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에서 만난 사람#5] “스티브잡스가 가지고 있었던 성공의 조건은 사용자에 대한 공감력” – 빌 드레이퍼 인터뷰
9월 15, 2014

5SY_4903▲비글로벌2014에서 비저너리 어워드를 수상한 빌 드레이퍼

"창업가는 기본적으로 공감력(Empathy)을 가져야 합니다. 괴팍하긴 했지만, 스티브 잡스는 사용자에게 감정 이입할 수 있는 깊은 공감력을 가진 사람이었다고 생각해요."

빌 드레이퍼(Bill Draper)는 벤처캐피털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그의 아버지는 세계 최초의 VC이며, 아들과 손자 역시 줄줄이 같은 길을 걸어 4대에 걸친 '드레이퍼 패밀리(Draper Familly)'를 이루었다. (드레이퍼 가문에 대한 자세한 내용 보기)

드레이퍼 가문의 역사는 곧 실리콘밸리의 역사다. 그 땅에 '실리콘밸리'라는 별칭이 붙기전 부터 이들은 혁신을 점화하는 엔진 역할을 맡아왔다. 작년에 이어 '비글로벌2014(beGLOBAL2014)'의 연사로도 참여한 그는 단독 인터뷰를 통해 한국의 창업가들에게 '공감력(Empathy)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 오늘 비글로벌2014(beGLOBAL2014)의 연사로 참여하시면서, 많은 한국의 스타트업을 만나셨을텐데요. 그들이 실리콘밸리에서도 경쟁력이 있다고 보시나요. 

한국의 스타트업은 세계적으로 성공하기에 좋은 강점들을 많이 가지고 있어요. 한국은 이미 400억 달러(한화 41조 3,600억 원) 의 시장 규모와 함께 실리콘밸리의 DNA를 가지고 있어요. 그들에게는 기본적으로 창업가 정신이 내재되어 있고, 정부 역시 스타트업 생태계를 든든하게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인도에 갔을 때에도 그와 같은 지원은 본 적이 없어요.

- 특별히 당신은 한국 전쟁에 참전 용사로 활약하기도 해 한국과의 인연이 깊어요. 

저는 미국에 이민을 와 창업을 하고 싶거나,  미국의 벤처캐피털 생태계를 배워 한국에 적용하고 싶어하는 한국인들을 도와주려고 노력했어요. 한국인에게는 창업에 대한 열망이 있었기 때문이죠. 만약 내가 조금 더 젊었더라면, 한국에 벤처캐피털사를 세웠을거예요.

드레이퍼 가문의 역사가 곧 실리콘밸리의 역사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첫 시작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줄 수 있나요.

1995년 내가 실리콘밸리에 벤처캐피털을 세웠을 때는 매우 적은 수의 투자 은행만이 있었고 세상에는 벤처캐피털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어요. 심지어 '실리콘밸리'라는 용어도 없을 때였으니까요. 우리는 처음으로 스탠포드 대학과 연계한 벤처캐피털을 세웠고, 작은 비즈니스를 크게 만들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월스트리트는 높은 투자 회수율을 보이는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에 필요 이상의 돈을 지원하기 시작했죠. 어찌됐든 창업가들에게는 좋은 일이었습니다.

- VC의 살아있는 역사로서, 당신만의 투자 철학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투자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보는 것은 무엇인가요?

특별하지 않아요. 팀이 가진 힘(Energy), 지적 능력(Brain Power), 헌신(Dedication), 비전(Vision), 인내심(Persistence)등의 요소를 가장 먼저 봅니다. 덧붙여 현재 나는 비영리(non profit)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지만, 그들이 이전에 몇 번의 영리 기업을 이끌어 본 경험이 있다면, 그것 또한 성공에 도움이 됩니다.

- 지금 실리콘밸리에서는 스타트업 뿐 아니라 벤처캐피털 생태계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어요. 한국도 마찬가지겠지만요. 당신은 '경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1960년 대에 내가 처음 벤처캐피털 비즈니스를 시작했을 때, 거기에는 경쟁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어요. 2,3개의 벤처캐피털이 서로 아이디어와 생각을 공유하고, 한 기업에 공동 투자를 했죠. 매우 건강한 생태계였고, 우리는 매우 높은 투자 수익을 거둘 수 있었어요. 수입 면에서 연간 40%가 넘는 성장 추세를 보였으니까요.

투자 수익률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된 월스트리트는 실리콘밸리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기 시작했고, 수 많은 벤처캐피털사가 태어났습니다. 경쟁이 치열한 탓에 오늘날의 벤처캐피털사들은 좋은 아이디어를 발견해도 결코 공유하지 않아요. 혼자서만 좋은 회사에 투자하겠다는 것인데, 단기적으로 이득일지 몰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투자 실패의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현재의 벤처캐피털들은 우리 1세대가 가지고 있었던 유익(benefit)을 누리지 못하고 있어요. 지금 누군가 실리콘밸리에서 벤처캐피털을 시작한다면 잘 해내기가 매우 힘들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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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벤처캐피털 1 세대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당신은 벤처캐피털 세계에서 최초로 여성 파트너와 함께 일한 VC로도 유명해요. 실리콘밸리에 와서 놀란건, 여기서조차 테크 기반의 여성 창업자가 적다는 점이었어요. 한국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내가 함께 일하는 파트너는 로빈 리처드라는 여성인데 함께 인도에 벤처캐피털을 세우러 갔을 당시, 팀 내에 여성이 섞여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어요. 여성만이 가질 수 있는 공감 능력(Empathy)과 연결성(connectivity)이 있어요. 그것은 팀 내에서도 작동하지만, 고객과 회사 간 관계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것이죠. 그래서 나는 만나게 되는 스타트업 팀에게 항상 여성 직원과 함께 일하라고 권유합니다.

