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님, 이런 놈들을 찾으십니까?
11월 23, 2013

이상한 녀석들

세인트루이스 도심 기차역에 어려서부터 말을 더듬었던 그래서 내성적일 수 밖에 없었던 한 10대 아이가 앉아있다. 아이는 복잡하게 얽힌 기찻길을 사고한번 없이 정교하게 지나가는 기차들을 경이롭게 바라보며 비디오로 찍어댄다.  그에겐 기차, 택시와 같은 교통수단들이 지점 A에서 지점 B로 정확하게 이동하는 그 과정이 참으로 신비하다. 호기심많은 이 아이는 또한 경찰과 앰뷸런스의 비상 라디오 채널에 무선 주파수를  맞추고 거기서 들려오는 “짹짹” 대는 듯한 짧고 강렬한 메시지들에 매료되어 있다. 그는 복잡한 교통 지도와 짦은 메시지로 표현되는 이 도심 전체를 재현해보고 싶었다. 그가 트위터를 만든 Jack Dorsey 다 [1].

dorsey

사진 1: 잘생겼다! Jack Dorsey

뉴욕주에 어려서부터 참 코딩을 좋아한 녀석이 있었다. 그는 갓 12살 되는 나이에 아버지의 치과 사무실과 집을 연결하는 메시징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아래는 그가 만든 홈페이지인데, 저 가운데 떡하니 박힌 공룡 눈깔은 90년대 너드의 풍모를 제대로 풍긴다.

mark zuckerberg

<사진 2: 공룡 눈깔 홈페이지>                                                     <사진 3: The Web>

그런데 그중 “The web” 이라는 링크를 따라 들어가면 오른쪽 그림과 같은 사람과 사람이 연결된 복잡한 그래프가 나온다.  웹의 정의는 HTML 문서와 문서가 링크되는 것인데,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그런 웹이라니…? 이것은 페이스북의  Mark Zuckerberg가 고1때 만든 홈페이지다 [2]. 짧은 스토리에서 드러나는 두 사람의 공통점이 있다. 어려서부터 프로그래밍을 참 좋아했고 잘했다는 것. 그리고,

남들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아주 이상한 것에 꽃혀 있었다는 사실이다.  

한번 이런 상상을 해보자. 우리 동네에 어떤 형 하나가 있는데 말도 더듬고 내성적이다. 비디오 카메라를 가지고 전철역에 나가서는 기차가 왔다갔다 하는 모습을 항상 찍는다.  무전기를 꺼내 경찰의 신호를 도청하며 듣고, 복잡한 교통 지도를 뚫어져라 쳐다보곤 웃는다.  난 그 사람을 이렇게 부를거다: “동네 바보형”.

초딩? 코딩?

Jack Dorsey나  Mark Zuckerberg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다름아닌 창조경제의 떠오르는 키워드 “초딩 코딩”을 다루고 싶어서다. 우선 나는 코딩을 일찍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에 동감한다. 거의 모든 성공적인 해커들이 어려서부터 코딩했으니까. 아래 비디오에 나오는 강호의 고수들이 거짓말을 할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가지 마음속 깊은곳부터 “그건 아닌데…” 라고 반항하는 이유는 아마도 우리 높으신 장,차관님들의 제한된 생각 때문인듯 싶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능숙하게 컴퓨터 언어를 구사할 수 있도록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어릴 때부터 컴퓨터 교육을 진행하면서 창조경제에 적합한 인재를 키워내겠다는 전략이다 [3].”

“윤 내정자는 ‘우리 아이들이 ICT로 발달한 결과물(게임, 인터넷)만 가지고 노는 것에 익숙하다보니 게임 중독도 나오고 인터넷 중독도 나오는 것’이라면서 ‘소프트웨어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에 기반해 아이들의 놀라운 호기심과 능력을 직접 만들고 개발하는 쪽으로 돌릴 수 있다면… [4].”

창조형 인재를 “키워내겠다”는 의지는 고마운데 그 과정에서 혹시 저기 노량진역에 앉아 기차들을 비디오로 찍는, 말 더듬는 그런 아이 하나도 창조형 인재로 인정해 줄 수 있을까? 혹시 그런 아이들을 게임 중독에 빠진 아이와 같은 비 창조형으로 낙인찍진 않을까?

