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비하인드스토리] ’76억 투자를 받으며 내가 배운 레슨’ 눔(NOOM) 정세주 대표 인터뷰
2014년 02월 04일

글로벌 건강 애플리케이션 개발사인 눔(Noom)은 미국 벤처캐피탈 RRE Ventures(RRE 벤처스)로부터 약 76억 200만 원(7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했다고 4일 밝혔다. 이번 투자는 미 동부 RRE Ventures와 일본 펀드(스크럼벤처스, 리쿠르트 등)의 협력작으로서, 2012년 12월 프리 시리즈 A 이후 13개월만의 투자 유치이다.

최근 들어 코빗(Korbit), 파이브락스(5ROCKS) 등 국내 스타트업이 해외 투자 유치에 성공한 소식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긴 했지만 700백 만 달러라는 큰 규모의 투자가 들어온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눔 정세주 대표를 직접 만나 이번 투자 유치 과정과 전략을 물었다. 그는 연신 흥분된 얼굴로 '많은 것을 배웠고 재밌었다'는 말을 추임새처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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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 생리와 투자자 마음 이해한 것이 76억 유치의 비결

"투자자들이 투자에 신중을 기하는 것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배웠죠. 그들이 돈을 버는 생리를 이해하고 존중했기 때문에 투자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7백만 불(한화 약 76억 200만 원) 규모의 시리즈 A 유치 과정을 통해, 정세주 대표는 금융계의 생리를 익힐 수 있었다. 대부분 대기업 혹은 명문가인 미국 LP(출자자)들은 벤처캐피탈리스트(이하 VC)에게 자금 운용을 맡길 때, 정확한 비즈니스 모델을 집어주는 경우가 많다. VC는 LP가 정해준 이 각도에 맞춰 투자처를 찾게 되는데, 카테고리로 세분화해서 나눠보면 투자할만한 회사가 몇 개 없는 것이 현실이다. VC 입장에서는 당연히 실패해서도 안되고, 소위 ‘잘 하는 회사’는 이미 투자를 받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돈은 있는데 투자할 곳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게 된다.

정세주 대표는 투자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벗어나 투자 하는 사람의 객관적인 시선으로 눔을 바라보고 부족한 점을 보완했다. 투자자들의 풀(pool)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그네들의 계산법으로 셈했을 때 충분한 투자 가치를 입증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덧붙여 ‘두 달간 42번의 피치와 80번의 미팅’이라는 발로 뛰는 노력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똑똑한 열정’, 이것이 유례 없는 80억 규모의 해외 투자를 유치한 눔 스토리의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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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은 기본,
도약을 위해선 투자자들이 원하는 스트럭처와 스타일을 갖춰라 

“씨드(seed) 투자 단계일 때에는 프로덕트와 팀, 열정만 보여주면 됐죠. 시리즈 A 단계 이상부터는 투자에 필요한 기본 스트럭처를 갖춰야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투자 규모가 커질수록 당연히 증명해야 할 것들이 많아졌다. 눔은 철저히 투자자의 시선에 초점을 맞춰 피치를 준비하고, 내부 기반을 다지는 작업을 시작했다.

  • 전문 MBA 경영 인재 고용 : 투자 전, 정세주 대표가 먼저 한 일은 치열한 인터뷰를 거쳐 전문적인 MBA 인재 두 명을 영입한 것이었다. 이사도 없는 회사에 투자자들이 투자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두 사람 모두 스타트업을 키워 엑시트(EXIT)한 경험도 있어, 사업의 전반적인 구조와 프로세스를 알고 있는 전문가들이었다. 눔 코리아 이혜민 총괄 매니저도 합류해 아시아 쪽 기반을 다지는 데 큰 힘을 보탰다. 이처럼 회사의 몸집을 키우기 위한 인재 영입 후, 정세주 대표는 본격적으로 투자자들을 만나러 다니기 시작했다.
  • 말이 되는 비즈니스 모델, 눈에 보이는 지표 : 투자자들이 원하는 것은 돈이 벌릴 수 밖에 없는 자명한 이유를 가진 비즈니스 모델,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해주는 실제적 지표다. 눔의 경우 눔 코리아가 해외 투자자들에게 신뢰도 있는 하나의 지표가 되었다. 고객 상대가 까다로운 한국 시장에서 성공하면 세계 투자자들도 인정해주기 때문이다. 눔은 실제적이고 확실한 투자 가치를 확인하고 싶어하는 투자자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이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했다.
투자 관계는 두 가족이 연을 맺는 것과 비슷, 궁합이 잘 맞아야

