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영 변호사의 NY LIFE STORY] 도쿄 여행에서 배운 고객 경험 만족(Customer Happiness)
2월 3, 2014

스시

30분을 기다려 들어간 도쿄의 작은 스시집, 스시다이

얼마 전 도쿄로 여행을 갔었다. 2001 년에 처음 가본 후, 두 번째 도쿄 여행. 인상 깊은 곳과 맛있는 곳들이 참 많았지만 그중 특히 기억나는 곳은 츠키지 시장에서 갔던 ‘스시다이’(Sushi Dai)라는 음식점이다. 새벽 3, 4시부터 줄을 서도 최소한 두세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이곳. 아마 이렇게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가지 않았을 것이다. (나중에 인터넷 검색을 해보고 난 후에야 이곳이 이렇게 유명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츠키지 시장 근처를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되었고 근처에서 먹을 곳을 찾다가 우연히 한 작은 스시집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여기는 도대체 어떤 곳인데 이렇게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줄을 보니 처음에는 그렇게 오래 걸릴 것 같지는 않았지만, 막상 기다리기 시작하고 30분 후 정도 지나보니 줄이 줄어들 낌새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만 갈까 고민하던 중, 스시다이에서 아주머니가 나오셔서 따뜻한 녹차를 건네며 우리가 오늘의 마지막 손님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래도 여행 중에 기다리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까워서 그냥 갈까 했는데, 우리 뒤에 와서 사람들이 또 기다리기 시작했다. 조금 후에 다시 나온 아주머니는 뒤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에게 정말 미안하지만, 오늘은 자리가 없다고 하면서 그들을 되돌려 보냈다. 우리가 오늘의 마지막 손님이라니... 지금까지 기다린 것도 아깝고 도대체 이곳은 왜 이렇게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지, 뭐가 특별해서 이 추운 겨울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람들이 이렇게 무작정 기다리고 있는지 궁금해서 나도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도 성공한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과 뭐가 다른지, 성공한 스타트업은 실패한 스타트업과 뭐가 다른지, 잘 팔리는 상품은 그렇지 못한 상품들과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서 이런 부분을 많이 연구하고 공부도 한다. 그날도 이러한 호기심이 발동했다.

세계 최대의 수산시장인 만큼, 츠키지 시장 안에는 많은 스시집들이 있었다. 우리가 시장에 도착한 시간은 약간 늦은 점심시간이긴 했지만, 길게 줄이 서 있는 스시다이에 비해 다른 음식점들은 한두 명 손님이 있거나 텅텅 비어있는 곳도 많았다. 그럼 스시다이가 다른 곳에 비해 훨씬 저렴해서일까? 다른 음식점들 메뉴들을 보니 스시다이와 비슷한 가격이거나 더 싼 곳도 있었다.

 

그럼 도대체 이곳에만 사람들이 이렇게 길게 줄을 선 이유는 뭘까?

2시간 정도의 인고의 시간을 견딘 후, 비로소 알 수 있었다. 12명 앉을 수 있는 작은 스시집. 내부는 다른 곳들과 별 다른 점이 없는 듯해 보였다. 물론 스시가 맛이 있었다. 아주 싱싱한 생선과 저렴한 가격. 음식을 파는 곳이니 맛있는 음식은 기본. 하지만 주위의 다른 스시집들도 다들 츠키지 시장 안에 있으니 쉽게 싱싱한 생선을 구할 수 있을 테고, 또 가격도 비슷비슷하던데... 그럼 여긴 무엇이 특별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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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시다이 앞에 길게 줄 선 사람들]

그 비결은 바로 고객의 경험(Customer Experience)에 있었다.

주인으로 보이는 스시 셰프는 들어가자마자 오래 기다리게 해서 너무 미안하다며 진심 어린 눈빛으로 사과하고, 활짝 웃는 모습으로 기분 좋은 서비스를 시작했다. 우리가 한국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스시 하나하나를 만들어서 줄 때마다 한국어로 각 생선을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2시간 동안 추위에 기다려서 짜증이 날 법도 한데, 미소가 가득 담긴 얼굴로 우리를 대하니 기분이 좋아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거의 아는 한국어를 다 동원해서 농담도 하고, 우리가 앉았던 자리에 연예인 공유도 앉았었다고 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대부분 일본 레스토랑은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라고 들었는데 스시 셰프들끼리 농담도 하고 꺄르르 웃기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재밌게 일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내 옆에 앉은 손님은 일본인이었는데 스시셰프랑 어찌나 떠들던지,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식사 내내 웃음이 끊기지가 않았다. 그리고는 이게 바로 이곳의 성공 비결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음식점에서의 경험은 단지 ‘이거 맛있네’라는 생각뿐만 아니라 누구와 더불어 무슨 이야기를 하며, 어떤 분위기에서 먹었는지가 한데 모여 감정을 만든다. 손님 한 명 한 명이 기분 좋게 식사를 하고 나면 자연히 주위 사람들에게 알리게 되고 입소문을 타게 되니 유명해질 수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처의 많은 스시집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유독 스시다이가 CNN을 비롯한 여러 언론에 소개되고, 많은 사람들이 몇 시간 동안 기다림을 감수해서라도 찾아오는 비결은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최선을 다해서 만들어지는 "고객 경험(Customer Experience)"에 있었다.