장관님, 저 코딩은 좀 합니다

이 동네에 만 34세에 코딩을 꽤 하는 사람이 있다. 실리콘밸리의 잘 알려진 스타트업에서 IaaS 클라우드를 만드는데 10개 넘는 언어중 아무거나 골라잡아 코딩할 수 있고, 리눅스나 윈도우즈든 가리지 않는다. 뭐 버는 것도 쏠쏠찮다. 그래서 뻔뻔하게 “장관님 저 코딩은 좀 합니다” 라고 이야기 할만한 그 사람은 바로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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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내겐 마음 한구석 늘 빈공간이 하나 있다. 나도 무언가 내것을 창조해보고 싶다. 내가 시작하는 스타트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10년 넘게 지겹게 날 쫓아왔다. 코딩 실력은 부족하지 않다. 20대만큼 잠 적게 자며 코딩할 수 있는 자신도 있고 체력도 있다. 늘 하는 이런 고민을 하던중 얼마전 새벽 갑자기 스치는 생각에 놀라 잠에서 깼다.

내게는 비젼(Vision) 이 없구나.

아니 사실은 예전 블로그에서 이야기 했듯  미국의 너드 프로그래머들 사이에서 코딩하는 그 비젼은 있었고 이루었다 [링크]. 하지만 넘치는 코딩 능력과 열정을 쏟아부어 이루고 싶은 그림, 오랜 시간 집착하게 만드는 그런 그림이 내게는 없었다. 붓도 물감도 모두 준비되었지만 꼭 그려내야 할 나만의 세계관이 없었다.

SW 스타트업 – 집착(Obsession)과 비전

Jack Dorsey가 어린시절 빠져있었던 것은 도심의 복잡한길을 정교하게 통과하는 기차, 택시 그리고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짹짹”대는 소음들이었다. 그 집착(Obsession)이 코딩을 만난 결과물이 트위터다.  Mark Zuckerberg는 문서와 문서가 연결되는 웹이 아닌,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웹을 생각했다. 고1때 그런 웹을 생성하는  Java프로그램을 홈페이지에 올렸고, 훗날 하버드 기숙사에서는 Facemash라는 해킹을 통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집착을 지속했다. 요즘 가장 잘 나가는 스타트업 Pinterest를 시작한 Ben Silbermann은 어려서부터 우표, 돌, 곤충을 수집했고 자신이 수집한 것들이 자기를 표현한다고 믿었다 [5]. 최근 가장 크게 주목받은 Tumblr의 David Karp는 고등학교를 중퇴해 처음 일한곳에서 블로깅 사이트를 만들다가, “‘this blogging thing is too hard”라 선언하며 사용자 친화적인 블로그에 집착했다. 어려서부터 지속되는 바보같은 집착이 코드를 만날때, 집착은 비전이 되고 코드는 전세계에 그림을 그린다.

pinterest

<사진 4: Pinterest – 온라인 곤충 수집>

우리 아이들

창조경제의 핵심이 SW라고 믿는다면, 창업자들의 독특한 세계관에 대한 “집착”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야 한다. 지금 우리 눈에 바보처럼, 엉뚱한 짓거리 하는 것처럼 보이는 아이의 집착을 과연 우리는 용납할 수 있을까? 나는 30대 중반에서야 깨달은 이 SW의 진실이 참 억울하다. 80-90년대를 지나며 그런 바보짓할 여유를 주지 않았던 부모님과 한국 학교, 사회가 참 야속하다. ‘만일 그때 나도 Jack처럼 비디오 카메라 들고 전철역에 앉아 있었더라면….’. 지금도 분명 우리 가운데 Jack같은 아이들이 초등학교, 역전, 시장통 어딘가에서 엉뚱한 짓거리를 하고 있을거다. 그 아이들에게 코드는 가르치자..그리고 그 집착은 눈감아주자…

– 박상민  https://twitter.com/sm_park

출처:

[1] http://www.vanityfair.com/business/features/2011/04/jack-dorsey-201104
[2] http://www.huffingtonpost.co.uk/2013/04/04/mark-zuckerbergs-first-website-angelfire-screenshots_n_3012148.html
[3] http://news.inews24.com/php/news_view.php?g_serial=746979&g_menu=020400&mains=News
[4] http://media.daum.net/digital/others/newsview?newsid=20130324164805713
[5] http://money.cnn.com/gallery/magazines/fortune/2012/10/11/40-under-40.fortune/1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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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D. in Computer Science, University of Virginia 현재 워싱턴주 시애틀 거주 (Bellevue)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Eucalyptus systems) 이며, 해커, 오픈소스 팬, 블로거(Hacker, Open source enthusiast, and writer)이자 예쁜 두 딸의 아빠 (Father of two lovely gir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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