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의 눈을 뽑아도 반칙이 아니다.” 중국 시장 들여다보기(@GMIC)
2013년 05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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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IC : Global Mobile Internet Conference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고 있는 GMIC, 중국 대륙에 걸맞게 행사 규모도, 참석한 사람들도 엄청나다. 12,000명이 참석한 이 컨퍼런스는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게임/대규모IT회사들도 함께 참여하기 때문에 스타트업 컨퍼런스라기보다는 한국의 G-Star의 모습에 가깝다. GMIC을 주최한 GWC는 컨퍼런스 뿐만 아니라 G-membership등 글로벌 CEO들의 네트워킹을 제공한다. 한국의 CEO들과의 네트워킹을 잇기 위해서 beSUCCESS와 GWC는 파트너십을 맺어왔고, 이번 GMIC2013에는 Nathan Millard와 이은호 기자가 참석해 세계 각국에 있는 스타트업, 스타트업 미디어들과 파트너십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GMIC에서 만난 한국인들 몇 분과 함께 중국 시장에 대해 생생하게 들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Tripvi 천계성 대표 / tataUFO 정현우 대표 / SpeakingMax 안승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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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 이번 GMIC에 참가하게 된 계기를 말씀해주세요.

천계성 : 사업을 하겠다고 결정한 것은 마음이 통하는 공동창업자를 만났기 때문이고 tripvi라는 모바일 중심 여행 퍼블리싱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여행산업이 한국에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모바일을 이용한 사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GMIC에 대한 소식은 비석세스에서 처음 기사를 보고 알게 되었고 beLAUNCH2013에서도 Startup Battle에 참여했던 것처럼 GMIC의 G-Startup이라는 스타트업 경진대회에도 참여하게 되었다.

정현우 : 나는 어릴 때부터 사업을 했었다. 중학교 때부터 3년 동안 한국에서 사업을 하기도 했었는데, 군대를 다닐 때에도 IT컨설팅을 했었고 소프트뱅크에서 6개월간 일하면서 투자업무를 담당하기도 했었다. 지금은 북경대학교에서 금융학을 전공하는 4학년 재학생이다. 팀원들은 모두 현지 중국인이고, 하고 있는 서비스는 한국에서 이미 몇 년 전에 유행했던 소셜데이팅 서비스이다. 중국에서 대학을 다니는 사람들은 모두 기숙사 생활을 해야하는 데다, 대학교들마다 교류도 적기 때문에 시작했다. 칭와대, 인민대 등 각 대학교들간에 교류할 수 있는 채널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 tataUFO이다. 기존의 소셜데이팅 서비스들과 완벽히 같지는 않다. 지금도 클로징베타로 서비스하고 있는데 베이징에서만 15개 대학교들이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 GMIC에는 잠재 투자자가 초대해서 참여하게 되었다.

안승해 : 한국에서 성공적으로 서비스되고 있는 스피킹맥스를 중국에 론칭하는 일을 하고 있다. 중국에 온지는 7년이 되었다. 07년도 칭와대학교에서 MBA코스를 밟는 동안 대학교 내 인터넷 산업 협회를 만들었고, 그 때 회장을 맡으면서 협회 멤버들과 프로젝트했던 것이 첫 창업이었다. 아직도 같은 회사를 계속 운영하고 있고, 지금 하고 있는 스피킹맥스의 중국진출 사업은 회사에서 진행하는 세 번째 프로젝트다. 첫번째 프로젝트는 네이버와 다음이 가지고 있는 카페를 중국으로 들여보겠다고 했던 것이었고, 두 번째 프로젝트는 소셜커머스 메타 사이트로 2010년 4월 중국에서 최초로 시작했었다. 최초로 론칭하고 나자 경쟁서비스가 1,000개 넘게 생겼지만 지금도 업계 4위 정도는 유지하고 있다. GMIC에는 스피킹맥스 서비스를 참여자들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제공하면서 공식 스폰서이기도 하면서 G-Startup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중국에서 어떤 것을 기대하면서 사업을 하고 계신가요?

