 부분이다.

(2) 중기 효과(2-5년)

  • 졸업을 앞둔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창업 장학금 지원(Crossroads는 이 프로그램의 시행으로 현재 호주 스타트업의 큰 문제점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기업가 간 성비 격차 문제 역시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 학생 창업 인큐베이터의 전국적인 네트워크 지원
  • 코딩 학습 프로그램 제작 및 배포
  • 면세 혜택 등을 통한 해외 소재 호주 기업가들의 본국 귀환 장려
  • 엔젤 투자자들에게 세제 혜택 적용
  • 30세 이하 창업자를 대상으로 한 창업 자금 대출 제도 시행
  • 최소한의 요구사항 및 부정행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전제로 한 지분투자형 크라우드 펀딩 법제화

crossroads_51p_1.JPG▲국가별 1인당 엔젤 투자금액 비교(51p)(Sources: NACO, EBAN, HALO Report, besuccess, Andrew Stead, AAAI members)

엔젤 투자금액의 경우 호주는 인구 1인당 0.95달러로 미국(64달러), 스웨덴(39달러), 캐나다(11달러), 영국(10달러)등과 견주어 봤을 때 턱없이 적은 수준이다. 바로 옆 이웃나라인 뉴질랜드의 경우 5.7달러로 호주의 약 여섯 배 수준인데, 이는 뉴질랜드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약 3천 7백만 호주 달러(한화 약 3백 5십억 원) 규모의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시드 펀딩 정책 덕분이기도 하다.

crossroads_51p_2.JPG▲국가별 인구 백만명당 엔젤 투자자 수 비교 (51p)(Sources: NACO, EBAN, HALO Report, besuccess, Andrew Stead, AAAI members, Angel Resource Institute, Angel Capital Association, Angel Investment Network)

이와 비슷한 현상은 엔젤 투자자의 수를 비교한 도표에서도 보이는데, 인구 백만명당 832명의 엔젤 투자자를 보유한 미국(총 25만 8천명)은 그렇다 치더라도 당장 호주에서 활동 중인 엔젤 투자자는 겨우 300명 정도를 손에 꼽을 수 있는 실정이다. 엔젤 투자자간 성비 격차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인데, 호주의 전체 엔젤 투자자 중 여성이 차지하고 있는 비율은 2퍼센트 미만으로 집계되고 있다(한국은 어떨지 궁금하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해당 항목에서 한국과 호주 간 수치가 별반 큰 차이점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Crossroads는 각 실천 계획의 하위 항목마다 참고할만한 외국의 사례를 함께 들고 있는데, 한국은 정부의 지원(최근 500 Startups의 Tim Chae가 작성한 포스팅에도 나오듯, 현 한국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은 가히 세계적인 수준이다), 기술 기반 스타트업의 수, 대학교와의 연계, ICT 인프라,그리고 국제 교류 등에서 우수 사례들 중 하나로 꼬박 꼬박 이름을 올리고 있는 반면 엔젤 투자 부분에서는 호주와 마찬가지로 아직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 장기 효과(5-15년)

  • 상대적으로 빈약한 기술 기반 창업에 초점을 맞춘 스타트업 인식 고취 프로그램 시행
  • 취직에 가장 큰 목적을 두고 있는 현 초중고 교육에서 벗어난 기업가 정신 교육의 시행
  • ICT 교육 확대

시사점

이번 크로스로드(Crossroads) 보고서의 발표는 호주 스타트업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단순 현황 분석에 그친 것이 아니라 스타트업 생태계의 발전이라는 목표 아래에 기간별, 분야별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제시했으며, 이를 통해 제각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던 관련 단체들과 사람들을 하나의 목표 아래 끌어 모았다. 뿐만 아니라 방대한 양의 통계 자료를 생성 및 수집하여 본 보고서가 주장하는 바에 충분한 당위성을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이를 토대로 호주 스타트업의 발전에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되고 있는 호주 정부의 소극적인 ICT 관련 정책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이고도 직접적인 의견 표명과 함께 상당한 압박을 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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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스타트업 관련 단체 등에 배포된 ‘Crossroads Action Plan’ 포스터

그렇다면 지금 한국 스타트업 업계에 이러한 보고서가 등장한다면 과연 어떤 결과를 끌어낼 수 있을까. 호주와 달리 국내에는 스타트업 생태계 육성에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이 상당하며 관련 인프라는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이다. 정부의 지원과 각종 관련 단체들의 노력에 힘입어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는 가파른 곡선을 그리면서 성장해 왔고 이제는 타 국가의 벤치마킹 사례가 되고 있다.

이제는 지금까지의 성과를 한 자리에 정리하고 체계적인 분야별 성장 현황 파악을 통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부분과 우수한 부분을 철저히 따져 미래의 계획을 세울 만한 시기가 아닐까 싶다. ‘이미 다들 알고 있는 것들인데 뭘 또 그런 걸 정리하는데 시간을 낭비하나’, ‘그 시간에 관련 프로그램 하나라도 더 진행하는 게 도움 되는 것 아닌가’, ‘꼭 저런 종합적인 보고서가 아니더라도 이미 크고 작은 관련 연구가 진행된 바 있지 않은가’와 같은 의견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제대로 된 계획 없이 기관별, 단체별로 이뤄지는 대동소이한 프로그램의 무차별적인 난립, 정말 필요한 곳 대신 이상한 곳으로 사라져 버리는 눈먼 돈과 이로 인한 혈세의 낭비, 그리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투입 비용과 노력 대비 부진한 성과와 같은 문제점들은 통계와 함께 철저하게 이루어진 현황 파악 및 이를 토대로 한 현명한 재원 투입 계획과 관련 법규의 현실화가 이뤄졌을 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의 성과를 가공하여 한국의 우수한 스타트업 관련 인프라와 함께 홍보함으로써 스타트업 육성을 꿈꾸는 다른 국가들에게 유용한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그리고 이를 통해 글로벌 진출이라는 목표 아래 밖으로 나가기만 할 것이 아니라 한국이 다른 나라가 글로벌 진출의 한 장소로 꿈꾸는 스타트업의 허브가 될 수 있도록 재탄생시키는 작업에 밑바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도유진의 호주 스타트업 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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