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기자의 스타트업 노how] 지금 그 줄! 썩은 동아줄은 아닌가요?
10월 19, 2012

협력, 제휴, 투자. 참 좋은 말입니다. 스타트업에서는 꼭 필요한 요소입니다. 같이 힘을 합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줘서 시너지를 내는 것. 힘이 약한 기업에서는 매우 중요한 일이죠. 그런데 이런 것이 매우 위험한 결정이 될 경우도 많습니다.

기업이 조금씩 커 나가다 보면 어디서 어떻게 알았는지 다양한 연락이 옵니다. 그 종류도 다양하죠. 그런데 문제는 그들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접근하는지, 해당 프로젝트를 끌고 갈 수 있는 능력은 되는지 쉽게 알 수 없다는 문제점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회사가 그 프로젝트를 끝까지 끌고 갈 의향이 있는지조차도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문제는 막상 자신에게 이러한 손길이 오면 쉽게 뿌리치기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을수록 그 손이 더욱 크고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쉽게 객관적으로 보지 못합니다. 타인의 객관적인 시각이 필요한 것이죠.

예를 들어 힘겹게 밤잠 안 자고 헝그리정신을 발휘하여 어떤 상품을 상용화에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유통하고 홍보하려면 돈이 필요합니다. 생각보다 개발기간이 길어지고 초기에 가진 돈은 거의 다 써버리고 난 상황에서 누군가 투자제안을 합니다. 이 손길은 매우 크고 따뜻한 구원의 손길로 느껴질 겁니다. 실제 영업수익이 발생하기 전에도 마치 큰 성과를 얻은 것 같은 기분이 들겠죠.

그런데 이러한 상황일수록 오히려 더 신중해야 합니다. 아무리 속도가 중요한 스타트업이라지만 타 기업과 손을 잡을 때 만큼은 신중하고 최대한 많은 활동을 통해 그 타당성과 안전성을 따져보아야 합니다.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대기업이라 해서 그것을 무조건 신뢰할 수 없습니다. 제휴 혹은 협력사업은 내부에서 프로젝트를 중단해 버리는 경우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는 저희 회사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콘텐츠의 가장 큰 장점은 유통이 비용이 아닌 수익창출이라는 것입니다. 기본적인 콘텐츠를 가지고 어떤 플랫폼에 올려놓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콘텐츠로 변하게 되고, 새로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당연히 외부업체와의 제휴는 필수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독자적으로 모든 영역을 담당한다면 정말 좋겠지만 규모가 작은 업체에서 그렇게 투자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직접 끌고 갈 이유도 없습니다. 가장 핵심적인 기능만 담당하고 다른 부분은 협력 혹은 외주로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먼저 제안이 들어오는 그 손길이 썩은 동아줄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다음은 저희 회사가 경험했던 협력 및 투자 실패 사례의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 창업 1개월 청소년 신문 샘플이 나온시점에서 모 교육업체에서 투자제안 >>> 8개월 간 지속되는 결정 연기 >>>  우리쪽에서 먼저 투자협상 중단 요청
  • 모 대기업의 전자잡지 사업 및 동영상 콘텐츠 협력 제안 >>> 해당 사업에 맞춘 인력 및 시스템 투자 >>> 협력기업의 해당사업 철수
  • 모 출판사의 콘텐츠 디지털화 사업 제휴 제안 >>> 투자 및 전담인력 지원 약속 >>> 콘텐츠 개발 시작 >>> 전자책 플랫폼 개발 예정 시점보다 지연 >>>  초기 약속된 지원 축소

위의 사례는 우리가 부족했던 부분의 지원 및 협력관계로 시작했습니다. 2년 전 모바일 붐이 예상되면서 콘텐츠 플랫폼을 준비하는 기업들이 많았습니다. 이들 기업들은 시장안착을 위해 초기 콘텐츠 확보에 상당한 공을 쏟았습니다. 전담인력, 별도의 앱 개발, 홍보 등의 추가적인 지원을 약속하며 콘텐츠 업체들을 잡기위해 노력했습니다. 저희 입장에서는 달콤한 제안이였습니다. 지금 그 플랫폼 사업들은 많게는 수 십억을 쏟아부으며 시장에 진출했지만 큰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사업을 철수하거나 사실상 손을 뗀 상황입니다. 콘텐츠 업체로서는 유통채널이 사라진 것이죠.

저희는 결정 과정에 크게 두 가지 실수를 했습니다.

 

일단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타당성을 검토한 점

사람은 이미 어떤 내용을 듣는 순간 자기가 가지고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어느 정도의 가치판단이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자료조사를 바탕으로 타당성을 검토한다고 하지만 눈에 보이는 데이터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합니다. 당시에는 콘텐츠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습니다. 하지만 유료화가 되고 투자한 금액 상쇄 후 의미있는 수익을 만들만큼 시장이 성숙하지 못했습니다. 또한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을 놓쳤습니다. 그 사업을 얼마나 열정적으로 끌고 갈 생각이 있는 것인지가 문제였던 것입니다.

협상시 배짱이 약했던 점

아무리 협력관계라 하더라도 힘의 우위는 존재합니다. 더구나 상대업체가 우리회사보다 몇 수십 배 이상의 규모를 가지고 있다면, 그리고 업력은 물론 시장에서 인지도가 상당한 회사라면 끌려가는 협상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정의 잦은 연기, 지원 약속의 변경 등이 존재했음에도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것이죠. 또한 그러한 상황들이 사업에서 발을 빼기 위한 신호였다는 것을 알았다면 다른 대처를 할 수 있었을 겁니다.

이런 실수를 경험하며 조금씩 배워나가고 있습니다. 십 수년 이상 사업을 지속하고 다양한 부침을 경험한 어르신들의 연륜이 중요한 것이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지 않을까 합니다. 연륜에서 나오는 판단력인 것이죠.

 

저도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젊고 큰 경험이 많지 않은,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분들께 부탁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외부의 큰 제안이 들어올 경우 다음에 유의하세요.

패기와 열정도 좋지만 신중함도 같이 가져가세요. 어려운 결정의 순간에는 내부는 물론 주위 많은 경험많은 분들께 상의를 하세요. 연륜이란 것이 그냥 있는게 아닙니다. 그리고 평정심을 유지하세요. 지금 발생한 긍정적 신호 그것이 사업의 최종 목표는 아니지 않나요?  마지막으로 배짱을 가지세요. 지금 만들고 있는 상품과 서비스에 대해 자신이 있으니까 시작하지 않으셨나요? 그렇다면 아무리 상대가 큰 기업이라 하더라도 끌려가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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