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종의 스타트업 읽어주는 남자 #1] ‘MIT 스타트업 바이블 Vs. 쫄지말고 창업’
2014년 08월 26일

 ㅇㅇㅇ

 스타트업, 그리고 기업가 정신이라는 화두 앞에 ‘바이블'이란 존재할까? 여기 기업가 정신을 소수의 운 좋은 사람들만이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 교육과 훈련으로 개발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두 가지 책이 있다. 물론 그 방법론은 현저하게 대조된다.

빌 올렛 교수의 MIT 스타트업 바이블이란 저서는 “탁월한 제품을 기획하고 가치를 전달하는 영역”을 24단계로 나누어,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로드맵을 연역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에 반하여 벤처투자자이자 최근 창업가로 변신한 이희우대표가 집필한 “쫄지 말고 창업”은 다분히 실존적으로 기업가 정신이라는 화두에 다가서고 있다. 벤처투자가로서의 고군분투기를 담아낸 1장과 실제 린스타트업 방식을 적용하여 창업교실을 탄생시킨 경험담이 돋보이는 2장, 그리고 “요즘 예능”이라는 프로젝트의 공동창업자로서 시행착오를 담아낸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캡스톤파트너스의 송은강 대표와 함께 창업가와의 대담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쌓아왔던, “쫄지말고”라는 브랜딩을 현명하게 확장시킨 콘텐츠라고 볼 수 있다.

필자는 기업가 정신을 '빌 올렛 교수의 연역적, 종합적 사고와 “일단 저지르자”라는 양자역학적(?) 접근이 만나는 지점에서의 인문적(liberal Art) 통찰'이라는 개똥철학을 가지고 있다. 오늘은 빌 올렛 교수와 이희우 대표의 스타트업에 관한 재미있고 창조적인 통찰들을 살펴보며, 이 두 저자의 철학을 통합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해 보도록 하자.

1. 빌 올렛 교수가 정의하는 ‘시장'의 조건 

여느 전문가들이 강조하듯 스타트업에게 있어 시장을 세분화하여 거점 시장을 선택하는 과정은 필수적이다. 빌 올렛 교수는 단기간에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는 시장에서 출발하고 싶다면 거점 시장을 좁힐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데, 그는 다음의 세 가지 조건을 충족시킬 때가  바로 시장을 시장으로 부를 수 있다는 재미있는 의견을 제시한다.

1) 시장 내의 고객은 모두 유사한 제품을 구매한다.

2) 고객에 대한 영업주기가 유사하고 제품에 대한 기대 가치도 비슷하다. 따라서 한 고객에게 적용한 영업 전략을 다른 고객에게도 적용해 추가적인 비용이나 노력 없이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3) 고객 사이에는 ‘입소문’이라는 강력한 구매 준거 기준이 존재한다. 가령 고객은 같은 협회 소속이거나 동일한 지역에서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잠재 시장이 고객 간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 곳이라면 고객을 유인하기가 매우 어렵다.

정말이지 스타트업을 위한 훌륭한 시장의 정의라고 생각된다. 천 만명이 다운받았다는  "배달의 민족”이라는 서비스도 처음에는 유사한 소득 수준과 라이프 스타일을 보유하고 있는 아파트 단지의 찌라시들을 모아 스캔한 것으로 시작되었다는 것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유저들과 업주들의 반응과 구매 주기를 지속해서 분석하며, 핵심지표들을 관리하는 과정을 거쳐 성장해 왔다는 점 역시 주목해야 한다. 당신의 아이디어를 피칭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거점 시장의 큰 규모를 강조하며 장밋빛 환상만을 늘어 놓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세분화한 시장의 버티컬한 영역에 대한 충분한 리서치와 실행 전략이 부족하지는 않은 지를 늘 고민할 필요가 있다.

2. 이희우 대표의 ‘왜 창업을 하는가?’

이희우 대표는 '미니 창업교실’을 통해, ‘나 자신은 누구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희우 대표는 사람드리 스티브 잡스의 천재적인 창의성과 유저 인터페이스(UI/UX)에만 집중하는 것을 아쉬워하며, 그가 자아를 찾기 위해 인도 순례 여행을 떠났던 경험을 강조한다. 여기 이희우 대표가 인용한 월터 아이작슨의 <스티브 잡스> 92~93쪽의 한구절을 옮겨보자.

“인도에서 7개월을 보내고 돌아온 후 저는 서구사회의 광기와 이성적인 사고가 지닌 한계를 목격했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내면을 들여다보면 우리는 마음이 불안하고 산란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것을 잠재우려 애쓰면 더욱 더 산란해질 뿐이죠.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마음 속 불안의 파도는 점차 잦아 들고, 그러면 보다 미묘한 무언가를 감지할 수 있는 여백이 생겨납니다. 바로 이때 우리의 직관이 깨어나기 시작하고 세상을 좀 더 명료하게 바라볼 수 있으며 현재보다 충실하게 됩니다”

필자는 취직 보다는 창업이 좋은 단 한가지 이유는 우리의 삶에 “Why”라는 질문을 강요한다는 데에 있다고 생각한다. 취직을 하여, 하루 하루 충실히 살아가는 이들을 폄훼하고자 하는 발언이 아니다. 창업자에게 있어 Why라는 질문은 아이템과 서비스의 핵심 역량을 규정하고, 회사의 문화를 조성하는 DNA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생존 전략에 가깝다. 물론 이와 같은 질문이 꼭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더라도, 자신이 발견한 삶의 이유에 온 몸을 던져보는 경험. 그것 하나만으로도 가치 있는 삶으로 향하는 시작점이 아닐까?

