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의 애플을 위해 필요한 것은 비옥한 생태계와 창업자의 자원 활용 능력” – 시릴 에버스웨일러 핵셀러레이터 대표
6월 16, 2015

"왜 중국에 하드웨어 엑셀러레이터를 세웠느냐고 묻는다. 나는 생태계가 그곳, 심천에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답한다."

작은 어촌이었던 심천이 30년 만에 중국 4대 도시로 올라섰다. 1980년대 덩샤오핑이 밀어붙인 개혁개방 정책 덕이다. 값싼 노동력으로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던 심천은 인프라, 노동력, 기술력 등 모든 부분에서 하드웨어 스타트업을 위한  최적의 장소로 떠올랐다.

용산전자상가 10배 크기의 세계 최대 전자 시장 화창베이(華强北)를 비롯해 중국 대표 인터넷 기업 텐센트, 세계 최대 유전자 분석 기업인 BGI에 이르기까지. 자연스레 이 모든 자원을 활용해 세계적인 하드웨어 스타트업을 배출해내는 엑셀러레이터도 생겨났다. 하드웨어 스타트업을 양성하는 핵셀러레이터(HAXLR8R)를 중국에 설립한 시릴 에버스웨일러는 "왜 심천이었냐"는 질문에 '생태계가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모든 하드웨어 스타트업은 애플과 같은 위상을 가진 기업이 되길 꿈꾸며 탄생한다. 1976년과 2015년. 시간이 흘렀다. 이제 막 시작하는 하드웨어 스타트업이 애플과 같은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시릴 에버스웨일러와의 인터뷰를 8문 8답 대화로 재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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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DF 강연 때 당신은 '스타트업은 애플과 같은 큰 기업과 다르다'라고 시작했지만, '당신의 스타트업은 어떤 애플이 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끝을 맺었다. 당신은 '애플'이라는 기업에 대해 어떤 정의를 내리는가.

'애플 같은 기업'이란 주변 생태계를 잘 레버리징(leveraging)한 기업을 의미한 것이다. 1976년, 애플이 탄생하기 위한 모든 자원이 실리콘밸리에 있었다. 공장, 자본, 기술, 사람 등 모든 것이 말이다. 스티브잡스는 그 모든 요소를 잘 활용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에 능통했던 사람이다. 그는 여행을 많이 했고, 다양한 경험을 가진 창업가였다.

2. 비옥한 생태계와 그 자원을 잘 활용할 줄 아는 창업자의 능력이 당신이 생각하는 성공의 비결이라고 이해했다. 애플과 같은 기업을 탄생시키는 생태계는 어떻게 조성할 수 있는가.

많은 아시아 사람들을 만나면 핵셀러레이터를 자국에 세워달라고 말한다. 왜 심천은 되고, 우리나라는 안되냐고 묻는 식이다. 나는 그때마다 생태계가 당신의 나라가 아닌 심천에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나는 일본에도 잠시 머문 적이 있었지만, 거기에는 '세계(world)'가 없었다.

풍부한 자원(resourceful)을 갖춘 생태계는 결코 복제할 수 없다. 실리콘밸리가 부상하고 난 후 모든 국가가 실리콘밸리를 가지고 싶어 했다. 베이징의 실리콘밸리, 도쿄의 실리콘밸리 등 복제를 시도했지만, 그들은 다 실패했다. 반면 심천은 고유의 공급망, 제조 인프라, 노동력을 기반으로 누구도 복제할 수 없는 또 다른 하나의 생태계가 됐다.

미래에는 더 많은 생태계가 탄생하고 개발될 것이다. 그러나 각국 정부는 그들 자신만의 고유한 자원을 활용해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서는 안 된다.

3. 애플을 복제하며 시작한 샤오미는, 이제 독자적인 브랜드를 가진 큰 회사로 성장했다. 샤오미는 애플 같은 기업인가.

오늘날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애플과 샤오미는 매우 다른 성격의 회사라는 점이다. 샤오미는 하드웨어 기반의 기술 회사가 아니라 수익화와 마케팅을 잘하는 기업이다. 반면 애플은 매우 강한 기술 회사다. 애플은 복제할 수 없다.

애플과 샤오미의 가장 큰 차이점은 애플이 '카테고리 메이커(category maker)'라는 점이다. 그들은 기술력을 통해 항상 새로운 카테고리의 제품을 창조해낸다. 아이폰, 애플 워치, 아이패드가 모두 그랬다.

내가 SDF 강연 말미에, '당신의 스타트업은 어떤 애플이 될 것인가?'라고 물었던 것은 이것 때문이다. 애플 제품을 똑같이 복제해내는 기업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의학 기기 분야에서 새로운 카테고리의 제품을 만들어내는 애플과 같은 회사가 탄생할 수 있다. 게임계의 애플, 미디 악기 분야의 애플, 애완견을 위한 애플이 있을 수 있다. 어떤 한 회사가 미디 악기를 만든다고 가정해보자. 기타, 키보드, 드럼 등 모든 악기가 클라우드 구조 내에서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플랫폼 내의 사람들이 기기를 가지고 만들어낸 음악이 프로덕트와 클라우드 사이를 오간다. 또 다른 사람들이 그 음악을 구매한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해지는 오늘날의 아이튠즈나 앱스토어 같은 마켓 플레이스가 탄생할 수 있다.

