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유진의 호주 스타트업 개론 #3] 호주 스타트업의 현주소, Crossroads 보고서(1)
2014년 05월 30일

 지난 기사(아틀라시안은 왜 영국으로 이사갔을까)에서는 호주의 대표적인 스타트업인 아틀라시안이 영국으로 법인을 이전한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다. 이번에는 지난 4월 발표된 후 호주 스타트업 업계로부터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는 보고서, ‘Crossroads’를 토대로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풀어 보려 한다. 이번 3화에서는 호주가 스타트업 육성에 박차를 가해야만 하는 경제적 요인 및 호주의 스타트업 생태계 현황을, 4화에서는 이를 토대로 제시된 구체적인 실행 방안 및 여기서 한국 스타트업 업계가 함께 생각해 볼만한 몇 가지 시사점 등이 주된 내용이 될 예정이다.

Crossroads-cover

 호주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바야흐로 성장기에 접어들어 있고, 각 대도시를 기점으로 각종 크고 작은 커뮤니티들이 만들어져 왔다. 이제는 이들을 하나로 모을 전국적인 규모의 네트워크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데, 이를 주목적으로(특히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들을 중심으로) 2013년 전국의 스타트업 커뮤니티 리더들에 의해 결성된 비영리 조직이 바로 StartupAUS이며 Crossroads는 이들이 호주 스타트업의 현황 및 앞으로 지향해야 할 구체적인 액션 플랜을 상세히 기술한 보고서이다(금번 beLAUNCH 2014에 스피커로 참가한 아틀라시안의 CEO, 마이크 캐논 브룩스 역시 이 보고서의 공동 저자 중 한 명이다).

Ⅰ. 문제 인식: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기존 산업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 차원에서의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가 필요

“호주는 호주의 번영과 세계적 위상을 정의하게 될 몇 가지 어려운 결정에 직면했다. 호주 GDP의 3/4 가량을 의지하고 있는 산업들은 신기술에 의해 부채질 된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심지어 역사적으로 강력했던 기존 산업들마저 저원가 구조 및 지리학적 장점과 함께 떠오르는 개발도상국들로부터의 강한 압박을 받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은 호주의 경제 성장을 막을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며,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없애고 전국에 걸친 장기적인 실업률 상승을 이끌고 있다.”

위는 Crossroads 보고서의 서문 중 일부이다(Foreword, 3p). 이 보고서는 현재 호주의 경제 상황 및 구성 요소의 파악과 이를 토대로 한 심각한 문제 인식으로부터 시작한다. 실제로 캘리포니아의 골드 러시에 비견되던 호주의 광산 호황은 예전만 같지 않고, 정부는 각 부처의 예산을 삭감하겠다는 발표를 연달아 하고 있다. 게다가 호주 경제의 70퍼센트는 디지털 혁신에 영향을 받기 쉬운 서비스 기반 산업이 떠받치고 있다. 이 보고서는 더 이상 호주가 국내외의 이러한 변화를 무시할 수 없음을, 이제는 행동을 취하든 이 세계적인 흐름에서 동떨어지든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함을 거듭 강조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Ⅱ. 스타트업 육성의 중요성: 스타트업 육성은 일자리와 수익 창출, 세계 속의 위상 고취, 그리고 산업 다각화 측면에서도 매우 절실

이 부분에서 언급되는 스타트업 육성의 중요성으로는 크게 일자리 창출, 혁신을 통한 수익 창출, 스타트업에게 매력적인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다국적 기업과 투자자 등을 끌어들이는 효과 등이 있다. 이는 한국에도 마찬가지로 해당되는 부분인데, 호주만의 독특한 ‘산업 다각화’라는 한 가지 요인이 더 있어 이를 간략히 소개한다.

산업 다각화 측면만 살펴봐도 호주에게 스타트업 장려는 선택이 아닌 필수임을 알 수 있다(The case for economic diversification, 14p). 2011년 기준 호주산 수출품의 64퍼센트는 광석, 철, 석탄과 같은 천연 자원이 차지하고 있다.

Source: http://atlas.media.mit.edu/explore/tree_map/hs/export/aus/all/show/2011/
대한민국의 수출품 비중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ECI(The economic complexity index), 경제적 복잡성 지수는 한 국가가 가공되지 않은 천연 자원의 추출과 판매에서부터 건물과 산업제품을 판매하는 일 등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지수이다. 아래 표에서 볼 수 있듯 호주의 ECI지수는 지난 20년 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고, 2011년 기준으로 연구 대상에 포함된 124개 국가 중 52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대한민국은 미국의 뒤를 이어 7위를 기록하고 있다.

Source: http://atlas.media.mit.edu/rankings/country/

지난 2월 아틀라시안의 영국으로의 법인 이전 결정이 내려진 후, 호주가 언제까지 천연 자원만 보고 있을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 육성해야 하며 이를 위해 호주 정부 및 사회 각 계층이 힘을 써야 한다는 일부 정치인 및 경제인들의 주장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Ⅲ. 호주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나:
구체적인 스타트업 지원 정책과 이를 담당할 전담 부처의 부재

호주 정부는 기업의 R&D에 대한 세제 혜택과 더불어 Commercialisation Australia(호주 정부가 운영하는 초기 기업 지원 기구로 2013년부터 연간 8천 2백만 호주 달러, 한화 약 7백 7십 억원 가량의 자금을 지원하고 있음)로부터의 장려금과 같은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The case for government intervention, 16p). 그러나 아직 호주 정부의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투자는 지원 금액만 놓고 보더라도 자동차 산업이나 광산업과 같은 전통 산업들에 비해 매우 미진한 상황이다.

2011년부터 호주 정부는 스타트업 생태계에 관한 여러 실질적인 조사를 수행해온 바 있는데, 정부가 현 상황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으나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일관성 있는 전략이 아직 수립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스타트업 관계자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한국과 달리 스타트업 지원과 기업가 정신 관련 정책을 주도적으로 맡아 이행할 수 있는 마땅한 정부 부처가 없다는 것도 문제점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호주 정부에서 스타트업 관련 부처를 굳이 꼽자면 다수 부처들(the Department of Broadband, Communications and the Digital Economy, the Department of Industry and the Department of Treasury) 사이의 어딘가라고 밖에 대답할 수 없는 것이 현 상황이라고 한다.

Ⅳ. 호주 스타트업 현황:
여의치 않은 환경에도 불구하고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최근 들어 바람직한 성공 케이스들이 등장하고 있음

호주의 스타트업 환경(Current state of the Australian startup ecosystem, 12p)은 지난 3년 간 큰 변화를 겪어 왔는데, 엑셀러레이션 프로그램의 수적인 증가와 스타트업에 대한 인식 및 미디어의 관심 증가 등이 바로 그것이다. 또한 Atlassian, Freelancer, BigCommerce, 99designs과 같이 세계적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는 스타트업들이 속속 등장하며 호주 스타트업의 빠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호주 스타트업 생태계(12p)

호주를 대표하는 스타트업들(12p)

다음 4화에서는 이러한 문제 의식과 현 상황을 토대로 하여 Crossroads에서 제시하는 구체적인 스타트업 생태계 육성 실행 방안과, 이와 관련하여 한국 스타트업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사점에 대해 살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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