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의 스타트업 조력자, 슬러시와 테크숍이 한국 컨텐츠 스타트업에 던지는 조언

03_마틴 탈바리(Murtin Talvari) - Slush CSO 01

미국, 유럽에서 스타트업 생태계를 이끄는 두 인사가 국내 콘텐츠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콘텐츠코리아 랩'의 1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오늘 오전 본행사에 앞서 진행됐던 기자 간담회에서는 누구나 아이디어만을 가지고 시제품을 제작해볼 수 있는 미국의 시제품 제작소 '테크숍(Techshop)'의 짐 뉴튼 공동창업자와 핀란드의 스타트업 컨퍼런스 슬러시(Slush)를 79개국에서 개최하는 마틴 탈바리 CSO가 참석하여 국내 컨텐츠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에 관한 깊이 있는 통찰을 나눴다.

테크숍은 예비 창업자나 초기 스타트업이 일정 비용을 지급하면 대형 공장에서 사용하는 각종 첨단 공구와 기계, 장비 등을 자유롭게 이용하여 시제품을 만들어볼 수 있는 공간이다. 2006년 캘리포니아에서 첫발을 내디딘 이후 현재 미국 6개 도시로 확대, 공간과 공구뿐 아니라 초보자를 위한 맞춤형 교육 과정도 함께 제공하며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만드는 중간 조력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슬러시 컨퍼런스는 세계 최대 글로벌 스타트업 컨퍼런스로, 핀란드 헬싱키에서 매년 핀란드의 엑셀러레이터인 스타트업 사우나와 함께 개최되고 있다. 작년에는 이틀간의 개최 동안 1만 4천 명 이상의 참관객이 이 컨퍼런스에 방문했으며, 79개국에서 1,396개에 이르는 스타트업이 참여했다. 슬러시는 전 세계 벤처 자금이 스타트업과 연결되는 네트워킹의 장으로, 게임, 친환경 기술부터 의료 서비스, 생명과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특히 '슬러시 100프로그램'은 100개의 스타트업이 이틀에 걸쳐 투자자들 앞에서 3분간 피칭을 하고 우승 기업이 상당한 액수의 상금 및 투자금을 받게 되는 경진대회로, 매년 우수한 스타트업 우승팀을 배출하고 있다.

다음은 기자 간담회 전문을 정리한 것이다.  

- 슬러시는 민간에서 만든 컨퍼런스다. 한국에선 정부주도 컨퍼런스가 대세다.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 마틴 탈바리(이하 마틴) : 한국의 경우 스타트업 미디어 비석세스가 주최하는 비글로벌과 같은 성공적인 사례가 있다. 정부가 이런 행사를 자체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호주의 경우 대사관에 협조 요청을 한 뒤 이벤트를 개최한다. 호주의 사례를 차용해 한국 정부의 접근이 변화했으면 좋겠다.

- 테크샵의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궁금하다. 또 어떤 부분에서 테크샵이 기여했고, 그 미래에 대한 전망은 어떻게 그리고 있는지 궁금하다.
- 짐 뉴튼(이하 짐) :  우리가 가장 자랑할 수 있는 기업은 '스퀘어'다. 신용카드 단말기를 만드는 회사로 트위터의 공동창업자인 잭 돌시가 설립했다. 테크숍은 각 개인의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시키는 것을 돕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공간과 공구, 그리고 그 과정과 방법에 대해 교육을 한다. 아이디어가 있어도 실질적인 구현 과정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 테크샵은 이런 문제를 해결해주는 꿈의 공간이다. 

- 테크샵의 주 수익모델이 어떻게 되나?
- 짐: 몇 가지 수입모델이 있다. 먼저는 멤버십 회원에게 회비를 받는다. 또 시제품 제작 과정에 관한 유료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스타트업 컨설팅과 회사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마지막으로 대학교, 도서관 등과 함께 협업하기도 한다.

- 대한민국에서 글로벌 진출을 꿈꾸는 스타트업은 대부분 미국이나 중국으로 진출을 꿈꾸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이 유럽에 진출하면 어떤 장점이 있는가. 
- 마틴 : 핀테크 분야 스타트업이라면 금융 테크의 중심지인 영국으로 오는 것이 도움될 것이다. 핀테크 분야에 대한 전문가가 모여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컨텐츠 분야 스타트업에게도 게임이 유명한 핀란드, 스웨덴은 매력적인 곳이다. 슈퍼셀이나 캔디크러쉬 등 많은 게임사가 모여있다. 관련 기업이 모여있으므로, 컨텐츠 수익화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 성공한 스타트업이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마틴: 성공 스타트업의 떡잎을 알아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우리가 하는 일은 스타트업의 정보를 모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이를 투자자 등과 매치메이킹 시켜주는  것이다. 성공 스타트업의 공통점을 알기는 어렵다.

