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엑시트, ‘잘 갈고 닦은 기술 하나, 열 마케팅 안 부럽다’
12월 16, 2014

TV 드라마에서 회사가 망해갈 즈음, 직원들 몰래 회사를 헐값에 넘기고 도망가버리던 못난 캐릭터를 봐서일까? 어릴 적 회사를 매각하는 사장이라고 하면 직원들을 책임지지 않은 배신자로 여겨졌다. 하지만 머리가 굵어진 지금, 매각을 통한 성공적인 엑시트가 절대, 결코 욕먹을 일이 아님을 알게 됐다. 성공적인 매각 소식이라도 들려오면 부러운 마음이 앞선다. 매각을 통한 성공적인 엑시트, 이제 스타트업의 또 다른 지향점이자 꿈이다.

자, 그러면 성공적인 매각은 어떤 기업들이 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결국은 ‘기술’이다. 성공적인 엑시트로 기록되는 기업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사실 엑시트의 천국이라 하면 이스라엘이 먼저 떠오른다. 이스라엘에서는 스타트업의 매각은 이미 특별한 일이 아니며, 심심찮게 들려오는 매각소식은 인재들을 스타트업계로 끌어들이기도 한다. (관련기사 : 한국은 안되고 '중동의 미국' 이스라엘은 되는 이유)

스타트업의 매각이 활발히 일어나는, 우리보다 진보된 스타트업 생태계가 있는 이스라엘의 엑시트 사례들을 살펴보자. 아래 리스트는 지난 2014년 10월을 기준으로 이스라엘에서 역대 가장 비싼 비용에 매각한 기업이다.

 

  • 1위 : NDS, 50억 달러(한화 약 5조 5천억 원), 시스코(Cisco)에 인수 : 디지털 TV 솔루션
  • 2위 : 크로마티스(Chromatis), 45억달러(한화 약 4조 9천억 원), 루슨트(Lucent)에 인수 : 광 네트워크
  • 3위 : 오브젝트(Object), 14억 달러 (한화 약 1조 5천억 원), 스트라타시스(Stratasys)와 합병 : 3D 프린터
  • 4위 : 웨이즈(Waze), 9억6천6백만 달러 (한화 1조 6백억 원), 구글(Google)에 인수 : 교통 및 지도 앱
  • 5위 : 바이버(Viber), 9억 달러 (한화 약 1조 원), 라쿠텐(Rakuten)에 인수 : 메시지 앱
  • 6위 : 트러스티어(Trusteer), 8억 달러 (한화 약 9천억 원), IBM에 인수 : 사이버 보안 전문업체
  • 7위 : 리탤릭스(Retalix), 6억 5천만 달러 (한화 약 7천억 원), NCR에 인수 : 식품업계 소매 및 공급망 솔루션
  • 8위 : 미디어마인드(MediaMind), 5억 1천7백만 달러 (한화 약 6천억 원), DG에  인수 : 디지털 광고
  • 9위 : 조란(Zoran), 4억 8천 4백만 달러 (한화 약 9백억 원), CSR에 인수 : 디지털 프린터, 카메라, DVD 등
  • 10위 : 익스트림IO(XtremIO), 4억 3천만 달러 (한화 약 5백억 원), EMC에 인수: 저장 시스템 업체

 자료 출처 : Top 10 Israeli Exits, Mergers & Acquisitions Of All Time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 리스트를 보고 당신은 무엇이 느껴지나? '억'소리를 넘어 '조'소리 나는 금액에 눈길이 가긴 하지만 이 기업들이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한번 보도록 하자. 사이버 보안, 저장 에서부터 3D 프린터, 카메라, DVD 까지 그 분야는 다양하지만 메시지 앱을 만들던 바이버(Viber)를 제외한 나머지 9개의 회사가 각자의 고유 기술을 가진 회사임을 알 수 있다.

  
엑시트 단계 취약한 한국, 결국 기술 스타트업 부족의 다른 말?

정말이지 엑시트에 대한 글을 준비하고 자료조사를 하며 '기술'이라는 뻔하디 뻔한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았다. 누구나 다 아는, 뻔한 이야기가 아닌 매각을 꿈꾸는 회사들에게 그중 적지 않은 수를 차지하고 있을 '핵심 기술'은 없을 지언정 열심히 해나가고 있는 회사들에게 희망을 주고 실질적인 조언을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수 많은 자료가 매각의 핵심이 기술임을 반증하고 있다.

