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인사이드 #1] 국내 테크 스타트업의 기술이 궁금하다 – 퓨쳐플레이 한재선 CTO 인터뷰
6월 16, 2014

올 1월, 세계 최고의 경제전문지인 블룸버그(Bloomberg)는 전 세계에서 가장 기술적으로 혁신적인 30개의 국가를 선정했다. 대한민국은 R&D능력, 고기능 기술 보편성, 특허출원 수 등 다양한 IT/기술 관련 선정기준을 토대로 영예의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런 외부의 평가와는 상반되게, 국내 테크 스타트업의 수와 규모는 극히 부족한 것이 현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비석세스에서는, 선배 기술 창업가이자 퓨처플레이 한재선 CTO의 기획과 도움으로 국내 테크 스타트업을 소개하는 '테크인사이드(techinside)' 코너를 새로이 선보인다. 이번 연재는 테크 스타트업의 핵심 기술과 경쟁력을 이해하기 쉽게 소개하고, 테크 스타트업 생태계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의미있는 첫 시도가 될 것이다.

'테크인사이드(techinside)'를 기획하고 직접 인터뷰어로 나선 한재선 CTO를 만나 기획 의도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깊이있는 인사이트를 전해들었다. 최근 'KT 넥스알'을 나와 컴퍼니빌더형 엔젤투자사 '퓨쳐플레이(futureplay)'에 합류했다던 그는, 확실히 이전보다 캐쥬얼한 차림에 편한 얼굴로 비석세스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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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퓨쳐플레이'의 파트너로 합류한 한재선 교수

-박사 과정을 마치고 공대생으로서 창업을 하게 된 스토리가 궁금하다. 
박사 과정을 마치고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던 중 웹 2.0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접하게 되었고 카이스트 학생/연구원들과 함께 토론하는 웹 2.0 모임을 만들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당시 웹 2.0을 리딩하는 전문가들과 자연스럽게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이 창업에 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이 플리커나 구글 검색과 같은 웹 2.0 서비스에 주목하던 반면 이러한 혁신적인 서비스가 빠른 시간 내에 나올 수 있도록 기반이 되는 플랫폼 기술에 더 관심이 갔다. 그 중에서도 기술적으로 가장 선도적인 구글 플랫폼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와 같은 분산 플랫폼을 국내에서도 개발해 보고 싶다는 생각에 창업의 길로 들어서게 됬다.

-박사 때 전공은 어떤 것이었나. 
P2P, 그리드 컴퓨팅같이 수 천, 수 만대의 컴퓨터를 하나로 엮는 시스템을 주로 연구했다. 구글 플랫폼도 그의 일환이다. 수십 만 대의 저가 서버를 클러스터링해서 단일의 시스템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 분산 시스템 기술들이 진화하여 요즘의 빅데이터, 클라우드 기술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2007년 넥스알을 창업했고, 2011년 KT가 인수해 'KT넥스알'이 되었다. 스타트업의 목표 중 하나가 엑시트(Exit)다. 성공의 원인은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나.
결국 타이밍이 중요하다. 인수 시기가 2011년 1월이었는데, 당시에는 클라우드가 주목받았고 빅데이터는 아직 공론화되지 않은 단계였다. 넥스알은 클라우드 개발을 2008년부터 했고, 당시 '앱센터 운동본부'와 함께 모바일앱 스타트업들에게 클라우드 공간을 무료로 대여해줬다. 이를 계기로 국내 최초 퍼블릭 클라우드(Public Cloud)를 실제로 운영하고 있는 회사로 포지셔닝하게 되었는데, 마침 KT가 클라우드에 본격적으로 투자하는 시점과 잘 맞아떨어진 것이다.

-결국 거대 기술의 트렌드를 미리 준비하는 팀이 M&A나 상장에 유리하다는 것인데, 비결은 무엇인가. 
트렌드라는 것이 이미 유명해졌을 때 시작하면 늦는다. 구글이 인수한 네스트나 페이스북이 인수한 오큘러스 VR 등도 이미 몇 년 전에 기술의 흐름을 읽고 IoT나 가상현실 등을 타겟으로 연구/개발을 한 것이다. 트렌드를 따라가지 말고 트렌드 자체를 읽어 낼 줄 알아야 한다. 그러려면 트렌드 자체보다는 그 기저에서 흐르는 본질을 볼 줄 알아야 한다.

