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만의 기회를 살려라
3월 20, 2013

대기업이 영세상권을 침투하고 이를 곱게 보지 않는 시선은 만연해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시선은 그대로 기술 업계에도 적용되고 있습니다. 수많은 스타트업이 생겨나고 있지만, 먼저 자리를 잡고 있던 거대 기업들은 그 자본력을 이용해 재빠르게 사업을 진행하고 그러면서 스타트업이 하고 있는 분야를 침범하여 그들을 나락으로 빠뜨리곤 합니다. 실제 그런 일들이 발생하고 있으며, 자본력이 스타트업을 밟고 있다 지적합니다.

스타트업만의 기회를 살려라

말은 쉽습니다. 스타트업만의 기회를 살리라니... 만약 내가 하고 있는 사업 분야에 거대 기업이 끼어들게 되었을 때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는 뻔합니다. 더군다나 그 거대 기업이 승승장구한다면 더 확실해집니다. '더러워서 못 해먹겠네!' 기회를 살리라는 말이 '기회가 와야 살리지'라는 말도 회귀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게 본질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벤처 정신인가, 혹은 그 정신을 정확히 받아들인 것인가, 그리고 벤처의 최대 장점과 최대 기회를 버리고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에 대해 먼저 얘기하고 싶은 겁니다.

 

대기업

필자에겐 많은 스타트업들이 연락오곤 합니다. 주문하는 내용은 제각각인데, 시작하지 않은 단계에서 '어떻게하면 좋은 스타트업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부터 '현재하고 있는 것이 너무 힘든데 어떤 다른 모색 방향이 없을까'나 '우리 서비스를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까지 다양합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필자는 여기서 공통점을 찾아냈습니다. 항상 '대기업'을 거론한다는 점입니다.

스타트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나는 이러이러한 아이디어가 있고, 이걸 해볼 생각이다'라고 해놓고는 '그런데 이 아이디어가 잘되서 대기업들이 침범하게 되면 그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거나 '대기업이 비슷한걸 만드는 바람에 어떤 탈출구가 될만한 아이디어가 필요한데 어떤게 있을까'라고 아예 필자에게 아이디어를 구하거나 '대기업처럼 소개비를 줄 순 없지만 스타트업이라는 점을 감안해서 해주실 수 없겠느냐'와 같은 내용도 쉽게 메일함을 들락날락거립니다. (굳이 얘기하자면 필자는 단한번도 기업에서 돈을 받고 글을 써본적이 없다. 오히려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성향때문에 접촉하려 하다가도 아예 연락안되는 기업이 더 많다.)

이런 얘기들에 대해 필자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대처법을 알려주거나 아이디어를 나눠주거나 홍보를 해주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어느정도의 방향성이나 문제점들을 지적할 순 있겠지만 그것이 결과적으로 대기업의 입김을 피해 스타트업으로써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되지 못한다는 겁니다. 만약 필자가 알려준 대처법이나 아이디어, 그리고 홍보가 효과를 봤다고 칩시다. 그럼 그 다음은? 그런 대처법과 아이디어와 홍보조차 대기업이 가져갔을 때는 어떻게 하겠느냐는 겁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어떤 상황이건 대기업이라는 벽에 대해 두려워한다는 것이고, 그것이 고쳐지지 않으면 아무런 발전이 없을게 뻔해보이는데 어떤 답인 마냥 그들에게 던져주는 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라 필자는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문제점들에 대해 강력하게 지적하거나 나아갈 앞으로의 방향성을 귀담아 듣고 응원해주는 쪽을 택했습니다. 뭐 그런 답을 돌렸을 때 두가지 반응이 나타나긴합니다. '정말 감사하고 열심히 하겠다'라는 쪽이 있다면, '에라이 미친놈아! 우리가 원하는건 그게 아냐!'라는 쪽. 딱히 그런 대답을 해서라기 보다는 적어도 향후 성공이라는 가능성이 더 높은 쪽은 전자일 것이라 필자는 믿습니다.

 

기회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어떤 아이디어가 있어서 해보고 싶은데 혹시 멘토가 되어 창업맴버로써 같이 해주실 수 없겠느냐'는 제의를 받은 것입니다. 이런 제의를 받았던 것은 딱 2번 있는데 2번 모두 정중히 거절했었습니다. 그리고 얘기 할 것은 2번째로 제의를 받았을 때인데, '아이디어를 펼쳐나가려면 투자금이 필요한데 나는 가진 것이 없다. 만약 내가 자본력이 많았다면 바로 성공시킬 수 있었을텐데 그래서 이 자본금을 어떻게 모을지가 급하다.'라고 방법을 물었습니다. 필자는 '그런 접근은 무조건 실패하기 마련이다.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며 절대 자본에 얽메이지 말라고 얘기하며 거절했습니다.