[손님을 반갑게 맞이하는 스시다이 주방 직원들]

[손님을 적극적으로 맞이하는 스시다이 주방 식구들]

[이채영 변호사와 스시다이 주방 식구들]

[이채영 변호사와 스시다이 주방 식구들]

 

새벽 두 시 반부터 손님맞이를 준비하는 '스시다이'
힘들지 않냐구요? 전혀 힘들지 않아요! 너무 행복한걸요(I'm so happy)!

주인으로 보이는 스시셰프에게 주인장이시냐고 물어보니 스시셰프는 아니지만 자신의 아버지가 주인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이 일을 하기 시작했는지 물어보니 원래는 여러 레스토랑에서 일을 해보았는데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해서 스시 만드는 법을 배웠는데 너무 좋아서 10년 넘게 이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사람들이 음식점 앞에 새벽 3시부터 줄을 선다는데 몇 시에 일어나느냐고 했더니 매일 새벽 두 시 반에 기상한다고 했다. “힘들지 않아요?”라는 질문에 눈을 반짝이며 “전혀 안 힘들어요! 너무 행복한걸요! (Not at all! I’m so happy!)” 라고 말한다.

내가 만드는 음식을 먹으려고 몇 시간이나 줄을 서는 사람들이 매일 끊임없이 온다면 어떻게 행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하지만 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을 텐데. 분명 이 사람의 행복한 마인드와 그것에서 전염되어오는 행복한 감정, 따라서 즐겁게 일하는 직원들과 손님을 기분 좋게 하는 서비스가 스시다이를 성공하게 만들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쿄 유명 스시집 '스시다이'의 주방장]

[도쿄 유명 스시집 '스시다이'의 주방장]

고객경험만족(Customer Happiness)은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뉴욕에서 스타트업과 테크 기업의 오피스를 방문하면 기존 사무실과는 확연히 다른 점들을 발견하게 된다. 맥주를 무료로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곳도 있고, 여기가 놀이터인지 일하는 사무실인지 모르겠는 곳들도 자주 볼 수 있다. 직원들이 기분 좋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곳, 따라서 기업의 customer에게도 행복을 전달하는 스타트업들은 꼭 성공한다는 것을 배웠다.

미국에서 이 대표적인 예로 아마존이 120억 달러에 인수한 이커머스 사이트 자포스(Zappos)가 있다. 자포스의 CEO 토니 쉐이(Tony Hsieh)는 스타트업계에서 거의 신화적인 존재이다. 그의 저서 “행복을 배달합니다(Delivering Happiness)”를 읽으면서 자포스의 엄청난 성공 비결이 고객 경험 만족(Customer Happiness)이었음을 배웠다.

자포스닷컴에서 물건 주문 시 자동 발송되는 주문확인 이메일부터 타 업체와 구별된다. 타 경쟁사가 보내는, 마치 로봇이 보낸 것 같은 딱딱한 이메일과는 달리 자포스닷컴에서 오는 이메일에는 장난스러운 유머가 담겨 있다. 마치 친한 친구가 보낸 것처럼. 철저하게 고객 경험 만족(Customer Happiness)에 초점을 맞추어 회사를 경영했고, 그 결과는 상상을 초월하는 가치를 만들어냈다. (Zappos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신발이든지 스시든지 그 상품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성공한 비즈니스의 공통점은 직원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곳, 따라서 손님을 기분 좋게, 더 나아가서 행복하게 해주는 서비스가 아닐까.

이 채영
이채영(Celina Lee)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서 직업상 미국과 한국을 자주 옮겨 다닌 부모님을 따라 세 살 때 한국에 와서 초등학교를 마치고 다시 미국으로 건너갔다. MIT를 졸업하고 금융업계에서 일하다가 U.C. 버클리 법대를 졸업하고, 현재 뉴욕에서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누어주는 것이 좋아, 미주 한인방송국에서 토크쇼와 뉴욕 라디오 코리아에서 『채영의 뉴욕 뉴욕』을 진행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한인 9명을 직접 취재해 그들의 꿈과 열정의 이야기를 담은 책 『꿈을 이뤄드립니다』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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