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탈은 언제 만나면 좋을까요?", 케이큐브벤처스 임지훈 대표의 벤처 이야기
3월 13, 2013

제가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가 “언제 VC를 만나야 하나요?” 혹은 “얼만큼의 준비를 하고 나서 VC에게 연락을 해야 하나요?”인 것 같습니다. 저희가 하는 일이 항상 case by case이고 정답이 없긴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의미 있는 성과를 달성한 후에 만나야 한다고 보수적으로 생각하고 계시더라고요.

VC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A급 인재들로 구성된 팀이 "우리가 볼 때 이 사업에 있어서의 가설적인 Key Success Factor는 이런 것들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은 우리가 왜 잘할 수 있다"를 설명할 수 있다면 그때 만나면 되는 것입니다. 서비스가 오픈되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심지어는 이제 막 팀 구성이 된 것이어도 괜찮습니다.

대신, 서비스의 기능(feature)을 설명하는데 치중하기보단, 업의 본질은 이해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한국형 Pinterest를 누가 만든다고 가정했을 때 "미국에서 엄청나게 잘 됩니다. 그래서 저희도 한국에서 가장 빠르게 런칭하고자 합니다"로는 부족한 것 같습니다.

투자자는 맞던 틀리던 이런 얘기를 듣고 싶어하는 것 같애요. "미국에서 Pinterest가 잘 된 이유는 유저들의 A라는 욕구를 충족시켜줬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A라는 욕구는 우리나라에 있을까요? 있긴 있는데 형태가 다를 것 같습니다. 미국의 Pinterest가 갖고 있는 컨텐츠는 어떻게 보면 네이버가 많이 충족시켜주고 있다고 생각하고, 대신 저희는 한국에선 B라는 컨텐츠들 중심으로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B분야를 매우 잘 압니다. 이렇게 시작을 해서 진화하다 보면 궁극적으로는 C라는 모습이 될 것 같습니다. 저희 가설인 B와 C를 검증하기 위해서 우리는 이렇게 사업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그러면 B라는 가설이 맞는지 틀린지는 언제까지 확인이 금방 가능할 것입니다"

좋은 팀이고 위와 같이 설명한 논리를 저희가 수긍한다면 바로 투자가 진행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희가 잘 모르는 분야라서 바로 판단을 내리기에 어렵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이 얘기한 가설들을 검증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면 성과를 내기 전에도 얼마든지 투자를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타트업 멤버들이 자기만의 스토리가 명확히 있다면, 되도록 빨리 좋은 투자자를 만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관점이긴 하지만,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투자자를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일찍 만나서 교감을 하면서 진행하는 것이 더 맞다고 봅니다. 투자를 받는다는 것은 스타트업에게 매우 큰 영향을 끼치는 일인데 돈 필요할 때 돈 주는 사람한테 고민 없이 받는 것보단, 가장 잘 맞는 곳한테 받는 것이 좋겠죠. 그리고 그런 것을 판단하기 위해선 스타트업도 VC를 만나보면서 검증해야겠죠.

저희(K-CUBE Ventures)의 투자 사례들을 좀 공유해드리고자 합니다. 가장 초초기단계에서 저희가 투자한 회사는 엠버스핀콘입니다. 법인이 설립도 안 되었는데 저희가 투자를 해주기로 약속을 한 경우니, 엔젤투자치고도 매우 빠른 케이스였죠. 엠버스의 경우엔, 법인 설립은 고사하고 팀이 세팅된지 2주정도 밖에 안 되었을 때 저희가 투자를 약속하고, 저희 관리팀에서 법인 설립 과정을 대행해주고 바로 투자를 진행했었습니다. 그리고, 핀콘의 경우에는 대기업을 다니고 있던 핀콘팀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퇴직 프로세스에 있던 와중에 저희와 만났고, 바로 투자를 약속해드렸었고요. 그래서 퇴직하자마자 마찬가지로 법인 설립 과정을 대행해주고 바로 투자금을 입금시켜드렸습니다.

엠버스와 핀콘만큼은 아닐지라도 저희 케이큐브 패밀리들은 대부분 서비스가 출시되기 전에 저희가 투자를 해드렸고, 법인 설립이 1년이 넘은 곳은 한 곳도 없었습니다. 모두 완전 신생회사들이었죠.

저희가 이렇게 초초기에 투자를 할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 사람/팀이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좋은 사람/팀이라면, 좋은 서비스/제품은 저절로 따라온다고 믿기 때문에 투자 결정을 내리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에게 연락을 할 때에는 서비스/숫자로 증명을 한 다음에 만나려고 하지 않으셔도 된답니다. 좋은 팀을 갖추고 계시다면 편하게 연락을 주세요. 만나고 싶습니다.

간혹, '첫미팅'에서 충분히 어필하지 않으면 오히려 '부작용'이 날까봐 연락을 꺼려하시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런데, 저희 내부에서는 항상 '꺼진 불도 다시 보자'라는 얘기를 주고 받을 정도로 저희가 판단실수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저희 직업이 '가능성'과 '되는 이유'를 찾는 직업이지, '심사'를 해서 떨어뜨리는 직업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첫 미팅 때 다소 부족한 점이 있었거나 아니면 저희가 이해를 못했거나 했을 경우에 꾸준하게 진척 상황들을 업데이트(예를 들어, 저번에 세웠던 가설과 다른 가설을 세워서 테스트를 했는데 가능성이 보였다던지, 매우 좋은 핵심 인력이 충원되었다던지,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다던지 등) 해주실 경우 좋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주 커뮤니케이션을 하면 서로 이해도도 높아지고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역량이 출중한 A급인재로 구성된 팀이 있다면 주저하지 마시고 벤처캐피탈의 문을 두드려 보세요.

임지훈
임지훈은 초기 스타트업에 전문적으로 투자를 하는 케이큐브벤처스의 대표이사로 스타트업들을 가장 잘 이해하는 투자자로 정평이 나 있다. 그는 인터넷, 모바일, 게임, 기술기업 등 분야의 투자 전문가로 ㈜케이아이엔엑스를 비롯한 3개의 기업을 IPO 시켰고, 설립 1개월 된 ㈜로티플에 투자하여 4개월만에 ㈜카카오에 성공적으로 M&A를 시키기도 했다. 또한, 국민게임으로 널리 알려진 ‘애니팡’을 개발한 선데이토즈를 초기에 발굴하고 투자하기도 했으며, 이외에도 ㈜핀콘, ㈜다담게임, ㈜엔진스튜디오, ㈜프로그램스 등 다수의 투자 성과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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