- 벤처캐피털 세계에 여성을 끌어들였다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세상을 바꾸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현지에 와보니, 우버(Uber), 에어비앤비(airbnb)같은 서비스들이 실제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바꿔나가고 있어 놀라웠어요. 당신이 정의하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프로덕트'란 무엇인가요.

먼저 유사한 것을 따라하는 '미투 아이디어(Me too Idea)'는 투자하기에 좋지 않아요. 식료품 가게 바로 옆에 또 다른 식료품 가게를 차리고 싶지는 않아요. 그렇지만 식료품 배달을 위한 새로운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가 될 수 있죠.

- 실리콘밸리에는 지나칠 정도로 많은 혁신이 존재해요. 하지만 네팔과 같은 개발도상국에도 역시 그들을 성장시킬 생태계가 필요합니다. 당신은 개발도상국인 인도에 처음으로 벤처캐피털을 세우기도 했어요. 개발도상국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느꼈나요.

스탠포드 대학이 없었다면, 실리콘밸리는 탄생할 수 없었을 겁니다. 좋은 엔지니어링 기반을 갖춘 좋은 대학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신을 생산해냅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보통 시장에 나오는 혁신적인 기술들은 대학에서 먼저 발견, 연구되는 경우가 많아요.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정부가 벤처캐피털을 적극 지원해야한다는 점이예요. 마지막으로 중국인, 한국인과 같은 에너지와 창업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 최근 스냅챗이 10조 원 가치를 지녔다고 평가받으면서, 실리콘밸리에 투자 거품이 이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어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회사의 기업 가치는 언제나 업앤다운(Up and Down)을 반복해요. 풍족한 시절이 있는 반면, 돈이 돌지 않는 얄팍한 시절도 있습니다. 낙관주의와 비관주의가 반복되고, 언제나 일확천금을 얻는 사람도 있고, 돈을 모두 잃는 사람도 있죠. 1990년 대에 버블은 생겨났고, 2000년 대에 모든 것이 붕괴됐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은 늘상 일어나는 일입니다.

- 당신은 대담을 통해 공감력(empathy)을 이야기 했어요. 당신이 의미하는 창업가의 공감력은 무엇인가요. 

벤처 창업가에게는 공감력이 필요해요. 그렇지 않으면 소비자의 입장에 설 수 없죠. 악명 높은 스티브 잡스(Steve Jobs)가 공감력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웃기지 말라고 해요. 하지만 그는 철저히 소비자에게 감정 이입해 더 아름답고, 얇고, 혁신적인 스마트폰을 만들기 위해 모든 열정을 쏟아부었죠. 나는 그가 공감력이 굉장히 뛰어난 사람이었다고 생각해요.

-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저도 항상 독자에 대한 공감력이 있어야 한다고 느껴요. 독자 입장에 서서 더 재밌고, 쉽고, 도움이 되는 글을 쓰는 것은 쉽지 않죠. 실제로 대다수의 사람이 공감력을 잃고 피상적으로 일하고 있어요. 공감력은 어떻게 가질 수 있는 것일까요. 

공감력은 가르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닙니다. 어떤 사람은 가지고 있지만, 어떤 사람에겐 평생 허락되지 않는 것이죠. 심지어 스탠포드 대학에서조차 공감력을 제대로 가르치는 강의는 없습니다. 자기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사려깊은 마음을 갖도록 교육한 가정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이런 공감력을 가지기 쉽고, 저는 그들의 성공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생각해요.

- 팀 드레이퍼, 당신의 삶을 이끌어온 열정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젊었을 때 나는 내가 하고있는 일이 무엇이든지 잘하고 싶었고, 성공하고 싶었어요. 지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나는 성공하고 싶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요. 그게 제가 지금 젊은 창업가들이 세운 비영리 스타트업을 돕는 벤처캐피털을 만든 이유입니다. 무엇을 하든지 성공하고 싶어하는 야망은 행복을 이끄는 원동력이 됩니다. 돈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만족감을 위해 열심히 일하세요. 나는 젊었을 적 일을 아주 열심히했고, 스스로가 자랑스럽습니다. 이건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문제예요.

- 마지막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어하는 한국 창업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요.

부딪혀봅시다(Go for it!). 당신이 실패할거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지 마세요. 언제나 낙관주의는 회의주의보다 낫습니다. 항상 노(No) 보다는 예스(Yes)를 더 많이 말하세요. 그로인한 보상이 손해보다 언제나 빨리 돌아올 겁니다.

정 새롬
노력과 겸손, 지혜가 담긴 글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찰싹찰싹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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