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비서 서비스들의 허와 실
5월 2, 2016

비서, 한 번 쓰면 지속해서 사용해야 하는 서비스

일반 직장인에게 비서를 두는 것은 아직은 임원의 특권이다. 로펌이나 컨설팅펌과 같은 전문직의 경우에도 행정적인 업무를 전담하는 비서가 따로 있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의 실무적인 업무가 파워포인트 형식의 보고서 작성으로 진행되는 컨설팅 펌 일부에서는 컨설턴트가 작성한 메모를 실제 보고서화 해주는 업무만 전담하는 직원이 따로 있기도 하다.

듀얼 모니터를 쓰다가 다시 모니터 한 대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을 경험해본 적이 있는가? 기자 역시 한때 컨설턴트였을 때 모니터 한 대는 리서치용으로, 한 대는 보고서 작성용으로 활용하다가 어느 순간 한 대로 돌아가야 했을 때가 있었는데, 본인 돈으로라도 모니터를 한 대 더 구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답답했었다.

아마 비서를 두어 본 사람 역시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된다. 그렇다면,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서 서비스를 경험하게 할 것인가?

비서 비즈니스의 유형과 협업 가능성

비서 비즈니스는 최근 다양한 유형으로 전개되고 있다. 우선 구글이나 애플, MS 등 OS 관련 기업이 추진하는 서비스다. 이와 달리 문자 중심으로 고객의 모든 요청에 대응한다는 취지로 운영되는 스타트업도 있다. 넓은 의미에서는 이미 지난주에 소개한 챗봇 역시 비서 비즈니스로 구분할 수 있다.

비서 비즈니스가 손으로 타이핑해서 입력하던 것을 음성으로 입력하거나 이메일에 반영된 것을 일정에 자동 반영하는 것 이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니즈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 수립이 필요하다. 고객의 니즈는 상당히 많은 복잡성을 가진 부분이다.

이런 니즈를 특정 기업이 단독으로 대응하기는 불가능하다. 결국, 향후에는 OS 기반 사업자와 스타트업 간의 그물망 같은 체계적인 협업이 필수적일 것으로 예상한다.

OS 기반의 사업자들

구글의 나우(Now)나 애플의 시리(Siri), MS의 코타나(Cotana) 등이 그러한 예이다. 이들 사업자는 자신의 OS와 자체 서비스, 디바이스를 통해 수집한 다양한 정보를 활용해 사용자가 요청하기 전에 미리 알려주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구글의 나우는 이미 출퇴근 시간에 대한 소요 시간을 미리 알려준다든지, 메일로 전송받은 비행기 시간표를 일정에 자동으로 반영해주기도 한다. 이제 여기서 한 발짝만 더 나가면 되는 것 아닐까?

1. 나우와 코타나, '모바일 - 데스크톱' 간 연동 미흡

하지만 구글의 나우는 향후의 발전 가능성에는 상당한 제약이 존재한다. 구글의 안드로이드는 모바일 시장에서는 매우 돋보이지만, 데스크톱 시장에서의 지위는 상당히 미약하다. 데스크톱에서 작업을 하다가 업무약속을 잡기 위해 핸드폰을 다시 찾아야 하는 불편함은, 어쩌면 사소해 보이지만 큰 차이일 수 있다.

구글의 나우가 개인 생활에서의 비서 영역을 넘어 업무 전반으로 확대되기에는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는 거꾸로 모바일 시장에서 취약한 코타나에도 해당하는 이야기이다.

2. 시리, 검색 역량 미흡

그렇지만 시리에 단순히 유리한 것도 아니다. 시리엔 구글과 MS에 있는 검색 비즈니스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메일 부문이 취약하다. 이런 고민 때문인지 애플은 검색 서비스로 추정되는 애플 서치(Apple Search)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론적으로 아직 구글과 애플, MS 중 누구도 비서 비즈니스에 필요한 기본적인 요소를 아직 갖추지 못하고 있다.

