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에서 만난 사람 #4] “에버노트, 메모앱이 아닌 24시간 움직이는 업무 공간으로” – 트로이 말론 아태지역 사장 인터뷰
9월 11, 2014

코끼리는 기억력이 좋은 동물이다. 자신의 태어난 곳에 돌아가 죽음을 맞이하기도 하고, 믿기 어렵지만 원수를 찾아가 복수를 한다는 속설도 있다. "코끼리는 절대 잊지 않는다(An elephant never forgets)", 에버노트는 사람들이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있게 돕는다는 의미에서 코끼리 얼굴을 자신들의 심볼삼았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1억 명 이상의 열성 팬을 보유하고 있는 에버노트는 이제 스스로를 '메모앱'이 아닌 '새로운 업무 공간'으로 정의내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무슨 의미일까. 실리콘밸리 에버노트 본사에서 트로이 말론(42) 에버노트 아태지역 사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오는 9월 12일 샌프란시스코 현지에서 개최되는 비글로벌2014(beGLOBAL2014)의 연사로 참여할 예정이다.

DSC_0455▲트로이 말론 에버노트 아태지역 사장

24시간 움직이는 '업무 공간'이 될겁니다

최근 에버노트는 '모든 것을 기억하라'에서 '모든 업무를 한 곳에서'로 슬로건을 바꿨다. 이 변화에 대해 트로이 사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는 심지어 1억 명이 넘는 사용자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태까지 에버노트에 대해 잘 설명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모든 것을 기억하라'는 슬로건은 애매모호했죠. 우리는 70%의 사용자들이 일을 하기 위해 에버노트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에버노트를 설명하고 보여주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기로 결정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업무 공간'이라는 단어의 정의는 과거와 현재에 있어 명확히 다르다. 오랫동안 업무 공간은 작은 칸막이 속 공간 안에 큰 데스크탑 컴퓨터가 있는 풍경을 일컫었다. 업무가 끝나면 집에 돌아가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저녁을 먹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렇지만 이런 일과 삶의 분리는 우리 아버지 시대의 이야기입니다. 지금 사람들은 BYOD(개인이 보유한 스마트기기를 회사 업무에 활용하는 것, Bring Your Own Device)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죠. 에버노트는 까페, 집, 미팅 어디서나 모든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또 하나의 업무 공간입니다."

사용자가 가진 모든 디바이스로 업무를 할 수 있게 돕기 위해 에버노트는 이미 스마트 워치인 페블과 갤럭시 기어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에버노트가 초점을 맞추는 것은 지식 노동자(Knowledge Worker)들이다. 이들은 지식을 기억하고(remember), 적고(Write), 모으고(Collect), 발견하고(find), 보여준다(Present). 에버노트는 현재 한 달에 10달러에 제공 중인 에버노트 비즈니스 라인에 중점을 두어 사업을 진행 중이다.

"에버노트는 기업 내 팀을 위한 서비스로, 팀 내의 모든 정보를 이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삼성에 대해 검색한 자료가 내 에버노트에 저장되어 있다면, 그것을 팀 전체에 공유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나이키와 에버노트의 상관관계

에버노트는 작년 하반기 새로운 오프라인 생태계인 '에버노트 마켓(Evernote market)'을 론칭했다. 종이 노트부터, 3M 포스트잇, 가방, 양말에 이르기까지 스마트워크(smart work)라는 카테고리로 묶인 다양한 아이템들이 팔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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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M 포스트잇과 화이트보드에 적은 손글씨는 디지털 문서로 에버노트에 자동 저장된다. 카테고리 분류나 향후 내용 검색도 가능하다. 최근 트렌드이기도 한 온·오프라인 간 경계를 허무는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시도다. 에버노트의 필 리빈(Phil Libin) 대표는 이 시도에 대해 소프트웨어 앱의 제약을 뛰어넘어 '실물 세계를 디자인하는 것(Designing for the real world)'이라고 말했다.

메모장 기능으로 시작한 스타트업이 스캐너나 사무 용품같은 실물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상품 제작부터 배송, AS에 이르기까지 많은 공수가 드는 이 일을 시작한 계기와 원동력은 어디에 있었을까.

"이 모든 것은 에버노트가 좋은 브랜드가 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나이키가 신발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건강해지고 싶은 고객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처럼, 에버노트 역시 스마트하게 일을 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모든 것을 만들어내기로 했어요."

현재 에버노트는 3M, 몰스킨, 후지쯔와 같은 파트너사와 협력하여 제품을 생산한다. 단지 에버노트 로고만 갖다 붙이는 것이 아니다. 기존 사무용품이 가지고 있는 디자인과 에버노트의 기술을 결합하여 결론적으로 '일을 똑똑하게 할 수 있게 돕는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양말은 똑똑한 업무와 어떤 연관관계를 갖고 있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짝짝이로 신어도 디자인적으로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아요.(웃음) 그러니까, 아침에 한 10초 정도의 시간을 절약해주기도 하죠."

우리는 마이크로소프트를 대신하고 싶지 않아요

그렇다면 향후 에버노트는 유사한 애플리케이션과 프로그램들 사이, 어디쯤 스스로의 입지를 세우고 싶은 것일까.

"우리는 MS 오피스나, 구글 닥스를 대체하고 싶은 것이 아니예요. 다만 그러한 도구의 남용을 바로잡고 싶은 것이지요. 예를 들어 팀 내에서 당신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싶다면 멋진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를 만들 필요가 없어요. 형식, 디자인에 구애받지 않고 빠르게 에버노트에 메모를 작성해 보여줄 수 있죠. 당신은 오직 '지식의 교류'에만 신경쓰면 됩니다."

그에 따르면 기존 워드 프로그램의 인터페이스는 지식을 나누기 위해 문서를 작성하고, 인쇄해야만 했던 배경 속에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오늘 날 업무 상 작성하는 95%의 문서는 평생 디지털로 공유된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에버노트는 할 일 자체가 다르다고 표현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초월한 다양한 형식과 타입의 자료를 쉽게 모으고 공유할 수 있게 만드는 것, '모든 업무를 한 곳에서'라는 슬로건은 바로 이것을 의미합니다."

비론치2013(beLAUNCH2013)에도 연사로 참석했던 에버노트의 창업자 필 리빈은 '100년 스타트업'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여러 번 이야기 했다. 기업을 다른 회사에 팔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엑시트(Exit)가 최대 목적인 다른 스타트업에 비해 훨씬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브랜딩 전략을 선보이는 것은 이와 관련이 있다. 국내 한 인터뷰를 통해 그는 '설립 첫 날부터 이 회사를 어떻게 팔지? 하고 생각하는 것은 슬프고 비참한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스스로를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 세상이 나를 보는 방식도 달라진다. 에버노트는 스스로를 '메모앱 개발사'가 아닌 '100년 스타트업'으로 정의내렸다. 이미 1억 명의 전세계 사용자들이 화답했다. 지켜볼 것은 탄생 6주년을 맞이한 이 브랜드가 만들어 갈 94년의 흥미로운 역사다.

DSC_0388▲후지쯔와 협업해 만든 스캐너를 소개하는 트로이 말론DSC_0422▲출근 시간 10초를 절약해준다는 양말

DSC_0445▲직원들의 근무 모습

정 새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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