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의 즐거움과 4차원 스타트업

Untitled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논어』에 담긴 깊은 성찰이 필요한 어구다.

낙지자(樂之者), 즉 즐기는 자는 어떤 일에 푹 빠져 그 자체의 재미와 즐거움을 추구하는 ‘신명 난 사람’이라는 개념을 넘어 특정 활동에 깊이 집중하게 되어 시간의 흐름이나 공간, 더 나아가서는 '자신에 대한 의식까지도 잊어버리게 되는 몰입의 심리적 상태'를 포괄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가 제안한 몰입(flow)라는 개념은 원래 외부적 보상이 없더라도 어떤 일에 푹 빠져, 무아지경의 상태에서 그 자체의 재미를 추구하는 자기 목적적(autotelic) 활동 경험을 말한다고 한다.

미술 평론가 이주헌은 몰입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 했다. "몰입이란 'Flow', 흐름이라는 거죠. 물이 막 흘러가는 것 처럼 막힘 없이, 거침없이 흘러가는 그런 상태. 이런 몰입이 어떻게 보면 행복의 가장 본질적인 형태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우리의 삶의 행복의 필수적인 수단으로서 몰입(flow)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부족한 자금,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과 매일, 매일 싸워야 하는 스타트업에게 이와 같은 행복의 수단으로서 몰입(flow)이라는 개념은 한편으로는 사치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몰입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삶의 충만함, 훗날 돌이켜 보았을 때 스스로 밝게 빛난다고 느꼈던 순간들이 우리 조직의 DNA와 문화가 되며, 이 정신이 제품에 담겨 고객과 만나게 된다면 어떨까?

몰입, 탁월함의 근거 

칙센트 미하이에 따르면, 이처럼 삶의 충만함을 느끼는 몰입(Flow)의 경험을 연구하는 시도는 동양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6세기 중국에서는 ''와유(臥遊·누워서 명승고적의 그림을 보며 정경을 더듬음)"라는 단어가 있었다고 하는 데, 유유히 거닐면서 자연을 느낀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몰입(flow)의 경험을 통해 주체는 집중도가 극대화되어 땅바닥 흙 한 줌의 감각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주체는 이와 같은 몰입(Flow)의 경험을 반복하여 느끼고, 스스로를 진화한다고 느끼며, 어떤 일을 하든지 잡념을 잊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게 된다.

맨먼스(Man/Month)라 불리는 인건비/시간 기준으로 구성된 인력으로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것을 3차원 집단이라고 한다면, 전 직원이 몰입(Flow)의 경험을 공유하며 탁월함을 추구하는 집단은 4차원이라 할 수 있다. 스타트업이 대기업과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게임 법칙의 흐름을 타고, 다른 차원으로 포지셔닝하여 탁월함을 추구하는 전략 이외에는 마땅한 대안을 찾을 수 없다.

몰입, 끈기(Tenacity)의 근거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라는 말처럼, 스타트업계 생리를 잘 표현하는 경구가 또 있을까? 권투보다는 종합격투기에 가깝고 클래식 바이올린보다는 힙합과 흡사한, 예측할 수 없는 환경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여 성공을 일구어 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회복탄력성(resilience)과 침착성, 끈기(tenacity)라는 가치는 여전히 기업가 정신을 완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다.

이와 같은 회복탄력성(resilience)과 침착성, 끈기(tenacity)라는 가치를 지켜내기 위해,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 스타일의 큰 비전(예를 들어 "30년 후, 세계 TOP 10으로 시가총액 200조엔 규모의 회사로 성장하겠다")과 미션(예를 들어 "정보혁명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겠다" )을 가슴에 품고, 거친 풍파를 헤쳐 나아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이와 함께, 하루, 하루 일상의 순간들을 몰입(Flow)의 경험으로 채워 나아가려는 소박한 노력 또한 병행해야 한다. 몰입(Flow)의 경험이란 행위 그 자체가 목적이기도 하고, 즐거움을 수반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쉽게 지치지 않으며, 우리의 일상을 결승점을 향한 희생양으로 전락 시키지 않는다.

몰입, 고유성의 근거

다음 카카오의 김범수 의장은 남들이 눈에 보이는 것을 그릴 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그려서 세계 최고가 된 피카소의 예를 들며, 문제 해결을 위한 ’관점의 이동’을 강조하고, 이를 내재화하고 습관화하여, 경쟁력으로 승화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굳이 한국의 고질적인 주입식 교육의 폐해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대부분의 한국의 젊은이들은 훌륭한 문제 해결력을 기르는 데에 평생을 바치지, 객관적으로 문제를 인지하고 프레임과 관점을 이동, 스스로 주인으로서 사유 하며 문제를 인지하고 정의하는 훈련에는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기업가 정신'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유전자에 새겨진 창조의 DNA에 주목하고, 이를 현실적으로 적용한 전략과 기회를 모색하고 실행하는 과정이다. 여기서, 스스로 특정 과제를 자신의 능력에 맞게 조절해나가는 능력과 과제를 즐겁게 창조할 수 있는 태도와 능력을 요구하는 몰입(Flow)은 훌륭한 훈련의 도구임에 틀림없다.

지금까지, 어떤 행위에 깊게 빠져들어 시간의 흐름이나 공간, 더 나아가서는 자신에 대한 생각까지도 잊어버리게 될 때를 일컫는 '몰입(flow)'라는 개념을 기업가 정신의 주요한 요소들과 엮어보았다. 2015년이 새롭게 열리고 있다. 한국의 스타트업들이 진정한 낙지자(樂之者, 즐기는 자)로서, 삶의 충만함과 함께 새해를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한종
이한종은 연쇄 창업자로, KBEAT의 공동창업자이자 CXO. 스타트업을 위한 초기투자 심사역 및 엑셀러레이터로서 경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디지털 콘텐츠 및 뉴미디어 플랫폼 영역의 오랜 경력을 바탕으로 연세대학교, SKP,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등의 멘토 및 심사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2006년 런던 영화학교를 졸업했고, 2011년 국무총리표창을 받았다. (walterlee79@gmail.com)

익명 댓글

ava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