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이상의 ‘파트너 관계’를 제공합니다 – 넥슨의 벤처투자를 책임지는 조재유팀장과의 인터뷰
5월 3, 2012

스타트업에게 ‘투자’라는 것은 때론 기회이기도, 위기이기도 하다. 특히나 다이내믹한 변수가 많은 게임업계에서는 많은 스타트업들이 투자로 인해 큰 성과를 거두거나, 서비스의 본질을 잃고 인기가 떨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런 면에서 올해만 해도 벌써 JCE, 모야소프트 등 여러 벤처와 투자계약을 체결한 넥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넥슨 투자의 최전선에 있는 사업지원팀의 팀장이자, 벤처 투자에서 더 나아가 게임 업계의 투자방향에 대한 고민을 멈추지 않는 조재유팀장을 만나보았다.

 

- 넥슨의 투자? 무엇보다도 넥슨과의 ‘궁합’이 가장 중요하다

조재유 팀장이 맡고 있는 사업지원팀의 업무의 90% 정도가 투자업무다. 특히 넥슨은 자사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주는 M&A를 통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나가는 것으로 항상 화제가 되는 만큼 투자 대상 회사를 고려할 때에도 포트폴리오적인 관점으로 바라본다.

“ 우선 넥슨과의 궁합이 얼마나 잘 맞느냐, 넥슨에 어떻게 도움이 될 것인가를 핵심적으로 보죠. 그 예로 비상장 기업이라면 매출이 바로 연결될 수 있고, 규모 자체를 키울 수 있어서 상장할 때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업을 선호하죠. 하지만 지금은 규모자체를 빨리 키우기는 힘들지만 넥슨과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모바일벤처도 많이 고려하고 있어요. 단순히 자본가치를 늘리기 위한 투자라기보다 넥슨의 모바일이 어떻게 가야 하냐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거죠 ”

 

- 모바일 게임의 해외진출 성공 가능성? 넥슨에서도 사실 노력단계에 있다

한국의 온라인 게임 시장은 정체 심지어 약간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모바일 게임의 국내 시장이 성장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하는 이들도 있지만, 끝이 보이는 성장이라고 예상하는 이들이 더 많다. 그러다 보니 넥슨은 물론이고 업계에서 모바일게임의 해외 진출 가능성에 많은 기대가 모이고 있는 실정이다.

“ 근데 온라인이건 모바일이건 해외진출은 쉽지 않아요. 온라인 게임도 2000년대 초반엔 서비스라는 개념보단 게임 컨텐츠 자체의 비중이 높았지만, 사실 이젠 현지 퍼블리싱, 현지 문화 인식 등 현지화가 중요해졌잖아요. 모바일도 그런 흐름을 보여줄 것 같아요. 물론 앵그리버드 같은 싱글 퍼즐게임류는 현지화가 크게 중요하지 않겠지만, 룰더스카이 같은 네트워크를 활용한 게임이 점점 더 대세가 될 거라고 보거든요. 그렇게 되면 모바일 게임 역시 서버 운영 기술, 퍼블리싱 이런 부분이 중요해지는 거죠. 이제 ‘서비스’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되는 거거든요. ”

해외진출의 성공을 확보하기 위해선, 모바일게임을 온라인 게임 수준으로 현지화하고 원활하게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이 관건이다. 조재유 팀장은 모바일게임에서도 서버 관리 기술, 현지 문화를 파악한 고객 응대 서비스와 같은 서비스 영역이 중요해질 것이라 강조했다. 그런 부분에서 넥슨에서도 아직 파트너들과 풀어나가야 하는 숙제가 많다.

“ 온라인 게임을 개발했던 서비스했던 사람들이 모바일도 잘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을 거에요. 분명히 온라인 업체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밀리지 않고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을 가져야죠. ”

 

- 이런 게임은 무조건 성공한다? 선점효과가 답이 될 수 있다

사실 어느 산업에서나 공공연하게 ‘3가지 성공 요인을 갖춘 사업은 성공한다더라’라고 떠도는 성공 공식이 있다. 하지만 그는 유저들도 자신들이 어떤 게임을 좋아하는 지 모른다는 말이 있듯이 실제로 서비스하기 전에 성공여부를 점칠 수 있는 공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카트라이더 출시 전에 기획서만 보았다면 백이면 백 잘 안되었을 거라고 이야기했을 거고, 다른 게임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성공한 이후에 그 원인을 분석할 뿐, 딱 이런 게임이 성공한다고 말할 수 있는 공식은 없는 것.

