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어쩌다가 무한버스 배낭여행을 기획하게 됐을까 – ‘로드 페스타’ 기획한 스타트업 3인방
2014년 07월 17일

여름, 여행 그리고 축제. 입에서 오물오물하다 줄줄이 연이어 나와도 이상할 것 없는 단어들의 조합이다. 처음 타임라인에서 '무한버스 배낭여행'을 발견했을 때에는, 새로운 대형 페스티벌이 하나 더 생겼나 싶었다. 얼핏봐도 규모가 작지 않아보이는 이 프로젝트가 스타트업 세 군데가 모여 만들어낸 작품이라는 것을 알기 전까지는 말이다.

캡처

8월 마지막 주에 열리는 '로드 페스타(Road Festa)'는 '따로 또 같이'의 정신을 실천하는 배낭여행 프로그램이자 소셜 축제의 장이다. 1,200명의 '로드페서'들이 각자 5일 간의 여행을 즐기다가 마지막 날, 여수에 모여 '물총 축제'와 '디제잉 파티'를 즐긴다는 시나리오다. 슬쩍 엿듣기만 해도 흥이나는 이 프로젝트는 여가 컨텐츠 중개 플랫폼 '여가상자'와 고속버스 프리패스를 제공하는 '이비엘컴퍼니'이가 주관하고 놀이·교육 콘텐츠 기업 '제이엘'이 공동 기획했다. 세 스타트업은 어쩌다가 무한버스 배낭여행을 함께 기획하게 됐을까.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이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보았다.

dfsdf▲왼쪽부터 이비엘컴퍼니 심창무 대표, 여가상자 최미리 대표, 제이엘 신아름 공동대표

전국을 무대로 삼는 무한버스 배낭여행 페스티벌, 마케팅에서 문화콘텐츠로

"각자의 서비스에 문화라는 색을 입히면 전혀 색다른 콘텐츠를 함께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아 모이게 됐어요."

문화콘텐츠라 하면 떠오르는 것들은 영화, 만화, 캐릭터 사업이지만 그 함의는 훨씬 더 넓은 분야를 포괄한다. 한국체대의 심승구 교수는 문화콘텐츠를 '문화적 요소를 발굴하고 그 속에 담긴 의미와 가치를 찾아내 매체(on-off line)에 결합하는 새로운 문화의 창조과정'이라고 정의했다.

'로드페스타'는 엄밀히 말해 세 스타트업의 마케팅 수단이다. 그러나 각 서비스 안에서 문화적인 요소를 발굴해내고, 그 가치를 한데 모아 사람들이 기꺼이 참여하고 싶어하는 콘텐츠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누구나 마케팅을 할 수는 있지만,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문화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로드 페스타에 대한 댓글 반응은 뜨거웠고, 참여하고 싶으나 휴가를 못내 아쉽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이비엘컴퍼니는 고속버스 자유이용권이라는 단일 아이템을 가지고 시작했지만, 젊은 스타트업 사람들과 일하게 되면서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게 됐어요. 티켓 판매가 목적이지만 문화의 색을 입힌 상품을 만들고 싶던 차에 여가상자, 제이엘과 같은 문화콘텐츠 기획 스타트업을 만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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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로'의 고속버스 버전인 이비엘패스(EBL PASS)는 제품의 '고속버스 무한 자유여행'이라는 특징을 로드 페스타에 잘 녹여낼 수 있었다. 여가상자는 '여가 콘텐츠 기획',  제이엘은 '새로운 놀이 문화 제안'이라는 각 서비스의 핵심 키워드를 대중에 노출할 수 있다. 함께 만들어 나가는 가운데 각자의 몫도 알뜰하게 챙겨가는 셈이다. 여러모로 궁합이 참 잘맞는 조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준비 과정에서도 깔끔한 분업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비엘컴퍼니의 심창무 대표는 주로 외부 협찬과 계약 부분을 담당한다. 로드 페스타 전반에 걸친 프로그램 기획은 여가상자의 최미리 대표가, 컨텐츠 가치를 만드는 작업은 제이엘의 신아름 공동대표가 각각 분담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도 마케팅의 일환으로 유사한 행사와 프로젝트들을 기획하고 있는데, 스타트업 입장에서 어떤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여가상자 최미리 대표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보통 거대 자본을 들여 만들어내는 축제나 행사는 단발성으로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천편일률적이기 때문이죠. 반면 스타트업이 기획한 페스티벌이나 행사는 콘텐츠 자체로 생명력을 갖는다는 것이 강점입니다. 사람들은 가치있는 콘텐츠가 있다면 기꺼이 소비하고 싶어하죠."