-'트렌드의 기저에 흐르는 본질'은 무엇을 의미하나.
예를 들어 클라우드의 본질은 아웃소싱이다. 글로벌하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에 기업들도 핵심 경쟁력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사업에 본질적이지 않은 부분은 외부에서 충당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IT 자원에 대해선 클라우드가 그 역할을 하는 것이다. 즉, 클라우드는 기술적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IT 인프라와 서비스 활용의 변화로 봐야한다. 빅데이터의 경우 빅이 중요한게 아니라 데이터의 가치가 더 본질에 가깝다. 서비스는 카피하기 쉽지만 데이터는 카피가 어렵고, 축적되면 경쟁력이 되어 쉽게 따라잡을 수 없다. 그러한 핵심에 집중해야한다. 그 본질에 따라 사회가 어떤 식으로 변하고, 어떤 기술이 핵심이 되겠구나라는 것을 파악했다면 그것을 따라가라. 그게 나중에 트렌드가 된다.

-서비스 스타트업과 기술 스타트업 중 어떤 것이 엑시트(Exit)의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가. 
테크 스타트업이 높다. 흔히 볼 수 있는 M&A 케이스가 서비스 스타트업인 경우가 많아 보이는데, 그것은 서비스 스타트업이 훨씬 많이 탄생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기술 테크 스타트업은 양적으로 적다. 아이디어가 있다고 아무나 시작할 수 있는게 아니다. 기술적 역량이 수년 정도는 묵혀져야 경쟁력 있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 따라서 진입 장벽은 서비스 스타트업보다 훨씬 높다. 만약 3-5년 후에 요구될 기술을 잘 타겟팅할 수 있다면 성공적인 엑시트를 할 가능성은 확률적으로 더 높다고 본다. 국내에서 넥스알, 올라웍스 같은 회사들이 그렇게 성공했고, 해외에선 네스트, 베이시스, 그린플럼 등 수도 없이 많은 사례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 스타트업 생태계의 현실과 문제점은 무엇인가.
일단 스타트업의 수가 늘어난 것은 좋은 현상이라고 본다. 우선 양적으로 늘어나야 양질의 스타트업도 탄생할 수 있을거라 본다. 최근에는 정부지원도 다양하고 많고 앤젤투자자, 엑셀러레이터들도 저변이 넓어졌다. 내가 2007년 창업할 때보다 훨씬 환경이 좋다.(웃음) 요즘엔 지원금이 많으니까, 그것만 좇아다니는 스타트업들도 간혹 나오는 부작용도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것 같다.

문제는 그 중 진지하게 고민하는 양질의 스타트업들이 얼만큼 되는가이다. 자신의 다년간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하거나, 수년 동안의 탄탄한 경험을 거쳐 자신이 가진 기술로 도전해보겠다는 친구들이 많이 나와야한다. 이런 진지한 태도로 임한다면, 혹여 실패하더라도 의미는 있다. 테크 스타트업은 망해도 기술은 남고,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기술적인 진보를 가져온다.

한재선▲'비론치 2014'의 세션 패널로 참여했던 한재선 교수

-'비론치2014' 패널 토론에서 기술 벤처들이 기술과 더불어 시장을 봐야한다고 말했다. 쉽지 않은 일이다. 어떻게하면 슈퍼맨이 될 수 있나.
흔히 기술자들은 기술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제품의 기획이나 관리가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힘들다. 기술과 제품은 분명히 다르다. 기술은 그 자체가 중심이지만 제품은 고객이 관점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이 간극을 메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제품에 대한 직간접적인 경험이다. 분야를 먼저 정하고 그 분야 전문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예를 들어 유통 관련 테크 스타트업을 하려고 하면 우선 유통 산업 구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기술보다 관행에 의해 사업이 힘든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유통 사업 종사자를 인터뷰하거나 멤버로 영입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실제 고객 니즈를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는 유용한 기술을 도출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과 경험을 반복하다보면 어느새 슈퍼맨이 될 수 밖에 없다.

