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가 아닌 위안부 할머니들을 기억해주세요”, 마리몬드 윤홍조 대표 인터뷰

내가 파는 물건에 의미를 담아 '착한 사업'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사람들은 착한 제품보다는 싸고 좋은 제품을, 좋은 제품보다는 쿨하고 멋진 제품을 선택한다. 이 때문에 한때 유행처럼 우후죽순 생겨났던 사회적 기업들조차 더는 공익적 코드를 앞세우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감성팔이식 생존은 이제 불가능하다. 먼저 사람들에게 소비되어야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

이를 잘 실천한 스타트업이 있다. 이른바 '수지 핸드폰 케이스'로 화제가 된 마리몬드다. 아이돌 가수 수지의 공항패션 아이템 중 하나였던 핸드폰 케이스는, 기사가 퍼져나간 후 그야말로 완판이 됐다. IT가 주를 이루는 벤처 업계에서 얼마 되지 않는 제조 스타트업, 거기다 위안부 문제를 다루는 소셜 벤처인 한 회사가 대중의 입에 오르게 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이 소동의 중심에 선 마리몬드 윤홍조 대표를 만나봤다. 1월 내내 밀린 배송으로 전 직원이 포장 업무에 동원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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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몬드 윤홍조 대표

'기억이 무엇을 바꿀 수 있냐'는 질문에 윤홍조 대표는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게 만든다'고 답했다. 지금 생존해있는 할머니는 53분이다.

마리몬드의 모든 제품에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기억하자'는 의미가 담겨있다. 수지가 들고 있었던 핸드폰 케이스도, 위안부 피해자인 고 심달연 할머니가 직접 만든 압화를 모티브로 만든 제품이다. 마리몬드 제품의 상세 페이지에는 오리지널 아티스트(original artist)인 할머니에 대한 소개가 빠지지 않고 들어가 있다. 일종의 휴먼 브랜딩 작업이다.

수지 효과가 마리몬드에게 있어 일종의 잭팟이었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그 이전에도 마리몬드는 의미 있는 매출을 내고 있었다. 2013년 하반기부터 시작했던 맨투맨 티셔츠 프로젝트는 총 3회에 걸쳐 6,265명의 참여를 기록하며 총 8천3백만 원 가량의 수익을 냈다. 뚝심 있는 브랜딩이 수지 효과를 계기로 빛을 보게 된 셈이다.

2009년 글로벌 비영리 단체인 인액터스 활동에서 처음 위안부 문제를 접하게 된 윤홍조 대표는, 목적이 아닌 하나의 의미 전달 방식으로서의 창업을 시작했다.

'의식 팔찌'로 유명한 희움 역시 그가 몸담고 있던 조직이다. 희움의 이름을 딴 '희움 더 클래식'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지만, 경험과 전략의 부족으로 2013년에는 팔리지 않은 재고만 쌓아둔 채 한 해를 보내기도 했다.

이때 깨달은 것은 아무리 좋은 의미를 담고 있어도, 결국 사람들이 원하는 컨텐츠로 제공해야만 그 전달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전도를 위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는 '이단 종교'로부터도 배울 것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사회적 기업가 육성 사업을 통해 1억 원을 지원받아 마리몬드를 시작했다. 현재 마리몬드 온라인 샵 내에는 약 70여 종의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 작년 말에는 시그니처 패턴을 활용해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스마트폰 앱도 출시했다.

마리몬드가 추구하는 것은 존귀함의 회복이다. 따라서 현재는 위안부 할머니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향후 반려견이나 모든 소외 계층을 대상으로 사업을 확장할 가능성도 있다. 위안부 할머니들은 마리몬드의 첫 번째 동반자다.

마리몬드는 2013년, 2014년 두 해 동안의 누적 매출 7억 중, 1억 이상을 위안부 역사관 건립과 할머니들의 생활, 복지 기금으로 기부했다. 향후에는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소외 계층 아이들과 일러스트레이터를 연결해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고 윤 대표는 말했다. 

해외 진출 계획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유대인의 아픔에 깊게 공감하지 못하는 것처럼, 한국 위안부 문제에 대한 타국인의 공감과 이해를 끌어내기는 쉽지 않다. 마리몬드는 이를 위해 보편적 여성의 문제로 메시지를 확장할 예정이다. 신발 브랜드인 탐스가 아르헨티나 아이들을 돕고 있지만, 세계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처럼 한국을 넘어선 타국의 위안부, 위안부를 넘어선 모든 소외된 여성 계층을 기억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수지 소동 이후 수많은 브랜드로부터 협업 요청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매출이나 브랜딩 측면에서 득이 된 것은 분명하지만, 애초 마리몬드가 전달하고자하는 메시지가 희석되는 단점도 있었다. 윤 대표는 관심의 본질적 방향을 바로잡기 위해 다음 행보를 준비 중이다.

"파리, 런던, 뉴욕 같은 세계적인 도시에 오프라인 매장을 내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다들 바쁘고 지쳐있는 현대 여성들에게 마리몬드 브랜드 자체가 위로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샤넬 매장에 코코 샤넬이 걸려있는 것처럼 오리지널 아티스트로서 위안부 할머니들의 사진이 걸리게 되는 날, 비로소 우리가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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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새롬
노력과 겸손, 지혜가 담긴 글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찰싹찰싹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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