가상비서 앱 스타트업

국내외에 이미 문자기반의 가상비서 스타트업이 다수 출범한 바 있다. 하지만 고버틀러(GoButler)의 경우는 비행편 검색 서비스로 전환되었고, 매직(Magic)은 시간당 100$의 요금체계 등을 제안하고 있어 쉽게 접근하기 힘들다. 국내에서는 지난번 '한국의 O2O 비즈니스 5선'에서 소개된 바 있는 '문비서' 정도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gobu

1. 복잡성 관리는 가능한가

소비자들의 잠재적인 니즈가 충분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런 분야의 스타트업이 쉽게 나타나지 못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이해된다. 우선은 비즈니스의 복잡성 관리 이슈이다. 비서 비즈니스의 복잡성은 사실 비서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와 관련된다.

음식점 예약 하나만 하더라도 어느 날에는 교통이 편하고 저렴한 고깃집을 예약해야 할 필요가 있는 반면에 어느 날은 교외의 고급스러운 일식집을 골라야 할 때가 있다. 어떤 날은 사람들의 평가가 좋고 많이 알려진 음식점을 찾아야 하고 어떤 때는 좀 더 프라이빗한 음식점이 필요한 때가 있다.

저렴한 고깃집을 추천받았으면 하는 상황에서 고급 일식집을 추천한다면 그 서비스에 대한 신뢰가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이런 디테일한 의사결정을 음식점 카테고리를 넘어 수많은 항목에서 스타트업이 지원할 수 있을까?

2. 소비자 경험 확대방안 필요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시간당 요금제를 채택하고 있거나 서비스별 요금체계를 가지고 있다. 서비스를 사용할 때마다 요금이 부과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런 요금체계가 비서라는 서비스에도 적합할까?

가상비서 서비스는 아직 소비자들에게 익숙하지 않다. 그리고 일반적으로는 비서 역시 회사에 고용되어 있기는 하지만, 개인의 입장에서는 업무를 의뢰할 때마다 비용 걱정을 하지는 않는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가상비서 서비스를 이용할 때 서비스에 대한 신뢰를 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무료 서비스의 영역을 최대한 확장하고,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할 때나 실제로 비용이 발생하는 업무에만 비용을 청구하는 방식이 타당할 것이다.

예를 들어 "크리스마스 때 데이트하기 좋은 음식점 추천해줘"라는 질문에는 무료로 서비스하고, 그중에 하나를 예약하고 참석자들에게 일정을 공유할 때는 수수료를 받는 식이다. 물론 비서 비즈니스에 대한 사회적 인지도가 높아진 경우에는 통신 서비스와 같은 다양한 정액형 요금제로 전환이 가능할 것이다.

현재의 가상비서 스타트업 대부분은 세차나 음식 배달 등 당장 수익성 확보가 가능한 분야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기존의 다른 서비스들과 차별화가 힘들어지고 있다. 현재는 비서 서비스들이 결국은 모든 서비스를 다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결국에는 소비자 스스로 유사한 서비스와의 가격을 비교해야 하는 불편한 서비스가 대부분이다.

3. 지나치게 광범위한 타겟

현재까지의 가상비서 스타트업은 모든 소비자를 타겟으로 한다. 한 명의 모든 니즈를 맞추는 것도 힘든데, 모든 사람의 모든 니즈를 맞출 수 있을까? 비서에 대한 니즈가 큰 고객군을 찾아가는 과정이 앞으로 요구될 것으로 판단된다.

분야는 다르지만, 테슬라는 저가형 모델만 양산되기 시작하던 전기자동차 시장에서 오히려 고가 시장을 개척함으로써 전기자동차 시장의 리더십을 가져가고 있다. 큰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일부 계층이나 특별히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서비스 영역을 발굴해서 그곳에서 확보된 신뢰나 사회적 관심을 통해 서비스를 확대하는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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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우 기자 (2015~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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