-KT넥스알의 CEO이자, KT CTO로 계시다가 최근 퇴사하신 것으로 알고있다. 이유는 무엇인가. 
일단 대기업에 있으면 심적으로 안정된다. 반면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할 때도 많다. 문제는 그런 대기업의 안정됨과 대기업 문화에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도전과 창조, 주인정신 같은 스타트업 정신이 점점 옅어진다. 대기업에서 일한 기간만큼 비례하여 옅어지는 것 같다. 정해진대로 일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고싶지는 않았다. 단 1년을 살더라도 재밌는 것 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폴 부르제의 명언이 딱 맞는 것 같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unnamed (4)▲퓨처플레이 사무실 전경

-현재는 퓨처플레이에 합류했다. 퓨쳐플레이에서 하고자 하는 것과 맡은 역할은 무엇인가.
올라웍스 창업자인 류중희 박사와 오래전부터 공감했던 것이 국내에 테크 스타트업이 너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에 류박사님이 테크 스타트업을 직접 만들고 투자하는 퓨처플레이를 창업하게 되었고, 재미있고 의미있는 일이라는 생각에 합류하게 되었다. 퓨처플레이의 궁극적인 목표는 테크 스타트업이 발전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유망한 테크 스타트업을 발굴하여 직접 투자하고 있다. 또한 직접 창업하기에는 리스크 때문에 주저하고 있는 유능한 기술자들 직접 고용하여 급여를 주면서 함께 스타트업을 만들어간다.

나는 퓨처플레이에서 CTO 혹은 테크 파트너의 역할을 맡고 있다. 좋은 테크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기술 경쟁력을 평가한다. 또한 퓨처플레이 내부 개발 조직을 운영하고 관리한다. 하지만 가장 중점을 두고 하고 싶은 일은 스타트업을 위한 개발자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개발자들을 스타트업들과 연결시켜주고, 좋은 개발문화를 전파시키고, 개발자들이 쉽게 창업을 시도해 볼 수 있도록 자양분을 만들어 주고 싶다. 그것이 궁극적으로 퓨처플레이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컴퍼니빌더(company builder) 형태의 엑셀러레이터들이 국내에서도 조금씩 등장하고 있는 것 같다.
퓨처플레이의 가장 큰 경쟁력은 사람이라고 본다. 현재 국내 엔젤투자사, 엑셀러레이터 중에 기술 전문가가 가장 많이 포진되어 있다고 자부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제품 기획자, 재무 전문가, 마케터, 변리사, 변호사 등 회사를 시작하는데 필요한 모든 분야 전문가들이 외부 멘토가 아니라 내부 직원으로 함께 일하고 있다. 상시적으로 이런 전문가들과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테크 스타트업에만 집중하여 투자하고 인큐베이팅하는 곳은 아마 국내에서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전문적인 인터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최근 스타트업 생태계가 커지면서 관련 기사들은 많은데, 거의 다 성공이나 창업스토리 위주인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서비스 스타트업의 경우 그런 포맷이 잘 맞지만, 기술 스타트업의 경우 창업스토리보다는 이 기술이 어떻게 구성되어있고 활용되고 있는지 소개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테크 스타트업은 기술로 승부해야 하고 기술이 핵심 무기인데, 기술을 알릴 수 있는 채널이 마땅찮다. 기술을 전공하지 않은 기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본인이 우수한 테크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직접 만나서 인터뷰어 역할을 하면서 기술적인 설명을 이끌어내고자 한다. 결국 테크 스타트업에게 자기 기술을 자랑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는 것이 기획 의도다. 또 다른 방식의 기술 마케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상당히 독특한 형태의 연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관심있는 테크 스타트업들은 비석세스를 통해서든 개인적으로든(jason.han@futureplay.co) 연락을 주면 적극 고려할 계획이다.

-향후 인터뷰를 진행하며 어떤 이야기를 끌어낼 예정인가.
기본적으로 기술 이야기를 많이 할 것이다. 예를 들어 IoT 관련 테크 스타트업을 취재한다면, IoT 기술이 무엇이고,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자사 제품의 기술은 무엇인지 쉽게 설명해 보고자 한다. 그리고 최근 IoT 기술의 트렌드,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 것인지, 이런 발전상에서 자사 기술은 어떻게 진화해 나갈 것인지 차근차근 짚어보고자 한다. 이번 취재를 통해 테크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본인들의 기술 경쟁력을 한번 짚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ditor's Note: [테크인사이드] 기획 연재는 오는 18일(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정 새롬
노력과 겸손, 지혜가 담긴 글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찰싹찰싹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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