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엔젤 투자도 크라우드 펀딩으로, 국내 첫 신디케이트 투자 모델 도입했죠”

한의사 중에서도 유난히 혈자리를 잘 짚어내는 명의가 있듯, 투자의 세계에서도 일명 ‘미다스의 손'이라 불리는 스타 투자자들이 존재한다.

엔젤 투자가 활성화된 실리콘밸리에서는 진즉부터 제이슨 칼라커니스와 같은 파워 엔젤이 두각을 보이기 시작했다. 우버에 투자한 것으로 유명한 칼라커니스가 최근 열심히 참여하는 새로운 투자 방식 중 하나가 바로 미국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엔젤리스트의 ‘신디케이트(Syndicate)’다.

신디케이트란 쉽게 말해 기업 단위의 크라우드 펀딩을 이르는데, 파워 엔젤이 온라인으로 팔로워들을 모아 함께 투자하는 것을 기본 골자로 한다. 직접 투자의 위험성을 줄이 기 위해 촉이 좋은 파워 엔젤이 진두 지휘를 하면, 이 뜻에 동조하는 다수의 투자자들이 따르는 방식이다. 평균 투자금은 5천만 원에서 2억까지 다양하다.

2010년부터 엔젤리스트가 도입한 이 신디케이트는 엔젤 투자의 장벽을 낮추고 스타트업, 파워 엔젤, 일반 엔젤 투자자 3자가 모두 이익을 얻어갈 수 있는 혁신적인 투자 방식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리고 2015년, 핀테크 흐름에 발맞춰 국내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서도 신디케이트 방식을 도입하려는 시도가 보이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오픈트레이드를 이끌고 있는 고용기 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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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기업형 크라우드 펀딩은 스타트업이 투자자들을 모셔오는 구도였어요. 우리가 이런 좋은 것 하니까, 투자해주십쇼 하는거죠. 근데 이렇게 몇 년을 운영해보니까 아무래도 수요자가 스타트업인 경우에는 확실히 힘이 달린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파워를 가지고 있는 엔젤 투자자들이 나서주는 그림이 필요할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고용기 대표가 밝힌 신디케이트 모델 도입의 이유다. 크라우드 펀딩은 2005년 P2P 금융사이트인 영국의 조파닷컴이 들고나온 '대출형 모델'에서 2008년 킥스타터와 인디고고가 대표하는 '후원형 모델'로 진화했다. 그 다음 단계로 등장한 것이 2010년의 '지분형'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엔젤리스트다. 특히나 엔젤 투자자 수가 적은 국내의 경우 신디케이트 모델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 고대표의 의견이다.

“국내에선 이미 지난 3년 정도 엔젤 클럽같은 것들을 운영해왔어요. 클럽 내에 회장, 총무, 회원들이 있고 그 안에서 투자와 기업 분석 정보를 공유하며 참여를 이끌어내는 방식이죠. 오프라인에 이미 존재했던 모델입니다. 이걸 온라인으로 옮겨온 것이 신디케이트죠. 오프라인에서 별 무리없이 작동하는 모델이라면, 온라인에서도 큰 실패 없이 적용될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미국에서 이미 검증된 모델이기도 하니까요.”

신디케이트 모델의 가장 큰 장점은 플랫폼 내 투자와 관련된 다자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라는 점이다. 위 그림과 같이 엔젤리스트의 신디케이트 모델에는 투자를 이끄는 리드(lead) 투자자와, 이를 따르는 백커(backer) 그리고 스타트업의 3자가 존재한다.

리드 투자자의 경우 신디케이트를 통해 더 다양한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제이슨 칼라커니스 역시 신디케이트를 통해 4개월 간 9개의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신디케이트는 ‘50곳을 투자해봐야 남는 것은 한 두곳 뿐'인 벤처 투자 생태계에 가장 적합한 린(lean)한 투자 형태다.

백커는 능력자 파워 엔젤의 선견지명에 기대어, 많은 노력 없이도 좋은 스타트업을 발굴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또 리드 투자자의 방대한 네트워크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엔젤리스트 정책에 따르면 리드 투자자는 백커에게 다양한 투자, 기업 분석 정보 등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개인으로 투자하는 것보다 더 적은 규모로 좋은 스타트업에 초기 투자를 진행할 수 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에너지를 적게 소모하며 더 많은 금액을 투자받을 수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스타트업은 리드 투자자와 플랫폼을 통해 의사소통할 수 있으면서도, 백커 개개인과 개별 미팅을 할 필요가 없다. 더불어 스타트업은 엔젤리스트 플랫폼에 어떤 비용도 지불하지 않는다. 미국에 본적을 둔 회사여야한다는 것이 자격요건이다.