“ 성공한 게임들에 공통점은 하나죠. 선점효과. 지금 선두를 달리는 서든어택이나 던전앤파이터는 솔직히 말하면 그래픽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잖아요? 둘 다 출시된 이후에 비슷한 게임이 30개는 나왔는데 그 중에 그래픽이나 스토리가 더 좋은 게임이 분명히 있었을 거에요. 하지만 선점효과를 이기기가 쉽지 않은 거죠. ”

 

- 투자자를 매료 시키는 건 100장의 사업계획서가 아닌 게임 개발 능력과 눈도장!

지속적으로 벤처가 투자를 잘 받을 수 있는 방법이나 숨겨진 비법은 따로 없다. 게임 자체가 재미있어야 하고, 출시 이후의 서비스도 매끄러워야 한다는 다소 진부해 보일 수 있는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 근본은 게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통 투자자를 만날 때 놀라운 프레젠테이션을 하거나, 엄청난 소개자료를 가져와야 한다는 압박감을 가지는 스타트업이 많다.

“ 말 잘 못하셔도 되고 소개자료가 좀 부족하거나 없으셔도 되요. 그 내용들은 어차피 나중에 세세하게 다 점검하게 되거든요. 핵심은 사업운영보다도 개발이죠. 초반엔 게임 개발에만 집중해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그 다음에 사업적인 부분을 슬슬 진행해가는 게 좋지요. ”

또한 당장 자금이 필요하다고 해서 급하게 투자자를 찾아가거나, 수소문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들과 미리 알고 지내는 자세 역시 도움이 된다. 투자자들은 항상 새로운 스타트업을 발굴 해내고자 한다. 좋은 스타트업이라면 그저 이야기만 나누러 찾아온다 해도, 왜 왔냐고 밀어낼 이 하나 없을 것이다.

“ 그런데 사실 개발하시는 분들은 워낙 바쁘셔서 잠재적인 투자자를 미리 만나러 다니시기가 어렵죠. 하지만 그만큼의 가치가 있어요. 처음부터 수 십명을 만나는 게 아니라, 그냥 괜찮은 분 있으면 가끔씩 만나서 요즘 투자 동향도 들어보고 하는 거에요. 결국 돈이라는게 다들 긍정적으로 예측하는 쪽으로 흘러가게 되고, 그 내용을 알면 본인회사에도 도움이 되지요. ”

나중에 투자 받을 때도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사람들은 서로간의 신뢰가 쌓이니까 투자하기 쉽다는 이점도 있다. 하지만 조재유 팀장은 바쁜 상황이다 보니 행동에 옮기는 스타트업은 몇 없다는 점이 안타깝다고 말한다.

 

- 투자자들이 스타트업의 열성적인 팬이 되도록 믿음을 주세요

투자자와 스타트업의 관계는 수많은 수치와 계약서가 기반이 된 관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기에 투자금액을 협상할 때 마치 시장에서 물건을 사듯이 일단 높은 금액을 요구하고 보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건 투자에 있어서 독약이다. 대부분 초기 벤처에 투자할 때에는 명확한 매출과 영업이익 등의 수치가 기반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오히려 신뢰에 기반해 메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 스타트업이라면 회사 가치를 반드시 높게 만들어 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투자가 이뤄지는 것과 같다. 장사의 개념으로 접근하지 않는 것이다.

“ 회사 가치가 120억이 될 거 같다는 믿음을 보여주시면 제 심리적 마지노선이 100억이었다 한들 선뜻 투자할거에요. 제가 그 스타트업의 열성적인 팬이니까, 스타트업 편에 서서 회사를 어떻게든 설득해 보는 거죠. ”

필요 이상으로 투자자를 경계하며, 회사의 내부 정보를 숨기고 계약서 내용에만 충실한 스타트업은 이러한 믿음을 주기가 어려울 수 있다. 투자자를 자신의 편이 아니라 자신의 적, 설득해야만 하는 상대방 정도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 스타트업은 성공한 게임 하나에만 집중할거냐, 후속 작을 낼 거냐 하는 의사결정의 연속이에요. 이런 때 넥슨에서는 경험이 많은 분들이 조언을 해드릴 수 있거든요. 충분히 시너지를 낼 수 있는데 거부하시다가 회사가 확장 타이밍을 놓칠 때도 있고, 가치가 점점 하락한 적도 있어요. 스타트업들이 저희를 잘 활용해줬으면 좋겠어요. 저희를 귀찮게 하는 분들이 성공하시는 경우가 많더라구요(웃음) ”

혹자는 투자자와 스타트업의 관계는 그저 가치 창출을 위한 비즈니스 관계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조재유 팀장에게 스타트업은 넥슨의 파트너이고, 더 나아가 게임 업계를 함께 발전시켜 나가는 동료와도 같다. 앞으로도 신뢰를 기반으로 어떤 스타트업이 넥슨을 거쳐가고, 또 넥슨과 함께 하게 될 것인지 기대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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