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바다OS가 남긴 것
2월 27, 2013

'호사유피 인사유명'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길 뿐이지만, 사람은 명예로운 일로 이름을 남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표면적으로 해석하자면 사람은 명예로운 일을 해야 한다는 것으로 맺을 수 있지만 좀 더 돌려보자면 대상에 따라 '남기는 것'이 다르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기술시장에서 명확하게 드러나곤 합니다.

 

삼성의 바다OS가 남긴 것


삼성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운영체제인 '바다'는 iOS와 안드로이드라는 강력한 플랫폼들 사이에 나름의 영역을 구축한 OS라는 점에 있어 공개 때부터 주목을 받았습니다. 애플을 따라한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었지만, 대부분의 하드웨어 제조사들이 안드로이드 라인만을 꾸릴 수 있을 때 바다라는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들고 나왔다는 점에 있어 주고 싶은 점수는 매우 높습니다. 하지만 생태계를 형성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그 때문에 이제 시장에서 볼 수 없는 순간을 맞이했습니다.

바다


2009년 10월 10일, 삼성전자는 차세대 플랫폼으로 '바다'를 공개합니다. iOS에 곤욕을 치르던 삼성이기였기에 바다의 공개는 이후 삼성의 무기로써 자리할 수 있을까 하는 시선으로 귀추가 주목되었습니다. 더군다나 같은 전통 하드웨어 업체인 HP가 팜을 인수하면서 소프트웨어 파워를 길러야 한다는 분석이 주를 이루기도 했기 때문에 삼성의 바다라는 선택이 소프트웨어 기술 향상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옥신각신하는 분위기를 이뤘었습니다.

HP가 팜을 인수해 웹OS로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진출한 것과 삼성의 바다 전략이 다른 점이 있다면 HP는 모바일 사업을 제대로 이행해본 적이 없는 회사였고, 삼성은 모바일 시장으로 크게 성공했지만 밀리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HP 입장에서는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었다면, 삼성 입장에서는 어떤식이 되었건 활로를 열어야 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었죠.

2009년 12월 8일에는 SDK를 공개하면서 본격적인 플랫폼 생태계를 형성하기 위한 발걸음을 띄었으며, '웨이브'라는 이름의 제품 라인을 탄생시키며 시장 진출을 이뤄냈습니다. 이후 웨이브2, 웨이브3 등의 제품으로 이어나가면서 크게 눈에 띄진 않았지만 나름의 영역을 확보하는데는 성공했습니다. 가트너에 따르면 2012년 3분기 바다의 점유율은 3%이며, 약 500만대의 판매고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삼성은 바다를 자사의 임베디드 시스템에 적용시킬 목적으로 PC나 냉장고, 세탁기 등에도 접목시킬 계획을 잡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삼성이 타이젠 프로젝트의 핵심으로 자리잡으면서 바다의 입지는 점점 줄어들었고, 타이젠으로의 통합을 언급하며 언젠가는 사라질 플랫폼으로 낙인찍히게 됩니다.

그리고 그제, 삼성은 바르셀로나에서 진행 된 기자간담회를 통해 공식적으로 바다 지원을 중단키로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기존 타이젠과의 통합으로 이행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기존 웨이브 제품의 타이젠 업그레이드를 지원하지 않을 방침을 내세움에 따라 바다의 명맥 또한 완전히 끊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남긴 것


완전히 사라져버리게 된 바다가 남긴 것은 무엇일까요? 실패? 혹은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처럼 성공을 위한 밑거름? 무엇이든 답이 될 수 있겠지만 필자는 바다가 남긴 것, 그리고 의미하는 바가 그리 간단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삼성에게 있어 휴대폰 사업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요한 영역입니다. 그리고 거듭된 연구와 개발 속에 최고의 안드로이드 제조사로 우뚝서게 되었습니다. 이것을 명이라고 한다면 반대로 휴대폰 사업의 암은 '바다'입니다. 분명 삼성은 바다를 통한 생태계 확장에 힘을 쏟았으며 개발자 지원 프로그램도 진행했었습니다. 누군가는 '갤럭시 시리즈와 같이 공격적인 플래그쉽 모델을 내놓은 것이 아니라 중저가 모델을 통해 확장하고자 했던 것이 바다 실패의 원인이다'고 분석하기도 하지만, 3%의 점유율이 그저 언제든 발을 빼면 된다는 생각으로 사업을 진행한다고 나올 수 있는 결과는 아니라는 겁니다. 막강한 iOS와 안드로이드가 버티고 있던 상황에서는 더더욱 말이죠.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그런 결과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실패했다는 것입니다. 삼성과 비슷한 상황에 놓였던 HP는 그런 결과도 내놓지 못한 채 완전히 실패한 케이스입니다. 하지만 삼성은 어느정도 결과를 추출했으며, 생각보다 많은 모델을 내놓았습니다.

