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 만명의 게으른 청취자들을 깨우면, 음악 시장의 판도가 달라집니다” – 비트패킹컴퍼니 박수만 대표 인터뷰
8월 25, 2014

DSC_0877▲비트패킹컴퍼니의 정민영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좌), 박수만 대표(우)

거대 포털 사업자들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에 눈에 띄는 행보를 보여주는 스타트업 하나가 나타났다. '디지털 음악 산업을 혁신시켜버리겠다'는 포부를 들고 등장한 '비트(beat)'가 그 주인공이다. 포부에 걸맞게 지난 3월 출시 이후, 별다른 마케팅 없이 올 7월 기준 청취자 수 10만 명을 달성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수없이 많은 스타트업이 음악 스트리밍 시장에 도전했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는 곳은 비트패킹컴퍼니가 유일하다.

비트패킹컴퍼니의 박수만 대표는 네이버의 대표적인 SNS 서비스인 '미투데이'와 '밴드'를 탄생시킨 인물이다. 이 두 서비스를 0에서부터 시작해 성장시킨 경험을 바탕으로, 음악 시장에서도 새로운 컨텐츠 서비스를 할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을 얻었다.

"음악이 가장 많이 재생되는 기기가 스마트폰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어요. 현재 스마트폰 사용자가 3,600만 명인데, 이 중 유료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600만을 넘고 있지 않죠. 나머지 3천 만 명의 사람들, 여기에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박수만 대표는 이 나머지 3천만 명 잠재 고객들에게 '게으른 청취자(Lazy Listener)'라는 별명을 붙였다. 자기 입맛에 맞는 음악을 적극적으로 찾아다니는 '음악 사냥꾼(music hunter)'들과는 달리, 이들은 벽에 등을 기대고 흘러나오는 음악을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사람들이다. 타깃이 분명하다 보니 기존 음악 앱들과는 접근 방식 또한 다르다. 서비스 기획 단계서부터 실제적인 UI까지, 모두 이 게으른 청취자들에게 초점을 맞춰 비트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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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가 제공하는 사용자 가치란, 이 잠재 고객들이 음악을 듣는 경험에 방해되는 요소를 모두 없애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저희는 그걸 일명 듣기 위한 노동(listening labor)이라고 부르죠. 가장 큰 장애물은 음악을 듣기 위해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트는 사용자들이 모든 노래를 무료로 들을 수 있게 만들었다. 저작권료는 비트패킹컴퍼니가 음반사와 계약을 맺고 지불한다. 무료 음악 제공으로 나머지 3천 명의 잠들어 있는 청취자들을 깨워내는 것이 음악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일, 이것이 비트패킹컴퍼니의 역할이라고 박수만 대표는 말한다.

"요즘 음악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 곡 다운로드에 10원을 번다고 해요. 하지만 다운로드 당 단가가 낮은 게 음악 산업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카카오톡 게임 같은 경우도 아이템들이 비싸서 돈을 많이 버는 경우는 없어요. 전국민이 그 게임을 하다 보니 적은 돈들이 쌓여서 큰 매출을 일으키는 거죠. 저는 음악 산업에서도 단가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음악 듣는 사람들의 수, 즉 시장 자체가 커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현재 비트의 수익은 100% 광고로부터 얻는다. 무료로 음악을 듣기 때문에 광고에 대한 수용성이 높고, 라디오 재생 중이나 앨범 커버에 광고가 삽입되기 때문에 광고주 입장에서도 굉장히 만족스러워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음악을 직접 찾고 선택해야 하는 정신노동의 벽도 허물었다. 사용자가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듯이 장르를 선택하기만 하면 좋은 음악들이 연이어 흘러나온다. 현재 비트패킹컴퍼니가 일종의 방송국이 되어, 25개 이상의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애플이 인수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비츠(beats)와 같이 향후에는 전문가가 직접 큐레이션하는 채널을 중심축으로 삼을 예정이다. 최근에는 악동뮤지션이 직접 선별한 음악들로 구성된 채널도 신설됐다. 향후에는 사용자들의 플레이 리스트를 분석해, 적절한 음악을 추천해주는 기능을 붙일 계획도 가지고 있다.

해외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의 전반적인 트렌드는 어떠냐는 질문에 박수만 대표는 지금이 모든 것의 시작점인 것 같다는 대답을 했다. 아이튠즈가 디지털 음악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다가 사양기에 접어들고, 스포티파이 역시 유료 서비스의 한계를 이기지 못하고 올 1월 무료 서비스를 선보였다. 애플이 인수한 비츠에 모두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독보적인 주류 세력 없이 모두가 키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시점이다.

비트 역시 올 11월을 목표로 일본, 중국을 제외한 동남아 국가로의 진출을 꾀하고 있다. 일차적으로는 해외에 있는 사용자들이 한국의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국내 음원에 대한 글로벌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진출 준비 가운데 풀기 어려운 것 중 하나가 데이터 관리의 문제다.

각 국가마다 네트워크 환경이 다르고, 현지의 데이터 센터를 섭외해서 장비를 갖추는 데까지는 경제적, 시간적 소모가 엄청나다. 언제나 인력과 자금이 부족한 스타트업 입장에서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비트의 경우 음원 데이터를 항상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런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 아마존 클라우드 웹서비스(AWS)다.

"보통 해외에 데이터 센터를 섭외하고, 서버를 사려면 한 사람이 출장 나가서 2~3개월 동안 그 일만 해야 되는 경우도 있어요. 아마존 웹서비스의 경우에는 현재 저희가 사용하고 있는 서버를 복사해서 가면 해외에서도 그대로 서비스할 수 있고, 지역 간 데이터 동기화 문제에만 신경 쓰면 되기 때문에 경제적이고 편리합니다."

해외 진출 준비 이전에도 비트는 아마존웹서비스를 이용해왔다. 급격한 성장세로 매일 33%가 넘는 트래픽 성장을 보일 때에도 아마존웹서비스의 유연성 덕분에 안정적인 운영을 해나갈 수 있었다. 비트패킹컴퍼니에는 총 8명의 개발자가 있지만, 데이터 관리는 단 한 명이 맡고 있다. 장비 운영에 낭비되는 리소스를 최대한으로 줄이고, 제품 개발에 몰입하고자 한 것이 아마존 웹서비스를 선택한 또 하나의 이유다.

비트의 올 하반기 목표는 월 매출 1억, 사용자 수 100만 명을 달성하는 것이다. 여기에 글로벌 진출까지, 세 가지 모두가 순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미투데이, 밴드, 비트에 이르는 다양한 비즈니스 경험을 토대로 그가 배운 것은 무엇일까.

"창업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은데, 실행하는 사람은 아주 드물어요.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죠. 비트의 경우에도 작년 12월에 처음 출시할 때에는 팀 내에서 실패에 대한 걱정이 아주 컸어요. 역시나 실패했죠.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배운 것은 결국은 실패를 해봐야한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야 그다음 단계를 밟아나갈 수 있습니다."

2016년 한국에서 MAU 1천만을 기록한 유일한 뮤직 앱이 되고 싶다는 비전을 가진 비트는, 지난 7월 알토스벤처스, YG, 캡스톤파트너스로부터 30억 투자를 받았다. 그동안 전혀 하지 않았던 마케팅 부분에도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 예정이다. 향후 비트가 국내 음악 산업 판도를 뒤바꿀 수 있을지, 레드오션 속 전혀 색다른 행보를 밟고 있는 비트의 미래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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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새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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