'혁신은 R&D 자금을 얼마나 갖고 있냐와 상관없다. 애플이 매킨토시를 들고 나왔을 때 IBM은 R&D에 최소 100배 이상의 비용을 쏟고 있었다. 돈이 문제가 아니다. 어떤 인력을 갖고 있느냐. 어떤 방향으로 가느냐. 결과가 얼마나 나오느냐에 관한 문제다.' 스티브잡스가 남긴 유명한 말입니다. 필자는 사실 이 말을 이해하지 못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애플은 벼락부자가 되었으며, 그를 바짝 쫓은 IBM은 다시 패권을 쥐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이 말을 격하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패권의 문제가 아닙니다. 얼만큼의 결과를 낼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음료수 제조법을 창안해냈다고 합시다. 기존 시장에서 찾기 힘든 완전히 새로운 음료수입니다. 제작자는 고민합니다. 이것을 특허를 내어 기간동안 제조법을 보호받을지 아니면 제조법을 안뺏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아예 숨겨둘지. 대부분이 전자를 선택하겠지만, 그러고나서 생각하는 것은 '이제 이걸 유통시키기만 하면 대박칠꺼야'입니다. 또 두가지 경우가 나올 수 있습니다. 이 특허를 가지고 투자자를 모아 공장을 세워 대량으로 유통을 시킬까 아니면 남은 자본금으로 소규모로 생산해볼까. 어느 쪽이 답일까요? 답은 없습니다. 먼저 음료수를 팔아서 자본이 생겨야지만이 결과라고 얘기할 순 없습니다. 음료수를 제조한 시점에서 이미 하나의 결과를 얻은 것이며, 특허에 대한 고민으로도 하나의 결과를 얻은 것입니다. 그리고 만약 특허를 통해 투자자를 모으고 투자금이 발생했다면 그조차도 결과이며 소규모 생산을 통해 생산을 시작하여 유통매장 10곳과 계약했다면 그것도 결과입니다. 그리고 매장이 10곳 이상 늘어나지 않는다면 이 혁신적인 음료수의 결과는 거기서 끝입니다. 그럼 반대로 투자금을 모아 대량으로 유통시켰다면 10곳보다 늘어났을까? 그런 일은 없습니다. 오히려 빚만지고 망하기 딱 좋았겠죠. 이건 순전히 자본적인 이야기입니다.

돌아가보죠. 스타트업이 지닐 수 있는 최대의 기회는 직원들간의 가장 긴밀한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과 말하기 어려운 부분들에 대해서도 머뭇거리지 않고 찔러넣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드라마 등에서 '이따위 아이디어는 필요없어!'라며 상사에게 기획서로 혼이나는 장면을 보곤하는데 스타트업을 그런 구조적 측면에서 대기업을 월등히 앞서고 있습니다. 오히려 더 집중하여 혁신을 이끌기에 좋은 위치라는 겁니다. 그것은 고객에 대한 위치도 마찬가지 입니다. 적어도 자본이 무서워 선을 긋고 대기업이 내 아이디어를 따라잡기 전에 나도 자본이라는 결과를 내야지라고 발버둥친다면 그건 결과적으로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스타트업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기회를 날려버리는 것입니다. 위의 음료수처럼 말입니다.

만약 유통매장이 10곳 이상 늘어나지 않기 시작했다면 왜 늘어나지 않는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며, 조금 더 긴밀히 유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게 벤처정신입니다. 새로운 라인의 음료수를 개발해보거나 포장을 바꿔보거나 유통매장의 범위를 남달리 해보거나 수많은 고민에 걸맞는 결과를 내기 위해 움직일 수 있단 말입니다. '그럼 그 안에 대기업이 비슷한 맛의 음료수를 내놓아 대규모 생산을 하고 우리를 밀어버린다면?' 그건 그 스타트업의 끝입니다. 더 이상 스타트업의 기회를 살려 혁신을 이뤄낼만한 여력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것이 자본의 문제는 아니라는겁니다. 집중과 고민이 끊어졌다는 뜻이죠.

덩치가 커진 대기업은 그에 걸맞는 결과를 내기 위한 소통을 해야합니다. 그러니 써먹지도 못할 아이디어라며 기획서를 집어던지는 것이죠. 포장법이나 매장범위에 대한 고민도 대기업들은 하겠지만, 그것은 자신들의 몸집에 따라 시도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예를 들어 100개 수준의 유통매장을 확보하지 못하면 사업을 포기하는 것과 같이 말입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다릅니다. 크기가 작은만큼 그 성과가 대기업 같을 필요는 없습니다. 조그마한 성과라도 낼 수 있다면 그것은 가치있는 것이며, 그 가치를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10곳의 유통매장이라는 성과를 낼 수 있을만한 음료수를 만드는 것이 대기업 발톱만큼도 못한 것이라고 생각할 순 없을 것입니다. 나름의 가치가 존재하고 스타트업이 해야 할 것은 그 가치에 대해 집중하는 것입니다. 유통매장 10곳의 결과를 이어낼 것만을 생각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그게 다음으로 이어질 수 있는 원동력입니다.

 

스타트업

물론 이것은 매우 힘든 일입니다. 아이디어가 자본을 끝내 이길 수 있고, 지속적인 집중과 고민으로 조그마한 성과라도 계속 낼 수 있다고 칩시다. 하지만 우리는 결혼도 해야하고 밥도 먹고 살아야하고 애도 키워야 합니다. 노후 준비도 해야하죠. 가장 큰 벽은 자본이 아니라 시간입니다. 더 많은 고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당장 내일 끼니를 채워야 한다면 그마저도 포기해야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배가 고파지니까요. 그럼 작은 성과에도 만족하지 못할 것이며 차라리 회사에나 들어가 월급쟁이를 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게 되겠죠.

힘든 것이 아니었다면 이런 글을 쓸 필요도 없으며, 모든 이가 스타트업을 하겠다며 달려들었을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알았습니다. 자본보다 중요한 것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집중과 고민이며 이것이 스타트업의 기회라는 것과 이를 위한 시간이 가장 큰 벽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답은 지체하지 말고 뛰어들 것, 그리고 모든 고민과 집중을 쏟아부을 것.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밟았기 때문에 스타트업이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스타트업으로써 존재하지 못하기 때문에 끝나는 것입니다. 포기하지 마십시오. 스타트업으로 존재할 수 있는 가치만, 그리고 그 가치를 이끌어 낼 기회만 살려내길 바랍니다.

HoodRabbit
IT 칼럼니스트 후드래빗, IT블로그 '후드래빗의 맥갤러리' 운영, 기술이야기를 통해 더 많은 대중과 교감하길 바라는 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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