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딧의 커뮤니티 정신은 유지될 수 있을까? : 수익화와 서비스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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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로부터 한 달 평균 1억6천 명이 방문하는 세계 32위의 커뮤니티 서비스 레딧(Reddit)의 CEO,  엘렌 파오(Ellen Pao)가 구설에 올랐다. 자신의 경영 방침에 반대하는 직원을 하루 아침에 해고해버린 조치 때문이다.

레딧은 집단 지성을 활용한 뉴스큐레이션 서비스로서, 독자들의 추천수 및 인게이지먼트에 따라 뉴스의 위치가 결정되는 알고리즘을 사용하고 있다.

모든 포스팅이 회원들에 의하여 자발적으로 이루어지고, 모든 서브 레딧(subreddit : 주제별 포럼)들이 ‘모드’라고 불리는 자발적 관리자들에 의해 자체적인 룰을 따라 운영된다.

레딧은 크고 중요한 원칙만을 세우고 이와 같은 서브 레딧들을 관리하는 방식을 취하면서 자유롭고 평등한 커뮤니티의 정신을 유지해왔다. 레딧은 지난해 5월, 시리즈 B단계로 약 5천만 달러(한화 약 544억 원)의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레딧의 대표 엘렌 파오가 해고한 인물은 AMA(Ask Me Anything)이라는 서브레딧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모드'이자, 회사의 직원이기도 한 빅토리아 테일러라는 인물이었다.

AMA(Ask Me Anything)는 세계적인 유명인이 직접 참여하여 실시간으로 대화하고 질의에 답변을 올리는 방식의 포럼으로서, 버락 오바마, 빌 게이츠, 락 스타등이 참여한 바 있는 레딧의 대표적인 서브레딧 중 하나다. 빅토리아 테일러는 기존의 텍스트 기반으로 운영되는 서브레딧을 좀 더 대중적이고 지속 가능하며, 상업적인 서비스로 성장시키고자 했던 레딧의 경영진의 의견에 대하여 “레딧의 커뮤니티의 정신을 해친다”라는 이유로 반기를 들었고, 이에 엘렌 파오 대표는 그를 해고했다.

문제는 테일러의 해고조치로 인해 번진 레딧의 집단 보이콧 현상이었다. 레딧의 회원들은 엘렌 파오의 조치에 대한 항의 표시로 300여 개의 서브레딧들의 문을 닫으며, 인터넷의 청원 사이트인 체인지(change.org)에 20만여 개에 다다르는 파오의 사퇴를 요구하는 서명을 올리기 시작했다.

또한 레딧에는 중국계의 혈통을 가진 엘런 파오의  얼굴을 모택동의 이미지로 바꾸어 그녀의 일방적인 소통방식을 조롱하는 패러디 이미지들로 도배되었다. 이에, 엘렌 파오는 지난 6일(월요일), 모든 잘못은 나에게 있다며 사과 성명을 발표했지만, 돌아선 레딧 회원의 마음을 움직이기엔 부족한 모양이다.

이와 같은 사건은 텍스트 기반의 커뮤니티 서비스에서 광고 수익을 거두기 용이한 동영상 위주의 미디어 회사로 거듭나고자 하는 레딧의 비전이 레딧의 회원들과 충돌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풀이된다.

실제로 레딧은 작년 시리즈 B 단계의 투자를 유치하며 서비스의 수익성을 증명해야 할 압박에 시달려 왔다. 레딧을 떠났던 공동 창업자 알렉스 오해니언이 돌아와 회장을 맡으면서 레딧은 팟캐스트와 뉴스레터, 동영상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기 시작했다. 미디어 회사로 거듭나고자 하는 움직임이었다.

게딧은 <더버지>의 동영상팀에서 활약한 베터랑 스테판 그린우드와 조던 오플린거다를 새롭게 영입하며, “레딧의 사명은 진실한 대화와 협력, 공동체를 통해 전 세계 사람을 연결하는 것"이라면서, "동영상은 놀라운 스토리텔링 매체다. 또 레딧과 같은 오리지널 스토리가 넘치는 소스도 없다”고 언급했다.

엘렌 파오를 위시한 레딧의 경영진은  동영상에 기반한 미디어 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레딧의 회원들의 발언과 의견의 수위를 조정하면서도 '자유롭고 평등한 레딧의 정신'의 순수성을 지켜야 하는 새로운 과제에 직면했다.

이와 같은 지점에서, "상업화와 대중화를 위해 레딧은 조금 더 깨끗해질 필요가 있다. 발언권 제한에 관한 논란은 일부 하드코어 유저들이 벌이는 일로, 대다수의 회원은 이 문제에 관심이 없다”등의 엘런의 외부 언론과의 인터뷰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에 있어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다.

실제로 레딧의 회원들은 레딧의 기초적인 룰과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이해하지도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대표를 맡을 수 있는지 반문하고 있다. 레딧은 버즈피드가 아니다. 커뮤니티라는 태생적 특성을 콘텐츠 전략으로 승화시켜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창출해 내지 못하면, 과거 수많은 커뮤니티 서비스가 수익 구조 창출 과정에서 겪었던 실패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

이 한종
이한종은 연쇄 창업자로, KBEAT의 공동창업자이자 CXO. 스타트업을 위한 초기투자 심사역 및 엑셀러레이터로서 경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디지털 콘텐츠 및 뉴미디어 플랫폼 영역의 오랜 경력을 바탕으로 연세대학교, SKP,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등의 멘토 및 심사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2006년 런던 영화학교를 졸업했고, 2011년 국무총리표창을 받았다. (walterlee7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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