- 우리나라 제조업 현황이 굉장히 좋지 않다. 중국 등에 가격경쟁력이 밀려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테크샵과 협업하면 국내 스타트업이 어떤 이득을 얻을 수 있는가. 
- 짐: 미국에서도 동일한 어려움이 존재한다. 중국으로부터의 원가 절감 압박에 어려움을 겪는다. 테크샵은 단순히 시제품 제작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아이디어를 어떻게 제품화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도움을 제공한다. 시제품이 나오기까지의 복잡한 시스템을 간소화하고 쉽게 만드는 것이 테크샵의 역할이다.

- 중국 심천 지역에서는 시제품을 굉장히 빠른 시간 내에 뽑아낼 수 있다. 반면 모조품도 빠르게 나온다. 저작권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 짐: 저작권 문제는 어느 국가에건 있다. 스타트업 뿐 아니라 대기업인 애플에서조차 저작권 도용 문제를 피해가기 어렵다. 계약 내용을 문서화한다고 해도 저작권 문제를 피해가긴 어려울 것이다.

- 슬러시에 진출한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현지 반응과, 글로벌 컨퍼런스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노하우가 궁금하다. 
- 마틴: 솔직히 유럽에 진출한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슬러시는 홍보 영상만 봐도 알 수 있다시피 굉장히 캐쥬얼한 컨퍼런스다. 나이트클럽 분위기다. 한국 스타트업도 슬러쉬에 많이 참여해 현지 반응을 얻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또 전 세계적으로 수천 개의 컨퍼런스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차별화다. 어떤 시장에 진출하건 꼼꼼한 시장조사는 필수다. 매년 새로운 컨텐츠를 제작하고, 컨퍼런스 자체를 네트워킹화 시킨다는 것이 중요한 대목이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구현하고 싶은 것은 '상생 성장'이다.

- 한국을 비롯하여 전 세계적으로 스타트업 열풍이 불고 있다. 일각에선 버블 현상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마틴: 스타트업 계에서 버블이라는 것은 나에게 생소하다. 생각해본 적 없다.
- 짐: 나는 실리콘밸리에 있으면서 1998년, 2008년 버블을 모두 경험해봤다. 당시 버블은 창업과 실리콘밸리의 번영을 이끌었던 주 이유가 되었다. 따라서 나는 버블을 긍정적으로 해석한다. 버블 후 새로운 시도가 시작된다.
- 마틴: 노키아가 몰락하면서 핀란드 내 수천 명이 정리해고 당했다. 그러나 우리에겐 도움이 됐다. 많은 퇴직자가 슬러시 컨퍼런스에 와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고 창업의 길을 모색했기 때문이다.
- 짐: 버블을 정리하자면, 더 큰 수확물을 얻기 위한 준비 작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 한국의 창업생태계나 현실, 가능성, 장점, 단점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 마틴: 솔직히 한국 창업 생태계나 현실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대신 전 세계 정부 기관에 드리는 조언으로 대신하겠다. 정부 기관 내에만 있는 분들은 시장 트렌드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기가 어렵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좋은 아이디어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해 줄 의향이 있기 때문에 대중의 목소리와 정부 기관이 상호 교류를 하게 된다면 스타트업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대중에게는 정부 기관에 대한 불신도가 있다. 장관 수준의 직급을 가진 스타트업 지원 담당자가 정부 기관 내에 상주하면서, 대중과 스타트업의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하는 구도가 만들어지면 좋을 것 같다.

- 테크샵 내에서 아이디어는 참 좋았지만 시대를 너무 앞서나가 아쉽게 실패한 케이스가 있는지 궁금하다. 
- 실패는 좋은 것이다. 한국의 경우 실패에 대한 문화적 편견이 강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에서는 실패하면 평판을 회복하기 힘들다고 들었다. 미국은 실패를 통해 더 나은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는 관념을 가지고 있다. 테크샵의 경우도 최근 2개의 지점이 문을 닫았다. 하지만 부끄럽지 않다. 더 나은 아이디어를 구상할 수 있는 학습의 계기가 됐다.

정 새롬
노력과 겸손, 지혜가 담긴 글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찰싹찰싹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익명 댓글

ava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