로드페스타, 어떻게 이루어지나 

로드페스타는 앞서 말한 것과 같이 1,200명의 여행자들이 각자 자유 여행을 즐기다가 마지막 날 여수 엑스포에 모여 함께 축제를 즐기는 프로젝트다. 5일 간 금호고속 버스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으며 순천, 여수, 해남, 통영, 경주, 부산 등 무려 174 코스를 여행할 수 있다.

이엘의 신아름 공동대표는 로드페스타라는 콘텐츠 기저에 '게임' 요소를 곳곳에 깔아 재미를 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녀가 밝힌 로드 페스타의 세 가지 재미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 데일리 미션: 각자에게 매일 정해진 시간에 특별한 미션이 하나씩 도착한다. 이것을 매개체로 1,200명은 따로 여행하지만 함께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과정을 겪게되고, 마지막 날 밤 여수에서 모두가 모였을 때에는 더 큰 감정의 교류를 느낄 수 있게 된다.
  • 게릴라 이벤트: 여행 중 만난 맛집에서 하정우를 능가하는 먹방(?) 사진을 로드페스타 게시판에 올리면 상품을 받을 수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서도 1,200명은 계속해서 교류하게 된다.
  • 스탬프: 9개 도시의 고속 버스 터미널에 마련된 스탬프를 모으며 자신의 발자취를 기록하고,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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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티벌 답게 로드페서들에게는 티셔츠, 암밴드, 음식점 할인 쿠폰, 직접 찍어 공유한 사진을 책으로 만든 '스토리 북' 등의 선물도 제공된다.

로드페스타는 이들의 첫 걸음일 뿐 

꽤 큰 규모의 축제를 기획하고 있지만, 사실 이미 정식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이비엘컴퍼니를 제외한 제이엘과 여가상자는 서비스 베타 버전을 운영 중이다. 그들에게 로드페스타는 자사 서비스의 시장성을 체크하고 향후 방향성을 설정하기 위한 중요한 단초가 된다.

'여가 콘텐츠 전문 스타트업'이라고 자칭하는 여가상자는 타 문화·예술 공연이나 기획을 중개하기도 하지만, 자체 콘텐츠를 기획하는 방식으로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미 '불금한강치맥', '썰쓰데이 뮤직아지트', '썸띵테이블' 등 세 개의 자체 프로그램을 진행한 바 있다.

"국내 여가 서비스 시장은 2011년 기준 오프라인의 경우 10조 1,892억 원 정도에 달해요. 5년 새 성장률도 77%가 넘죠. 하지만 온라인에서 제공되는 여가 시장은 아직 시장 형성 초기 단계인 1,058억 원 규모로 상당히 영세해요. 여가시장은 오프라인에 형성되어 있는 여가 서비스 시장을 온라인으로 옮겨오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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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엘의 경우 컬러, 게임, 공간, 음악 등 여러가지 도구를 통해 사람들에게 창의성을 불러 일으키는 교육·강연 콘텐츠를 계속해서 기획할 예정이다. 신아름 대표의 취향에 따라 서비스의 색깔은 교육(learning)에서, 놀이(play)와 개임(Game)으로까지 다양해지고 있다.

본격적으로 제이엘을 결성하기 이전에도 지금의 공동대표인 심민아 씨와는 여러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지난 3월에는 서울대 치의학 신입생을 대상으로 '프로젝트의 비밀'이라는 체험 중심의 강연을 시도한 바 있다. 작년 11월에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아이디어 융합프로그램 '씨-스쿨(C-schoo)'에서도 교육 기획 및 진행을 맡았다. 현재는 자사 서비스의 시장성을 체크하는 중이며, 로드페스타에도 그 일환으로 참여했다. 수익은 향후 기업 교육, 워크샵 교육으로부터 창출할 예정이다.

티켓 판매라는 실물 거래를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는 이비엘컴퍼니는 현재 전국 고속버스운송조합에 등록된 8개의 고속버스사와 모두 계약을 맺고 안정적으로 상품을 판매 중이다. 기차보다 전국 곳곳을 더 깊숙히 여행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지역 관광 소비를 늘린다는 장점을 살려 최근 2만 명의 회원을 유치했다. '매일 더 좋은 삶(Everyday Better Life)'이라는 회사 비전에 맞게, 여행마케팅 기업이지만 다양한 문화콘텐츠 기업과 교류하며 가치 창출을 해나갈 계획이다.

마케팅 이외의 그 무엇, 이들이 로드페스타에 궁극적으로 기대하는 바는 무엇일까.

"마케팅적인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2회, 3회 죽 이어나가고 싶습니다. 로드페스타가 국내 최초로 축제 콘텐츠를 여행에 녹여내는 행사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어요."

세 스타트업의 영리하고도 당돌한 콜라보레이션, '로드페스타'. 8월 말 뜨거운 열기 아래 열리는 이 배낭여행 페스티벌과 동시에 세 스타트업의 미래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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