앞서 있었던 퓨처플레이의 한재선 CTO와의 인터뷰를 잠깐 보도록 하자. (관련기사 :  [테크인사이드 #1] 국내 테크 스타트업의 기술이 궁금하다 – 퓨쳐플레이 한재선 CTO 인터뷰) 서비스 스타트업과기술 스타트업 중 엑시트의 가능성이 높은 것이 어느 것이라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변한다.

한재선

 

테크 스타트업이 높다. 서비스 스타트업의 M&A 사례가 많아 보이는데, 서비스 스타트업이 절대적으로 다수이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기술 테크 스타트업은 양적으로 적고 아이디어만으로 시작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기술적 역량이 수년 정도는 묵혀져야 경쟁력 있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으니 그만큼 진입 장벽이 높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3~5년 후 요구될 기술을 잘 타겟팅 한다면 성공적인 엑시트를 할 가능성은 훨씬 더 높다.

한국은 엑시트 단계가 취약하다는 평을 많이 듣는다. 혹시 애초에 기술 스타트업이 없어서 인수합병이 활발하지 못하고 그래서 엑시트 단계가 덜 발전한 것은 아닐까? 무엇이 선행된 것인지는 모르지만, 대한민국은 지금 엑시트 단계가 취약해서 기술 스타트업의 공급이 부족하고, 기술 스타트업이 부족해 엑시트 단계가 발전하지 못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있는 것은 아닐까?

한국에서도 고유의 기술을 갖고 잘하는 회사가 엑시트되는 좋은 사례들이 있다. 그 좋은 예로 바로 지난 6월에 있었던 파이브락스의 인수를 들 수 있겠다. (관련 기사 : “모바일 광고의 핵심은 수요의 예측이다” – 파이브락스 날개 단 탭조이, 첫 통합 제품 내놓아) 모바일 게임 솔루션 업체였던 파이브락스는 미국 최대 모바일 광고 플랫폼인 탭조이(Tapjoy)에 인수됐다. 인수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번 인수를 통해 파이브락스는 전 세계 시장을 무대로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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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창수 탭조이 부사장과 제프 드로빅(Jeff Drobick) CPO와의 인터뷰에서도 언급했듯, 파이브락스 인수의 비결도 기술에 있다. 탭조이의 제프 CPO는 “우리는 목표를 공유하고 데이터와 분석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필요했는데 파이브락스가 딱 그런 사람들이었다”고 말했다. 전세계 유저들을 상대하는 탭조이는 많은 트래픽과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기업을 찾았고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모바일 시장에서 빅데이터 분석과 솔루션을 제공하던 파이브락스는 이러한 자질을 갖춘 기술력이 뒷받침 되는 기업이었던 것이다.


성공적인 엑시트를 도와주는 4가지 팁

1. 창업 초기부터 엑시트를 구상하라

창업의 목적을 확실히 하고 처음부터 방향을 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대손손 물려주기를 꿈꾸는 가족기업과 매각을 목표로 하는 기업은 갈 길이 다르다.

 2. 잠재적인 바이어 확보에 나서라

팔기로 마음먹었다면 팔 사람을 찾아야 한다. 스타트업은 경쟁자가 있거나 업계를 이끄는 큰 기업이 있게 마련이다. 주위를 살피고 잠재적 바이어를 확보하자. 당신의 직원이 미래 회사의 주인이 될 수도 있다.

3. 다양한 기업 가치 평가 방법들을 익혀라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에 고려되는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전반적인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으로는 순현재가치(Net Present Value), 내부수익률(Internal Rate of Return), 주가수익률(Price Earning Ratio) 등이 쓰인다. 엑시트 이전에 이러한 기업가치평가방법을 숙지하고 있는 것은 필수적이다. 채점 방법도 모른 채로 고득점을 노릴 수는 없지 않은가.

 4. 욕심내지 마라, 다 망친다.

전체 시장에서 내 기업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현실적으로 대처하라. 인수기업에서 딜 중 마음을 바꿔 경쟁사를 홀랑 사버릴지도 모른다. 나 자신을 알고 합리적인 액션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 지연
오늘 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여자. 매일매일 배우는 자세로 글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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