“투자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것은 100% 사람입니다.” 정세주 대표의 말을 빌리면 사업은 너무 순식간에 망해버리기 때문에, 매일 실패와 싸워 이겨야 하는 스타트업에게는 인간관계로 골머리 앓을 시간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받을 때에도 좋아하는 사람, 존경할만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시리즈 A 단계에 들어서면 외부 이사가 들어와 막강한 영향력을 갖게 되기 때문에 궁합이 잘 맞는 투자사를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정세주 대표의 신념이다.

  • RRE 벤처스와의 필연적 만남 :  미 동부 대표 벤처 투자사인 RRE 벤처스와의 첫 만남은 어느 테크 모임에서 이루어졌다. ‘24시간 회사 세일즈 모드’인 정세주 대표가 패기 넘치게 3분 피치를 마치고 나니 RRE 벤처스의 애널리스트가 관심을 보였다. 결국 사활을 건 몇 번의 피칭과 미팅 끝에 투자 결정에까지 이를 수 있었다.투자 과정에서 알게된 사실은 RRE 벤처스가 이미 2년 전부터 헬스케어, 특별히 체중 감량 분야의 펀드를 준비해놓고 시장을 유심히 보고 있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 좋은 팀과 프로덕트, 펀드의 성격. 이 모든 것의 퍼즐이 딱 맞아 떨어졌다.전환사채(Convertible Note) 형식으로 대부분의 투자를 유치해왔던 탓에, 회사 기대 가치가 너무 높아져 있어 벨류에이션 잡기가 어려운 점도 있었다. 그러나 RRE 벤처스와의 협상 과정에서는 성숙한 대화를 통해 합리적으로 조율해 나갈 수 있었다.
  • 일본 투자자와의 문화적 동질감 :  “일본 투자자와는 뭔가 통하는 게 있다.” 이번 투자는 RRE 벤처스 주도로 이루어지지만 리쿠르트 그룹(Recruit Group), 스크럼 벤처스(Scrum Ventures) 등 다수의 일본 펀드도 함께 참여하고 있다. 일본은 작년 12월 기준 유료 어플리케이션 매출이 미국을 꺾고 1위를 기록하는 등, 여전한 IT 강국이다. 일본 투자자와는 정서적으로 통하는 부분이 많고, 친근하기 때문에 정세주 대표는 일본 쪽 VC를 선호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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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성장 모멘텀을 이어나가는 것에 주력할 것

“기회가 찾아왔으니 기쁘지만 한 편으로는 가장 겁이 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풀타임 직원 52명, 유저 수천만 이상. 눔도 이제 상당한 규모의 회사로 성장했다. 가진 게 많은 만큼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크다. 이번에 투자받은 금액은 대부분 제품 개발과 직원들의 인건비로 사용될 예정이다.

RRE 벤처스와 일본 리쿠르트 그룹(Recruit Group)은 이미 눔에 대한 추가 투자 계획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시리즈 B, 시리즈 C에 이르는 후속 투자를 지속해서 이끌어내는 것이 현시점에서의 눔의 가장 큰 바람이자 과제이다.

투자 유치로 회사의 몸집은 커졌지만, 정세주 대표는 가장 중요한 기본을 놓치지 않았다. “제품 퀄리티 향상에 최선을 다해 집중할겁니다. 여전히 눔에서 가장 중요한 내부 지표는 눔을 통해 사람들이 얼마만큼 살을 뺐는가 하는 것입니다. 유저들 입에서 눔 진짜 잘 만들었다! 라는 말이 나오게끔 하고 싶습니다.”

이번 눔의 성공적인 해외 투자 유치를 시작으로 더욱 많은 한국 스타트업의 해외 투자 소식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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