3. 빌 올렛 교수의 “핵심 역량 규정에 있어 4가지 함정”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에게 핵심 역량의 규정은 추상적이고 지적인 수준에 머물기 마련이다. 빌 올렛 교수는 이 과정에 있어 외부 자료와 내적 자기 성찰의 통합의 과정이 필요하며, 다양한 변수(고객의 요구사항, 가용 자원, 외부 도움, 창업 멤버들의 개인적인 재무적인 목표 그리고 당신이 진짜로 하고 싶은 일등)를 고려한 결과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이 빠지게 되는 4가지 함정에 대한 빌 올렛 교수의 견해를  알아보자.

1) 지적 자산과 조직 문화가 핵심 역량인가?

환경이 급변하는 시장에서는 특허와 같은 자격 요건보다는 전문성과 잠재력이 핵심 역량에 적합하다. 혁신을 가속화하는 조직 문화나 프로세스로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기업도 있다. 이들은 고객과 밀착해 민첩하고 효과적으로 제품 개발 과정을 관리함으로서, 초기에 점령한 유리한 고지를 지키면서 경쟁자와의 격차를 점점 더 크게 벌린다.

2) 경쟁적 지위와 핵심 역량은 다르다

고객이 기업의 핵심 역량을 기준으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아니다. 핵심 역량은 경쟁자와 자신을 구분 짓는 기준으로 모방이 어렵다. 현재 또는 잠재적 경쟁자와 차별화해 그 희소한 자원으로 최대 가치를 얻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 핵심 역량이다.

3) 선도자 우위는 핵심 역량이 아니다

선도자 우위(First Mover Advantage)는 그 자체로 지속 가능한 핵심 역량이 될 수 없으며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시장에 최초로 진입한 기업은 주요 고객 확보 및 유지, 네트워크 효과 달성, 우수 인재 유치등의 핵심 역량으로 무장할 때에만 진정한 의미의 선도자 지위를 지속적으로 누릴 수 있다.

4) 독점 공급 전략도 핵심 역량이 아니다

주요 공급자와의 독점 계약도 지적 재산권과 마찬가지로 경쟁자의 진입과 성장을 가로막는 ‘성 주의의 해자’ 같아서 최적의 조건이 갖추어 지면 공격적으로 활용해도 되지만, 궁극적인 핵심 역량은 아니다. 뒤따르는 추적자를 따돌리기 위하여 함정을 파놓는 것도 유용한 전략이다.

4. 이희우의 스타트업 기업가치 : 협상의 함정 

이희우 대표는 벤처 투자자 출신답게, 벤처투자업계에서는 다소 드러내기에 꺼려하지만 스타트업들에게는 유용한 기업가치 평가에 대한 조언 역시 아끼지 않았다. 주로 투자 검토 초기에 이루어 지는 벨류에이션(기업가치평가) 협상에서 주로 벤처 캐피털은 프리 밸류(pre-value, 투자 전 기업가치)인지 포스트 벨류(post-value, 투자 후 기업가치)인지 정확히 밝히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벤처 캐피털이 ‘5억 원을 20억 원 기업 가치로 투자한다’라고 했다면 그 말은 일반적으로 포스트 밸류 20억원에 투자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5억 원을 투자하면, 벤처 캐피털은 총 25%(5억/25억)의 지분을 갖게 된다.

그런데 창업자가 그 말을 프리 밸류 20억원에 5억원을 투자 받는 것으로 잘못 이해했다면, 이럴 때 포스트 밸류는 25억 원이 되고, 벤처캐피탈에겐 20%(5억/25억)의 지분을 주는 것으로 여기게 된다. 반면 벤처 캐피털은 25%의 지분을 취득하는 것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즉, 프리 밸류와 포스트 밸류를 혼동하는 순간 창업자는 5%의 지분을 잃을 수 있다는 이야기 이다.

지금까지, 'MIT스타트업 바이블'의 빌 올렛 교수와 '쫄지말고 창업'의 이희우 대표의 기업가정신에 대한 재미있고, 창의적인 통찰들에 대하여 간단히 살펴 보았다. 두 저서 모두 올 해 여름에 출간된 신간들이다. 창업을 준비 중인 예비 창업자, 혹은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창업의 길에서 방황하고 있는 창업자들에게 충분히 권할 만한 책들이다. 다음 주에는 린 분석(성공을 예측하는 31가지 사례와 13가지 패턴)이라는 저서를 통해, 스타트업의 고객 개발을 위한 핵심지표 관리와 데이터 분석을 다루어 볼 예정이다. 창업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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