천계성 : 여러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다. 오늘 아침에 발표를 마쳤다. beLAUNCH2013에서 받았던 피드백을 반영해서 서비스를 중국인들에게 소개하고 있지만 여기에서 받는 피드백은 또 한국에서 받는 것과는 또 다른 의견들이 많다. 창업 초기 단계에서 다양한 의견을 받고 다양한 잠재 파트너를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

정현우 : 한국에서 한 번 사업을 시작하면 한국 밖으로 나오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중국은 규모만 큰 것이 아니라 그 생태계 또한 훨씬 다양하다. 사업을 하는 사람도 많고 투자자도 많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자 하는 외국인도 무척 많기 때문에 기회를 더 많이 가질 수 있다. 장기적으로 아시아쪽으로 사업을 확장할 비전이 있는데, 중국에서 사업을 시작해 확장해나갈 수 있다.

안승해 : 2002년, 한국에 있던 회사가 상장을 했었다. 그 당시는 중국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점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장 초기금액만 보니 2~3백억 달러로 한국시장과 규모 자체가 달랐다. 그리고 2002년도부터 한국 시장은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성숙기보다는 성장기에 있는 시장에 진출해보고 싶어서 중국에 와서 공부를 했다. 그런데 공부가 끝나고 사업을 시작해볼 즈음이 되니까 성장기였던 중국도 이제 성숙기에 접어 든 것 같다. ^^;;; 큰 시장에서 큰 목표를 갖는다는 점에서는 중국에 올 당시와 지금이 다른 게 없고 중국 땅에 기회는 여전히 많이 존재한다.

 

중국 시장이 한국 시장과 비교했을 때, 다른 점은 무엇인가?

정현우 : 지금 만든 회사의 법인은 작년 여름에 세웠다. 인터넷 서비스가 사업을 하기 위해 걸림돌이 되는 제약사항이 워낙 많다. 일단 유통이 힘들다. 한국이나 미국처럼 정보기술이 많이 발달된 곳이 아니라서 유통에 더 많은 비용이 든다. 통일화된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없고, 워낙 많이 분산되어있다. 한국과 비교해보자. 한국은 서울만 먹으면 다 대한민국 다 먹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은가? 중국에는 가장 크게 북경과 상해, 사천 등 지역으로 나뉘어진다. 북경에서 1등을 하더라도, 상해에 가면 어느새 다른 회사가 서비스를 베껴서 1등을 차지하고 있다. 스타트업이라는 유한한 자원으로 각 지역에서 모두 1등을 하는 것은 정말 힘들다.

안승해 : 지역편차뿐만 아니라 사회계층의 편차 / 학습정도의 편차 / 경험의 편차 등 많은 사람이 있는 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중국의 VC들은 “너희들의 고객이 누구냐?”라는 질문을 많이 한다. 타게팅은 엄청 세분화되어야 한다. ‘20대 중반 남성’이라는 타겟은 여기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한국에서 스피킹맥스는 일반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툴인데, 왜 고객층을 세분화해야 하냐고 대꾸하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다. 인터넷 사업 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에서 이런 부분이 고려되어야 한다.

정현우 : 한국에서는 70~80%의 사람들이 대학을 나오지 않는가. 중국에서는 대학교육을 받은 사람은 30%정도도 안되고, 나머지 70%는 고졸부터 초등학교도 안 나온 사람까지 정말 교육수준이 다양하다. 대졸자라는 사람들 내에서도 명문대-지방대의 편차가 워낙 크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씨드펀딩의 밸류에이션이 한국보다 더 낮다. 하지만 series-A투자를 받는 단계까지 살아남으면 한국보다 훨씬 큰 금액을 투자받는 게 보통이다.

여기서는 정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전쟁같이 사업을 한다. “어느 날 갑자기 주문이 폭발해서 신나게 제품을 싸들고 배달갔더니 아무도 없는 허허벌판이더라.” 이런 상황은 비일비재한데 경쟁사에서 허위주문을 잔뜩 넣은 것이다. 가짜도 많고 사기도 많다. 이런 일들은 대기업 사이에서도 쉽게 벌어지는 일들이다. 전혀 규칙이 없는 정글에서 생존게임을 하는 느낌이다.

