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Fintech)와 한국의 갈라파고스
2014년 10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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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약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재미있는 가정을 해보도록 하자. 1999년 한국 보안 분야에 한 천재 개발자가 있었다. 그에겐 충분한 창업 자금이 있다. 그는 온라인 송금시장을 혁신하기 위해 e메일을 이용해 간편하게 송금하는 방법을 고안하여 이를 사업화하고자 한다.  그는 과연 성공할 수 있었을까?

 1999년 앨론머스크라는 인물은 엑스닷컴(X.com)을 설립하고, 동일한 아이템으로 사업을 일으켜 2000년에 컨피니티(Confinity)와 합병해 페이팔로 개명했다. 그 다음 해인 2001년 페이팔은 10대 인터넷 결제 서비스로 성장하며 2002년 이베이에 약 1조 6000억원에 인수된다.  2011년 이베이의 최고경영자 존 도나호는 "우리의 무기는 페이팔이 보유한 1억 개의 전자 지갑이다"라고 밝혔다. 2014년 현재, 페이팔의 이용자 수는 1억 4천300만명에 이르며, 페이팔의 결제 수수료가 이베이의 매출의 41%에 이를 정도로, 모기업의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

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보자.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우리는 액티브X 전자 결제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장바구니에 물건을 잔뜩 담아 결제하려고 하니 액티브X를 설치하라 하고 시스템이 재부팅되며, 장바구니가 텅 비어버린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 액티브 X를 설치하고 또 설치하며, 그야말로 유저의 인내심을 실험하는 분노의 사용자 경험(UX)이 아닐 수 없다.

이쯤 되면, 아마존과 알리바바의 한국 진출은 우리에게 희소식이다. 외세의 힘을 빌린 혁신이 시작된 것이다. 얼마 전,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중국의 알리바바가 성공한 것은 인터넷 결제, 금융에 대한 규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융합 서비스와 기기는 규제가 전혀 없는 '제로(0)' 상태에서 출발해야 성공할 수 있다"며, 지난 22일 민관 합동 '전자상거래 규제 개선 TF' 착수 회의를 열었다고 했다. 또 제2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제기된 과제와 추가적 규제나 불합리한 관행을 조사·발굴해 연말까지 종합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한다.

애플은 '아이폰6'와 함께, 모바일 결제 서비스 '애플페이'를 제시하며, 카드, 금융사, 프랜차이즈업계까지 포괄하는 생태계의 비전을 제시했다. 이베이(페이팔), 아마존(아마존페이먼트), 알리바바(알리페이)등 온라인 유통 플랫폼사들도 결제, 송금 시장을 넘어 예금, 대출, 투자등 전통 금융 영역까지 넘보는 시대가 다가왔다.  전자신문의 신화수기자는 한국 금융산업 경쟁력이 말라위, 우간다 급이라는 세계경제포럼(WEF) 평가를 인용하며, 이와같은 시대의 흐름에는 둔감한 채 금융사업 허가권을 쥔 정부만을 믿고 있는 금융산업계를 비판적으로 바라보았다.

이와 같은 흐름에서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이 주목한 핀테크 스타트업 (Fintech start up)은 한국의 스타트업계에게도 중요한 레퍼런스들이 아닐 수 없다. 핀테크는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을 결합한 합성어로서 모바일 결제, 모바일 송금, 온라인 개인 재정 관리, 크라우드 펀딩등의 금융 서비스와 결합된 각종 신기술을 의미한다.  소셜 댓글을 분석하여 대출 심사를 진행하는 아이템으로 1조 5000억 원 가치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는 뉴욕의 스타트업 온덱(Ondeck), 개인의 신용을 분석하여 할부를 지원하는 어펌(Affirm), 고객의 소비행태를 인포그래픽으로 분석하는 서비스로 10만명의 고객을 유치해 180억을 투자받은 심플(Simple)등, 엔젤리스트(angel.co)에 등록되어 있는 모바일 결제 분야의 스타트업들만 826개가 넘는다고 한다.

한국의 금융산업계는 액티브X, 공인인증서, 관치금융이라는 3가지 단어로 정리되는 갈라파고스(세상과 단절되어 독특한 동ㆍ식물 구성을 이룬 갈라파고스 제도처럼, 변화하는 국제정세와 동떨어진 특정지역에만 있는 규제를 뜻하는 말)라고 일컫어진다. 이와 같은 무풍 지대에 지각 변동의 흐름을 감지하고 합리적인 리스크를 감수하며 대안을 제시하고, 도전하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 스타트업의 몫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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