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심봉사도 눈 뜨게 만든다, 시각 장애인을 위한 모바일 서비스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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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2월,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구었던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여자 주인공 오영(송혜교)은 시각장애인이었다. 드라마에서 오영은 ‘스마트폰’을 이용, 조리법(레시피)을 검색하여 오수(조인성)를 위해 음식을 만들고, 오수는 그런 오영을 위해 ‘스마트폰’으로 점자 읽는 법을 공부한다. ‘스마트폰’이 극을 이끄는 중요한 소재로 쓰인 것이다.

그런데 방송 초기에는 시각장애인인 오영이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모습을 보고, 설정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이렇듯 일반인의 상식에 평평한 터치스크린 화면을 쓰는 스마트폰은 겉으로 보면 시각장애인에게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는 기기이다. 시각장애인은 주로 점자로 문서를 읽을 수 있는데 매끄러운 터치스크린은 점자를 표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음성인식·명령기능으로 시각장애인도 스마트폰 쓸 수 있어

최근 시각장애인들이 스마트폰을 쓸 수 있게 된 것은 ‘음성인식·명령기능’ 덕분이다. 화면을 터치하지 않고도 음성을 통해 스마트폰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구글과 애플의 운영체제(OS)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기능이 들어있다. 애플의 음성인식 기술인 ‘시리(Siri)’, 텍스트를 음성으로 읽어주는 ‘보이스오버’나 화면 내용을 음성으로 안내해주는 구글의 ‘토크백(Talkback)’과 ‘TTS(Text-to-Speech)’가 대표적이다.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이에 질세라 삼성전자의 S보이스, LG전자의 Q보이스를 기본 기능으로 장착하면서 시각장애인의 편의성을 더욱 높였다. 그런데 이러한 기술은 기본적으로 입을 통해 발화되는 음성인 ‘말’을 ‘글’로 표현한다는 접근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실제로 이것은 시각장애인들이 공공장소에서 사용하기에는 주변에 방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꽤나 부담스러운 기능이며, 그렇다고 2000달러(한화 2백 10만 원)가 넘는 값비싼 블루투스 점자 키보드나 리더기를 번거롭게 매번 들고 다닐 수도 없다. 즉, 문제 해결을 위한 ‘접근 방법’의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했다.

동작인식 기반 터치스크린으로 말하지 않고 글 입력 가능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지난 2011년 이스라엘의 한 부자(父子)가 창업한 스타트업 인프리스(Inpris)는 약 2년여의 연구·개발을 마치고 작년 봄 베타버전을 출시했다. 인프리스는 동작인식 기술을 응용하여 인체공학적인 터치스크린 키보드를 제작했다. ‘업센스 키보드(Upsense super invisible keyboard)’라는 이름으로 점자 키보드(Braille keyboard)를 만들었고 현재 대중적인 상업화를 위해 크라우드펀딩을 모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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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리스의 동작인식 키보드는 사용자가 터치스크린에 한 손을 올려놓으면 손가락마다 작은 원이 나타난다. 미리 설정된 특수한 모양(제스처)을 손가락을 움직여서 그리면 프로그램이 이것을 자동으로 인식해서 문자가 입력된다. 그 사용법이 매우 간단하고, 직관적이어서 시각장애인은 물론 일반인들도 태블릿 PC나 스마트폰을 이용할 때 화면을 보지 않고 글을 입력할 수 있다.

이외에도 태블릿 PC를 이용하는 시각장애인들이 양 손가락을 화면에 올려두고 마치 일반 키보드를 쓰는 것처럼 움직이면 글이 입력되는 기능도 함께 개발했다. 인프리스의 업센스 키보드는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는 시각장애인들의 주된 정보입력 방식을 ‘음성’에서 ‘동작’으로 바꾼 것에 의의가 있다. 별도의 입력기기를 사용하거나 음성으로 제어를 하는 대신 ‘손동작’만으로 능동적인 정보의 생산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동작기반 터치스크린, 국내 현황은?

삼성전자에서 장애인, 시니어 계층과 같은 스마트폰 소외계층 공략을 목표로 2014년 상반기 출시를 계획 중인 ‘갤럭시 코어 어드밴스’는 이전 갤럭시 시리즈에서 나타났던 ‘접근성’ 메뉴보다 우수한 기능을 보여준다. 카메라를 통해 빛의 밝기를 감지해 소리와 진동으로 빛이 오는 방향을 알려주는 기능, 텍스트가 적힌 문서를 카메라로 찍어 음성으로 들을 수 있는 기능, 화면이 꺼져 있는 상태에서도 모든 메뉴를 사용할 수 있는 기능 등 특히 시각장애인을 위한 기능이 돋보인다.

그런데 아쉬운 점은 ‘정보를 입력하는 방법’이 아직도 미흡하다는 것이다. ‘토크백’과 ‘TTS’에서 다루어졌던 ‘음성’ 위주의 정보 입력이 여전히 주요 기능으로 장착되어 있으며, 갤럭시 S3에서부터 도입된 동작인식 기능인 ‘에어뷰’는 스크린에 나타난 텍스트를 볼 수 있을 때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특화된 기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캡처

그러던 중 지난 2013년 10월 열린 대학창의발명대회에서 최고상인 국무총리 상을 수상한 대구대 DKEL 팀이 선보인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키보드 앱(어플리케이션)은 스마트 기기에서의 입력 방식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올해 국제발명대회에 출품 예정인 이들의 앱은 시각장애인에게 익숙한 점자 입력방식을 이용해 한 손으로 간단히 스마트폰에서 문자를 입력할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

‘점자 입력 방법’ 역시 인프리스의 ‘업센스 키보드’와 마찬가지로 미리 설정된 특정한 패턴과 모양(제스처)을 입력해서 문자를 적어 넣는 방식이다. 다만 인프리스가 누구나 쓸 수 있도록 문자를 간단하게 도식화하여 표현해서 범용성을 높였다면 이들의 앱은 점자를 알지 못하는 일반인들은 쓸 수 없다는 점에서 사용자 계층의 한계성을 갖는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정보입력방식이 나타나야

세계보건기구(WHO)의 통계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시각장애인의 수는 2억 8500만 명이라고 한다. 그들은 터치스크린 기반의 스마트 기기를 자유롭게 이용하기 어려우며, 이용하더라도 매우 제한된 범위 내에서 매일 고군분투 중이다. 기술의 발달로 세상은 점점 ‘스마트’해지는데, 그 사회적 혜택이 차별 없이 모두에게 평등하게 분배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한다.

시각장애인들도 스마트 기기가 만들어내는 변화된 세상을 맛보고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정보의 입력과 출력 방식에서 음성과 동작인식 기능, 그리고 앞으로 등장할 또 다른 혁신적인 기술로 사회소외계층도 ‘수동적인 정보 수용자’에서 ‘능동적인 정보 생산자’로 발돋움할 수 있는 미래를 그려본다.

오 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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