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실리콘밸리] 서로 다른 투자자 (3)
2013년 07월 26일

Editor's Note: 실리콘벨리에서 벤처케피탈리스트로 활동중인 이호찬님은 많은 이들에게 실리콘 벨리와 그 안에서 호흡하는 VC의 일상을 보다 상세하고 현장감있게 전달하고자 실리콘벨리와 투자자의 이야기를 소설(픽션실리콘밸리) 형태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호찬님의 픽션실리콘밸리는 beSUCCESS에서 주 1회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Silicon Valley Fiction서문 미국에서, 특히 실리콘밸리에서 회사가 설립되고, 펀딩을 받고,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는 내용을 극화해서 알기 쉽고 생생하게 보여주고 싶다는 바램이 있었으나, 한동안 망설이다가 드디어 첫 서문을 시작하기로 했다. 이 글에 등장하는 사람이나 기업은 모두 가상이지만, 사실감을 주기 위해 내용에 전혀 중요하지 않은 커피숍이나 거리 등은 실제 존재하는 장소와 이름을 사용하였다. 글에 등장하는 인물, 회사, 전략, 펀딩, 이사회 토론 등 어떠한 내용도 실제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있지 않음을 다시 명확히 한다.

서로 다른 투자자 – C. 투자자의 관점

(1) 다섯가지 측면

회사 프리젠테이션에 일반적으로 들어가는 중요한 사항은, 시장, 제품, 고객, 팀, 재무 등이다. 이 것은 스타트업 엑설러레이터인 (Accelerator)인 500스타트업스 (500 Startups)의 데이브 맥클루어 (Dave McClure)가 제시한 것인데, 일반적으로 투자자가 가지는 관점을 쉽게 일반화한 것으로 보이고, 일단 이 관점을 그대로 사용하고자 한다. 여하간 투자자는 이 다섯가지를 바탕으로 평가한 가치에 회사가 수긍하고 돈을 받을 의향이 있으면 투자, 그렇지 않으면 패쓰다. 투자자 마다 이 다섯 가지의 배점이 다르고, 이 다섯 가지 항목내에서도 보는 관점이 다르다. 이를 테면, 세코이아 캐피탈 (Sequoia Capital)의 창업자인 돈 발렌타인 (Don Valentine)의 경우는 “큰 시장을 타겟하라 (Target Big Market)”고 시장의 크기에 초점을 두고 있다. 많은 다른 투자자들은 무엇보다도 팀의 역량에 가장 큰 비중을 두면서, 말로는 팀 이외의 다른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다라고 얘기한다. 물론 속 마음은 다를 수 있겠지만. 대충 잘 모르겠으면 동일한 비중으로 다섯 가지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게 된다. 500스타트업의 데이브 맥클루어는 각각이 백만불의 가치라고 평가한다. 다섯 개중에 네가지를 갖추고 있으면 투자가치 4백만불. 일반적으로 초기기업일수록 팀/시장이 중요하고, 후기기업일 수록 제품/고객이 중요하다. 어차피 초기에는 팀과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시장 밖에 없고, 후기는 시장의 존재와 팀의 역량은 어느 정도 검증이 된 상태이고, 실제 제품과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 그리고 모든 운영의 결과물인 재무적인 실현이 중요한 부분이다.

BeeOrBug과 알버트와의 미팅에서얘기하려고 하는 주요 스토리는 대략

  • 첫째, 주식 예측 시장이라는 큰 시장이 앞에 있고,
  • 둘째 집단 지성을 이용한 간단하고 게임적인 요소를 포함한 서비스로 이 큰 시장을 공략할 수 있고,
  • 셋째 지금의 사용자 증가와 사용자 활용 (engagement)를 보면 이 시장의 가능성과 서비스가 효과적으로 통한다는 것을 검증해주고 있고,
  • 넷째 우리 팀은 원래 훌륭한 사람들인데 지금까지 BeeOrBug를 성장시킨 것을 보면 정말 훌륭하고,
  • 다섯째 현재의 재무적 모습은 이렇고, 우리의 원대한 계획을 달성하면 2~3년후의 우리의 모습은 이렇다 정도이다.