각 신디케이트(리드 투자자+ 백커)는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를 하지 않는다. 투자 건마다 특정 프로젝트만을 위해 설립되었다가 목적이 달성되면 해산하는 특정목적법인(Special Purpose Vehicle, SPV) 형태로 투자를 진행한다. 투자 이후 운용은 엔젤리스트 내의 자문단과 리드 투자자가 맡는다. 지분 정리, IPO 시기 등에 대한 조언을 하며최종적으로는 해당 스타트업이 IPO 혹은 엑시트를 할 수 있도록 이끌어가는 역할이다. 이 때 백커는 수익의 5-20%를 리드 투자자에게, 5%를 엔젤리스트에 지불한다.

그렇다면 오픈트레이드와 엔젤리스트의 신디케이트 모델은 어떤 차이를 가지고 있을까. 일단 투자 한 건 당 참여할 수 있는 인원의 수가 다르다. 법 문제 때문이다.

엔젤리스트의 경우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보안 규제에 따라 투자 한 건당 99명의 공인 투자자(accredited investor)만이 참여할 수 있다. 이 때 공인 투자자란, 엔젤리스트에 등록된 백커(backer)를 이른다. 다만 개인에게 500만 달러를, 기업에 2,500만 달러를 투자한 경력이 있는 적격 투자자(qualified purchaser)들은 무한대로 딜에 참여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오픈트레이드의 경우 투자 한 건당 49명 이내의 투자자만이 참여할 수 있다. 불특정 다수의 전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공모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기업이 갖춰야 할 복잡한 요건이 많은데, 스타트업의 경우 이를 충족시키기가 어렵다. 따라서 국내 지분형 크라우드 펀딩의 경우 49명 이내의 투자자만이 참여할 수 있는 사모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49명을 ‘크라우드'라고 일컫기엔 부족하다. 고용기 대표가 이를 ‘반쪽짜리 크라우드 펀딩'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크라우드펀딩 법제화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원래 작년까지 마무리될 예정이었지만 올라간 법안이 2년 째 국회를 계류하며 아직도 처리되지 않았다. 법안이 올라간 이후로 국회에서 논의된 것은 단 한 번이다. 큰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사건을 비롯해 세월호 특별법까지, 먼저 처리해야하는 사건들이 연이어 터진 것이 지연의 이유 중 하나라고 고 대표는 설명한다.

“크라우드 펀딩은 세계적 동향에 따라 국내에도 반드시 올 세상인데 생각보다 그 시간이 너무 오래걸려서 버티는 힘이 떨어져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핀테크 열풍에 따라 정부 각처도 속도를 내고 있는만큼, 올 2월 임시국회에서는 법이 통과될거라고 기대하고 있어요.”

다행히도 각 언론사 보도에 따르면, 오늘 막이 오른 2월 임시국회에서는 가장 우선적으로 크라우드펀딩 법제화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거론될 예정이다.

“각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은, 법제화에 따른 준비에 서둘러야 합니다. 법제화가 되고나면 불특정 다수로부터 투자를 받을 수 있게 되는데, 이 시스템을 원활하게 돌아가게 만들어 줄 장치가 필요하거든요. 예탁 결제원과 같은 기관의 시스템과 연결 작업이 필요한거죠. 그게 구축되면, 정말 세상이 한 번 바뀔 것 같아요."

향후 오픈트레이드는 국내 마이크로 엔젤 투자자를 육성하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에도 충실할 계획이다. 신디케이트를 통해 파워 엔젤들이 계속해서 탄생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천송이 코트가 있어도 못파는건, 국내에알리페이같은 쉬운 결제 수단이 없기 때문이죠. 지금 금융이 한 단계 점프를 해줘야 다른 산업이 막 치고 올라갈 수가 있습니다. 이게 풀려야 커머스를 비롯한 전산업이 한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거죠. 이제 금융 경쟁력은 속도에 달려있습니다. 올해는 법제화를 비롯해 크라우드 펀딩에 대한 빈약한 인식을 해소해나가는 원년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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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새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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