상황이 아주 안 좋은 데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외국인들이 많이 사업을 하는 이유를 꼽자면 리스크가 큰 만큼 1등을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것이 크다는 것이 그 이유인 것 같다.

 

중국 시장은 쉽지 않은 것 같다. 특이한 점들로 또 어떤 것들이 있는가?

안승해 : 내가 중국 시장을 한 마디로 정의해보겠다. “중국 시장은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다.” 이것이 중국 시장에 대한 정의이다.

사업들 중에서 웹 서비스에 초점을 맞춰서 이야기를 해보자면, 한국이라는 배경은 정말 안정적이고 좋은 상황이다. 웹사이트가 예쁜 것이 다가 아니지 않은가? 열악할 구매전환율, 열악한 인터넷 환경, 열악한 상황인 중국에서 비즈니스 하는 사람들은 훨씬 싸움도 잘하고 내공도 강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살아남은 기업들은 항상 그런 위험한 환경을 염두에 두고 커왔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외부에서 중국 시장을 만만하게 바라보는 것은 그릇된 시각이라고 생각한다. 외부 시선으로 봤을 때 “중국 사이트는 정말 안예쁘다”라고 쉽게 말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만드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모든 사이트들의 UI나 유저빌리티는 세계 어느 나라들과 비교해도 중국의 사이트들이 훨씬 뛰어나다. 다양한 사용자들에 대한 대응능력은 한국보다도 뛰어나다. 이런 부분과 기술적인 능력도 2007~8년도부터 중국의 것들이 더 앞서고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은 더 이상 가짜만 만드는 곳이 아니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주자다.

중국 시장은 서로 물어뜯어도 되고, 상대방의 눈을 뽑아버려도 되는 곳이다. 개인적인 사례를 들어보겠다. 예전에 .net 도메인을 가지고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론칭한 적이 있었는데, 서비스가 유명해지자 .com도메인을 선점한 사람이 도메인을 팔지를 팔지를 않았다. 결국 그 사람은 .com도메인으로 완전히 똑 같은 서비스를 만들었고 순식간에 해당 서비스를 뺏겨버리고 말았다. 이런 경험은 유명한 기업들도 다 겪었던 것이다. 경쟁이 험악한 만큼 보이지 않는 위험요소들도 많고,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중국시장에 대해 이해하고 사고를 전환하는 데에만 3~5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여기서 기업하는 사람들의 마인드와 자세는 확실히 다르다. 만약 중국시장에 진출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내가 가지고 있는 비즈니스를 중국에서 어떻게 할까?”라는 자세보다는 “내가 이 시장에 대해서 아는 것이 얼마나 되나?”라는 식으로 접근해 먼저 배워야 한다. 그 다음에 내 역량을 팔려고 해야 할 것이다. 서비스만 좋다고 되는 곳이 아니다. 세계적인 기업들도 같은 서비스를 중국시장에 들였다가 수도 없이 죽어나가는데, 그 이유들의 90%이상은 다 이와 같은 이유였다고 생각한다.

 