바다가 타이젠과 통합될 것이라고 거론되었지만, 바다가 완전히 매장된다는 것은 그런 결과를 내고도 플랫폼 성장에 문제가 있었음을 뜻합니다. 만약 바다가 지속적인 성장으로 생태계가 확고히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타이젠과는 별도의 라인으로 키워나갔을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여태 쌓아 놓았던 걸 모두 버려도 될 정도로 생태계 확장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 됩니다. 그것은 삼성이 바다폰을 마구 찍어내었더라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테죠.

바다가 성공할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은 하드웨어 제조사가 소프트웨어를 가지게 되었을 때 직접적으로 하드웨어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경쟁력을 쉽게 얻을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내놓았지만 자체적인 생산라인이 부족하고 제조기술이 탄탄하지 않기 때문에 제조사의 도움이 없는 이상 안드로이드가 빈껍데기가 되는 것과는 다르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바다가 보여준 것은 '그렇지 않다'였습니다. 제조사가 자체 소프트웨어를 지니고 점유율을 늘리고 판매를 하더라도 플랫폼을 성공시키는 원천은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입니다. 웨이브폰의 성능 때문이라고 주장할 지도 모르지만, 성능 때문이었다면 안드로이드는 진작에 시장에서 사라졌을테죠. 적어도 안드로이드보다 시장 진입 상황은 바다가 훨씬 나았습니다.

의미


바다가 남긴 것은 하드웨어 제조사들이 자체 소프트웨어를 지닐 때 필요한 경험입니다.

안드로이드가 시장의 대세로 꼽히고 있지만, 안드로이드를 통해 실질적인 이득을 본 기업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렇다보니 여전히 많은 업체들이 자체 플랫폼을 가지고 경쟁력을 키워야 하며, 소프트웨어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그런 와중에 바다의 지원 중단의 의미가 크다는 것입니다.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굳이 자체 운영체제를 지니면 간단히 해결되는 것은 아니며, 생산 라인은 생산의 의미만 지닐 뿐 전략적으로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걸 잘 보여줬습니다. 물론 노키아가 심비안을 실패한 경우를 생각해볼 수도 있지만, 심비안은 아주 시대를 반영하지 못했었고 그럴려고 하지도 않았던 반면 바다는 현재의 스마트폰 트렌드를 반영하면서도 실패했다는 것을 헤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차라리 플랫폼 적으로는 아마존이 더 성공했죠. 자체적인 생산라인도 없고 안드로이드를 끌어다 쓰지만 말입니다. '그럼 컨텐츠가 중요한가?'라는 질문을 전던질 수 있겠지만, 바다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앱은 10만개가 넘으며 최근 유럽과 북미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새로운 블랙베리10보다 나은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생태계 조성에 소홀했느냐고 하면 '바다 2.0 파워 앱 레이스' 같은 공모전도 진행했으며 50여개국, 참가팀만 1000개가 넘기도 했습니다.

그럼 왜 바다가 실패하게 된 것일까요? 필자는 이것이 오히려 바다가 성공 방정식과 같이 틀에 짜여진 플랫폼을 만들고자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생각해보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플랫폼들은 각기 특징을 가지고 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평준화되긴 했지만 근본적인 형태는 그대로 유지한채 발전하면서 나름의 성공을 이끌어 냈습니다. 그러나 바다는 이들이 성공했던 요소 모두를 가지려했고, 그런 시도를 해왔습니다. 하지만 성공으로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자체 플랫폼을 가지길 원하는 업체들이 생각해야 할 부분인 것입니다.

가만히보면 전통적인 하드웨어 업체가 인수나 개발을 통해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지니려는 시도를 해서 성공한 사례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이 실패했고 어떤 영향도 주지 못했습니다. 바다를 그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을 것이며, 소프트웨어 시장에 대한 고민을 위해 무엇이 먼저 중요시 되어야 하는지 판별하는 중요한 의미를 남겼습니다.

마치 하드웨어 파츠를 맞추는 것처럼 부분들을 맞춰나간다고 해서 좋은 제품이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성공하는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선 플랫폼의 근본적인 형태를 구상하고 그 형태에 맞춰 소비자층을 분석해 개발 가닥을 잡아 집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다를 통해 명확히 드러난 것입니다. 조금 멀리보자면 삼성이 다시 준비 중인 타이젠 또한 바다와 같은 접근을 했을 시에는 성능이 어떻든 기능이 어떻든 똑같은 결과를 만들어 낼 확률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바다의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는 바다 때보다 더 좋은 파츠를 쓰는 것을 중요시 여길 것이 아니라 타이젠이 어떤 특징을 지닐 수 있는지, 어떤 소비자에게 타이젠만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이는 타이젠 뿐 아니라 또 다른 플랫폼을 구축하길 희망하는 하드웨어 제조사라면 어느 곳이든 새길 수 있어야 합니다. 바다는 영영 사라지게 되었지만, IT시장에 있어 매우 큰 것 본보기를 남긴 것입니다.

HoodRabbit
IT 칼럼니스트 후드래빗, IT블로그 '후드래빗의 맥갤러리' 운영, 기술이야기를 통해 더 많은 대중과 교감하길 바라는 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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