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희석 공식 (Equity Dilution)

창업을 직접 하거나 스타트업에 취업 하는 게 대기업에 취업하는 것 보다는 여러 면에서 좋은 점들이 많다. (물론 보는 관점에 따라서 그만큼 나쁜 점들도 많다.) 그중 하나가 주식과 스톡옵션이다. 대기업에 비해 연봉과 복리 후생은 부족하지만, 회사 일부를 소유함으로써 나중에 모든 것이 잘 풀리면 금전적인 고민은 죽을 때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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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의 주식에 대해서 한가지 알고 넘어가면 유용한 개념이 바로 희석화(dilution)다. 아마도 많은 분이 희석화에 대한 개념을 잘 알고 계시겠지만, 이제 막 스타트업의 세계에 입문하신 분들을 위해서는 유용한 정보가 될 거로 생각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간단한 예를 가지고 설명해보자.

대기업에서 마케팅을 담당하던 A 씨는 친구로부터 한 인터넷 스타트업을 소개받았다. 다행히도 맘에 들었고 그 후로 이 회사의 사장이 입사조건으로 부사장 직급과 회사 지분의 10%를 제안했다. 아직도 회사는 투자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연봉 자체는 대기업에서 받던 수준보다 훨씬 낮은 5천만 원을 오퍼 받았다. 그동안 VC들과 꾸준히 이야기를 해왔기 때문에 곧 투자를 받을 수 있는 분위기는 이미 조성되었고 계획대로 잘 진행된다면 궁극적으로 이 회사를 3천억 원의 밸류에이션에 팔 생각을 사장은 하고 있었다.

A씨는 회사 지분 10%를 제안받았고 만약에 회사가 3천억 원에 팔린다면 단기간에 3백억 원의 돈이 생긴다는 생각에 흥분해서 고용 계약서에 사인을 하려고 한다. 하지만 A가 미처 고려하지 못한 부분이 바로 희석화다. 3천억 원에 회사를 팔기 전에 아마도 3번 정도의 추가 투자를 받아야 할 것인데 그럴 때마다 신규 주식이 발행되기 때문에 입사 초기에 받았던 10%의 지분은 그만큼 희석될 것이기 때문이다.

A가 만약에 회사 지분 10%를 받고 일을 시작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열심히 노력한 끝에 1년 뒤에 1차 투자를 받는다고 하자. 1차 투자의 조건은 지분 25%에 5억 원이다. 이 말은 회사의 투자 전 기업가치는 15억 원, 투자 후 기업가치는 20억 원이라는 뜻이다. (밸류에이션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여기서 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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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펀딩을 받은 후에 기업 가치가 20억 원이니까 A 씨의 지분 10%는 2억 원이라고 해석하면 될까? 아니다. 여기서 희석화이라는 개념이 적용되면서 A 씨의 지분이 희석된다. 1차 투자를 받기 전에 1백만 주가 이미 발행되어 있다고 치자. VC들이 5억에 대한 지분 25%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만큼의 신규 주식이 발행되어야 한다. 얼만큼의 주식이 25%일까? 간단한 산수를 해보면,

 

X / (1,000,000 + X) = 25%
=> X = 333,333

즉 333,333개의 신규 주를 투자자들한테 발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5억 투자를 받은 후 이제는 총 1,333,333주가 존재한다. A씨가 초기에 받은 지분 10%는 10만 주에 해당되며 (1백만 개의 10%), 지분율은 이제 100,000 / 1,333,333 = 7.5%로 내려갔다. 즉, 1차 투자를 받으면서 10%의 지분이 7.5%로 희석(dilute)된 것이다. 그리고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20억 원 x 7.5% = 1.5억 원이 된다. 2억 원이라고 생각했던 가치가 1.5억 원으로 25%나 감소한 셈이다.

만약에 1차 투자를 받은 후 회사를 3천억 원에 팔 수 있다면 A 씨가 가진 7.5%는 225억 원이 되는 셈이니 A씨는 대박을 맞은 것이다(1년 일하고 225억 원을 벌었으니까). 하지만 잘 아시다시피 회사가 정상적인 모습을 갖추려면 2차, 3차 투자를 더 받아야 한다. 2차 투자를 받으면서 회사 지분의 40%를 신규 VC들이 가져간다고 하면, A 씨의 지분은 4.5%로 희석된다 (7.5% x 0.6).

그리고 이런 식으로 A 씨가 가지고 있던 10% 지분은 계속 희석되어 감소한다. 회사를 팔 시점에 A 씨의 지분이 2%로 감소했다고 가정해보자. A 씨의 기분은? 그건 바로 그 시점 회사의 가치에 따라서 달라질 것이다. 만약 회사를 1조 원에 팔 수 있다면, A 씨의 2% 지분은 2백억 원의 가치를 갖게 될 것이다. 반면, 회사가 50억 원에 팔린다면 A 씨의 2% 지분은 1억 원 밖에 안 될 것이다.

가장 답답한 부분은 바로 위의 모든 계산은 스타트업이 엑시트 했을 때만 말이 된다는 점이다. 스타트업이 exit을 못할 경우 지분이니 가치니 모든 건 그냥 종이 위의 숫자에 불과하다.

지분 희석화에 대해서 알아야 할 점들은 다음과 같다.

  • 희석화는 나쁜 게 아니다. 스타트업 사이클의 일부일 뿐이니 화내거나 실망하지 마라. 희석화는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 그렇지만 희석화를 잘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지만 현명하고 열심히 일할 수 있다. 지분 희석화를 잘 이해하고 계산한 후에 연봉과 지분의 양을 잘 조절해라.
  • 스타트업의 초기 단계에 투자하거나 조인을 하면 할수록 그 이후에 투자하거나 조인하는 사람들보다 더 많은 희석화가 일어난다. 더 많은 지분을 가지고 시작하겠지만, 희석률은 남들보다 크다.
  • 어차피 희석화를 피할 수 없으니, 어떻게 하면 지분 희석을 최소화할까 고민하는 데 시간 낭비하지 말고 회사의 밸류에이션을 극대화하는데 모든 포커스를 맞추어라. (희석화가 심하게 되어서 초기에 받은 지분 10%가 1%로 감소해도 회사의 밸류에이션이 5조 원이면, 그 1% 지분의 가치는 5백억 원이다. 바로 페이스북이 이런 케이스이다.)

 

자료 출처 :THE STARTUP BIBLE 
도표 자료 출처 : <스타트업 바이블>
사진 출처 : about m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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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기홍
배기홍 대표는 한국과 미국의 네트워크와 경험을 기반으로 초기 벤처 기업들을 발굴, 조언 및 투자하는데 집중하고 있는 스트롱 벤처스의 공동대표이다. 또한, 창업가 커뮤니티의 베스트셀러 도서 ‘스타트업 바이블’과 ‘스타트업 바이블2’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는 어린 시절을 스페인에서 보냈으며 한국어, 영어 및 서반아어를 구사한다. 언젠가는 하와이에서 은퇴 후 서핑을 하거나, 프로 테니스 선수로 전향하려는 꿈을 20년째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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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머스
비머스

정말 도움이 많이 되는 포스팅이 많네요 너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