이은호: 해외진출에 뭐라도 도움될만한 이야기를 들으려고 자리에 모셨는데… 이야기가 계속 “중국에 오지 마라”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안승해 : 예전에는 미국이라는 곳이 ‘기회의 땅’, ‘꿈의 구장’으로 여겨졌다. 그 곳을 메이저리그라고 비유해보자면 지금 글로벌 시장에서의 메이저리그는 중국이다. 메이저리그에 가려면 신체조건도 뛰어나고 좋은 동료와 경력도 있어야 하는 것처럼 중국에 오기 위해서도 정말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잘났던 박찬호도 메이저리그가서 고생했었다. 가고 나서도 지독한 훈련을 계속 거쳐야 한다. 대기업도 중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몇 천 억씩 수업료를 내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위안삼을 수 있는 것은 현지에 있는 중국인들도 똑 같은 이유로 실패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현우 : 칭와대에서 졸업한 친구들은 창업을 별로 하지 않는다. 북경대도 마찬가지이다. 지금 내가 있는 학과에서는 올해 160명이 졸업했는데 4명이 졸업했다. 나머지는 모두 석사과정을 밟거나 유학을 떠났다. 창업자는? 창업한 사람은 나 한 명이다. 중국에는 사회 안정망이 없기 때문에 한국보다 안정에 대한 욕구가 더 크다 얼마 전 월스트리트저널에서도 “왜 중국 대학생들은 창업하지 않는가?”라는 이슈를 다루기도 했다. 이런 경향은 좋은 대학교일수록 강하다. 대기업에서도 인재들이 창업하도록 놔두지 않는다. 좋은 인재들은 중국 대기업에서 한국 보다 더 많이 받는다.

 

중국에서 사업을 시작하고,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는 비즈니스 시나리오는 어떤가? 중국이 그런 허브역할을 하고 있는가?

정현우 : 중국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동남아 시장을 쉽게 보는 경향이 있다. 동남아 전체를 중국의 속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실제로 사업을 확장하기에 좋은 배경이다. 동남아에 진출한 화교 인구는 적은 편인데, 경제권의 70~80%는 화교들이 가지고 있다. 그 사람들은 중국어도 못하면서 자신들이 중국인이라 생각한다. 중국인이라는 핏줄이 그만큼 끈끈하게 작용하고, 사업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안승해 : 중국 인터넷이나 게임 기업들이 한국을 포함해 세계 각국으로 많이 진출한다. 콘텐츠 소싱을 하기 위한 일종의 머니게임이다. 게임은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서 영업하는데, 왜 인터넷 사업은 이런 식으로 접근하지 않을까? 그 이유는 아주 심플하다. 못해서가 아니라 자기네들이 더 잘할 수 있는 데에도 게임이 더 돈이 많이 되니까. 그 뿐이다.

정현우 : 얼마 전 텐센트가 카카오에 700억 투자했지 않는가? 나는 그걸 보고 정말 대인배라고 생각했다. 카카오에서는 그 벨류에이션을 높이려고 얼마나 노력했을까? 그리고 텐센트는 그 큰 금액을 선뜻 줘버렸다. 누가 카카오톡 규모에 700억을 투자하고 지분을 고작 20%만 가져가겠나? 그 의도는 “너네들 하는 것 좀 보면서 공부하자”라는 식으로 수업료를 낸 것이라고 본다.

 

한국에 있는 비석세스 독자들에게 한마디씩 해주세요.

정현우 : 중국에서 비즈니스 하려면 여기 사람들처럼 투박하면서 크게 움직이는 게 중요한데, 한국 사람들은 디테일에 집중하면서 그렇게 움직이기 힘들어한다. 그런 부분들은 좋은 코파운더를 만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중국 사람들은 일도 빠르고 사이즈도 크게 일하지만 디테일한 면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안승해 : 그렇다 한국 사람들은 더욱 재밌게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고, 더 크리에이티브하고 더 디테일하게 서비스를 준비한다. 그 강점은 글로벌 시장에 나가더라도 계속 가지고 가야하는 좋은 점이다.

중국 사람들이 “만만디”라는 말을 자주 한다. 한국 사람들은 이것을 “천천히”로 해석해서 중국 사람들이 느리고 게으르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만만디”의 뜻은 “조심해”의 뜻에 가깝다. 중국 사람들은 정말 일을 빨리 처리한다.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준비기간이라는 인고의 시간이 꼭 필요하다. ‘성공’은 처음에 계획했던 80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막판에 찾아낸 20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4년의 준비기간이 있어야 1년의 본격적인 사업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중국 시장은 더욱 그러하며, 오랜 기간 보고 장기적인 계획으로 달려들어야만 한다.

 

이은호 : 귀중한 시간 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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