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패션의 중심에서 슬로우를 외치다! 비슬로우 김태현 대표 인터뷰
12월 26, 2012

온 거리에 패스트패션 브랜드가 가득하다. 번화한 거리마다 들어선 유니끌로, 백화점에도 입점한 ZARA, 한국인 솜씨라는 포에버21, 맹추격중인 후발주자 에잇세컨즈까지.. 의류사업을 시작한다면 당연히 시류에 맞는 패스트패션 브랜드를 시작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김태현 대표가 시작한 이 브랜드, 조금 독특하다. 브랜드 이름부터 ‘비슬로우(beslow)’, 남들과 다르게 우리는 천천히 가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직접 일본에가서 원단을 공수해오고, 제작과정을 블로그를 통해 공유하고 있다. 이 신선한 청년들은 대체 누구지? 리포터Lee가 직접 만나 보았다.

선배, 대체 이 회사 왜 다니세요?

사실 리포터Lee와 김태현 대표는 구면이다. 바로 2년 전, 같은 대기업에 입사 선후배로 나란히 취업해 한 팀에서 같은 업무를 했던 것. 김태현 대표는 당시 내게 상당히 신선한 충격을 주는 후배였다. 늘 내 사업을 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내게 내게 “선배, 대체 이 회사 왜 다니세요?”하고 돌직구를 던져왔기 때문이다. 수 많은 생각이 머릿속에 오갔지만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창업을 꿈꾼다고 하면서 왜 ‘지금’이 아니라 항상 ‘나중에’라는 대답으로 미루고만 있는 걸까? 지금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이 정말 내가 원하는 길인지 고민하고 있던 차에 김태현 대표가 먼저 사표를 썼다. “선배, 저 결정했어요. 작게 시작해 보려구요.” 마음 편하게 웃으며 김태현 대표는 자리를 정리했다. 그리고 얼마 뒤, 김태현 대표가 패션브랜드 비슬로우(beslow)를 창업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평소 톡톡 튀는 컬러와 패턴의 양말을 신고 다닐 때 눈치챘어야 했나, 일반적으로 선택하는 IT 창업이 아닌 패션 브랜드 창업이라는 게 참 신기하게 느껴졌다. 1년 뒤, 나도 사표를 냈다. 그리고 제일 먼저 찾아간 사람이 바로 김태현 대표였다.

실체가 있는 비즈니스를 하고 싶다

기존 회사에서 우리가 담당했던 업무는 금융상품 마케팅이었다. 이름도 있고 고객도 있고 수익도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상품이었다. 김태현 대표는 내 노력으로 만든 상품으로 가치를 만들어내고 싶었던 게 패션 비즈니스를 시작하게 된 첫 번째 이유라고 밝혔다. 또, 김태현 대표의 제조업에 대한 소신도 그를 요즘 청년들이 선택하는 IT 스타트업이 아닌 패션 비즈니스로 이끌게 했다. “금융위기가 왔을 때 제조업이 근간이 된 나라들은 비교적 쉽게 극복했다고 들었어요. 장수하는 기업은 바로 제조업을 근간으로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봤구요. 비록 세련되게 느껴지진 않지만 전통적인 형태로 전통적인 비즈니스를 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됐어요.” 얼마 전 들른 한남동 beslow 매장에서, 김태현 대표는 전통 제조업에 뛰어든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소셜커머스, 섭스크립션커머스 등 커머스에 대한 신조어가 끊임없이 생산되고 있는 요즘, 온라인을 통해 IT와 social을 접목해 의류를 판매하는 대신 정석대로 오프라인 공간을 통해 고객 접점을 만들고, 차근차근 브랜드 커리어를 쌓아가는 그의 모습이 진솔하게 느껴졌다. “투자를 받아 단기간에 브랜드를 키우거나 독특한 판매 방식을 도입해 순간의 화제거리가 되기 보다는 길게 호흡하며 저와 함께 성장하는 패션 브랜드로 만들고 싶어요.”

 

< 한남동 비슬로우 매장 >

1년 6개월의 창업 경험이 가르쳐 준 것, 버릴 것은 빨리 버려라

일의 부분이 아닌 전체를 경험하고 싶었다는 김태현 대표. 비슬로우(beslow)라는 회사를 창업한 뒤, 온라인 몰을 내고 서울 한남동과 대구 동성로에 매장을 냈다. 차분히 브랜드를 키우며 그가 느끼고 배운 것은 무엇이었을까? 예비 창업자인 리포터 Lee를 위해 김태현 대표는 “버릴 것은 빨리 버려라”는 것을 제일 먼저 강조했다. “원단, 디자인, 품질, 재단, 우선 적은 물량으로 만들어서 테스트 해보고 싶은 욕심… 모든 것을 다 해보고 싶지만 다 하다간 망하게 되요. 먼저 핵심 성공 요인을 파악한 뒤, 나머지는 다 버려야 해요. 빨리 버리고 가지 않으면 비용만 계속 쏟아 넣다가 나머지 것들도 모두 놓치게 돼요.”
더불어 김태현 대표는 창업에 대한 달콤한 환상을 버릴 것을 주문했다.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내 사업에 대한 달콤한 환상이 있잖아요. 하지만 생각했던 것 보다 100배 정도 더 힘든 것 같아요. 회사에서는 내가 담당한 일에서 성과를 내면 됐고, 그 일이 끝나면 잊어도 됐지만 창업을 하고 나면 나 혼자만 잘해서는 한계가 있어요. 모든 협력사와 제휴사와의 톱니바퀴를 맞춰야 하는데, 그걸 맞추는 게 정말 힘들어요. 혼자 열심히 한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니라 잘해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걸 그 동안 뼈저리게 느꼈어요. 잘 한다는 건 역시 좋은 사람, 좋은 제휴사를 만나는 거더라구요.”

김태현대표는 비슬로우(beslow)는 유행에 민감해서 한 시즌 입고 버리는 옷이 아닌 해가 지난 뒤에도 또 꺼내 입을 수 있는 질 좋고 무난한 옷을 표방한다고 밝혔다. 자신의 전공인 인류학처럼 모든 패션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그 어떤 패션에도 조화가 될 수 있는 룩을 만들기 위해 고심 중이라고 했다. 언젠가 이 청년이 만든 패션 브랜드의 간판을 강남과 명동, 신사동 가로수 길과 신촌 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날이 올까. 한가지 내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김태현 대표는 결과에 관계없이 정말 ‘좋은 옷’을 만들기 위해 한 걸음씩 언제나 전진하고 있으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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