물론 알버트는 속으로 원대한 계획의 대부분은 6개월 내에 좌절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말 된다면…

 

(2) 시장

투자자 마다 또는 펀드의 성향에 따라 시장을 보는 관점이 다르다. 큰 시장이 있는 시장인가 아니면 없는데 만들어 내는 시장인가. 어떤 투자자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아이디어를 원하는 반면, 어떤 투자자는 이미 큰 시장이라고 검증된 곳에 새로운 제품으로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선호한다. 물론 둘 사이의 차이가 흑과 백 같이 명확하지는 않다. Twitter가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는가. 아마도 Facebook은 MySpace가 보여준 시장 가능성을 바탕을 했다고 할 수도 있겠다. 일반 서비스 부문은 새로운 시장의 스토리가 잘 통하지만, 제조업쪽은 쉽지 않다. 제조업 부문의 회사는 기존 대형 제조업체와 사업 개발을 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대형 제조업체는 시장의 리스크를 지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제시하는 가치가 기존 제품의 가치보다 2~3배 뛰어난 가치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기존 기술 방식 또는 거래처를 두고 다른 곳을 사용할 위험부담을 지지 않을 것이다. 좀 더 현실적으로는 제조업체내의 담당자가 무슨 자기 회사인냥 리스크를 질 이유가 없다. 어차피 몇 년후에 다른 부서로 옮길 것이고, 그 사이에 괜한 큰 사고를 치지 않는 것이 좋다.

알버트는 BeeOrBug가 일반투자자의 집단지성을 모아서 주가 예측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소셜 서비스라고 보고 있다. 일반인들의 주가에 대한 가장 큰 관심은 단순하다. 주가가 다음날 오르냐 내리냐. 주가 예측이라는 큰 시장은 존재하고,  크라우드 소싱 예측 모델은 MarketWatch와 같은 대형 주식사이트에서도 별로 중요하지 않은 기능으로 들어가 있는데, 이것을 본격적으로 독립적인 사업화를 하려는 회사다. 큰 시장인가? 주가 예측은 언제나 큰 시장이다. 새로운 시장인가? 꼭 그렇지는 않을 수 있다. 지금 있는 서비스 중에 쓸만한 것이 없을 뿐이다.

 

(3) 제품

제품 또는 서비스를 설명하는데 있어서, 가장 안 좋은 설명은 다른 경쟁 제품 또는 서비스와 같다는 설명이다. 뭔가 차별이 있어야 한다. LivingSocial을 투자자가 만났다면, 가장 궁금한 질문은 Groupon과의 차별점일 것이다. ‘서비스가 똑 같지만 시장이 크니까 좋은 기회가 있다’라고 했다면, 투자도 못 받겠지만 경영진에 대한 역량 평가는 이미 내려진 것이다. 만약 ‘Groupon의 가장 큰 문제가 가맹점의 현금 회수사이클이 길고, 이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라고 한다면, 적어도 얘기는 다음 단계로 진행될 것이다. 회사가 공략하려는 시장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에 따라, 제품 또는 서비스를 두 가지 분류로 볼 수도 있다. 하나는 비타민 (Vitamin), 그리고 다른 하나는 진통제 (Pain Killer)이다. 비타민은 먹으면 좋고, 굳이 따로 안 먹어도 괜찮다. 제품/서비스 역시 지금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조금 나은 사양 (Feature)를 보여주면서, 고객을 유인할 수 있다. 진통제는 시장의 골칫거리를 해결해 준다. 시장이 성장하는 데에 가장 결정적인 기능 또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렇다면 진통제가 비타민 보다 나은가하면 이 역시 투자자의 기호 차이이다. Zynga가 게임 사용자가 그토록 고민하던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았겠지만, Groupon은 로컬의 가맹점이 고객을 유치하는 큰 고민을 해결하는 통로를 제공해 주었다. 두 회사의 현재 시장가치는 유사하다. 물론 애석하게도 유사하게 안 좋다.

BeeOrBug가 대상으로 하는 단순한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주가를 예측할 수 있는 소스는 많이 있다. 회사별 리서치 보고서, 산업 동향, 기업 공시 등등. 하지만 일반 투자자들이 제일 관심있는 것은 남들은 어떻게 생각하냐 일 것이다. 집단 지성을 모아서 예측한다는 것은 어찌보면 투자자들이 섭취하는 많은 정보와 함께 먹는 비타민적인 성격이 클 것이다. 알버트가 생각하기에는 종합비타민이기 보다는 한방향, 즉 비타민C에만 초점을 맞추는 서비스라고 보았다. 어차피 대략 건강한 사람에게 비타민은 비타민 C로도 충분하다. 괜히 다른 비타민 먹어봐야 탈난다.

  (다음 편에서 계속)

 

 

픽션실리콘밸리의 원문은 siliconvalleystory.com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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