4. 오늘날 초보 창업가 스티브 잡스가 심천에서 하드웨어 스타트업을 시작한다면, 1979년도의 실리콘밸리에서의 시작과 무엇이 다를까. 

스티브 잡스는 매우 빠르게 적은 양의 제품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애플의 대단한 점은 1979년도에 애플 1호 컴퓨터를 단 200대만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당시에는 소량 생산이 가능할 때가 아니었고, 하드웨어는 소프트웨어와 달리 공장을 가동해야 하기 때문에 생산의 기본 단위 자체가 매우 컸다. 요즘에나 가능한 일인데 스티브 잡스는 그 일을 해냈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가 2015년 심천에서 애플을 시작한다면, 더 저렴하고 더 빠른 시일 내에 프로덕트를 출시할 수 있을 것이다.

5. 킥스타터, 인디고고와 같은 하드웨어 스타트업을 위한 등용문도 생겨났다. 그러나 모금액을 달성하고, 미디어로부터의 주목을 받은 후에도 여전히 일반 소비자 시장으로 들어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드웨어 스타트업은 이 특별한 이벤트 후에, 어떻게 소비자와의 거리를 좁힐 수 있을까. 

프로덕트가 시장으로 진입하기 위한 고투마켓(Go to market) 전략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하드웨어 스타트업이 첫 프로덕트를 가지고 큰 성공을 거두는 경우는 드물다. 첫 프로덕트 제작 단계에서는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두 번째 만드는 프로덕트는 마켓 핏(market fit)에 한층 더 가까워질 것이다. 두 번째, 세 번째 프로덕트 정도에서야 감을 잡는 경우가 많다. 시장을 이해하게 된다는 의미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첫 프로덕트에서는 욕심을 부리지 말고 최대로 단순한 기능을 내놓아야 한다. 킥스타터 구매자들이 '이렇게 하면 더 좋을 텐데'라고 피드백을 줘도 일단은 준비된 것만을 착실히 배송하면 된다. 구매자들의 피드백을 무시하지 말고 잘 반영해서 두 번째, 세 번째 버전에 추가해서 내놓는 것이다.

6. 지난 5월 핵셀러레이터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부스트(boost)'라는 마케팅 지원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하드웨어 스타트업이 난제로 안고 있는 유통 문제를 핵셀러레이터는 어떻게 지원하는가?

부스트는 6주간의 지원 프로그램으로, 하드웨어 스타트업이 프로덕트를 유통하고 판매하는 과정을 돕는다. 대부분의 초기 하드웨어 스타트업은 경험의 부재로 유통까지 가는 데에 긴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스타트업에게 시간이란 곧 자금의 손실을 의미하고 이는 생존과 직결되어 있다. 따라서 이 시간을 단축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하드웨어 스타트업이 항상 유념해야 할 것은, '사람들은 어디선가 들어본 제품을 구매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마케팅은 매우 중요하다. 선반 위에 핏빗(fitbit)과 당신이 만든 낯선 활동량 측정기가 나란히 놓여 있다면, 구매자는 핏빗을 살 확률이 높다. 들어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하드웨어 스타트업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마케팅은, 사람들이 그것을 실제 사용해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Xbox의 리듬 게임기인 '기타 히어로'의 판매 실적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러나 큰 유통 체인과 협약을 맺고 매장 내에서 직접 사용해볼 수 있도록 전시한 이후 매우 큰 붐을 만들어냈다.

핵셀러레이터를 설립하기 전 나는 벤처투자가, 유통, 마케팅, CRM 등 다양한 직무를 거치며 경험을 쌓았다. 초기 스타트업이 자신들이 만든 프로덕트를 가지고 큰 유통 체인에 찾아간다 해도 거들떠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헥셀러레이터는 그들과의 네트워크를 이미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유통에 어려움을 겪는 스타트업을 도울 수 있다.

7. 한국의 하드웨어 스타트업 창업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 한가지는 무엇인가. 

일단 한국을 떠나라. (웃음) 당신이 당장 중국이나 미국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 없더라도, 한국 바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창업자에게 매우 중요하다. 하드웨어 스타트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글로벌 관점이다. 아까 말했듯, 창업자는 자신의 주변에 있는 모든 자원을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8. 마지막으로 핵셀러레이터의 내년 비전과 목표를 말해달라. 

우리의 목적은 하드웨어 스타트업을 위한 가장 큰 생태계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또 어떤 스타트업이든 핵셀러레이터를 거쳐서 나갈 때는 100% 수익을 내는 회사로 만들어낼 것이다. 이것을 성취해낸다면, 우리는 프로덕트를 만드는 방식과 기업가 정신, 벤처캐피털 등 모든 생태계를 혁신시킬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큰 목표이긴 하지만, 나는 헥셀러레이터가 그것을 이루기 위한 여정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정 새롬
노력과 겸손, 지혜가 담긴 글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찰싹찰싹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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